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149- 나는 생각한다. 고로 잡념에 빠지지 않는다.

영광도서 0 460

살아 있는 존재는 모두 생각을 한다. 물론 미물이 되어 본 적은 없으니,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 되어 본 적은 없으니, 살아 있다고 하여 식물이나 곤충 또는 짐승과 인간이 같은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살아 있는 존재는 생각을 한다. 그러한 존재들 모두 항상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생각을 한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순간에도 생각을 한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제멋대로 생각을 한다. 다만 어떤 생각을 하는 순간에는 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생각을 하면, 제멋대로의 생각은 멈춘다는 뜻이다.

 

의도적으로 생각하여 불러온 생각들을 다시 분류하면 과거를 불러오면 회상,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나 경험한 적이 없는 생각을 불러오면 상상, 공상, 망상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생각들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위한 생각을 명상, 사색 또는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이라고 모두 같은 게 아니라 존재가 어떤 태도로 생각에 임하느냐에 따라 달리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든 저것이든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현상을 생각이라고 한다면 생각이 가장 넒은 의미라 할 수 있다. 나머지는 모두 생각의 하위분류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람은 잠을 자면서도 생각을 한다. 곧 꿈이다. 꿈은 잠을 자는 중이라 내 마음대로 조정을 할 수 있다. 하여 생각이 제멋대로 마구 떠오른다. 때문에 마구 떠올라서 생각과 생각이 겹치고 얽힌다. 물론 마구 떠오른다고 생각이 한꺼번에 겹쳐서 떠오르지는 않는다. 찰나 찰나에 또는 순간순간에 극히 짧든 다소 길든 한 가지밖에 생각을 못한다. 다만 생각이 아주 짧게 다투어 교대하기 때문에 마치 생각이 같은 줄기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꿈을 돌이켜 보라. 얼마나 꿈을 꾸면서 그것을 현실인 양 진지하게 생각하던가. 깨고 나면 말도 안 되는, 전혀 논리가 안 맞는 꿈들이 진지하게 하고 긴장하게 하고 놀라게 하고 설레게 하거나 환희에 젖게 하는지를.

 

이를테면 실제로 지난주에 꿈을 꾸었다. 바위를 사이에 두고 멧돼지와 맞닥뜨렸다. 바위 너머로 머리를 내민 멧돼지가 나에게 달려들 참이다. 놀란 나는 바위를 오르다 말고 맞선다. 부엌에 있던 큰 가위를 들고 멧돼지를 겨눈다. 얼른 멧돼지의 오른쪽 눈을 찌른다. 멧돼지가 괴로워한다. 나에게 달려들려 하지만 눈이 아파 괴로워하며 달려들려 애를 쓴다. 두렵다. 놀라서 바위에 매달려 있던 터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떤다.

 

꿈이었다. 아내가 나를 깨우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난 터였다. 깨고 나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려 한다. 그럼에도 부들부들 떤 이유를, 무슨 꿈을 꾸었는지 물었으나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곤 복권을 구입했다. 결과? 꽝이었다. 돼지꿈도 나름이다 싶었다.

 

자면서 생각하는 것들은 이처럼 두서가 없다. 한꺼번에 이 생각 저 생각이 줄을 잇는다. 마치 제대로 이어진 하나의 사건처럼 생각이 펼쳐진다. 때문에 논리에 맞지 않는다. 현실에선 말이 안 되는 일들이 마구 나타난다. 사람은 자면서도 생각, 깨어서도 생각, 가만있어도 생각, 걸으면서도 생각, 살아 있으니까 생각을 한다. 따라서 생각을 감독하지 않으면 생각은 제멋대로 줄을 잇는다. 생각의 양은 누구나 같을 수 있지만 생각의 질이 달라지는 이유이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으로 살아간다. 어떤 생각으로 사느냐가 그 사람의 질을 높이거나 낮추고, 그 사람을 만들어준다. 생각의 총량은 같을지라도 사람에 따라 생각의 질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생각을 조정하고 감독해야 할 이유이다. 생각을 조정하거나 감독하지 않으면 생각은 제멋대로 떠오르는데 이를 잡념이라고 한다. 잡다한 생각들이 마구 떠올라 살아 있음의 순간들을 비생산적으로 만든다. 이런 잡념의 결과들이 공상이며 망상이다. 이러한 공상과 망상은 때로 존재를 움직인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반면 생각을 지배하고자 한다면, 생각을 의식적으로 조정하고 감독하려 한다면 생각은 제멋대로가 아닌 내 의도대로 떠올릴 수 있다. 그 결과 나오는 생각들이 상상이거나 사색 또는 명상이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제멋대로 생각이 떠오르게 내버려두느냐에 따라 질을 가름한다. 맥 놓고 생각하면 비생산적인 생각, 쓸데없는 생각, 곧 잡념에 잠길 수밖에 없으니, 나의 생각은 점점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질 낮은 생각은 나를 질 낮은 언어와 행동을 하도록 이끈다. 곧 질 낮은 생각이 나를 지배하여 나를 질 낮은 존재로 만든다. 반면 사색하거나 명상을 하면 점점 질 높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질 높은 생각이 나를 움직여 질 높은 나를 만든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굳이 철학적인 차원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생각하는 존재인 나는 제멋대로 잡념에 빠질 것이냐, 아니면 의도대로 생각을 이끌 것이냐, 그것이 나의 삶을 가름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잡념에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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