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정보와 소통의 간극을 넘어, 이제는 ‘또 다른 세계화’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CICI에서는 매해 해외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문화소통포럼 CCF를 연다. 이번 제3회 CCF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문화특보 블라디미르 톨스토이, 토머스 렌츠 미국 하버드대 박물관장,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 세계적 문화 리더들이 참석해 ‘문화 소통’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이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이가 바로 소통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도미니크 볼통 프랑스 국립소통학연구소 소장이다. 올해 두 번째로 CCF에 참석하는 그는 지난해 펴낸 『불통의 시대 소통을 읽다』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널리 이름을 알렸다. 도미니크 볼통은 정보와 소통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또 다른 세계화』를 통해 ‘문화적 공존’이라는 논제를 소리 높여 외친다. 저자의 방한과 맞추어 출간되는 『또 다른 세계화』의 한국어판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또 다른 세계화’의 개념을 정리한 부분과 이들 연구가 적용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특히 뒷부분에서는 ‘한국의 구체적 소통-불통 사례’와 함께 최근 세계의 핵심적인 쟁점인 ‘아랍의 봄’ ‘후쿠시마의 반향’ ‘유럽 재정 위기’ 그리고 ‘포퓰리즘의 급부상’ 등을 담아낸다.
문화 세계화가 드러낸 21세기의 가장 큰 모순
이론의 여지 없이 우리는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다. 운송 수단과 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몇 시간 만에 갈 수 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과 동시에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알 수 있다. 이런 세계화는 모두 3단계에 걸쳐 일어났다. 첫 번째 세계화는 정치 세계화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엔이 결성되면서 이루어졌다. 두 번째 세계화는 경제 세계화로, 1950년대와 1970년대 서구 사회의 막강한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세 번째 세계화는 문화 세계화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정보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문화 산업체들이 이끄는 세계화다. 이 세 번째 세계화는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세상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 사람들은 정보-소통의 세계화가 인류에게 지적인 풍요로움과 인간 해방을 선물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에 일부 공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갖는다고 해서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더욱 첨예하게 타자와 대립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문화 세계화는 인류의 문화적 차이와 종교적 특수성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눈에 띄게 만들고, 서로 간의 몰이해를 심화시켰다. 이것은 21세기의 가장 큰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소통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가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이 언급했듯이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마을, 즉 ‘지구촌’이 되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분절은 더욱 커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진보 사이의 거대한 단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적 진보와 함께 소통은 퇴보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소통을 재고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자, 이 책의 목적이다. 도미니크 볼통은 문화 세계화가 긴장과 증오, 충돌의 원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대한 다국적 문화 산업이 지배하는 틀에서 벗어나 공존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차이점들을 용인하고,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인 공존을 구축하는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문화적 차이가 경제 위기를 악화시키고, 나아가 문화 간 충돌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까?
문제는 우리가 정보와 소통을 혼동하는 데서 나온다. 정보와 소통은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정보는 발신자가 메시지를 전송하여 더 빨리 더 많은 사람들과 접속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반면 소통은 메시지를 받은 수신자가 그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초점을 둔다. 정보 수신자는 근본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언어,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메시지의 양이 늘어날수록 자신들의 관점을 수정하는 대신 본래의 의견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 지점이 바로 문화 세계화의 최대 난점이다. 거대 문화 산업체들은 전 세계에 정보를 쏟아내기만 할 뿐, 소통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그들은 정보를 받는 사람들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문화적 차이가 큰 만큼 서로 간의 대화는 매우 어렵고 복잡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소통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국,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한 기회인가
도미니크 볼통이 바라본 한국의 문제점 중 하나는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이다. 그에 더해 한국 정치가 보여 주는 수동성도 한몫을 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지만, 정치적 관점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인데도 인권 분야나 중요 외교 사안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다. 한국의 역사가 바로 이런 사실을 증명해 준다. 한국은 18세기까지는 중국에, 20세기 전반부는 일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서구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언제나 정치적 슈퍼 파워의 그늘 아래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날의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정치적 모범생일 뿐, 결코 돋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은 문화나 정보-소통의 세계화 시대에 무척 매혹적인 나라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IT 기술과 사이버 세계의 최강국이면서 ‘한류’와 같은 창조적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분명히 기술적, 경제적 수단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의 세계화와 문화 간의 대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독자적인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이것은 미국보다 앞선 것들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국이 기술 이데올로기에 굴복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이미 인터넷의 부정적인 효과들에 열린 비판을 가하고 있으며, 이미 사이버 정치도 태동한 지 오래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더 큰 가능성은 바로 한국이 여전히 소통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분단 상황과 이데올로기적 관점, 그리고 경제·문화적 위치에서 한국은 오래전부터 두 극단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이는 또 다른 세계화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한국이 이런 단점과 장점을 직시하고 더욱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21세기의 중심축으로 떠오를 날도 머지않았다.
진정한 세계화란 무엇인가
1970년대에 세계화라는 담론이 처음으로 출현했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지구촌이란 개념은 친근하고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꿈꾼 세계화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이내 거대 다국적기업과 투기 자본의 이윤만 추구하는 경제적인 침략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명 났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정체성과 언어는 무시한 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윤을 거두어들일 것인가라는 명제가 전 세계에 파고들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다국적기업이 전 세계에 유포하는 미국식 문화와 생활방식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화에 노출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을 뒤흔들며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결국 곳곳에서 문화적 충돌이 일어났다. 저자 도미니크 볼통은 이 책을 통해 이윤 추구를 위한 경제적 세계화만을 세계화라고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문화-정보, 경제적 이윤과 더불어, 서로 소통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세계화를 주창한다. 문화적 공존이야말로 전 세계를 한 가족으로 묶을 수 있는 진정한 세계화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도미니크 볼통 (Dominique Wolton)
프랑스 국립 과학연구센터(CNRS) 리서치 디렉터이자, CNRS 산하 소통과학연구소(Institute of Communication Sciences) 소장이다. 지난 30여 년간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 프랑스 최고 석학 중 한 사람이다. 국제적 연구 잡지인 「헤르메스(Hermes)」의 창립자이자 디렉터이며, 프랑스 국립 방송 프랑스 2(France 2) 위원회 이사, 유네스코 위원회 프랑스 대표이다. 프랑스 국민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한 그는 현재 프랑스 방송과 뉴스, 신문에서 문화 비평과 사회현상 분석에 관해 가장 많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또 다른 세계화』 『미래의 프랑코포니』 『마지막 유토피아』 『인터넷 그 이후』 등 30여 권이 있으며, 이들은 영어와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역자 : 김주노
파리에 체류하면서 활발한 출판 기획과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충남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KBS와 EBS 방송작가로 일했으며,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대학교육과 출판 담당 비서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저서로는 『지중해에서 신화를 만나다』, 공역으로 『불통의 시대 소통을 읽다』가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서문- 21세기 핵심 과제, 문화 공존
제1장 정보와 소통의 차이
정보 과잉
문화 충돌
정치와 문화의 보복
현대사회의 양면, 개방성과 정체성
문화적 다양성 추구
문화가 가진 의미
수신자의 지위와 역할
제안들
제2장 정체성-문화-소통, 21세기의 위험한 삼각관계
이곳의 문화, 저곳의 문화
세계주의자들의 환상
정치의 귀환
중심 개념, 집단적 문화 정체성
폭발성의 삼각관계
제안들
제3장 문화 공존, 또 다른 세계화
왜 문화 공존인가?
정치적 목적
위험들
문화 공존? 문명의 충돌?
정부, 공존, 국제 공동체
제안들
제4장 유럽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문화 간 대화의 시험장
유럽 관료주의의 위험들
포퓰리즘의 유혹
유럽의 역사적 관계
서구주의와 보편주의
제안들 : 네 가지 선결 과제
제5장 한국,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한 기회인가?
왜 한국은 여전히 미지의 나라로 남아 있는가?
문화로 소통할 것인가? 기술로 소통할 것인가?
한국, 과연 소통하는가?
한국과 다언어주의
제안들 : 한국이 취해야 할 소통 전략
제6장 또 다른 세계화, 현실 문제의 시험장
생태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
문화 다양성과 국제적 균형
아랍의 봄, 불통의 증거
불통과 민족주의
불통과 문화 산업
기술 이데올로기와 아랍의 봄
다르게 소통하기
결론
정보와 소통의 간극을 넘어, 이제는 ‘또 다른 세계화’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CICI에서는 매해 해외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문화소통포럼 CCF를 연다. 이번 제3회 CCF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문화특보 블라디미르 톨스토이, 토머스 렌츠 미국 하버드대 박물관장,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 세계적 문화 리더들이 참석해 ‘문화 소통’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이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이가 바로 소통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도미니크 볼통 프랑스 국립소통학연구소 소장이다. 올해 두 번째로 CCF에 참석하는 그는 지난해 펴낸 『불통의 시대 소통을 읽다』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널리 이름을 알렸다. 도미니크 볼통은 정보와 소통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또 다른 세계화』를 통해 ‘문화적 공존’이라는 논제를 소리 높여 외친다. 저자의 방한과 맞추어 출간되는 『또 다른 세계화』의 한국어판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또 다른 세계화’의 개념을 정리한 부분과 이들 연구가 적용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특히 뒷부분에서는 ‘한국의 구체적 소통-불통 사례’와 함께 최근 세계의 핵심적인 쟁점인 ‘아랍의 봄’ ‘후쿠시마의 반향’ ‘유럽 재정 위기’ 그리고 ‘포퓰리즘의 급부상’ 등을 담아낸다.
문화 세계화가 드러낸 21세기의 가장 큰 모순
이론의 여지 없이 우리는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다. 운송 수단과 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몇 시간 만에 갈 수 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과 동시에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알 수 있다. 이런 세계화는 모두 3단계에 걸쳐 일어났다. 첫 번째 세계화는 정치 세계화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엔이 결성되면서 이루어졌다. 두 번째 세계화는 경제 세계화로, 1950년대와 1970년대 서구 사회의 막강한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세 번째 세계화는 문화 세계화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정보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문화 산업체들이 이끄는 세계화다. 이 세 번째 세계화는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세상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 사람들은 정보-소통의 세계화가 인류에게 지적인 풍요로움과 인간 해방을 선물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에 일부 공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갖는다고 해서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더욱 첨예하게 타자와 대립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문화 세계화는 인류의 문화적 차이와 종교적 특수성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눈에 띄게 만들고, 서로 간의 몰이해를 심화시켰다. 이것은 21세기의 가장 큰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소통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가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이 언급했듯이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마을, 즉 ‘지구촌’이 되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분절은 더욱 커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진보 사이의 거대한 단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적 진보와 함께 소통은 퇴보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소통을 재고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자, 이 책의 목적이다. 도미니크 볼통은 문화 세계화가 긴장과 증오, 충돌의 원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대한 다국적 문화 산업이 지배하는 틀에서 벗어나 공존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차이점들을 용인하고,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인 공존을 구축하는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문화적 차이가 경제 위기를 악화시키고, 나아가 문화 간 충돌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까?
문제는 우리가 정보와 소통을 혼동하는 데서 나온다. 정보와 소통은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정보는 발신자가 메시지를 전송하여 더 빨리 더 많은 사람들과 접속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반면 소통은 메시지를 받은 수신자가 그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초점을 둔다. 정보 수신자는 근본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언어,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메시지의 양이 늘어날수록 자신들의 관점을 수정하는 대신 본래의 의견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 지점이 바로 문화 세계화의 최대 난점이다. 거대 문화 산업체들은 전 세계에 정보를 쏟아내기만 할 뿐, 소통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그들은 정보를 받는 사람들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문화적 차이가 큰 만큼 서로 간의 대화는 매우 어렵고 복잡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소통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국,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한 기회인가
도미니크 볼통이 바라본 한국의 문제점 중 하나는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이다. 그에 더해 한국 정치가 보여 주는 수동성도 한몫을 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지만, 정치적 관점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인데도 인권 분야나 중요 외교 사안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다. 한국의 역사가 바로 이런 사실을 증명해 준다. 한국은 18세기까지는 중국에, 20세기 전반부는 일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서구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언제나 정치적 슈퍼 파워의 그늘 아래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날의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정치적 모범생일 뿐, 결코 돋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은 문화나 정보-소통의 세계화 시대에 무척 매혹적인 나라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IT 기술과 사이버 세계의 최강국이면서 ‘한류’와 같은 창조적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분명히 기술적, 경제적 수단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의 세계화와 문화 간의 대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독자적인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이것은 미국보다 앞선 것들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국이 기술 이데올로기에 굴복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이미 인터넷의 부정적인 효과들에 열린 비판을 가하고 있으며, 이미 사이버 정치도 태동한 지 오래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더 큰 가능성은 바로 한국이 여전히 소통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분단 상황과 이데올로기적 관점, 그리고 경제·문화적 위치에서 한국은 오래전부터 두 극단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이는 또 다른 세계화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한국이 이런 단점과 장점을 직시하고 더욱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21세기의 중심축으로 떠오를 날도 머지않았다.
진정한 세계화란 무엇인가
1970년대에 세계화라는 담론이 처음으로 출현했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지구촌이란 개념은 친근하고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꿈꾼 세계화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이내 거대 다국적기업과 투기 자본의 이윤만 추구하는 경제적인 침략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명 났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정체성과 언어는 무시한 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윤을 거두어들일 것인가라는 명제가 전 세계에 파고들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다국적기업이 전 세계에 유포하는 미국식 문화와 생활방식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화에 노출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을 뒤흔들며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결국 곳곳에서 문화적 충돌이 일어났다. 저자 도미니크 볼통은 이 책을 통해 이윤 추구를 위한 경제적 세계화만을 세계화라고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문화-정보, 경제적 이윤과 더불어, 서로 소통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세계화를 주창한다. 문화적 공존이야말로 전 세계를 한 가족으로 묶을 수 있는 진정한 세계화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도미니크 볼통 (Dominique Wolton)
프랑스 국립 과학연구센터(CNRS) 리서치 디렉터이자, CNRS 산하 소통과학연구소(Institute of Communication Sciences) 소장이다. 지난 30여 년간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 프랑스 최고 석학 중 한 사람이다. 국제적 연구 잡지인 「헤르메스(Hermes)」의 창립자이자 디렉터이며, 프랑스 국립 방송 프랑스 2(France 2) 위원회 이사, 유네스코 위원회 프랑스 대표이다. 프랑스 국민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한 그는 현재 프랑스 방송과 뉴스, 신문에서 문화 비평과 사회현상 분석에 관해 가장 많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또 다른 세계화』 『미래의 프랑코포니』 『마지막 유토피아』 『인터넷 그 이후』 등 30여 권이 있으며, 이들은 영어와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역자 : 김주노
파리에 체류하면서 활발한 출판 기획과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충남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KBS와 EBS 방송작가로 일했으며,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대학교육과 출판 담당 비서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저서로는 『지중해에서 신화를 만나다』, 공역으로 『불통의 시대 소통을 읽다』가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서문- 21세기 핵심 과제, 문화 공존
제1장 정보와 소통의 차이
정보 과잉
문화 충돌
정치와 문화의 보복
현대사회의 양면, 개방성과 정체성
문화적 다양성 추구
문화가 가진 의미
수신자의 지위와 역할
제안들
제2장 정체성-문화-소통, 21세기의 위험한 삼각관계
이곳의 문화, 저곳의 문화
세계주의자들의 환상
정치의 귀환
중심 개념, 집단적 문화 정체성
폭발성의 삼각관계
제안들
제3장 문화 공존, 또 다른 세계화
왜 문화 공존인가?
정치적 목적
위험들
문화 공존? 문명의 충돌?
정부, 공존, 국제 공동체
제안들
제4장 유럽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문화 간 대화의 시험장
유럽 관료주의의 위험들
포퓰리즘의 유혹
유럽의 역사적 관계
서구주의와 보편주의
제안들 : 네 가지 선결 과제
제5장 한국, 또 다른 세계화를 위한 기회인가?
왜 한국은 여전히 미지의 나라로 남아 있는가?
문화로 소통할 것인가? 기술로 소통할 것인가?
한국, 과연 소통하는가?
한국과 다언어주의
제안들 : 한국이 취해야 할 소통 전략
제6장 또 다른 세계화, 현실 문제의 시험장
생태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
문화 다양성과 국제적 균형
아랍의 봄, 불통의 증거
불통과 민족주의
불통과 문화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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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소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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