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제71회 - " 인간의 대지 - 더불어 하나의 삶을 완성한다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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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21:58
나는 그들이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속내이야기를 엿듣기도 했다. 그 이야기는 주로 질병, 돈, 가정 내의 우환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 이야기들은 이 사람들이 스스로 갇혀 있는 음울한 감옥의 벽처럼 보였는데, 갑자기 이런 운명의 얼굴이 내 앞에도 나타나는 것 같았다. 여기 있는 내 동료와 늙은 관리들이여, 그 무엇도 당신을 결코 벗어나게 한 일이 없으며, 당신은 거기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다. 흰개미들이 그렇게 하듯이, 당신은 빛을 향해 나갈 수 있는 모든 좁은 틈들을 시멘트로 막아가며 당신의 평화를 이룩했다. 당신은 당신의 소시민적 안전 ? 淡? 당신의 진부한 일상 속에, 시골 생활의 그 숨 막히는 의례 속에 공처럼 몸을 웅크렸고, 당신은 바람과 조수와 별들을 막기 위한 이 초라한 성벽을 쌓아올렸다.
그대는 인생의 커다란 문제를 걱정하려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대는 인간으로서의 번뇌를 잊기가 꽤나 어려웠다. 그대는 떠도는 별의 주민이 아니며, 대답 없는 질문은 아예 던지지도 않는다. 요컨대 당신은 툴루즈의 한 소시민이다. 아직 여유가 있을 때에는 그 누구도 그대의 어깨를 붙잡지 않았다. 지금은 그대를 이루고 있는 진흙이 말라서 굳어졌기에 그대 영혼 안에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음악가, 시인, 천문학자를 그 누구도 애초에 깨울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폭풍우를 원망하지 않는다. 직업의 마술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두 시간 후면 그 세계에서 시커먼 용과, 푸른 번개의 꼬리들로 둘러싸인 산꼭대기와 맞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밤이 오면 자유의 몸이 되어 별들 가운데서 내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직업적인 세례식이 치러진 후에 비행이 시작된다. 이 비행들은 그다지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우리는 마치 직업적인 잠수부들처럼 우리 영역인 하늘의 깊은 곳으로 조용히 내려가는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하나의 역사적인 일이 성과를 얻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필요로 했던가?
역사는 중심에 선 인물만을 기억할 뿐 그를 따랐던 많은 민초들이나 이름 없는 병사들은 기록하지 않는다. 하나의 전쟁을 치르는데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참여했고 희생을 치루었던가. 하지만 사람들은 그 희생을 기억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그를 기억하는 것은 친지나 가까운 이들뿐이다.
그렇게 힘이 있는 사람들은 그 수많은 희생들을 밟고 자기들만의 역사를 이루었다. 우리는 이순신장군의 무공이나 그의 충성심을 잘 기억하고 배웠다. 하지만 그를 따라 전쟁을 하다 죽어간 아까운 생명들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다. 우리 역사의 인물, 권율이든, 을지문덕이든, 그 어느 명장이든 혼자만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가. 거기에는 이름 없이 스러져간 병사들이 수없이 많다.
이 소시민이나 민초들은 그저 일하는 개미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모든 영예는 여왕개미만이 누릴 뿐이다. 그리고 그 희생을 들어내지 않으려 힘이 있는 이들을 위한 성벽을 쌓고 이를 감추는 것이다.
이 세상의 주인공들은 거창하게 국가를 논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위선적인 정치인들만은 아니다. 오히려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이들 역시 각자의 삶의 주인공이며, 이 세상에 소중한 생명들이다.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웅이나 인물들이나 모두 일상의 이야기가 있고, 모두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배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단지 누가 더 뻔뻔하게 남을 많이 희생시키느냐가 큰 인물로 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희생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 자신의 삶을 완성한다.* -최복현-
그대는 인생의 커다란 문제를 걱정하려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대는 인간으로서의 번뇌를 잊기가 꽤나 어려웠다. 그대는 떠도는 별의 주민이 아니며, 대답 없는 질문은 아예 던지지도 않는다. 요컨대 당신은 툴루즈의 한 소시민이다. 아직 여유가 있을 때에는 그 누구도 그대의 어깨를 붙잡지 않았다. 지금은 그대를 이루고 있는 진흙이 말라서 굳어졌기에 그대 영혼 안에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음악가, 시인, 천문학자를 그 누구도 애초에 깨울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폭풍우를 원망하지 않는다. 직업의 마술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두 시간 후면 그 세계에서 시커먼 용과, 푸른 번개의 꼬리들로 둘러싸인 산꼭대기와 맞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밤이 오면 자유의 몸이 되어 별들 가운데서 내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직업적인 세례식이 치러진 후에 비행이 시작된다. 이 비행들은 그다지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우리는 마치 직업적인 잠수부들처럼 우리 영역인 하늘의 깊은 곳으로 조용히 내려가는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하나의 역사적인 일이 성과를 얻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필요로 했던가?
역사는 중심에 선 인물만을 기억할 뿐 그를 따랐던 많은 민초들이나 이름 없는 병사들은 기록하지 않는다. 하나의 전쟁을 치르는데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참여했고 희생을 치루었던가. 하지만 사람들은 그 희생을 기억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그를 기억하는 것은 친지나 가까운 이들뿐이다.
그렇게 힘이 있는 사람들은 그 수많은 희생들을 밟고 자기들만의 역사를 이루었다. 우리는 이순신장군의 무공이나 그의 충성심을 잘 기억하고 배웠다. 하지만 그를 따라 전쟁을 하다 죽어간 아까운 생명들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다. 우리 역사의 인물, 권율이든, 을지문덕이든, 그 어느 명장이든 혼자만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가. 거기에는 이름 없이 스러져간 병사들이 수없이 많다.
이 소시민이나 민초들은 그저 일하는 개미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모든 영예는 여왕개미만이 누릴 뿐이다. 그리고 그 희생을 들어내지 않으려 힘이 있는 이들을 위한 성벽을 쌓고 이를 감추는 것이다.
이 세상의 주인공들은 거창하게 국가를 논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위선적인 정치인들만은 아니다. 오히려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이들 역시 각자의 삶의 주인공이며, 이 세상에 소중한 생명들이다.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웅이나 인물들이나 모두 일상의 이야기가 있고, 모두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배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단지 누가 더 뻔뻔하게 남을 많이 희생시키느냐가 큰 인물로 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희생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 자신의 삶을 완성한다.* -최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