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74회 - " 인간의 대지 - 마음의 별을 찾아라. "

영광도서 0 480
우리에게 응답하던 기항지 비행장들도 우리에게 정보를 보내는 것을 단념했다.

'위치 통보 없음. 위치 통보 없음.’

우리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들리고 있기 때문에 결국엔 어느 곳에서도 들려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우리가 단념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전방 좌측에서 빛나는 점 하나가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복받치는 기쁨에 네리는 나를 향해 몸을 숙인 채 노래를 불렀다. 그것은 기항지 비행장의 관제등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사하라는 밤이면 모든 빛을 잃고 하나의 거대한 죽음의 지역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불빛은 잠시 반짝거리다가 꺼지고 말았다. 우리는 안개층과 구름 사이의 지평선에서, 단 몇 분 동안 스러지기 직전에 보였던 그 별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다른 불빛들이 하나둘 깨어나는 것을 보게 된 우리는, 그럴 때마다 작은 희망을 품고 그 별들 하나하나를 향하여 차례로 기수를 돌렸다. 그 불빛이 오랫동안 빛을 발하면 우리는 목숨을 내건 실험을 시도했다.

"불 보임. 당신네 관제등을 세 번 껐다 켰다 하시오.”

네리는 시스네로스 기항지 비행장에 이렇게 요청했다. 시스네로스 비행장은 관제등을 껐다 켰다 했지만,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던 그 청명한 빛은 더 이상 깜박거리지 않았다.

연료가 떨어져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번 금빛 유혹에 걸려들곤 했는데, 그것은 그때마다 기항지의 진짜 불빛과 생명의 구원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또 별을 바꿔야만 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손이 미치지 않는 수백 개의 별 가운데서 오직 하나뿐인 진정한 별, 우리의 별, 홀로 익숙한 우리들의 풍경, 우리들의 친근한 집과 우리들의 애정을 지니고 있는 그 별을 찾아 우주 공간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

이번에는 나만의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던 그 별에 대해, 내 앞에 드러냈던 그 모습에 대해 당신에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당신에게는 어쩌면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위험의 한가운데 놓여 있었지만 나는 인간이었기에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다. 만일 우리가 시스네로스 비행장을 다시 찾아내기만 한다면, 일단 연료를 가득 채워 넣고 여행을 계속하여, 상쾌한 이른 아침 무렵에는 카사블랑카에 착륙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일을 마치면 네리와 나는 시내로 들어갈 것이다. 새벽녘에 문을 여는 작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간밤의 고통을 웃음으로 날려 버리며, 따끈한 크루아상과 밀크커피를 앞에 놓고 식사를 할 것이다. 네리와 나는 이 생명의 시작인 아침을 선물로 받을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도시에는 불빛들이 많아서 뱔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아이들은 커다란 별 북극성은 알고, 북두칠성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우유빛 강을 이루고 하늘을 흐르는 은하수와 어쩌다 긴 꼬리를 남기며 어디론가 멀리 휙하고 사라지는 별똥별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그러면서 자기 지식 안에서, 자기 시야 안에 있는 세상만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간다.

하늘을 여행하는, 아니 비행을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는 하늘은 생명을 건 일터이다. 그 하늘을 상대로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하늘의 별 밖에는 알지 못한다. 이들에게 하늘에 별은 가야할 행로를 알려주는 하늘의 이정표이다. 막막한 산속, 이정표도 없는 산속에서 길을 잃고나면 난감한 상황에 빠지듯이, 더구나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도 없는 곳에 있으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당황하듯이, 밤하늘에서도 가끔 이정표가 사라지는 날이 있다. 폭풍우가 몰려오고 먹구름이 뒤덮고 나면 이정표인 별은 사라진다.

그런 난감한 상황에서 조종사는 또 다른 별을 찾아내야 한다. 그 별은 다름 아닌 지상에서 반짝거리는 불빛이다. 그 어느 별빛보다 반가운 것은 관제탑에 반짝거리는 별인 것이다. 이렇게 별은 길을 잃는 사람에게 이정표이며, 생명이다. 비행사는 지상의 별과 하늘의 별을 모두 느끼듯이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어디에 가든 별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별은 노동자의 별, 공무원의 별, 교육자의 별, 모든 별들이다. 우리는 별이 될만한 삶의 이정표를 찾아야하고, 누군가의 별이 되어 살아야한다.


*우리는 어딘가에 항상 삶을 살아가면서 삶의 이정표를 찾아야하고,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어야한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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