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011년 설봉호, 그리고 2014년 세월호
반복되는 국가적 재난, 누구의 책임인가
2011년 9월 6일 자정을 막 지난 시간, 여수 남쪽 73km 해상을 지나던 여객선 설봉호에서 원인모를 불이 났다. 여객선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설봉호의 선원은 곧 선장에게 화재 사실을 알렸고, 선장은 즉시 해경에 신고하고 선원들을 정 위치에 배치했다. 동요를 막기 위해 승객들에게는 조용히 상황을 알리고 구명동의를 지급한 뒤 선수갑판으로 유도했다. 곧 비상 사다리가 내려지고 구명정이 펼쳐졌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급히 출동하면서 해군에 상황을 알렸고, 인근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해군 함정이 먼저 현장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펼쳤다. 바다에 뛰어내린 승객들은 고속단정이 건져 올렸고, 뒤이어 해경 경비정 등 배 30여 척이 몰려들었다. 화재 진압에 나선 배, 구조 활동에 나선 배, 구조 승객을 수송하는 배가 모두 제 역할을 하기에 바빴다. 결국 2시간여 만에 승객 전원이 구조됐다.
세월호 사건은 설봉호 사건에 비해 육지에서 훨씬 더 가까운, 훤한 아침의 잔잔한 바다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시간적 여유도 충분했다. 하지만 배 안에 있는 승객 중 단 한 사람도 살려 내지 못했다.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걸까
답은 간단하다. 세월호 사건에는 윗선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설봉호 사건에는 윗사람들이 개입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해경과 해군이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신속하게 사고를 처리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선장과 선원들이 해운사와 해경 윗선의 지시를 받느라 승객 구조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윗선이 개입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없던 문제까지 생긴다. 그들은 현장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원칙적인 지시를 내리면서 아랫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한다. 현장에서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더라도 윗사람의 지시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제가 점점 커진다. 세월호 사건도 그렇게, 재앙으로 끝났다.
계속되는 재난은 지도자의 무능이나 국민성이 아닌,
올라갈수록 권한은 커지지만 책임은 줄어드는 관료시스템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과 간첩조작 사건, 용산 참사 그리고 세월호의 침몰….
국가적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후속 조치들이 발표되지만 그때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건은 형태를 달리하여 되풀이된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의 저자 최동석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원인을 ‘개인의 무능’이나 ‘국민성’이 아닌 관료조직의 ‘의사결정제도’에 두고 있다. 시스템이 똑똑한 사람들을 무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바로 ‘품의제도’다.
품의제도란 어떤 사안과 관련된 말단 사원이 최종결정자에게 올릴 품의서를 만들어 결재를 받는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의사결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최종결정자뿐만 아니라 결정에 참여한 모두에게 있다.
그래서 품의제도는 마치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안을 결정하는, 얼핏 보면 ‘민주적인 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최종결정자에게 권한은 몰아주고 책임은 지우지 않는 제도일 뿐이다.
우선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잘못된 의사결정과 실행을 하지 않더라도 권력자의 필요에 따라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대개 윗사람이 행사한 권한에 대한 책임은 아랫사람이 지고, 그래서 큰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이 제도에서 부하들은 상관에게 품의하기 위한 ‘인적 자원’에 불과할 뿐 아무런 자율적 결정 권한도 없고, 고유 업무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품의제도가 폐기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권위주의적인 사람들에게는 품의제도보다 더 좋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상관이나 지도자로서 현실을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한 후 이를 토대로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려면 끊임없는 공부와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산이 필요하지만 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동석 교수는 독일연방은행 직원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 이러한 우리나라의 관료사회와 서구 관료사회의 실태를 비교한다.
“우리는 63세까지 일해야 해요. 정년 나이가 너무 높아서 불만이지요.”
“우리는 58세까지 밖에 일을 못해요. 그것도 56세에는 현업에서 손을 놓고 후선으로 물러나야 하는데, 독일은 상당히 좋은 편이군요. 우리도 정년을 좀 더 연장해야 하겠네요.”
“(…) 역시 한국인은 일하기를 좋아하고, 더 오래 일하기를 원하는군요. 우리가 58세까지라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그들은 정년을 낮추기를 원했고 우리는 63세까지 연장하기를 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그들이 은퇴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윗자리로 올라갈수록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할 업무량과 권한이 늘어날 뿐 아니라 동시에 책임도 막중해져 육체적, 정신적 압박이 훨씬 커지기 때문입니다. (…)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권한은 막중해지면서 책임은 오히려 줄어드는 매우 ‘야릇한’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 한국인은 일하기를 좋아한다 중에서
올라갈수록 책임과 권한이 막중해지는 서구조직과 달리 우리나라 관료사회에서는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 편하고, 더 많은 권력을 누리고, 더 많은 보수를 받고, 더 많은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고, 책임은 오히려 줄어든다. 승진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올라서면 모든 것을 갖되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제도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진하고 승리하는 데 사활을 거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히 관료들에게 국민이나 아랫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 줄 상관에게만 잘 보이면 되기 때문이다.
야만적인 제도를 바꿔야
개인과 국가의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하다
영어에는 ‘결재’라는 단어가 없다. 개인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권한과 책임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러한 직무수행 방식을 그저 의사결정이라고 부를 뿐이다. 최동석 교수는 품의제도의 대안으로서 이러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제시하면서 이를 ‘단위업무담당제’라고 부른다.
단위업무담당제에서 상관은 의사결정 사안을, 품의제도에서처럼 위계질서에 따라 업무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 그 사안에 대한 전문가, 즉 적임자를 골라 직위에 관계없이 업무지시를 내린다. 그러면 업무를 맡은 담당자는 다시 자신의 부하에게 그 일을 재차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검토안을 작성하여 보고한다. 그리고 상관은 보고안을 검토한 후 자신의 책임 하에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각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업무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진다. 직무수행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규제를 위한 규제도 있을 수 없다. 한마디로 각자 자기 일을 자기가 알아서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국가적인 위기를 경험할 때마다 개인의 의식을 바꾸고, 조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의식개혁을 위한 각종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우리는 이미 새마을 운동, 새정신 교육, 새생활 운동, 바르게 살기 운동, 심성 훈련, 각종 의식개혁 교육 등에 수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하지만 구호나 운동, 정신교육 프로그램으로는 개인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개인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구호는 자신의 생각을 조작하려 한다는 반감을 갖게 할 뿐이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에서는 조직구성원과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 의사결정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제도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명확히 밝혀 주는 단위업무담당제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제도가 주는 책임감만이 개인의 창의력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제도는 결국 다시 인간을 만든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관료조직이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바꿔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부패에서 부패로, 왜곡에서 왜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무능과 부패를 가속화하는 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어떠한 개혁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최동석
우리나라 관료사회에는 일제시대부터 내려 온 군국주의적 조직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상명하복의 규율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문화를 바로잡으려면 관료조직의 시스템적 개혁이 필요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독일 기센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20년간 일한 후, 2001년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조직에서 경영자, 경영학자 그리고 경영컨설턴트로 일해 오고 있다. 2006년부터 서강대학교 MBA 과정에서 리더십개발론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4년부터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인간과 조직에 관한 철학적·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관리, 역량관리, 조직시스템설계, 리더십개발, 교육훈련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경영관리의 위기』, 『다시 쓰는 경영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인재전쟁』, 『셈코스토리』, 『성공적인 팀의 5가지 조건』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저자의 말 호소하는 마음으로
프롤로그 왜 그랬을까
복사본이 사라진 사회에서
해경은 왜 그랬을까
고위공직자들은 왜 그랬을까
박근혜는 무능한가
1부 인간과 조직을 어떻게 볼 것인가
1장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부패의 악순환 구조
어쩌다 이렇게 됐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현대 학문의 뿌리 ― 인간이 자원이라고
전통적 인간관에 대한 반성
잘못된 인간관에서 출발한 경제학
무엇이 문제인가
부패의 악순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전인적 인간관
2장 조직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인간을 위한 조직설계
강의시간 중에 뜨개질 하는 학생들
새로운 조직이해
효과적인 조직은 어떠해야 하는가 ― 조직설계를 위한 세 가지 파라미터
필요충족성
유연성
의사결정성
‘열심히 일하라’는 헛소리
정보지식사회형 조직
조직을 변화시키려면
그러면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 ― 조직혁신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직무의 사유화
수요자에 의한 평가
선발의 객관화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2부 무엇이 조직을 병들게 하는가
3장 ‘인간을 위한 거울’이 깨졌으나… : 문화의 병리학적 진단
지역감정은 나쁘다
사람이 본능에만 사로잡혀 있지 않는 까닭
문화란 무엇인가 ― ‘인간을 위한 거울’
인간은 문화를 창조하지만, 문화는 다시 인간을 만든다
문화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 문화의 병리학적 원리
기업가의 부도덕성이 문제라고
조직이란 무엇인가 ― 인간, 구조, 체계
조직이 병들다니
인격장애
구조장애
체계장애
조직실패의 악순환 모델
‘인간을 위한 거울’이 깨졌으나…
4장 나라를 망친 ‘어찌 하오리까’ 품의제도의 덫
한국인은 일하기를 좋아한다
총체적 부패
‘어찌 하오리까’ ― 품의제도란 무엇인가
품의제도는 정말 민주적인 제도인가
품의제도의 진정한 문제점
무슨 일이 어디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합리적 의사결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직의 폐쇄성을 강화시킨다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전문성을 키울 수 없다
중요한 결정은 품의대상이 아니다
어째서 품의제도를 버리지 못하는가
품의제도가 생산한 인물들
상관순응형 인물
무데뽀형 인물
품의제도의 덫에 걸려든 YS와 DJ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단위업무담당제를 도입해야
단위업무담당제의 효과
인사고과제도를 함께 고쳐야
에필로그 시스템 개혁에 관한 대화와 토론을 위하여
2011년 설봉호, 그리고 2014년 세월호
반복되는 국가적 재난, 누구의 책임인가
2011년 9월 6일 자정을 막 지난 시간, 여수 남쪽 73km 해상을 지나던 여객선 설봉호에서 원인모를 불이 났다. 여객선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설봉호의 선원은 곧 선장에게 화재 사실을 알렸고, 선장은 즉시 해경에 신고하고 선원들을 정 위치에 배치했다. 동요를 막기 위해 승객들에게는 조용히 상황을 알리고 구명동의를 지급한 뒤 선수갑판으로 유도했다. 곧 비상 사다리가 내려지고 구명정이 펼쳐졌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급히 출동하면서 해군에 상황을 알렸고, 인근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해군 함정이 먼저 현장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펼쳤다. 바다에 뛰어내린 승객들은 고속단정이 건져 올렸고, 뒤이어 해경 경비정 등 배 30여 척이 몰려들었다. 화재 진압에 나선 배, 구조 활동에 나선 배, 구조 승객을 수송하는 배가 모두 제 역할을 하기에 바빴다. 결국 2시간여 만에 승객 전원이 구조됐다.
세월호 사건은 설봉호 사건에 비해 육지에서 훨씬 더 가까운, 훤한 아침의 잔잔한 바다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시간적 여유도 충분했다. 하지만 배 안에 있는 승객 중 단 한 사람도 살려 내지 못했다.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걸까
답은 간단하다. 세월호 사건에는 윗선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설봉호 사건에는 윗사람들이 개입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해경과 해군이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신속하게 사고를 처리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선장과 선원들이 해운사와 해경 윗선의 지시를 받느라 승객 구조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윗선이 개입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없던 문제까지 생긴다. 그들은 현장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원칙적인 지시를 내리면서 아랫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한다. 현장에서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더라도 윗사람의 지시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제가 점점 커진다. 세월호 사건도 그렇게, 재앙으로 끝났다.
계속되는 재난은 지도자의 무능이나 국민성이 아닌,
올라갈수록 권한은 커지지만 책임은 줄어드는 관료시스템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과 간첩조작 사건, 용산 참사 그리고 세월호의 침몰….
국가적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후속 조치들이 발표되지만 그때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건은 형태를 달리하여 되풀이된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의 저자 최동석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원인을 ‘개인의 무능’이나 ‘국민성’이 아닌 관료조직의 ‘의사결정제도’에 두고 있다. 시스템이 똑똑한 사람들을 무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바로 ‘품의제도’다.
품의제도란 어떤 사안과 관련된 말단 사원이 최종결정자에게 올릴 품의서를 만들어 결재를 받는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의사결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최종결정자뿐만 아니라 결정에 참여한 모두에게 있다.
그래서 품의제도는 마치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안을 결정하는, 얼핏 보면 ‘민주적인 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최종결정자에게 권한은 몰아주고 책임은 지우지 않는 제도일 뿐이다.
우선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잘못된 의사결정과 실행을 하지 않더라도 권력자의 필요에 따라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대개 윗사람이 행사한 권한에 대한 책임은 아랫사람이 지고, 그래서 큰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이 제도에서 부하들은 상관에게 품의하기 위한 ‘인적 자원’에 불과할 뿐 아무런 자율적 결정 권한도 없고, 고유 업무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품의제도가 폐기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권위주의적인 사람들에게는 품의제도보다 더 좋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상관이나 지도자로서 현실을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한 후 이를 토대로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려면 끊임없는 공부와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산이 필요하지만 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동석 교수는 독일연방은행 직원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 이러한 우리나라의 관료사회와 서구 관료사회의 실태를 비교한다.
“우리는 63세까지 일해야 해요. 정년 나이가 너무 높아서 불만이지요.”
“우리는 58세까지 밖에 일을 못해요. 그것도 56세에는 현업에서 손을 놓고 후선으로 물러나야 하는데, 독일은 상당히 좋은 편이군요. 우리도 정년을 좀 더 연장해야 하겠네요.”
“(…) 역시 한국인은 일하기를 좋아하고, 더 오래 일하기를 원하는군요. 우리가 58세까지라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그들은 정년을 낮추기를 원했고 우리는 63세까지 연장하기를 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그들이 은퇴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윗자리로 올라갈수록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할 업무량과 권한이 늘어날 뿐 아니라 동시에 책임도 막중해져 육체적, 정신적 압박이 훨씬 커지기 때문입니다. (…)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권한은 막중해지면서 책임은 오히려 줄어드는 매우 ‘야릇한’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 한국인은 일하기를 좋아한다 중에서
올라갈수록 책임과 권한이 막중해지는 서구조직과 달리 우리나라 관료사회에서는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 편하고, 더 많은 권력을 누리고, 더 많은 보수를 받고, 더 많은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고, 책임은 오히려 줄어든다. 승진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올라서면 모든 것을 갖되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제도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진하고 승리하는 데 사활을 거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히 관료들에게 국민이나 아랫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 줄 상관에게만 잘 보이면 되기 때문이다.
야만적인 제도를 바꿔야
개인과 국가의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하다
영어에는 ‘결재’라는 단어가 없다. 개인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권한과 책임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러한 직무수행 방식을 그저 의사결정이라고 부를 뿐이다. 최동석 교수는 품의제도의 대안으로서 이러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제시하면서 이를 ‘단위업무담당제’라고 부른다.
단위업무담당제에서 상관은 의사결정 사안을, 품의제도에서처럼 위계질서에 따라 업무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 그 사안에 대한 전문가, 즉 적임자를 골라 직위에 관계없이 업무지시를 내린다. 그러면 업무를 맡은 담당자는 다시 자신의 부하에게 그 일을 재차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검토안을 작성하여 보고한다. 그리고 상관은 보고안을 검토한 후 자신의 책임 하에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각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업무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진다. 직무수행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규제를 위한 규제도 있을 수 없다. 한마디로 각자 자기 일을 자기가 알아서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국가적인 위기를 경험할 때마다 개인의 의식을 바꾸고, 조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의식개혁을 위한 각종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우리는 이미 새마을 운동, 새정신 교육, 새생활 운동, 바르게 살기 운동, 심성 훈련, 각종 의식개혁 교육 등에 수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하지만 구호나 운동, 정신교육 프로그램으로는 개인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개인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구호는 자신의 생각을 조작하려 한다는 반감을 갖게 할 뿐이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에서는 조직구성원과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 의사결정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제도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명확히 밝혀 주는 단위업무담당제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제도가 주는 책임감만이 개인의 창의력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제도는 결국 다시 인간을 만든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관료조직이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바꿔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부패에서 부패로, 왜곡에서 왜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무능과 부패를 가속화하는 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어떠한 개혁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최동석
우리나라 관료사회에는 일제시대부터 내려 온 군국주의적 조직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상명하복의 규율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문화를 바로잡으려면 관료조직의 시스템적 개혁이 필요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독일 기센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20년간 일한 후, 2001년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조직에서 경영자, 경영학자 그리고 경영컨설턴트로 일해 오고 있다. 2006년부터 서강대학교 MBA 과정에서 리더십개발론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4년부터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인간과 조직에 관한 철학적·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관리, 역량관리, 조직시스템설계, 리더십개발, 교육훈련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경영관리의 위기』, 『다시 쓰는 경영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인재전쟁』, 『셈코스토리』, 『성공적인 팀의 5가지 조건』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저자의 말 호소하는 마음으로
프롤로그 왜 그랬을까
복사본이 사라진 사회에서
해경은 왜 그랬을까
고위공직자들은 왜 그랬을까
박근혜는 무능한가
1부 인간과 조직을 어떻게 볼 것인가
1장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부패의 악순환 구조
어쩌다 이렇게 됐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현대 학문의 뿌리 ― 인간이 자원이라고
전통적 인간관에 대한 반성
잘못된 인간관에서 출발한 경제학
무엇이 문제인가
부패의 악순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전인적 인간관
2장 조직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인간을 위한 조직설계
강의시간 중에 뜨개질 하는 학생들
새로운 조직이해
효과적인 조직은 어떠해야 하는가 ― 조직설계를 위한 세 가지 파라미터
필요충족성
유연성
의사결정성
‘열심히 일하라’는 헛소리
정보지식사회형 조직
조직을 변화시키려면
그러면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 ― 조직혁신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직무의 사유화
수요자에 의한 평가
선발의 객관화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2부 무엇이 조직을 병들게 하는가
3장 ‘인간을 위한 거울’이 깨졌으나… : 문화의 병리학적 진단
지역감정은 나쁘다
사람이 본능에만 사로잡혀 있지 않는 까닭
문화란 무엇인가 ― ‘인간을 위한 거울’
인간은 문화를 창조하지만, 문화는 다시 인간을 만든다
문화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 문화의 병리학적 원리
기업가의 부도덕성이 문제라고
조직이란 무엇인가 ― 인간, 구조, 체계
조직이 병들다니
인격장애
구조장애
체계장애
조직실패의 악순환 모델
‘인간을 위한 거울’이 깨졌으나…
4장 나라를 망친 ‘어찌 하오리까’ 품의제도의 덫
한국인은 일하기를 좋아한다
총체적 부패
‘어찌 하오리까’ ― 품의제도란 무엇인가
품의제도는 정말 민주적인 제도인가
품의제도의 진정한 문제점
무슨 일이 어디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합리적 의사결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직의 폐쇄성을 강화시킨다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전문성을 키울 수 없다
중요한 결정은 품의대상이 아니다
어째서 품의제도를 버리지 못하는가
품의제도가 생산한 인물들
상관순응형 인물
무데뽀형 인물
품의제도의 덫에 걸려든 YS와 DJ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단위업무담당제를 도입해야
단위업무담당제의 효과
인사고과제도를 함께 고쳐야
에필로그 시스템 개혁에 관한 대화와 토론을 위하여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