▣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148- 마음의 넓이와 앎의 상관관계

영광도서 0 571

사람의 마음은 참 요상하다. 인간의 마음의 크기는 다 같은 것 같지만 크기가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저 사람은 마음이 넓다느니, 이 사람은 쫌생이라느니 말하는 이유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의 마음의 넓이와 크기는 다르다. 보통 마음이 넓다고 하면 인품이 좋은 것을 이르지만, 실제로 그의 마음이 넓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단순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마음의 넓이는 욕망에 정비례하고, 욕망은 앎의 넓이에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크기와 넓이는 그의 마음에 얼마나 많은 그림들, 곧 상이 맺히느냐를 말하는데, 상상이니 몽상이니 망상이니 공상이니 하는 것들은 스스로 마음속에 그려보는 것들로 많이 알수록 당연히 더 많은 것을 마음에 그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가만히 있으면 마음에 그림을 그리게 마련이다. 이를 생각이라 할 후 있다. 생각의 결과 마음에 맺는 그림들을 심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마음이 넓다 좁다는 실제로는 그 사람의 생각의 결과물들로, 많이 알수록 더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알면 알수록 마음은 넓어지고,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마음은 깊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마음이 넓고 깊다고 하여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순한 원칙에 따라 생각하는 사람, 타인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더 좋은 인상을 주며, 실제로 선한 일을 많이 한다. 사람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일수록 평범한 생활을 하고, 못된 놈이란 소리를 듣는 사람일수록 알고 보면 소위 많이 배운 사람인 경우가 많은 이유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무엇을 알면 아는 만큼 그것을 이용하려 한다. 물론 잘 이용하면 사회에 기여하여 마음 넓은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 이용하면 사기꾼이 되거나 협잡꾼 또는 선동꾼이 되기 쉽다. 때문에 실제 삶에서 많이 배운 사람, 똑똑해 보이는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라리 신체적 폭력이나 욕설로 나를 공격할 수 있기에 피상적인 두려움이라 당해도 크게 당하지 않는다. 반면 소위 똑똑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나를 공격할 수 있으니,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 모르는 사이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기에 더 두렵다.

 

아는 만큼 생각은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진 만큼 생각을 펼치려 하고, 펼치는 생각은 자신에게 우선 영향을 미치지만, 점차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앎의 절제, 생각의 절제를 하지 못하면 아는 것은 힘이 아니라 독이다. 나를 좀먹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독이다. 곡학아세는 범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이들의 몫이니, 이런 이들일수록 곡학아세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많이 아는 것,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보다 건설적으로 생각하면 앎은 아주 좋은 질료로 쓰인다. 많이 알수록 앎으로 남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자아성찰을 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듯이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 우선이다. 이 마음을 갖고 있는 한 그는 곡학아세하지 않으며, 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다.

 

많이 알수록 생각을 넓게 하려하기보다 자신의 안으로 깊이 생각해야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많이 알수록 좋다, 나쁘다는 결국 어떻게 앎을 이용하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가름한다. 단순하게 ‘네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고, s가 하고 싶은 일은 오히려 남에게 권하라.’ 이 마음으로 생각을 시작하고 이 마음으로 생각을 마무리하면 그는 진정한 앎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많이 알려 애쓰라. 다만 그 앎으로 남을 괴롭히려고도 말고, 세상을 어지럽히려고도 말고, 올바로 앎을 이용하라. 비싼 돈 들여 공부했으면 공익이 되는 생각을 하되, 쓸데없는 생각으로 곡학아세 하여 세상을 흔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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