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75회 - " 인간의 대지 - 신을 만나는 지혜 "

영광도서 0 538
늙은 농사꾼 아낙은 그림 형상이나 소박한 메달이나 묵주를 통해서만 자기의 신을 만난다. 우리는 단순한 언어로만 말해야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삶의 기쁨은 나에게 있어서는 이 향기롭고 따끈한 첫 모금에, 이 우유와 커피와 밀의 혼합에 모이는 것이었으니, 그것을 통해 사람들은 조용한 목장과 이국의 대농원과 그 수확물들에 정신적인 유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온 대지와 사귈 수 있게 된다. 그토록 많은 별들 중에서 우리의 손이 자기에게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벽 식사의 이 향기로운 사발을 만들어주는 별은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었다. !

하지만 넘나들 수 없는 거리들이 우리 비행기와 사람들이 사는 이 대지 사이에 자꾸 겹쳐진다. 세상의 모든 재물들은 성좌들 사이에 길을 잃은 먼지 한 톨에 머물렀다. 그리고 점성가 네리는 그 먼지 한 톨을 알아내려고 별들에게 간절히 기원했다.

그의 주먹이 갑자기 내 어깨에 부딪쳤다. 그가 툭 치면서 건넨 종이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모든 일이 잘되고 있습니다. 지금 희망적인 메시지를 받고 있거든요.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가 우리를 곤경에서 구해 줄 대여섯 마디의 글을 마저 기록해 주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우리는 하늘의 선물을 받았다. 그 전문은 우리가 전날 저녁에 떠났던 카사블랑카에서 보내진 것이었다. 2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바다 위 구름과 안개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우리에게 그 전문이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카사블랑카 비행장 대표가 보낸 전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생텍쥐페리 씨, 나는 파리 측에 당신의 징계를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카사블랑카에서 이륙할 때 격납고에 너무 가깝게 선회했습니다.’

내가 격납고에 너무 가깝게 선회한 것은 사실이었다. 또한 이 사람이 화를 내면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만약 공항 사무실에서 이런 질책을 받았더라면 나는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찾아와서는 안 될 곳으로 우리를 찾아왔던 것이다. 그 질책은 드문드문 떠 있는 별들 사이에서, 안개의 흐름과 바다의 위협을 받고 있는 한가운데에서 폭발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의 운명을 비롯해 우편물과 우리 비행기의 운명을 양손에 쥔 채 어떻게든 살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우리에게 그 하찮은 앙심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네리와 나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갑작스런 큰 기쁨을 느꼈다. 여기서는 우리가 주인이었다. 그는 우리로 하여금 이 사실을 발견하게끔 해주었다. 그러니까 그 하사는 우리들의 조종간에서는 우리가 대위로 승진한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그가 우리의 그런 꿈을 방해한 것이었다. 당시 우리는 북두칠성과 사수자리까지 수백 걸음씩을 오가고 있었기에 저 달이 우리를 배신할까봐 그것만이 걱정되었는데, 그런 순간에 그는 우리의 꿈을 방해한 것이다.

인간의 존재를 보여주는 별의 의무는 우리가 천체 사이에서 하는 계산을 위해 정확한 수치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수치는 틀린 것이었다. 그 밖의 일에 대해 당분간 이 별은 침묵만 지키면 되었다. 네리는 나에게 이런 말을 써서 보여주었다.

'이런 하찮은 일 대신 그들이 우리를 어디에든 데려다 준다면 좋을 텐데요….'

그에게 있어서 ‘그들’은 지구의 모든 인간들, 그들의 민의원, 원로원, 해군, 육군, 황제 모두를 포함했다. 그래서 우리와 해결할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의 전언을 다시 읽으며, 우리는 수성 가까이로 선회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는 존재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마음의 문제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신을 만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신을 모신 교회당 안에서도, 부처를 모신 대웅전 안에서도, 그럴듯한 고목이 지키고 선 서낭당 아래서도 신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애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실체로 보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형상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순수한 사람만이 신을 만날 수 있는 것이지, 순수를 가장한 사람이 신을 만날 수는 없다. 신은 믿는 사람에 따라 나무 밑에도 있고, 바위 위일 수도 있으며, 자신이 아끼는 어떤 부적같은 것에도 있을 수 있다. 신은 나의 가장 순수한 순간에 가장 순수하게 생각하는 시간에 순수한 열? 품?미치는 때면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존재한다. 신을 부르는 것, 신을 만나는 것은 내 마음에 달려있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아간다. 잠시 후에 사형을 집행당할 사람에게 절도죄를 묻는다면, 주거침입죄를 따진다면, 그는 정신병자이다. 작은 것들이 모여서 큰 것을 이루는 것은 진리이지만, 일단 커질 대로 커진 것을 작은 것으로 문제를 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닫지 못한다. 이렇게 우리는 어리석은 존재이지만 늘 현명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우리 삶이 그저 통곱장난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고 허망해 한다. 그것이 우리 삶이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보이는 것은 우리 시야 안에 있어서 범위가 넓지 않다. 하지만 마음으로 보는 것은 제한이 없어서 그 크기는 각자의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자기만의 크? 綬?갖는다.


*나는 내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가장 어리석은 면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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