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대학 신입생을 위한 서울대 인문학 특강!
―인문학 교수들이 스무살들에게 건네는 인문학-입문서 !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요 근래 우리 사회에는 인문학에 대한 열망과 이야기들이 들끓었다. 단, 그 일은 이상하게도 대학과 학계의 바깥에서 일어났다. 인문학이 그 이름과 가장 가까울 것 같은 현장을 떠나 교도소에서, 학교 시스템 밖 공동체나 모임에서 성황을 이루며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의 발신지로서 ‘산지’(産地)의 역할을 맡았던 대학이 대중과의 소통은 접어둔 채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좁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 이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서 이제 막 ‘인문학’에 발을 들여 놓는 스무살 대학 신입생을 위한 인문학 입문서를 기획출간했다.
스무살, 인문학을 만나다는, ‘인문학’을 둘러싼 사회의 담론들(위기론부터 실용론까지)을 보면서 인문학의 성격 및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해 온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의 성찰이 낳은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인문학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연구자들의 특이성을 살려서 “실제 인문학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는 인문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사례와 성과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방법을 통해 독자들 자신이 인문학의 다양한 모습을 직접 접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획되었고, 이 기획의도 아래 서울대 인문대학 170여 명의 교수들 중 먼저 24명의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를 대중적으로 풀어 담아내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책은 손쉽게 답을 주거나 직접적으로 소리 높여 인문학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라져 가는 소수언어를 사용하는 한 네기달(Negidal;퉁그스어족의 일족)인 할머니의 “하느님은 어째서 우리 같은 소수민족에게도 따로 독자적인 언어를 주었을까요”라는 물음을 받는 언어학자(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김주원 교수의 알타이 민족과의 만남)의 글을 통해 ‘언어’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셰익스피어의 시 한편과 연암 박지원의 글 한편을 해석하는 영문학자(영어영문학과 신광현 교수의 덧없음에 덧칠하기)의 글을 통해 ‘사랑’과 ‘예술’과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의료 행위에 있어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독어학자(독어독문학과 강창우 교수의 의료인과 만난 인문학)의 글을 통해 인문학의 통섭 범위가 통상의 인문사회학을 훌쩍 넘어서 있는 현실을 자연스럽게 알려 준다.
스무살, 인문학을 만나다를 구성하는 3개의 부(「1부 人: 생성하는 만남」, 「2부 文: 너머의 만남」, 「3부 學: 공명하는 만남」) 총 24편의 글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이 책의 서론격인 「포토 프롤로그」에 잘 드러나 있는 것처럼 “사람과 인문”에 대한 물음이다. 이 책을 통해 이 물음과 만남으로써 대학 신입생 혹은 인문학 신입생들은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은 물론, 인간 존재를 둘러싼 여러 질문들과 만나게 될 것이며, 아울러 ‘인문학’의 각 분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의 폭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 책을 통해 ‘대학’이 사회의 인문 담론에 ‘실천적’으로 다가서는 중요한 발걸음을 보게 될 것이다.
人 생성하는 만남―以文會友 인문학으로 친구를 만나다
“以文會友”는 『논어』「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문으로 친구를 만나고, 친구로 인을 보완한다(以文會友, 以友輔仁).”
「1부 생성하는 만남」에 실린 8개의 글들은, 아직 낯설거나 이름만 들었을 뿐 잘 알지 못했던 타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문학’에 친숙해지는 장(場)을 제공한다.
1부에서 우리가 만나는 벗들은, 네기달인푸위키르기스인나나이(Nanai)인시버(Sibe, 錫伯)인고려인 등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소수민족들을 비롯하여 프랑스 고전극의 대표적 작가 라신(Jean Baptiste Racine)의 희곡 속 주인공들, 그리스철학의 사유를 중세 그리스도교 문명 속에서 계승변형시켜 서양 인문전통의 토대를 마련한 히에로니무스와 에라스무스, 셜록 홈즈처럼 그림 속의 미스터리 풀기에 나선 미술사학자들, 그리고 인문학자로서의 공자(孔子)의 삶과, 비극적 결말을 맞은 항우(項羽)와 우미인 등이다.
보통 인문학 하면 연관 검색어처럼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어렵다’이다. 그러나 스무살, 인문학을 만나다의 1부 글들은 ‘인문학’의 문턱에 들어선 이들에게 시공간을 거슬러 매력적인 친구와의 만남을 주선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은 지적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고고미술사학과 장진성 교수는 그림 속 미스터리 풀기를 통해 조선 후기 서얼지식인 이인상의 그림 「검선도」가 단순히 중국 그림의 모방이 아니라 서얼지식인의 슬픔과 고뇌의 표현임을 그림 속 단서 하나하나를 추적하며 증명해 간다. 또 언어학과 김주원 교수는 알타이 민족과의 만남에서 ‘절멸위기’ 언어(금세기 말이 되면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6천여 개의 언어 중 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의 문서화 작업을 위해 소수민족 언어의 채록에 나선 언어학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런 글들을 통해 우리는 어느새 미술사학이나 언어학이라는 인문학을 친근하게 여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친근함이야말로 우리를 또 다른 ‘文’으로 혹은 더 깊은 ‘文’으로 이끄는 안내자가 될 것이다.
文 너머의 만남―博境以文 텍스트로써 경계를 넓히다
“博境以文”은 『논어』자한 편 “텍스트로 나를 넓힌다(博我以文)”는
말에서 ‘我’ 자를 ‘境’자로 바꾼 것이다.
「2부 너머의 만남」에 실린 8개의 글들에서는, 정해진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는 인문학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수동적 관람의 대상이었던 미술관을, 리모컨을 조작하고 사진을 찍고 손발을 들어올리는 공간으로 변모시킨 디지털과 미술의 만남부터, 새로운 전자사전 구축을 위한 언어학과 컴퓨터공학의 만남, 의료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마주한 의료진과 독문학자, 새로운 예술적 시각으로 함께 조망해 보는 시인 이상(李霜)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만남, 한중록이라는 문학작품을 통해 조선왕조실록 속 역사기록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역사와 문학의 조우 등이, 2부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경계를 확장한 인문학들이다.
크게 문(文)사(史)철(哲)의 세 분야로 인문학이 말해지는 것은 사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모든 인간 삶의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며, 이 때문에 인문학이 가장 실용적이라는 담화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인문학은 본성적으로 모든 학문과 ‘이미’ 만나고 있다고, 인문학의 경계는 사실 늘 경계를 넘나드는 그 지점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공자가 텍스트로 나를 넓힐 수 있다고 한 말은 곧 내 안에 담기는 세계가 넓어짐을 뜻한 것이라고 할 때, 2부에서 만나는 분과의 경계를 넘어선 글들은, 그 글을 읽는 우리 자신의 확장을 가져올 것이다.
學 공명하는 만남―和人成文 함께 어울려 무늬를 이루다
“和人成文”은 『논어』자로 편에 나오는
“군자는 함께 어울리되 줏대 없이 남을 따르지 않는다(和而不同)”에서 ‘和’자를,
『순자』악론편 “음악이란 함께 연주하여 무늬를 이루는 것이다(樂者, 合奏以成文者也)”에서
“成文”을 따와 조합한 것이다.
「3부 공명하는 만남」에 실린 8편의 글에서는 함께 소통하며, 때론 어우러지기도 하고 때론 부딪치기도 하면서 궁극적으로 새로운 고민과 사유를 낳는 인문학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 ‘인문학적 소통’의 의미를 논하는 글부터 구전문학 전통에서 문자문학 전통으로 이행하는 시대에 새로운 이야기 장르로 탄생한 소설의 의미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통해 풀어가는 글, 프랑스가 보관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를 비롯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할 엄청난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미국 국립문서관(북한군 노획문서철)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료들을 좇는 역사학자의 글, 흑인노예들이 역사의 주체로 새롭게 태어나 ‘인권혁명’을 완성했던 사건인 아이티혁명(프랑스혁명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고, 발생 시기도 더 빨랐던)을 다룬 글, 삶과 철학에 대한 근본물음부터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대한 해석까지 담은 글 등은 인문학의 넓이와 깊이를 함께 보여 주는 글들이다.
그리고 인문학의 넓이와 깊이는 소통에서 비롯된다. 인문학적 소통론을 다룬 노어노문학과 변현태 교수의 말을 빌리면 “맥락과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통 …… 텍스트에 대한 차이를 발생시키는 소통을 지향한다.” 그렇기에 인문학이 자주 ‘고전’이라는 단어와 결합되며, “가령 헤겔의 등장은 칸트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칸트와의 또 다른 ‘대화’를, 칸트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며, 그럼으로써 칸트의 텍스트를 성장하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인문학적 소통의 본령이 있다. 인문학적 소통은 텍스트를, 더 나아가 그 텍스트를 마주하는 우리 자신을, 그리고 인문학으로 만나는 타인과 나의 관계를 모두 성장하게 만든다.
지금, 스무살, 인문학을 만나다를 손에 들 스무살들이 바로 그런 만남을 통해 성장해 가기를 이 책의 필자들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소개
편집기획
이준정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김성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월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
이해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 교수
최윤영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
글쓴이들
김주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언어학과 교수
양승국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신은영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
강상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장진성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신광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이강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
이창숙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진엽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 교수
권영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성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
강창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
문중양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교수
정병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오생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
정항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
변현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노어노문학과 교수
김춘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교수
조해숙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성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구범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동양사학과 교수
정용욱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교수
최갑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교수
강진호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 주요 목차
포토 프롤로그 : 사람과 인문을 묻는다
1부 人 _ 생성하는 만남 _ 以文會友 인문학으로 친구를 만나다
알타이 민족과의 만남 _ 김주원
배우와 관객의 만남, 연극의 즐거움 _ 양승국
프랑스 고전극에서 보는 만남 혹은 거리두기 _ 신은영
서양 인문 전통, 그 수용과 변형의 역사 _ 강상진
그림 속 미스터리 풀기 ― 미술사학자와 셜록 홈즈의 만남 _ 장진성
덧없음에 덧칠하기 ― 셰익스피어의 시 한수와 연암 박지원의 글 한편 _ 신광현
인문학자 공자, 그의 삶과 이상 _ 이강재
우미인과의 만남 _ 이창숙
2부 文 _ 너머의 만남 _ 博境以文 텍스트로써 경계를 넓히다
디지털 기술 시대의 미학 _ 김진엽
백남준과 이상李箱, 새로운 예술적 시각의 만남 _ 권영민
전자사전 속의 언어 _ 이성헌
의료인과 만난 인문학 ― 의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학제적 연구 _ 강창우
지구설에서 만나는 동양과 서양의 과학적 사유 _ 문중양
『한중록』, 역사와 문학의 만남 _ 정병설
폭력에 대한 논의와 프랑스 현대문학 _ 오생근
창조적 반복 ― 과거와의 새로운 만남을 위해서 _ 정항균
3부 學_ 공명하는 만남 _ 和人成文 함께 어울려 사람의 무늬를 이루다
인문학적 소통이란 무엇인가? _ 변현태
돈키호테, 산초를 만나 진리를 구하다 ― 근대소설과 인문주의 그리고 문자소통문화 _ 김춘진
‘내 안’의 상심傷心과 ‘세상 밖’의 무심無心이 만나는 곳 ― 시조 속의 문門과 창窓 _ 조해숙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글을 만들었다면 _ 김성규
역사 속 시간과의 만남 ― 한국사 서술과 날짜 표기법 _ 구범진
사료 디아스포라와 한국 근현대사 연구 _ 정용욱
불행한 만남과 위대한 전복 ― 대서양, 흑인, 혁명 _ 최갑수
비트겐슈타인 철학과의 만남 _ 강진호
대학 신입생을 위한 서울대 인문학 특강!
―인문학 교수들이 스무살들에게 건네는 인문학-입문서 !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요 근래 우리 사회에는 인문학에 대한 열망과 이야기들이 들끓었다. 단, 그 일은 이상하게도 대학과 학계의 바깥에서 일어났다. 인문학이 그 이름과 가장 가까울 것 같은 현장을 떠나 교도소에서, 학교 시스템 밖 공동체나 모임에서 성황을 이루며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의 발신지로서 ‘산지’(産地)의 역할을 맡았던 대학이 대중과의 소통은 접어둔 채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좁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 이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서 이제 막 ‘인문학’에 발을 들여 놓는 스무살 대학 신입생을 위한 인문학 입문서를 기획출간했다.
스무살, 인문학을 만나다는, ‘인문학’을 둘러싼 사회의 담론들(위기론부터 실용론까지)을 보면서 인문학의 성격 및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해 온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의 성찰이 낳은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인문학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연구자들의 특이성을 살려서 “실제 인문학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는 인문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사례와 성과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방법을 통해 독자들 자신이 인문학의 다양한 모습을 직접 접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획되었고, 이 기획의도 아래 서울대 인문대학 170여 명의 교수들 중 먼저 24명의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를 대중적으로 풀어 담아내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책은 손쉽게 답을 주거나 직접적으로 소리 높여 인문학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라져 가는 소수언어를 사용하는 한 네기달(Negidal;퉁그스어족의 일족)인 할머니의 “하느님은 어째서 우리 같은 소수민족에게도 따로 독자적인 언어를 주었을까요”라는 물음을 받는 언어학자(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김주원 교수의 알타이 민족과의 만남)의 글을 통해 ‘언어’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셰익스피어의 시 한편과 연암 박지원의 글 한편을 해석하는 영문학자(영어영문학과 신광현 교수의 덧없음에 덧칠하기)의 글을 통해 ‘사랑’과 ‘예술’과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의료 행위에 있어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독어학자(독어독문학과 강창우 교수의 의료인과 만난 인문학)의 글을 통해 인문학의 통섭 범위가 통상의 인문사회학을 훌쩍 넘어서 있는 현실을 자연스럽게 알려 준다.
스무살, 인문학을 만나다를 구성하는 3개의 부(「1부 人: 생성하는 만남」, 「2부 文: 너머의 만남」, 「3부 學: 공명하는 만남」) 총 24편의 글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이 책의 서론격인 「포토 프롤로그」에 잘 드러나 있는 것처럼 “사람과 인문”에 대한 물음이다. 이 책을 통해 이 물음과 만남으로써 대학 신입생 혹은 인문학 신입생들은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은 물론, 인간 존재를 둘러싼 여러 질문들과 만나게 될 것이며, 아울러 ‘인문학’의 각 분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의 폭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 책을 통해 ‘대학’이 사회의 인문 담론에 ‘실천적’으로 다가서는 중요한 발걸음을 보게 될 것이다.
人 생성하는 만남―以文會友 인문학으로 친구를 만나다
“以文會友”는 『논어』「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문으로 친구를 만나고, 친구로 인을 보완한다(以文會友, 以友輔仁).”
「1부 생성하는 만남」에 실린 8개의 글들은, 아직 낯설거나 이름만 들었을 뿐 잘 알지 못했던 타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문학’에 친숙해지는 장(場)을 제공한다.
1부에서 우리가 만나는 벗들은, 네기달인푸위키르기스인나나이(Nanai)인시버(Sibe, 錫伯)인고려인 등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소수민족들을 비롯하여 프랑스 고전극의 대표적 작가 라신(Jean Baptiste Racine)의 희곡 속 주인공들, 그리스철학의 사유를 중세 그리스도교 문명 속에서 계승변형시켜 서양 인문전통의 토대를 마련한 히에로니무스와 에라스무스, 셜록 홈즈처럼 그림 속의 미스터리 풀기에 나선 미술사학자들, 그리고 인문학자로서의 공자(孔子)의 삶과, 비극적 결말을 맞은 항우(項羽)와 우미인 등이다.
보통 인문학 하면 연관 검색어처럼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어렵다’이다. 그러나 스무살, 인문학을 만나다의 1부 글들은 ‘인문학’의 문턱에 들어선 이들에게 시공간을 거슬러 매력적인 친구와의 만남을 주선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은 지적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고고미술사학과 장진성 교수는 그림 속 미스터리 풀기를 통해 조선 후기 서얼지식인 이인상의 그림 「검선도」가 단순히 중국 그림의 모방이 아니라 서얼지식인의 슬픔과 고뇌의 표현임을 그림 속 단서 하나하나를 추적하며 증명해 간다. 또 언어학과 김주원 교수는 알타이 민족과의 만남에서 ‘절멸위기’ 언어(금세기 말이 되면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6천여 개의 언어 중 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의 문서화 작업을 위해 소수민족 언어의 채록에 나선 언어학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런 글들을 통해 우리는 어느새 미술사학이나 언어학이라는 인문학을 친근하게 여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친근함이야말로 우리를 또 다른 ‘文’으로 혹은 더 깊은 ‘文’으로 이끄는 안내자가 될 것이다.
文 너머의 만남―博境以文 텍스트로써 경계를 넓히다
“博境以文”은 『논어』자한 편 “텍스트로 나를 넓힌다(博我以文)”는
말에서 ‘我’ 자를 ‘境’자로 바꾼 것이다.
「2부 너머의 만남」에 실린 8개의 글들에서는, 정해진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는 인문학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수동적 관람의 대상이었던 미술관을, 리모컨을 조작하고 사진을 찍고 손발을 들어올리는 공간으로 변모시킨 디지털과 미술의 만남부터, 새로운 전자사전 구축을 위한 언어학과 컴퓨터공학의 만남, 의료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마주한 의료진과 독문학자, 새로운 예술적 시각으로 함께 조망해 보는 시인 이상(李霜)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만남, 한중록이라는 문학작품을 통해 조선왕조실록 속 역사기록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역사와 문학의 조우 등이, 2부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경계를 확장한 인문학들이다.
크게 문(文)사(史)철(哲)의 세 분야로 인문학이 말해지는 것은 사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모든 인간 삶의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며, 이 때문에 인문학이 가장 실용적이라는 담화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인문학은 본성적으로 모든 학문과 ‘이미’ 만나고 있다고, 인문학의 경계는 사실 늘 경계를 넘나드는 그 지점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공자가 텍스트로 나를 넓힐 수 있다고 한 말은 곧 내 안에 담기는 세계가 넓어짐을 뜻한 것이라고 할 때, 2부에서 만나는 분과의 경계를 넘어선 글들은, 그 글을 읽는 우리 자신의 확장을 가져올 것이다.
學 공명하는 만남―和人成文 함께 어울려 무늬를 이루다
“和人成文”은 『논어』자로 편에 나오는
“군자는 함께 어울리되 줏대 없이 남을 따르지 않는다(和而不同)”에서 ‘和’자를,
『순자』악론편 “음악이란 함께 연주하여 무늬를 이루는 것이다(樂者, 合奏以成文者也)”에서
“成文”을 따와 조합한 것이다.
「3부 공명하는 만남」에 실린 8편의 글에서는 함께 소통하며, 때론 어우러지기도 하고 때론 부딪치기도 하면서 궁극적으로 새로운 고민과 사유를 낳는 인문학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 ‘인문학적 소통’의 의미를 논하는 글부터 구전문학 전통에서 문자문학 전통으로 이행하는 시대에 새로운 이야기 장르로 탄생한 소설의 의미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통해 풀어가는 글, 프랑스가 보관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를 비롯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할 엄청난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미국 국립문서관(북한군 노획문서철)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료들을 좇는 역사학자의 글, 흑인노예들이 역사의 주체로 새롭게 태어나 ‘인권혁명’을 완성했던 사건인 아이티혁명(프랑스혁명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고, 발생 시기도 더 빨랐던)을 다룬 글, 삶과 철학에 대한 근본물음부터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대한 해석까지 담은 글 등은 인문학의 넓이와 깊이를 함께 보여 주는 글들이다.
그리고 인문학의 넓이와 깊이는 소통에서 비롯된다. 인문학적 소통론을 다룬 노어노문학과 변현태 교수의 말을 빌리면 “맥락과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통 …… 텍스트에 대한 차이를 발생시키는 소통을 지향한다.” 그렇기에 인문학이 자주 ‘고전’이라는 단어와 결합되며, “가령 헤겔의 등장은 칸트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칸트와의 또 다른 ‘대화’를, 칸트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며, 그럼으로써 칸트의 텍스트를 성장하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인문학적 소통의 본령이 있다. 인문학적 소통은 텍스트를, 더 나아가 그 텍스트를 마주하는 우리 자신을, 그리고 인문학으로 만나는 타인과 나의 관계를 모두 성장하게 만든다.
지금, 스무살, 인문학을 만나다를 손에 들 스무살들이 바로 그런 만남을 통해 성장해 가기를 이 책의 필자들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소개
편집기획
이준정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김성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월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
이해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 교수
최윤영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
글쓴이들
김주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언어학과 교수
양승국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신은영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
강상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장진성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신광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이강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
이창숙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진엽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 교수
권영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성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
강창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
문중양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교수
정병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오생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
정항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
변현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노어노문학과 교수
김춘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교수
조해숙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성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구범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동양사학과 교수
정용욱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교수
최갑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교수
강진호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 주요 목차
포토 프롤로그 : 사람과 인문을 묻는다
1부 人 _ 생성하는 만남 _ 以文會友 인문학으로 친구를 만나다
알타이 민족과의 만남 _ 김주원
배우와 관객의 만남, 연극의 즐거움 _ 양승국
프랑스 고전극에서 보는 만남 혹은 거리두기 _ 신은영
서양 인문 전통, 그 수용과 변형의 역사 _ 강상진
그림 속 미스터리 풀기 ― 미술사학자와 셜록 홈즈의 만남 _ 장진성
덧없음에 덧칠하기 ― 셰익스피어의 시 한수와 연암 박지원의 글 한편 _ 신광현
인문학자 공자, 그의 삶과 이상 _ 이강재
우미인과의 만남 _ 이창숙
2부 文 _ 너머의 만남 _ 博境以文 텍스트로써 경계를 넓히다
디지털 기술 시대의 미학 _ 김진엽
백남준과 이상李箱, 새로운 예술적 시각의 만남 _ 권영민
전자사전 속의 언어 _ 이성헌
의료인과 만난 인문학 ― 의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학제적 연구 _ 강창우
지구설에서 만나는 동양과 서양의 과학적 사유 _ 문중양
『한중록』, 역사와 문학의 만남 _ 정병설
폭력에 대한 논의와 프랑스 현대문학 _ 오생근
창조적 반복 ― 과거와의 새로운 만남을 위해서 _ 정항균
3부 學_ 공명하는 만남 _ 和人成文 함께 어울려 사람의 무늬를 이루다
인문학적 소통이란 무엇인가? _ 변현태
돈키호테, 산초를 만나 진리를 구하다 ― 근대소설과 인문주의 그리고 문자소통문화 _ 김춘진
‘내 안’의 상심傷心과 ‘세상 밖’의 무심無心이 만나는 곳 ― 시조 속의 문門과 창窓 _ 조해숙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글을 만들었다면 _ 김성규
역사 속 시간과의 만남 ― 한국사 서술과 날짜 표기법 _ 구범진
사료 디아스포라와 한국 근현대사 연구 _ 정용욱
불행한 만남과 위대한 전복 ― 대서양, 흑인, 혁명 _ 최갑수
비트겐슈타인 철학과의 만남 _ 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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