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제73회 - " 인간의 대지 - 이정표 없는 삶의 길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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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21:58
그러나 우리는 도착지 비행장으로부터 두 시간 거리의 하늘에서 불빛을 발견하고, 이제는 멀어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기적에 의지하는 비행을 경험했다.
메르모즈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처음 수상기로 남대서양을 횡단했을 때, 그는 해질 무렵에 포토느와르 지방에 이르렀다. 그는 정면에 마치 벽이 세워지는 것처럼 태풍의 꼬리들이 빽빽하게 모여드는 것을 보았는데, 잠시 후 이런 태풍들 위에 밤의 장막이 내려앉아 그것들을 감추어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 구름 밑으로 잠입했을 때 그는 환상적인 왕국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거기에는 바닷물이 한 신전의 기둥처럼 첩첩이 쌓여 세워져 있었는데, 맨 꼭대기는 부풀어 올라 폭풍우의 시커멓고 낮은 천장을 그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었다. 그 천장의 찢어진 틈 사이로 빛줄기가 내리고 있었고, 보름달이 기둥 사이를 비집고 얼굴을 드러내 바다의 차디찬 표면을 그 빛줄기가 비치고 있었다.
메르모즈는 바다 신전에서 흘러나오는 달빛을 길잡이로 삼아, 바다가 온 힘을 다하여 끌어올린 거대한 물기둥을 뚫으며 네 시간 동안이나 신전의 출입구를 향해 힘겨운 비행을 했다. 하지만 그 광경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메르모즈는 포토느와르를 지나치고 나서야 비로소 그동안 공포를 느끼지 않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 역시 현실 세계의 가장자리를 넘나드는 그 시간들 중에서 하나를 기억하고 있다. 그날은 사하라 기항지 관제탑에서 보내주는 무전 방향의 측정 위치가 줄곧 틀리는 바람에 통신기사 네리와 나는 밤새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안개가 뚫린 저 밑의 틈에서 물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갑자기 해안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을 때, 나는 몇 시간 동안이나 깊은 바다를 향하여 비행했는지조차 기억 나질 않았다.
우리는 해안에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연료가 떨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일단 해안까지 닿는다 해도 우리는 기항지를 다시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 그때는 달이 질 무렵이었다. 이미 각도 정보가 사라진 지 오래여서 우리는 점점 장님이 되어갔다. 달빛은 마치 꺼져가는 장작불처럼, 눈보라 같은 자욱한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후부터 우리 머리 위에 하늘이 구름에 가려졌고, 우리는 모든 빛과 모든 기체들이 비어버린 구름과 안개 사이를 비행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이정표가 없는 산에서 길을 잃기는 더욱 쉽다. 도시에는 각종 건물들이 있고, 간판이 내걸려 있어서 길을 찾는 정보가 되지만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은 산 속에서 아무런 불빛도 없다면 그야말로 미아와 같이 되어 버린다.
모든 식물들이 모두 닮은꼴이고 차이가 나지 않는 산 속에서 길을 찾기란 너무나 어렵다. 망망대해에서 계기판이 고장 나고, 방향을 알 수 있는 도구도 없다면 방향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늘도 마찬가지이다.
하늘이란 깊은 심연의 바다 속을 항해하는 것과 같다. 별을 보고 방향을 잡기도 하지만 구름 속을 그나들며 별조차도 볼 수 없는 상황이면 하늘 그 자체는 더 무서운 세상이 되고 만다. 인간은 누구나 땅의 면적을 많이 접하고 있을 때일수록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한발만 땅에 닿는 것보다는 두발로 서는 것이 안전하고, 네발로 있으면 더 안정감이 있고, 등을 대고 아예 누워버리면 더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다.
그런데 하늘에 떠 있는 동안 온통 어두움뿐이면, 불빛 하나 발견할 수 없는 하늘이라면 모든 것이 정지된 기분이다. 연료마저 떨어져 가면 아래가 어디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지를 찾아 내려간다는 것이 더욱 두렵다. 아래를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다.
*우리는 아래가 어디인지 모르는 두려움을 앓고 있는 삶의 조종사들이다.* -최복현-
메르모즈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처음 수상기로 남대서양을 횡단했을 때, 그는 해질 무렵에 포토느와르 지방에 이르렀다. 그는 정면에 마치 벽이 세워지는 것처럼 태풍의 꼬리들이 빽빽하게 모여드는 것을 보았는데, 잠시 후 이런 태풍들 위에 밤의 장막이 내려앉아 그것들을 감추어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 구름 밑으로 잠입했을 때 그는 환상적인 왕국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거기에는 바닷물이 한 신전의 기둥처럼 첩첩이 쌓여 세워져 있었는데, 맨 꼭대기는 부풀어 올라 폭풍우의 시커멓고 낮은 천장을 그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었다. 그 천장의 찢어진 틈 사이로 빛줄기가 내리고 있었고, 보름달이 기둥 사이를 비집고 얼굴을 드러내 바다의 차디찬 표면을 그 빛줄기가 비치고 있었다.
메르모즈는 바다 신전에서 흘러나오는 달빛을 길잡이로 삼아, 바다가 온 힘을 다하여 끌어올린 거대한 물기둥을 뚫으며 네 시간 동안이나 신전의 출입구를 향해 힘겨운 비행을 했다. 하지만 그 광경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메르모즈는 포토느와르를 지나치고 나서야 비로소 그동안 공포를 느끼지 않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 역시 현실 세계의 가장자리를 넘나드는 그 시간들 중에서 하나를 기억하고 있다. 그날은 사하라 기항지 관제탑에서 보내주는 무전 방향의 측정 위치가 줄곧 틀리는 바람에 통신기사 네리와 나는 밤새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안개가 뚫린 저 밑의 틈에서 물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갑자기 해안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을 때, 나는 몇 시간 동안이나 깊은 바다를 향하여 비행했는지조차 기억 나질 않았다.
우리는 해안에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연료가 떨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일단 해안까지 닿는다 해도 우리는 기항지를 다시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 그때는 달이 질 무렵이었다. 이미 각도 정보가 사라진 지 오래여서 우리는 점점 장님이 되어갔다. 달빛은 마치 꺼져가는 장작불처럼, 눈보라 같은 자욱한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후부터 우리 머리 위에 하늘이 구름에 가려졌고, 우리는 모든 빛과 모든 기체들이 비어버린 구름과 안개 사이를 비행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이정표가 없는 산에서 길을 잃기는 더욱 쉽다. 도시에는 각종 건물들이 있고, 간판이 내걸려 있어서 길을 찾는 정보가 되지만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은 산 속에서 아무런 불빛도 없다면 그야말로 미아와 같이 되어 버린다.
모든 식물들이 모두 닮은꼴이고 차이가 나지 않는 산 속에서 길을 찾기란 너무나 어렵다. 망망대해에서 계기판이 고장 나고, 방향을 알 수 있는 도구도 없다면 방향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늘도 마찬가지이다.
하늘이란 깊은 심연의 바다 속을 항해하는 것과 같다. 별을 보고 방향을 잡기도 하지만 구름 속을 그나들며 별조차도 볼 수 없는 상황이면 하늘 그 자체는 더 무서운 세상이 되고 만다. 인간은 누구나 땅의 면적을 많이 접하고 있을 때일수록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한발만 땅에 닿는 것보다는 두발로 서는 것이 안전하고, 네발로 있으면 더 안정감이 있고, 등을 대고 아예 누워버리면 더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다.
그런데 하늘에 떠 있는 동안 온통 어두움뿐이면, 불빛 하나 발견할 수 없는 하늘이라면 모든 것이 정지된 기분이다. 연료마저 떨어져 가면 아래가 어디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지를 찾아 내려간다는 것이 더욱 두렵다. 아래를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다.
*우리는 아래가 어디인지 모르는 두려움을 앓고 있는 삶의 조종사들이다.* -최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