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사람과 바다를 모두 살리는 낚싯대를 드리울 때
2017년 이루어진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인기 있는 취미는 낚시다. 그리고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다낚시 인구는 약 340만 명(2016년 기준)에 이른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몇 년 전부터 낚시와 바다맛을 다룬 TV 프로그램들도 인기다. 이제 우리에게 바다는 명실공히 입맛뿐 아니라 손맛까지 즐기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바다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이 정작 바다를 둘러싼 환경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각종 쓰레기로 바다는 오염되었고, 서식지 훼손과 남획으로 많은 바다생물이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바다를 터전 삼아 바다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어촌도 점점 쇠퇴하고 있다.
바다낚시를 비롯한 여가 활동이 문제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의 기쁨만 아니라 바다 환경도 함께 생각해야만 오래도록 바다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이 바다맛을 이야기하면서 바다와 바다생물, 어촌 사회와 문화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다를 생각하는 일’은 결코 일상과 동떨어진 거대 담론이 아니다. 예컨대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거나 어민의 논밭이나 다름없는 갯벌이나 갯바위에서 함부로 바다생물을 채취하지 않거나 어민이 전통 방식으로 잡은 해산물을 합당한 가격을 주고 사거나 하는 일이다.
이처럼 소소하지만 중요한 행동이 이어진다면 우리 아이들까지도 오래도록 짜릿한 손맛, 싱싱한 바다맛을 즐길 수 있으리라. 바다맛을 통해 바다 환경과 문화를 기록한 이 책이 지속 가능한 낚싯대의 맛깔스러운 찌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저 : 김준
철이 든 이후 반평생 섬을 드나들며 살아왔다. 세상에 더 많은 섬을, 더 많은 섬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애정이기도 하지만 그의 삶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전남대에서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전남대와 목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해양문화를 연구하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스물 두어 살 청춘의 시절에 격렬했던 소작쟁의의 뜨거운 기억을 품고 암태도를 찾아갔던 것이 처음이었다. 연구대상인 타자로서 접근했던 섬은 발길이 잦아지면서 섬과 섬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었다. 섬은 거대한 바다 위에 버티고 선, 작지만 큰 또 하나의 뭍이었고 작은 우주였다. 그 공간에서 섬사람들은 파도와 바람으로 일상을 빚고 소금과 김과 미역으로 역사를 꾸리며 치열하게 생존하고 있었다. 그런 삶의 풍경에 매혹되어 섬과 바다를 떠돈 지 어느덧 스무 해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샌가 삶까지 어민들의 생태시간에 맞춰지고 있다. 봄에는 숭어를 잡는 어부가 되고, 여름에는 민어를 잡고, 가을에는 전어와 낙지를 잡는다. 겨울에는 꼬막을 캐는 아낙이 되기도 했다. 섬사람들의 삶 속에 숨겨진 오래된 미래를 찾아 오늘도 섬과 섬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지은이는 생태와 민주주의라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가 섬과 갯벌에 있다고 굳게 믿는 ‘섬의 남자’다.
「섬관광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해양관광자원의 특징과 활성화 방안」, 「조기 파시의 기억과 기록」, 「소금과 국가 그리고 어민」, 「대형간척사업이 지역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 「어업기술의 변화와 어촌공동체」, 「갯벌어장 이용방식의 변화와 어촌공동체의 적응」 등 다수의 논문과 『갯벌을 가다』, 『새만금은 갯벌이다』, 『다도해 사람들』, 『섬과 바다』, 『어촌사회의 변동과 해양생태』, 『해양생태와 해양문화』, 『한국의 갯벌』, 『서해와 조기』, 『섬문화 답사기』 등의 저서가 있다. 태평염전 소금박물관에서 「섬과 여성」, 「소금밭에 머물다」로 사진전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목 차
능성어_ 다금바리가 아니어도 차고 넘치는 맛 17
다시마_ 입 안 가득 퍼지는 싱싱한 바다 27
광어(넙치)_ 온 국민 입맛을 사로잡다 37
멍게_ 만년 조연에서 화려한 주인공으로 47
붕장어_ 어머니가 끝끝내 ‘짱애’를 팔지 않은 이유 57
미더덕_ 바다맛의 오래된 미래 69
서대_ 서대회에 막걸리 한잔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79
해삼_ 값도 따지지 않고 먹고 보는 보약 89
옥돔_ 생선 먹으러 가자 99
톳_ 섬마을 건강과 살림 지킴이 109
쥐치_ 쥐고기가 아니다 119
키조개_ 꽉 다문 입 속에 담긴 별미 127
학공치_ 가을비를 좋아하는 감성어 137
파래_ 투박함 속에 깃든 느림의 미학 147
군평선이_ 젓가락질이 멈추질 않는다 159
민꽃게_ 민꽃게 앞에서 힘자랑하지 말지어다 167
아귀_ 낚시 선수 vs. 악마 물고기 175
성게_ 해녀가 사랑하는 해적 185
복어_ 목숨 내놓고 먹는 맛 193
군부_ 섬 밥상의 특별한 손님 205
모자반_ 깨끗한 바다와 오랜 문화의 또 다른 이름 213
참고문헌 222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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