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호의협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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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박지향
출판사항이숲, 발행일:2010/02/22
형태사항p.238 국판:22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422801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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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친일파 거두의 한 사람으로 지목되는 좌옹 윤치호(尹致昊, 1865~1945)가 60년에 걸쳐 기록한 방대한 양의 일기를 통해 그가 일제에 협력하게 된 과정과 그 원인을 살펴보았다. 저자인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는 유럽의 나치 협력자 청산과 1970년대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신화의 파괴 과정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진지하고 학술적인 본격적인 친일청산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그 실례로 윤치호의 일제 협력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윤치호를 통해 친일의 현실을 파헤치다

이 책에서 박 교수는 그동안 금기시되어왔던 한국의 친일청산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수년에 걸쳐 완독한 윤치호의 일기에 관한 책을 펴내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친일파라는 표현이 행사하는 대단한 영향력에 비추어 볼 때 그에 대한 진지한 학문적 연구는 창피할 정도로 일천하다. (…) 최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보도를 들으면서 나는 유치하고 정략적인 정치 놀이가 아닌, ‘제대로 된’ 친일 청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모든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당시 척박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선조들의 현실을 바라보자고 말하는 박 교수는 ‘현재의 잣대를 과거에 들이대고 선대 사람들을 비판하는 후손들의 오만함’에서 벗어나 윤치호라는 인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을 독자에게 호소하면서, 친일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극일(克日)’하는 길임을 역설한다.

한국사회의 원죄(原罪)와 같은 친일문제

해방 후 한국 사회의 ‘원죄’가 되어 버린 친일문제에서 자유로운 한국인은 없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한국사를 전공한 학자들마저도 불행했던 일제강점기를 충분히 연구하고 이해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엄혹한 시대를 살았던 인물 가운데 ‘친일파’를 가려내는 작업이 얼마 전 『친일인명사전』이란 이름으로 그 결실을 보았다. 선정 기준을 두고 논란도 많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당시 현실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친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시 우리는 민족개혁을 부르짖다가 마지막 순간에 일제의 핍박에 굴복하여 협력하게 된 민족주의자들을 일신의 영달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乙巳五賊)이나 악질적인 민족반역자와 똑같은 범주에 넣고 돌을 던지는 것은 아닐까? 혹시 우리는 당시 현실을 냉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제와 친일파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이 앞선 나머지 모든 일제 협력자를 무차별하게 단죄하는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닐까? 혹시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았던 내 아버지와 조부와 고조부의 삶에는 눈을 감아 버리고, 우리가 합의하여 ‘친일’로 규정한 사람들에게만 돌을 던짐으로써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원죄에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한번 낙인이 찍히면 영원히 오명을 쓰고 살아야 하는 이 주술적 힘을 가진 ‘친일’이라는 천형을 사적인 보복의 수단으로 삼는 일은 없었을까? 그리하여 역사가들이 흔히 말하듯, 현재의 잣대를 과거에 들이대고, 선대 사람들의 과오를 비난하는 ‘후손들의 오만함’을 저지른 적은 없었을까? 혹시 친일의 현실을 냉정하고 치밀하게 파헤치는 작업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바친 독립운동가 선열들의 희생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연한 우려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럽 저항 신화의 붕괴와 친일의 현실

1970년대 초 팩스턴(Robert Paxton)의 『비시 프랑스』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식민지배 세력과 피지배 세력 간의 협력관계가 새롭게 조명되었다. 포스트식민주의의 주변부 이론은 제국의 운영이 근본적으로 식민지 협력세력의 존재에 달려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황은 4년간의 나치 지배기간 동안 프랑스에서도 다를 바 없었으나, 해방 후 집권한 드골은 마치 전 국민이 나치에 저항(resistance)했던 것처럼 역사를 조작하여 ‘저항의 신화’를 만들어 내었다. 그것은 해방 후 국가재건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었고, 특히 나치가 사리진 유럽의 세력 개편에서 프랑스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프랑스는 해방 후 숙청 과정에서 38,000명을 수감하고 1,600명을 실제로 처형하였는데, 처음에 협력자들의 숙청을 외쳤던 알베르 카뮈는 불과 1년 후에 숙청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정의의 이름으로 인간을 파괴하는 현실에 환멸을 느꼈음을 고백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도 “점령된 프랑스에서는 살아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억압의 묵인을 포함했다”고 지적하였으며, 시몬 베유(Simone Weil)도 그 시대의 복잡성을 이해하기는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 당시 상황은 “오늘날 사람들이 그리는 것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무엇보다도 나치 점령기간 프랑스인들의 행적을 고발하고 조작된 저항의 신화를 무너뜨린 것은 마르셀 오퓔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슬픔과 연민」이었다. 이 영화는 비시 괴뢰정권 아래 프랑스인들의 삶은 대다수가 나치에 저항하고 소수가 협력한 것이 아니라, 소수만이 저항하고 대다수가 협력했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특히, 영화는 나치의 괴뢰정권이었던 비시정부의 수장 페탱에게 환호하던 똑같은 사람들이 해방군 드골에게 환호하는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면서, 당시 사람들이 대의를 따른 것이 아니라, 단지 승자 편에 섰을 뿐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로부터 시작된 1970년대 프랑스의 탈신화 작업은 영화와 책과 정치 담론 등을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이제 프랑스에서는 적어도 전시 협력문제로 누군가를 단죄하는 사례는 사라졌다.
우리나라 역시 해방 후 반민특위가 ‘참고서’로 사용했다는 「친일파 군상」은 전시에 황국신민서사를 부르고, 보국채권을 매입하거나 국방금품을 헌납한 자들을 모두 친일자, 전쟁협력자라고 부른다면 “국내에 거주한 조선사람들은 거의가 범좌자”가 된다며, ‘한계의 도를 무시’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자발적 친일과 강압에 의한 친일을 구분하자면 만주사변과 특히 1937년 중일전쟁 발발 후 일제가 엄혹한 감시체제를 작동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를 구분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한국현대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부르스 커밍스(Bruce Cummings)조차도 “재주 있는 한국인이 식민지에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었겠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나서 “거부하고 인생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 저항하고 죽거나 감옥에 갇히는 것, 혹은 협력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었으리라고 결론짓는다.

반드시 해야 할 ‘제대로 된’ 친일청산

저자는 이 책이 프랑스가 경험했던 것과 같은 탈신화의 작은 노력임을 밝힌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친일’의 탈신화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조금 덜 비겁해지고, 조금 더 진실해지며,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제대로 된’ 친일청산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한 예로서 윤치호를 소개하는 저자는 친일파 거두의 한 사람으로 당연시되는 윤치호만 놓고 보더라도 인명사전의 몇 줄 기사나 보고서 몇 쪽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삶의 복잡함과 다면성에 부딪힌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런 복잡함과 다면성을 제대로 알고 난 후에야 그를 감히 재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저자는 진지하고 심도 있는 학술적 연구를 통한 ''제대로 된'' 친일청산을 촉구한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지금까지 금기시되었던 친일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임을 역설한다.

▣ 작가 소개

저 : 박지향
朴枝香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박지향은 1953년 서울 출생이다.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 프랫대학(Pratt Institute)과 인하대학교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도쿄(東京)대학교와 케임브리지(Cambridge)대학교 객원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한국 영국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다. 동아일보 객원 필진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영국사: 보수와 개혁의 드라마』, 『제국주의?신화와 현실』, 『슬픈 아일랜드』,『일그러진 근대, 100년 전 영국이 평가한 한국과 일본의 근대성』,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중간은 없다: 마거릿 대처의 생애와 정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공저)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_ ‘왜 윤치호인가?’
프롤로그 _ 협력, 협력자
1장. 시각의 변화를 가져온 이론과 사조
2장. 협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3장. 윤치호의 사상과 그의 시대
4장. 조선과 일본에 대한 양비론적 비판
5장. 태평양전쟁기의 협력
에필로그 _ 협력을 다시 생각하다
참고문헌/찾아보기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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