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마음의 국경을 넘어 만나는 이주민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나의 미누 삼촌』은 지금 여기 한국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우리 안의 이웃’이 된 이주민에게 일어난 일을 담고 있습니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일하며 이주민의 인권 문제를 오랫동안 직시해 온 이란주 저자는 현장에서 만난 실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어린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소개합니다.
이주민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고, 오늘날 매해 이주 노동자 5만 명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주민을 바라보는 비틀어진 시선과 부당한 대우는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도리어 난민 문제를 비롯해 이주민을 향한 차별과 혐오의 정서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주민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곤 합니다.
마음의 벽을 넘어서는 데 필요한 첫걸음은 ‘공감’입니다. 공감하려면 먼저 상대방을 어떤 편견도 없이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이주민들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아내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가만히 귀 기울여 보세요. 이방인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나의 이웃이자 다정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어서 오세요, 친구들. 뚜벅뚜벅 걸어와 곁에 서 주세요.”
“진짜 내 이야기를 들어 줄래요?”
누구나가 되지 못한 누군가
지금 여기의 이주민 이야기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로 존엄성을 지키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 낸 약속을 ‘인권’이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는 당연히 인권을 누려야 할 ‘누구나’가 되지 못한 ‘누군가’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에게도 인권이 있나요? 허가받은 체류 기간이 지난 미등록 이주민의 인권도 보호해야 할까요? 피부색,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면 인권도 다른 거 아닌가요? 국민의 인권과 이주민의 인권은 똑같이 중요한가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데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을 어떻게 다루나요? 이 질문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_‘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에서
이미 우리 사회 속에 오랫동안 깊숙이 자리 잡았음에도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허가받은 체류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이주민의 인권은 함부로 다루어지곤 한다. 너무도 쉽게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마는 이주민들은 실제로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책을 쓴 이란주 저자는 오랜 시간 이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연대하며, 이들의 인권을 위해 애써 왔다. 이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보며 평등과 공존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고, 이주민들이 불친절한 세상에 맞서는 모습을 보고 용기와 지혜를 얻었다. 이를 어린이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자신이 만난 실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
여기 소개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제가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분들이죠. 그 노력에 빚져 우리 사회는 조금씩 인권을 배우며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_‘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에서
『나의 미누 삼촌』은 이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냄으로써 어린이 독자들이 직면하기 쉽지 않은 이주민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하고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한다. 타자가 겪는 어려움이나 고통에 대해 상상하는 일은 편견의 벽을 허물고,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디딤돌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이주민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 주는 데 그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저자가 소개했듯이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처한 절망 속에서도 용기 있게 세상으로 나아가 인권과 희망을 외치며, 함께할 이들의 응답을 기다린다. 자, 이제 나지막하지만 묵직한 이들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자.
“나에게도 이름이 있습니다”
제니, 소반, 썸낭, 테이, 찬드라 그리고 미누
나와 다르지 않은 이웃의 목소리
「차별과 혐오는 바오밥 나무와 같아요」에는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서 살게 된 마다가스카르 사람 제니가 등장한다. “한국에서 일 년이나 살았는데 하나도 안 하얘졌네?” “아이가 당신 피부를 안 닮아서 다행이에요.” 같은 마음을 짓누르는 말과 무례한 시선, 백인 강사만 구하는 영어 학원과 피부색으로 놀림당한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 교사의 행태 등을 일상에서 숱하게 맞닥뜨린 제니는 차별과 혐오를 『어린 왕자』 속 바오밥 나무에 비유한다. 그리고 차별과 혐오, 편견은 아주 작은 말과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어린 왕자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매일 신경 써서 바오밥 나무 싹을 뽑았어요. 우리 마음속에서 차별과 혐오의 싹이 올라올 때 ‘아직 어린 싹이니까 괜찮아.’ 하고 그대로 놔둔다면, 그 싹은 점점 자라 거대한 뿌리로 우리 마음을 온통 휘감아 버릴 거예요.
_본문 28-29쪽
「불량 농장 탈출 작전」은 고용허가제 노동자로 한국에 와 비닐하우스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캄보디아 청년 소반과 썸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잔업수당도 받지 못한 채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화장실도 없는 비닐하우스에 살면서 기숙사비로 20만 원이나 내는 생활에 부당함을 느낀 두 사람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녹음하고 촬영하며 불량 농장을 탈출할 작전을 세운다. 오늘날 농촌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 이야기로 노동자의 권리에 문제가 생겨도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고용허가제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뚜벅뚜벅 걸어와 우리 곁에 서 주세요」는 폭력적인 단속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만 미얀마 청년 테이의 슬픈 죽음을 친구의 목소리를 빌어 회상한다. 테이의 억울한 죽음은 ‘과거’로 묻어 둘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테이의 친구들은 용기를 내서 진상을 밝혀 달라고 세상에 외쳤다. 그 외침이 끌어낸 변화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연대와 공존’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처음에 우리 목소리는 아주 힘없고 작았어요. 하지만 그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뚜벅뚜벅 다가와 곁에 서는 이들과 손잡으니, 조금씩 힘이 생기고 있어요. 따뜻하고 힘찬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어서 오세요, 친구들!
_본문 75쪽
「융년사개워리요」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정신 질환자로 오인되어 6년 4개월 동안이나 정신병원에 갇혀 다른 이름으로 지내야 했던 네팔 사람 찬드라의 이야기이다. 믿기 어려울 만큼 가슴 아픈 이 이야기는 이주민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인식과 환경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한다.
「우리는 모두 무나 머던입니다」는 2018년 DMZ 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미누'의 주인공이기도 한 네팔 사람 미누의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18년 동안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노래하는 이주 노동자’로 살던 미누는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혀 네팔로 쫓겨 갔을 때도 네팔 사람들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미누는 세상을 떠났지만, 뜨거웠던 그의 꿈과 노력은 그대로 남아 우리 가슴에 울림 있게 와닿는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우리가 함께 지켜 가야 할 약속
다섯 가지 이야기 사이사이에 자리한 ‘함께 생각해 봐요!’에서는 이야기와 연관된 현실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거리를 제시한다. 혐오와 차별 표현, 인권침해와 차별적 제도의 문제점, 인권 보호를 위한 사회적 연대 등 어린이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쉽고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마지막 지점에서는 이주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어린 독자들에게 주어지는 생각거리들은 다섯 이주민의 목소리와 함께 ‘공존’이란 무엇인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지, 나 자신부터 어떠한 실천을 해 나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귀를 기울이면,
너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고
'귀를 기울이면' 시리즈는 함께 사는 세상 안에서 귀담아듣지 못한 소리, 눈여겨보지 못한 모습,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을 담아 어린 독자들에게 건넨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이 타자와 세상에 대한 상상력 곧 인권 감수성을 싹 틔우고, 더 나아가 ‘공존’의 참된 가치를 깨닫는 계기와 기틀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차별적 시선과 편견에 묻히곤 하는 작은 목소리를 모아 진솔하고 울림 있게 전하는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게 ‘너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끌어안는 공감과 연대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란주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들과 친구가 된 덕분에 인권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주민들이 낯설고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 맞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이겨 내는 모습을 보고 용기와 지혜를 얻었습니다. 지금은 이주민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이주민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말해요, 찬드라』와 『아빠, 제발 잡히지 마』가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이웃 나라 어린이들의 이야기와 문화를 담은 『안녕 아시아 친구야』가 있습니다.
그린이 : 전진경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다양한 재료로 드로잉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림 작가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빈 공장의 기타 소리』 『맥을 짚어 볼까요?』가 있고, 그린 책으로 『이대열 선생님이 들려주는 뇌과학과 인공지능』 『두 얼굴의 에너지, 원자력』 『책 만드는 이야기, 들어 볼래?』 『안녕, 꿈틀이』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차별과 혐오는 바오밥 나무와 같아요 : 제니 이야기
불량 농장 탈출 작전 : 소반과 썸낭 이야기
뚜벅뚜벅 걸어와 우리 곁에 서 주세요 : 테이 이야기
융년사개워리요 : 찬드라 이야기
우리는 모두 무나 머던입니다 : 미누 이야기
이야기를 마치며 :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을 지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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