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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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권산
출판사항북하우스, 발행일:2010/10/06
형태사항p.369 국판:22
매장위치농축산식품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605482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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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농사짓지 않고 버티며 지리산 자락에 정착한
어느 디자이너의 행복한 시골생활
일로부터 해방되어 “좀더 행복해지고 싶어” 어느 날 갑자기 서울에서 전라남도 구례로 거처를 옮긴, 웹디자이너이자 지리산닷컴의 ‘이장’인 권산의 구례 정착기이자 4년여 동안 농촌 생활과 풍경을 카메라로 담은 귀촌일기. 그림 같은 집을 지어놓고 우아한 전원생활을 누리는 도시인이 아닌, 그저 마을의 한 주민이 되고 싶었던 저자는, ‘존중’과 ‘카메라’라는 무기로 친근하게 다가서는 노력을 통해 결국 마을의 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귀촌 후에도 여전히 서울에서 일감을 받아 웹디자인 일로 밥벌이를 해결하며 일에 허덕이며 살지만, 시골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디자이너·사진작가’의 특성을 살려, 마을 농부와 연계하여 유기농 우리밀을 판매하거나, 마을 간판을 디자인하고, 농부들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농촌과 도시의 가교 역할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귀촌은 하고 싶지만 농사짓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도시생활자들에게 저자의 귀촌 방식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다. 시골에서 살아야겠다는 꿈을 품고 살지도 않았다. 어느 날, 불현듯 ‘내려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로부터 일 년 후 서울을 떠났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복잡한 일도 아니다. 언젠가부터 아주 간단한 잣대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행복해야 한다.’ 그것에 충실한 방향으로 행동한다. 행동으로 표현되지 않는 생각은 공상이거나 맥주를 위한 땅콩 몇 알과 다르지 않다. 보기에 따라 ‘저 사람 참 쉽게 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나 역시 초행길이다. 앞일에 대해 가늠도 해보고 잘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다만 귀촌이란 것을 인생을 건 도박에 비견할 만큼 심각한 승부수로 생각하지 않은 것뿐이다. 나는 판돈도 없었다. - ‘여는 글’ 중에서

나에게, 혹은 도시 사람들에게 보내는 질문, “행복하십니까”
저자가 구례로 귀촌하기로 결심하고, 그 소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했을 때의 반응은 대개 “왜 내려가는데?” “뭐해서 먹고살려고?”였다고 한다.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기에 “지리산닷컴을 운영할 것”이라고 했고, 현재 저자는 지리산닷컴을 운영하는 ‘사이버 이장’이다. ‘상품성 있는 뉴스’가 아닌 ‘소외된 소식’을 전하는 미디어 성격의 사이트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은 매일 아침 물음표 없는 ‘행복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지리산 자락의 풍광을 담은 사진편지를 도시 사람들(회원들)에게 메일로 보내며 안부를 묻는다. 지리산닷컴에 게재한 긴 글을 묶어 만든 이 책은 우리에게 “지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지고 있다.

나는 아침마다 지리산닷컴 주민들에게 ‘행복하십니까’라는 제목을 단 아침편지를 보낸다. 그 물음표 없는 질문은 나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나에게, “행복하십니까?” 절대적 기준에서는 확신에 찬 대답을 못한다. 그러나 상대적 기준 즉, 이제까지 도시에서의 삶과 지난 사 년 동안 구례에서의 삶을 비교하자면 나는, 우리 부부는 명백하게 ‘조금 더’ 행복하다. 서울에서나 이곳 구례에서나 여전히 일 속에서 허우적거리지만 삶의 결이 다르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낀다. 이곳에서 나는 산과 강과 들과 사람들과 나무와 풀과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 위로받고 치유받는다. 이곳에서는 스스로 치유 가능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이곳에서는 상처가 빨리 아문다. - ‘에필로그’ 중에서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디자이너가 사는 법
도시에서는 흔할 수도 있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시골에서는 설명조차 쉽지 않아 저자는 곤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직업적 특수성을 십분 살려 마을 표지판을 디자인하거나 마을신문을 만들어 배포하고, 주변 농부들의 농산물 판매 사이트를 만드는 등 마을의 유일한 디자이너로서 활약한다. 또 지리산닷컴 사무실이 있는 오미동 이웃인 운조루의 밀농사를 지켜보다가 즉흥적으로 ‘유기농 우리밀 농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저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바른 관계 회복을 위해 우리밀이 자라나는 8개월간의 과정과 농부의 모습을 글과 사진을 통해 도시 사람들에게 전했다. 우리밀은 판매 시작 24시간도 안 돼 전량 판매되는 작은 성공을 거둔다.

마을 사람들은 ''오늘 해야 할 일''을 계속했고 나는 그것을 기록했다. 청년회 회장의 말이 간혹 생각난다. “마을과 사람들을 풍경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마을신문을 백 번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결국 어느 마을에서건 그 마을의 주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기록하고 전한다.
그런 상상을 간혹 한다. 이곳을 떠나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그리고 쉽게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는 그 어떤 상황이라면. 내 고향도 아닌, 내 밥벌이가 마련된 곳도 아닌, 단지 이곳이 좋아, 지리산닷컴을 운영한다는 그 작거나 혹은 큰 이유로 내려 온 사람이, 심장 가운데 큰 구멍이 난 채 평생을 살아갈 것 같다. 산도 강도 들판도 아닌,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어본 적이 없지만, 내 파인더 속으로 들어온 바로 이 사람들이 아주 고통스럽게 그리울 것이다. - 141~143쪽

낮은 카메라로 담아낸 농촌의 아름다운 사계
도시에서 농촌으로 회귀하면서 저자는 ‘인간사의 기본은 의식주’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구례에 정착한 4년 동안, 볍씨가 밥이 되기까지, 배추 모종이 김치가 되기까지, 밀이 빵이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저자는 특유의 꼼꼼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글과 사진으로 오롯이 담아냈다. 또한 귀촌 신입생의 시선으로 포착된 아름다운 구례의 봄여름가을겨울 풍경 사진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시골에 살면서 아주 명확하게 깨달은 하나의 사실은 ‘식물들의 그 한순간’은 정말 찰나라는 것이다. 그 순간을 놓치면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일 년 후의 모습이 오늘과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 40~41쪽

내 손으로 모종을 심고 배추를 키우고 김치를 담근 온전한 몇 개월의 과정은 부가세 별도 천만 원짜리 일을 열 개 쯤 확보하는 것과는 다른 기분이다.
분명한 것은 김장은 ‘돈이 하늘이다’라는 세상의 대세에 대해 나 나름으로 ‘밥이 하늘이다’라고 항변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김치를 사서 먹을 수밖에 없는 ‘편리함’에 대해 김장을 직접 담근 행위는 가장 공격적인 ‘불편한 방법에의 찬양’이다. 따라서 스스로 키우고 스스로 담근 행위, 김장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다. - 72쪽

농부, 대장장이, 분교 아이들, 단골집 슈퍼 주인, 귀촌 신입생 등
마을 이웃을 인터뷰하다
4만 평의 농지를 전부 무농약 농사를 짓는 홍순영 농부, 중국산 제품에 굴하지 않고 대장간을 꿋꿋이 지키는 젊은 대장장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 연곡분교의 아이들, 시골에서 24시간 슈퍼를 운영하는 문덕순 여사, 마을사무장 일을 하는 후배 귀촌 신입생 부부. 구례에서 만난 이웃들인 이들에게 저자는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들의 일상과 귀한 삶의 지혜를 적어내려간다.
5평 텃밭도 무농약 농사로 짓기가 힘들어 ‘농약’을 쳤던 저자는 홍순영 농부의 일상을 취재하면서 ‘진짜 농부’와 만나게 되고, 작고 아름다운 학교 연곡분교 아이들의 하루를 카메라로 스케치하면서 나 자신을 반성한다.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으로 ‘튀는’ 24시간 인정슈퍼의 문덕순 여사는 늘 ‘지금’을 외면하거나 비켜서지 않고 평생을 치열하게 산 사람의 인생론을 들려준다. 또 서울에서 10년 직장생활을 끝내고 구례에서 마을사무장으로 일하는 귀촌 신입생에게는 저자 자신도 수없이 들었던 “왜 내려왔나?”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인생이 뭡니까?”라고 물었다. 일 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돈 벌이는 것이제 뭐 있남! 논에 가면 논일, 밭에 가면 밭일, 산에 가면 산일, 내 속에서 난 새끼는 내가 책임져얄 것 아닌가?”
책임져야 할 많은 것을 외면한 방식의 삶을 결정한 인터뷰어와, 대면한 모든 삶의 질곡을 정면으로 온몸으로 받아안은 인터뷰이의 만남은 그렇게 정리되었다. - 251쪽

권산 -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잖아요. 귀농학교다 뭐다 여하튼 오랫동안 준비하면서도 막상 결행을 못하는 이유가 뭘까?
박용석(마을사무장) - 돈?
권산 - 음… 그건 내가 이전에도 주변에 이야기했었는데, 돈 때문에 오지 못한다면 서울에서는 얼마나 안정적이란 이야기야? 돈돈돈 돈세상이 지긋지긋해서 옮기고 떠나고 싶은 것 아닌가? 그런데 시골에서는 그것을 마련할 방도가 더 불안해서 못 온다? 소박한 삶을 지향한다며?
박용석 - 내 말이….
윤은주(사무장댁) - 음, 정말 오고 싶다면 오지 않겠어요? 뭐 다른 복잡하고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나요? - 307쪽

▣ 작가 소개

저 : 권산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일찍 ‘붓’을 꺾었다. 민중미술단체에서 ‘미술평론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다가 그만두고,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본격적인 밥벌이 전선에 나섰다. 가능하면 월급쟁이로 사는 일은 피해오면서, 지난 십 년 동안 주로 미술전시회 사이트 웹디자인을 했고 인쇄물 디자인과 영상물 편집 작업도 병행했다. 어느 날,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과 마주하고, “다르게 살고 싶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2006년에 아내와 함께 전라남도 구례로 귀촌했다. 매년 김장을 담그기 위해 작은 텃밭에서 배추를 키우는 것 외엔, 농사짓지 않고 시골에서 여전히 웹디자인을 주력으로 밥벌이하고 있다.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을 운영하면서 매일 아침 물음표 없는 ‘행복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사진편지를 도시 사람들(지리산닷컴 회원)에게 메일로 보내며 안부를 묻는다.

▣ 주요 목차

여는 글 - 거처를 위하여
프롤로그 - 서울에서 우연히 먹고살기

1부 신입신고식
디자이너 부부의 구례 착륙기 | 살구나무와 이웃들 그리고 신입생 | 배추 모종이 김치가 되기까지 | 정해년 마을총회 | 밥이 하늘이다 - 오미동에서 볍씨가 밥이 되기까지를 바라만 보고 기록하다 |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

2부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마을신문을 만들다 | 유기농 우리밀 프로젝트 | 우리밀 판매, 낙후한 곡물상의 에필로그 |
아 유 레디! | 세번째 김장, 네번째 겨울

3부 - 이웃과의 인터뷰
대장장이 박경종 | 24시 ‘인정수퍼’의 레드 우먼, 문덕순 | 농부 홍순영 | 연곡분교에서 |
귀촌 신입생 - 마을 사무장 박용석과 사무장댁 윤은주

4부 - 어떻게 살아야 할까?
場, 色, 살림 | 묵은지쌈 앞에서 | 소유와 소비에 관한 영화 같은 생각 |
땅과 말씀의 아포리즘 - 지정댁과 대평댁 그리고 국밥집에서

에필로그 - 내일은 조금 더 행복해질 계획이다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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