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뺏고 짓밟는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요”
밀양에 대한 아주 편파적인 기록,
그러나 이 아픈 이야기 속에 진실이 있다!
농사지으며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던 이들은
왜 거대 기업과 정부에 맞서게 되었나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등이 만난
밀양 주민 17명의 구술기록,
오늘 ‘밀양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그들이 증언하는 밀양의 진실
4월, 밀양의 잔인한 봄
따사로운 봄날, 만개한 봄꽃들 너머 밀양에서 들리는 소식이 심상치 않다. 마을에 들어서는 140미터 높이의 거대한 765kV 송전탑을 막기 위해 10년간 싸우고 있는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부지에 움막을 짓고 계절을 바꿔가며 농성을 하고 있다. 날이 풀리자 한국전력은 이들 움막에 대해 퇴거 명령을 하고 강제 철거를 예고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에게 밀양으로 달려와 주민들과 함께 움막을 지켜달라고 호소한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밀양을 에워싼다.
농번기를 맞아 한창 씨를 뿌리고 농작물을 가꿔야 할 이들, 평균 연령 70세인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왜 움막에서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무수한 경찰과의 몸싸움,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력과 모욕 가운데 지금까지 100여 명이 넘게 병원으로 실려 갔다. 2012년 1월과 2013년 12월, 두 분의 어르신이 송전탑을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엇이 이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을까 그럼에도 거대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하는 승산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주 편파적인 기록, 그 안에 담긴 진실
이 책은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17명의 구술기록이다. 2013년 말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등이 ‘밀양구술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2014년 2월까지 직접 밀양을 찾아가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왜 송전탑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송전탑으로 인해 마을이 어떤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으며, 삶의 터전이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주민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야기했다. 돈과 힘을 앞세운 한전과 정부에 대한 분노, 돈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이들을 향한 배신감, 거대한 공권력 앞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무력감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지난 10년이 슬픔과 고통만으로 점철된 시간은 아니었다. 싸움 속에서 더욱 돈독해지는 이웃 간의 정, 새롭게 맺어지는 인연들, 더욱 풍요로워진 세계에서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픈 의지가 녹아들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밀양에서 살고 있는, 그리고 밀양에서 계속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아주 편파적인 기록이다.
삶으로 진실을 드러내다
그동안 정부, 한전 관계자, 그리고 그 어떤 언론도 제대로 묻지 않았던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이 책은 편파적이면서도 가장 온전한 밀양의 기록이다. 그 질문은 바로 “당신은 누구인가”, “어떤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왔으며, 당신의 삶에서 이 싸움의 의미는 무엇인가”, “밀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17명의 구술자들은 자신이 온몸으로 살아낸 시간, 희로애락을 겪으며 지내온 세월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진솔한 이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불순한 외부 세력에게 휘둘려 국책사업을 가로막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비난과 매도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이다. 각종 통계수치와 그래프가 동원된 한전과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폭로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들의 목소리, 이들의 삶을 통해 밀양을 산다는 것,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삶의 무게를 감내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존귀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덮는 순간 나의 밀양, 우리의 밀양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또 다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투쟁이기도 하고 삶이기도 한 열일곱 분의 이야기는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 분 한 분의 이야기에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다. 어느 이야기든 우리들의 삶으로 밀양을 맞이하는 문이 되기를 바란다. 그 문으로 밀양이 걸어 들어오며 건네는 질문을 함께 품는 세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전기는 밀양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
밀양구술프로젝트가 만난 밀양 주민들 중 80세가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생애에는 굴곡 많은 한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열일곱, 열여덟에 시집와서 대동아전쟁과 한국전쟁을 겪었던 이야기, 극심한 가난과 고된 시집살이 속에서 아이들을 키웠던 이야기는 자연스레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지 못해 군대에서 욕을 많이 봤다는 할아버지는 한 평생 남 좋은 일만 하며 살았다. 그렇게 온갖 풍파를 뒤로 하고 평온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던 이들에게 날벼락처럼 들이닥친 송전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왜 주민의 뜻을 안 받아들이고, 또 여러 가지 대안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예 묵살하고 들어와서 공사를 시작하고.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완전히 한전의 편만 들고 경찰력을 동원해서 한전을 비호하니까 공사 시작부터 우리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경찰이 콱 늘어서는 광경을 아침에 볼 때, 도대체 믿겨지지가 않아요. 이게 생신가 싶을 정도로예. (…) 당하고도 꿈인 거 겉기도 하고. 경찰이 이런 일도 다 하는가 싶고. -225쪽
주민들을 속이는 정부, 계속 말을 바꾸는 한전, 한전을 비호하며 주민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경찰, 자신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권과 언론……. 그러나 주민들은 망연자실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손을 맞잡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먼저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2차례의 희망버스가 밀양을 찾으면서 밀양은 이제 한국 탈핵 운동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주민들은 싸움 속에서 스스로 깨우치며 ‘고통스런 학습의 터널’을 통과했다. “전기는 밀양 주민들의 피눈물을 타고 흐른다”며 사람을 죽여서 얻는 전기는 필요 없다고 단호히 선언하고 핵발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 지적하며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간을 뒤흔든다.
“포기할 수 없지예, 우리가 끝은 아닐 테니까”
송전탑은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합의냐 반대냐.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틈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찬반에 따라 동네가 갈리고 친인척이 등을 졌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살림살이에도 축이 나고 여기저기 빈자리가 드러난다. 3,000명이 넘는 경찰 병력이 투입되면서 송전탑이 하나 둘 들어섰다. 송전탑은 가까운 미래는 물론 바로 오늘 일상을 위협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송전탑 건설 부지로 자재를 실어 나르는 헬기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고 가축도 불안하다. 하루에도 열두 번 희망이 있는가, 없는가, 오락가락이다.
이래서 우리가 그렇게 목숨 걸고 싸웠던 거구나. 내가 싸우지 않다가 이걸 봤으면 얼마나 후회했겠나. 송전탑 안 들어오게 하려고 그리도 오래 싸웠는데 그래도 들어왔구나. 그러나 역시 싸웠으니까. 이제 어쩔 수 없다. 내 힘으로는 되지 않는가 보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우리 정말 많이 싸웠다. 밤낮없이. -64쪽
그렇게 후회 없이 싸웠다. 그리고 또 싸운다.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끝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으로 스스로 희망이 되어가는 이들. “조그만 희망이라도 있으면 그 틈을 비집고 가서 어떻게든”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는 이들. 이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신들과 함께 살아갈 이들을 기다린다.
※ 이 책의 인세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후원에 사용됩니다.
▣ 작가 소개
밀양구술프로젝트
2013년 12월쯤이었다. 밀양에서 전해오는 소식 너머에 우리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더 있다, 그걸 전해야겠다는 마음들이 모였다.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밀양 구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기억을 함께 만드는, 이웃이 되려는 이들이 마음을 보탰다. 영상활동가, 사진작가들이 함께했고, 많은 분들의 소셜펀치 후원 등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재정이 마련되었다. 이렇게 모인 마음들이 모여 열일곱 분의 이야기를 책에 담을 수 있었다.
글쓴이(게재순)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김영옥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유해정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박이은희 노동자, 학생
변정필 인권활동가
안미선 르포 작가
육성철 전직 기자
박희정 저널리스트, 만화가
희정 기록노동자(르포 작가)
변정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류현영 출판편집자,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회원
진주 자유기고가
이묘랑 인권교육센터 ‘들’ 상... 임활동가
서분숙 르포 작가, 문학치료 연구자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사진_정택용 사진가
▣ 주요 목차
들어가는 글_밀양으로 초대합니다 -6
1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이걸 우째 이고 왔는교” 김말해 -19
“오목조목 살림하며 사는 게 남은 소망이라” 김사례 -49
“소인으로 태어나 이만하면 됐다” 조계순 -69
“바다처럼 너불이가 있더라구” 이사라 -93
“아버님예, 너무너무 힘들어 죽겠심니더” 희경 -117
“해보고 싶어. 승리의 만세를 부르던, 안 부르던” 곽정섭 -139
“돈한테는 안 되는가봐요. 힘듭니다” 이종숙 -159
“정부에서는 전체 거짓말을 하고 있어예” 권영길, 박순연 부부 -181
2부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세상일에 관심 끊고 무심히 살 수는 없습디다” 구미현 -207
“시작한 날이 있으니 끝도 안 있겠습니꺼” 김영자 -233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고향은 지킬래예” 안영수, 천춘정 부부 -257
“포기할 수 없지예, 우리가 끝은 아닐 테니까” 박은숙 -283
“헬기 소리 때문에 없는 병도 생기겠어요” 강귀영 -307
“희망이 있다가 없다가, 하루에도 열두 번” 성은희 -329
“강에 가면 강이 좋고 산에 오르면 산이 좋고” 김옥희 -351
나가는 글_밀양, 그 진실이 드러나길 -386
글쓴이 소개 -386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뺏고 짓밟는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요”
밀양에 대한 아주 편파적인 기록,
그러나 이 아픈 이야기 속에 진실이 있다!
농사지으며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던 이들은
왜 거대 기업과 정부에 맞서게 되었나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등이 만난
밀양 주민 17명의 구술기록,
오늘 ‘밀양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그들이 증언하는 밀양의 진실
4월, 밀양의 잔인한 봄
따사로운 봄날, 만개한 봄꽃들 너머 밀양에서 들리는 소식이 심상치 않다. 마을에 들어서는 140미터 높이의 거대한 765kV 송전탑을 막기 위해 10년간 싸우고 있는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부지에 움막을 짓고 계절을 바꿔가며 농성을 하고 있다. 날이 풀리자 한국전력은 이들 움막에 대해 퇴거 명령을 하고 강제 철거를 예고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에게 밀양으로 달려와 주민들과 함께 움막을 지켜달라고 호소한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밀양을 에워싼다.
농번기를 맞아 한창 씨를 뿌리고 농작물을 가꿔야 할 이들, 평균 연령 70세인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왜 움막에서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무수한 경찰과의 몸싸움,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력과 모욕 가운데 지금까지 100여 명이 넘게 병원으로 실려 갔다. 2012년 1월과 2013년 12월, 두 분의 어르신이 송전탑을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엇이 이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을까 그럼에도 거대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하는 승산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주 편파적인 기록, 그 안에 담긴 진실
이 책은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17명의 구술기록이다. 2013년 말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등이 ‘밀양구술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2014년 2월까지 직접 밀양을 찾아가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왜 송전탑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송전탑으로 인해 마을이 어떤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으며, 삶의 터전이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주민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야기했다. 돈과 힘을 앞세운 한전과 정부에 대한 분노, 돈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이들을 향한 배신감, 거대한 공권력 앞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무력감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지난 10년이 슬픔과 고통만으로 점철된 시간은 아니었다. 싸움 속에서 더욱 돈독해지는 이웃 간의 정, 새롭게 맺어지는 인연들, 더욱 풍요로워진 세계에서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픈 의지가 녹아들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밀양에서 살고 있는, 그리고 밀양에서 계속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아주 편파적인 기록이다.
삶으로 진실을 드러내다
그동안 정부, 한전 관계자, 그리고 그 어떤 언론도 제대로 묻지 않았던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이 책은 편파적이면서도 가장 온전한 밀양의 기록이다. 그 질문은 바로 “당신은 누구인가”, “어떤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왔으며, 당신의 삶에서 이 싸움의 의미는 무엇인가”, “밀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17명의 구술자들은 자신이 온몸으로 살아낸 시간, 희로애락을 겪으며 지내온 세월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진솔한 이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불순한 외부 세력에게 휘둘려 국책사업을 가로막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비난과 매도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이다. 각종 통계수치와 그래프가 동원된 한전과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폭로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들의 목소리, 이들의 삶을 통해 밀양을 산다는 것,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삶의 무게를 감내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존귀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덮는 순간 나의 밀양, 우리의 밀양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또 다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투쟁이기도 하고 삶이기도 한 열일곱 분의 이야기는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 분 한 분의 이야기에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다. 어느 이야기든 우리들의 삶으로 밀양을 맞이하는 문이 되기를 바란다. 그 문으로 밀양이 걸어 들어오며 건네는 질문을 함께 품는 세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전기는 밀양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
밀양구술프로젝트가 만난 밀양 주민들 중 80세가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생애에는 굴곡 많은 한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열일곱, 열여덟에 시집와서 대동아전쟁과 한국전쟁을 겪었던 이야기, 극심한 가난과 고된 시집살이 속에서 아이들을 키웠던 이야기는 자연스레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지 못해 군대에서 욕을 많이 봤다는 할아버지는 한 평생 남 좋은 일만 하며 살았다. 그렇게 온갖 풍파를 뒤로 하고 평온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던 이들에게 날벼락처럼 들이닥친 송전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왜 주민의 뜻을 안 받아들이고, 또 여러 가지 대안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예 묵살하고 들어와서 공사를 시작하고.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완전히 한전의 편만 들고 경찰력을 동원해서 한전을 비호하니까 공사 시작부터 우리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경찰이 콱 늘어서는 광경을 아침에 볼 때, 도대체 믿겨지지가 않아요. 이게 생신가 싶을 정도로예. (…) 당하고도 꿈인 거 겉기도 하고. 경찰이 이런 일도 다 하는가 싶고. -225쪽
주민들을 속이는 정부, 계속 말을 바꾸는 한전, 한전을 비호하며 주민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경찰, 자신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권과 언론……. 그러나 주민들은 망연자실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손을 맞잡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먼저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2차례의 희망버스가 밀양을 찾으면서 밀양은 이제 한국 탈핵 운동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주민들은 싸움 속에서 스스로 깨우치며 ‘고통스런 학습의 터널’을 통과했다. “전기는 밀양 주민들의 피눈물을 타고 흐른다”며 사람을 죽여서 얻는 전기는 필요 없다고 단호히 선언하고 핵발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 지적하며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간을 뒤흔든다.
“포기할 수 없지예, 우리가 끝은 아닐 테니까”
송전탑은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합의냐 반대냐.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틈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찬반에 따라 동네가 갈리고 친인척이 등을 졌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살림살이에도 축이 나고 여기저기 빈자리가 드러난다. 3,000명이 넘는 경찰 병력이 투입되면서 송전탑이 하나 둘 들어섰다. 송전탑은 가까운 미래는 물론 바로 오늘 일상을 위협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송전탑 건설 부지로 자재를 실어 나르는 헬기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고 가축도 불안하다. 하루에도 열두 번 희망이 있는가, 없는가, 오락가락이다.
이래서 우리가 그렇게 목숨 걸고 싸웠던 거구나. 내가 싸우지 않다가 이걸 봤으면 얼마나 후회했겠나. 송전탑 안 들어오게 하려고 그리도 오래 싸웠는데 그래도 들어왔구나. 그러나 역시 싸웠으니까. 이제 어쩔 수 없다. 내 힘으로는 되지 않는가 보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우리 정말 많이 싸웠다. 밤낮없이. -64쪽
그렇게 후회 없이 싸웠다. 그리고 또 싸운다.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끝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으로 스스로 희망이 되어가는 이들. “조그만 희망이라도 있으면 그 틈을 비집고 가서 어떻게든”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는 이들. 이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신들과 함께 살아갈 이들을 기다린다.
※ 이 책의 인세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후원에 사용됩니다.
▣ 작가 소개
밀양구술프로젝트
2013년 12월쯤이었다. 밀양에서 전해오는 소식 너머에 우리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더 있다, 그걸 전해야겠다는 마음들이 모였다.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밀양 구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기억을 함께 만드는, 이웃이 되려는 이들이 마음을 보탰다. 영상활동가, 사진작가들이 함께했고, 많은 분들의 소셜펀치 후원 등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재정이 마련되었다. 이렇게 모인 마음들이 모여 열일곱 분의 이야기를 책에 담을 수 있었다.
글쓴이(게재순)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김영옥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유해정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박이은희 노동자, 학생
변정필 인권활동가
안미선 르포 작가
육성철 전직 기자
박희정 저널리스트, 만화가
희정 기록노동자(르포 작가)
변정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류현영 출판편집자,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회원
진주 자유기고가
이묘랑 인권교육센터 ‘들’ 상... 임활동가
서분숙 르포 작가, 문학치료 연구자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사진_정택용 사진가
▣ 주요 목차
들어가는 글_밀양으로 초대합니다 -6
1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이걸 우째 이고 왔는교” 김말해 -19
“오목조목 살림하며 사는 게 남은 소망이라” 김사례 -49
“소인으로 태어나 이만하면 됐다” 조계순 -69
“바다처럼 너불이가 있더라구” 이사라 -93
“아버님예, 너무너무 힘들어 죽겠심니더” 희경 -117
“해보고 싶어. 승리의 만세를 부르던, 안 부르던” 곽정섭 -139
“돈한테는 안 되는가봐요. 힘듭니다” 이종숙 -159
“정부에서는 전체 거짓말을 하고 있어예” 권영길, 박순연 부부 -181
2부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세상일에 관심 끊고 무심히 살 수는 없습디다” 구미현 -207
“시작한 날이 있으니 끝도 안 있겠습니꺼” 김영자 -233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고향은 지킬래예” 안영수, 천춘정 부부 -257
“포기할 수 없지예, 우리가 끝은 아닐 테니까” 박은숙 -283
“헬기 소리 때문에 없는 병도 생기겠어요” 강귀영 -307
“희망이 있다가 없다가, 하루에도 열두 번” 성은희 -329
“강에 가면 강이 좋고 산에 오르면 산이 좋고” 김옥희 -351
나가는 글_밀양, 그 진실이 드러나길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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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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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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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