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지금, 왜 에너지인가!
“승용차를 버려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 …… 그러면 실업자도, 거지도 없어지고 자연환경은 더 이상 파괴되지 않고 쓰레기도 사라진다. …… 지금 내가 타고 가는 승용차 기름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사람들의 목숨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고 느낀다면 평화의 길은 멀지 않을 것이다.” 작가 권정생은 살아생전 에너지 문제가 경제, 환경, 패권주의, 전쟁과 평화의 바탕에 있음을 통찰력 있는 글로 표현했다.
새해 벽두부터 전력 사용량이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원자재와 석유, 식량 가격도 끝 간 데 없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부가 전력 수급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한국은 석유 소비에서 세계 7위이고 세계 4위 석유 수입국이다. 에너지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의 문제이다. 21세기 들어 빈곤과 인구 문제, 식량과 물 부족, 금융 위기 등 전 지구적인 도전과 위협에 직면하여 에너지의 중요성은 하루가 다르게 부각되고 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 책의 지은이 바츨라프 스밀은 앞날을 성급하게 예측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류가 에너지와 함께 해 온 역사,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를 대량으로 사용하게 된 근대사회의 에너지 이용과 세계적 확산, 현대사회의 일상적 삶과 이어져 있는 에너지 이용, 미래의 에너지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에너지? 글쎄요!
나는 전통문화에 따라 고등교육을 받고 상당히 열정적으로 과학자들의 무교양에 불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모임에 여러 차례 참석해 왔다. 나는 한두 번 정도 격분해서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 가운데 열역학 제2법칙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지 물어 봤다. 반응은 차가웠고 부정적이기까지 했다. 내가 물어 본 것은 “당신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있습니까?”에 버금갈 만큼 상식적인 과학에 관한 질문일 뿐이었다. ― 찰스 스노(1959년)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작가인 찰스 스노는 일찍이 에너지 상식에 관한 대중의 무지를 포착했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일지라도 에너지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토로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 우리 생활에서 이렇게나 중요함에도 사실 대다수 사람들은 에너지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가 에너지를 정의한 이래, 데이비드 흄, 뉴턴, 와트, 제임스 줄을 거쳐, 엔트로피라는 말을 만들고 열역학 제2법칙을 공식화한 독일의 이론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에 이르기까지, 에너지는 정확한 정의보다는 사실상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통용된 경우가 많다.
옮긴이 윤순진 교수도 《에너지란 무엇인가》를 번역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과 계획’이란 과목을 열고 있는데, 학생들 대부분이 에너지란 용어 자체에는 익숙하지만 에너지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여 보다 총체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과 공학의 기초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그 만큼 에너지 정책과 환경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통합적인 접근과 에너지의 정치경제학
유독 21세기 들어 정부와 기업은 앞 다투어 정책과 상품 마케팅의 아이콘으로 에너지를 등장시켰고, 신문과 방송도 굵직한 기획물이나 환경 다큐멘터리를 양산하면서 ‘에너지 신드롬’에 편승하기도 했다.
본질은 어쩌면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을 강조하는 녹색의 문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와 절약뿐 아니라 사회적 생산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산업구조와 대량생산 체제, 나아가 역사 문화적 경험과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 지구적인 에너지 생산과 수송, 국제관계와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지역 간 계급 간 ‘에너지 불평등’의 문제도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런 문제는 사실 개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에너지에 무관심하고 무지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적 측면에서 나온다. 즉, 에너지의 생산과 유통, 소비, 폐기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에너지 가격이나 에너지의 생산지와 소비지의 이원화, 에너지에 대한 교양 교육의 부족 등을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에서 에너지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이해를 기초로 인식과 행위를 변화시켜 나감과 동시에 이러한 개인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적인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화석연료와 에너지의 미래
이 책의 지은이 바츨라프 스밀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공학을 통합하여 에너지와 지구환경학 분야에 두드러진 성과를 낸 대학자일 뿐 아니라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정책 자문 등으로 주목 받는 사상가이다. 이런 폭넓은 지식과 통찰력으로 ‘에너지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던지고 독자들을 차근차근 안내한다. 흔히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해되고 있는 에너지가 어떤 다양한 형상을 띠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에너지원에 따라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물리학과 지구과학, 생물학, 화학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에너지의 자연과학적 측면을 깊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자연과학의 경계를 넘어 인류 역사의 시간 축을 따라 일상적인 삶의 영역 안에서 어떤 에너지가 어떻게 이용되어 왔는지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스밀은 에너지라는 용어가 어떻게 잘못 이해되고 있는지, 에너지와 우리 일상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러한 인간의 에너지 이용이 어떠한 역사적 경로를 밟아서 이루어져 왔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에너지의 형태를 크게 열(열에너지), 운동(운동 또는 기계적 에너지), 빛(전자기 에너지), 연료와 식료품의 화학에너지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에서부터 수력, 풍력, 태양, 바이오매스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전환의 원리와 효율을 비교해 보여 준다. 그리고 음식물 섭취에서부터 가전제품과 자동차, 갖가지 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에너지 비용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일상생활 속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한 눈에 보여 준다.
국가별·지역별 에너지 사용량과 경제성장률을 다각도로 비교하여 에너지 수요와 경제성장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높은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해 꼭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점도 강조한다. 또 수소는 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 전달자일 뿐이며 이러한 수소를 근간으로 한 수소 경제는 결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사실과 요즘 유행처럼 진행되고 있는 탄소 포집 및 저장 또한 얼마나 한계가 많은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줄이기 위해 바다에 철을 뿌려서 이산화탄소의 용해를 높이는 일이 얼마나 부모하고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인지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안적인 접근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걱정스럽게도, 심각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화석연료 고갈을 눈앞에 두고 있다지만 인류는 당분간 화석연료를 계속 태우게 될 것이다. 방생한 온실기체를 흡수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핵에너지를 소생시킬 수도 있으며, 태양, 바람, 물을 비롯한 재생가능 에너지를 점점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대규모로 상업적으로 채택하기에는 아직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어떤 것도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모두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들을 제각기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오늘날 떠오르는 에너지 쟁점에 관해 대체로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는 바로 인류 역사와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한 다음과 같은 믿음이다. “역사는 인류의 일련의 독창성이 멈출 것 같지 않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가진 지식과 자원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도전은 감당할 만한 것이다. 진화적이고 역사적인 증거를 보면 인류가 변화를 다루는 데 특별하게 적응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창의성과 발명, 혁신의 과거 기록이 또 다른 꽤 획기적인 에너지 전환이 다음 몇 세대 안에 순조롭게 일어날 것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우리가 성공할 가능성이 절반보다는 훨씬 더 높아 내기를 거는 데 좋은 기초가 된다.”
▣ 작가 소개
저자 바츨라프 스밀 Vaclav Smil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환경지리학과 교수. 캐나다 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 1943년 체코에서 태어나 프라하 카를로바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너지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역사, 공공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연구와 강의를 해 오고 있으며 유럽연합을 포함한 국제기구의 정책 자문을 맡았다. 2010년 11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발표한 ‘지구적 사상가 100명’에 선정되었다. Energy Myths and Realitie(2010), Why America is Not a New Rome(2010), Energy at the Crossroads(2005,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 창비, 2008), Feeding the World(2000) 등 학술서와 대중교양서 30여 권을 펴냈다.
역자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델라웨어대학교에서 도시 문제와 공공정책학 석사학위,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풀뿌리 시민단체 ‘에너지전환’ 대표와 한국환경사회학회 총무이사, 한국정책학회 이사,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눈으로 보는 환경사회학》(창비, 2004), 《한국의 전통생태학》 1·2 (사이언스북스, 2004·2008), 《지속가능한 사회 이야기》(법문사, 2008), 《중학교 환경교과서》(금성출판사, 2010)를 함께 집필했고, 《생태 논의의 최전선》(필맥, 2009)을 함께 번역했다.
▣ 주요 목차
1장 우리 마음속의 에너지
2장 자연은 어떻게 작동하나
3장 인류 역사와 에너지
4장 화석연료 문명
5장 일상생활과 에너지
6장 미래의 에너지
옮긴이 후기
그림·표 차례
찾아보기
지금, 왜 에너지인가!
“승용차를 버려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 …… 그러면 실업자도, 거지도 없어지고 자연환경은 더 이상 파괴되지 않고 쓰레기도 사라진다. …… 지금 내가 타고 가는 승용차 기름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사람들의 목숨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고 느낀다면 평화의 길은 멀지 않을 것이다.” 작가 권정생은 살아생전 에너지 문제가 경제, 환경, 패권주의, 전쟁과 평화의 바탕에 있음을 통찰력 있는 글로 표현했다.
새해 벽두부터 전력 사용량이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원자재와 석유, 식량 가격도 끝 간 데 없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부가 전력 수급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한국은 석유 소비에서 세계 7위이고 세계 4위 석유 수입국이다. 에너지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의 문제이다. 21세기 들어 빈곤과 인구 문제, 식량과 물 부족, 금융 위기 등 전 지구적인 도전과 위협에 직면하여 에너지의 중요성은 하루가 다르게 부각되고 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 책의 지은이 바츨라프 스밀은 앞날을 성급하게 예측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류가 에너지와 함께 해 온 역사,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를 대량으로 사용하게 된 근대사회의 에너지 이용과 세계적 확산, 현대사회의 일상적 삶과 이어져 있는 에너지 이용, 미래의 에너지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에너지? 글쎄요!
나는 전통문화에 따라 고등교육을 받고 상당히 열정적으로 과학자들의 무교양에 불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모임에 여러 차례 참석해 왔다. 나는 한두 번 정도 격분해서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 가운데 열역학 제2법칙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지 물어 봤다. 반응은 차가웠고 부정적이기까지 했다. 내가 물어 본 것은 “당신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있습니까?”에 버금갈 만큼 상식적인 과학에 관한 질문일 뿐이었다. ― 찰스 스노(1959년)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작가인 찰스 스노는 일찍이 에너지 상식에 관한 대중의 무지를 포착했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일지라도 에너지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토로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 우리 생활에서 이렇게나 중요함에도 사실 대다수 사람들은 에너지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가 에너지를 정의한 이래, 데이비드 흄, 뉴턴, 와트, 제임스 줄을 거쳐, 엔트로피라는 말을 만들고 열역학 제2법칙을 공식화한 독일의 이론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에 이르기까지, 에너지는 정확한 정의보다는 사실상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통용된 경우가 많다.
옮긴이 윤순진 교수도 《에너지란 무엇인가》를 번역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과 계획’이란 과목을 열고 있는데, 학생들 대부분이 에너지란 용어 자체에는 익숙하지만 에너지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여 보다 총체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과 공학의 기초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그 만큼 에너지 정책과 환경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통합적인 접근과 에너지의 정치경제학
유독 21세기 들어 정부와 기업은 앞 다투어 정책과 상품 마케팅의 아이콘으로 에너지를 등장시켰고, 신문과 방송도 굵직한 기획물이나 환경 다큐멘터리를 양산하면서 ‘에너지 신드롬’에 편승하기도 했다.
본질은 어쩌면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을 강조하는 녹색의 문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와 절약뿐 아니라 사회적 생산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산업구조와 대량생산 체제, 나아가 역사 문화적 경험과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 지구적인 에너지 생산과 수송, 국제관계와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지역 간 계급 간 ‘에너지 불평등’의 문제도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런 문제는 사실 개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에너지에 무관심하고 무지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적 측면에서 나온다. 즉, 에너지의 생산과 유통, 소비, 폐기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에너지 가격이나 에너지의 생산지와 소비지의 이원화, 에너지에 대한 교양 교육의 부족 등을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에서 에너지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이해를 기초로 인식과 행위를 변화시켜 나감과 동시에 이러한 개인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적인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화석연료와 에너지의 미래
이 책의 지은이 바츨라프 스밀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공학을 통합하여 에너지와 지구환경학 분야에 두드러진 성과를 낸 대학자일 뿐 아니라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정책 자문 등으로 주목 받는 사상가이다. 이런 폭넓은 지식과 통찰력으로 ‘에너지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던지고 독자들을 차근차근 안내한다. 흔히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해되고 있는 에너지가 어떤 다양한 형상을 띠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에너지원에 따라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물리학과 지구과학, 생물학, 화학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에너지의 자연과학적 측면을 깊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자연과학의 경계를 넘어 인류 역사의 시간 축을 따라 일상적인 삶의 영역 안에서 어떤 에너지가 어떻게 이용되어 왔는지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스밀은 에너지라는 용어가 어떻게 잘못 이해되고 있는지, 에너지와 우리 일상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러한 인간의 에너지 이용이 어떠한 역사적 경로를 밟아서 이루어져 왔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에너지의 형태를 크게 열(열에너지), 운동(운동 또는 기계적 에너지), 빛(전자기 에너지), 연료와 식료품의 화학에너지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에서부터 수력, 풍력, 태양, 바이오매스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전환의 원리와 효율을 비교해 보여 준다. 그리고 음식물 섭취에서부터 가전제품과 자동차, 갖가지 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에너지 비용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일상생활 속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한 눈에 보여 준다.
국가별·지역별 에너지 사용량과 경제성장률을 다각도로 비교하여 에너지 수요와 경제성장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높은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해 꼭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점도 강조한다. 또 수소는 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 전달자일 뿐이며 이러한 수소를 근간으로 한 수소 경제는 결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사실과 요즘 유행처럼 진행되고 있는 탄소 포집 및 저장 또한 얼마나 한계가 많은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줄이기 위해 바다에 철을 뿌려서 이산화탄소의 용해를 높이는 일이 얼마나 부모하고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인지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안적인 접근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걱정스럽게도, 심각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화석연료 고갈을 눈앞에 두고 있다지만 인류는 당분간 화석연료를 계속 태우게 될 것이다. 방생한 온실기체를 흡수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핵에너지를 소생시킬 수도 있으며, 태양, 바람, 물을 비롯한 재생가능 에너지를 점점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대규모로 상업적으로 채택하기에는 아직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어떤 것도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모두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들을 제각기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오늘날 떠오르는 에너지 쟁점에 관해 대체로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는 바로 인류 역사와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한 다음과 같은 믿음이다. “역사는 인류의 일련의 독창성이 멈출 것 같지 않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가진 지식과 자원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도전은 감당할 만한 것이다. 진화적이고 역사적인 증거를 보면 인류가 변화를 다루는 데 특별하게 적응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창의성과 발명, 혁신의 과거 기록이 또 다른 꽤 획기적인 에너지 전환이 다음 몇 세대 안에 순조롭게 일어날 것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우리가 성공할 가능성이 절반보다는 훨씬 더 높아 내기를 거는 데 좋은 기초가 된다.”
▣ 작가 소개
저자 바츨라프 스밀 Vaclav Smil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환경지리학과 교수. 캐나다 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 1943년 체코에서 태어나 프라하 카를로바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너지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역사, 공공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연구와 강의를 해 오고 있으며 유럽연합을 포함한 국제기구의 정책 자문을 맡았다. 2010년 11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발표한 ‘지구적 사상가 100명’에 선정되었다. Energy Myths and Realitie(2010), Why America is Not a New Rome(2010), Energy at the Crossroads(2005,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 창비, 2008), Feeding the World(2000) 등 학술서와 대중교양서 30여 권을 펴냈다.
역자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델라웨어대학교에서 도시 문제와 공공정책학 석사학위,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풀뿌리 시민단체 ‘에너지전환’ 대표와 한국환경사회학회 총무이사, 한국정책학회 이사,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눈으로 보는 환경사회학》(창비, 2004), 《한국의 전통생태학》 1·2 (사이언스북스, 2004·2008), 《지속가능한 사회 이야기》(법문사, 2008), 《중학교 환경교과서》(금성출판사, 2010)를 함께 집필했고, 《생태 논의의 최전선》(필맥, 2009)을 함께 번역했다.
▣ 주요 목차
1장 우리 마음속의 에너지
2장 자연은 어떻게 작동하나
3장 인류 역사와 에너지
4장 화석연료 문명
5장 일상생활과 에너지
6장 미래의 에너지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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