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 인류 최고의 고전, 싼스끄리뜨어에서 세계 3번째로 완역
- 20여 년 간에 걸친 산스크리트 번역과 공들인 주해
- 인간에 대한 가장 깊은 통찰을 기상천외의 문학적 상상력 속에 버무려낸 우리 시대의 고전!
- ‘콘텐츠 없는 디지털 왕국,’ 한국에 내리는 무한 상상의 축복
세계 최고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
앙코르와트, 『포켓몬』, 『삼국지』, 간디의 『바가와드 기따』속에
살아 있는 인도 문명의 모든 것!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룬 감독 영화화 예정!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따』에 있나니, 『마하바라따』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
“가늠할 수 없이 지혜로운 위야사가 지은 이 이야기는 세상사에 관한 학문이요, 성스러운 최상의 다르마에 관한 학문이며, 해탈에 관한 학문이랍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몸과 마음과 말로 지은 죄가 말끔히 없어질 것입니다.”
인류 최고의 고전, 세계 3번째로 완역되다.
고전에 대한 규정 중의 하나로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 너무나 가까이 있지만 막상 아무도 그것을 모르는 것도 고전에 대한 규정 중의 하나라면, 이것은 『마하바라따』에 온전히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간디는 평생을 조석으로 』바가와드 기따』 를 읽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마하바라따』의 6장의 일부이다. "아바타"에서 이미 『마하바라따』의 몇몇 모티브를 도입했던 카메룬은 “나의 오랜 꿈은 『마하바라따』를 영화화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꿈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할리우드의 "2012"는 이미 이 『마하바라따』 3장에 나오는 "세계 대홍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번안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앙코르 와트를 불교 사원으로 생각하지만 이 석림(石林)은 『마하바라따』속의 이야기들을 시대별로 상이한 방식으로 조각해놓은 것이다. 또 포켓몬에 등장하는 각종 캐릭터들의 특징과 이름 또한 많은 것이 이 『마하바라따』에서 유래한 것이다. 어디 이 뿐인가. 『삼국지』는 기원전부터 형성된 이 대하 전쟁 서사시의 주인공의 모습을 거의 100% 복제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유디스트라 3형제는 말 그대로 이름만 바꾸면 유비, 장비, 관우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앙코르와트의 부조물에서 "견우와 직녀"만이 아니라 홍길동이 아버지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는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 그대로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마하바라따』는 조금은 낯선 이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즐겨 들어온 우리의 옛 이야기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최신 영화에 이르기까지 두루 젖줄을 대고 있는 이야기의 대하장강이다. 그래서인지 인도인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따』에 있나니, 『마하바라따』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 따라서 “인도를 준다 해도 셰익스피어와는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들은 호언장담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합친 것의 8배에 달하는 이 이야기의 대하장강 앞에서는 다소 면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현재 기준으로 13억의 인구가 3,000여 년에 걸쳐 구전과 공연과 철학적 검토와 학문적 논쟁, 그리고 불교와의 대결과 상호 침투를 거쳐 집단 지성을 통해 창작해오며 인도인들의 삶의 모든 것이자 상상력의 모든 것을 이우러온 이 이야기의 현실적 힘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에게 근대화는 ‘비합리’의 동양 대 ‘합리’의 서구의 대결이라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이제 중국의 굴기와 인도 등의 급성장은 새로운 문명 충돌과 상호 교섭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 혁명은 기술과 인간 사이의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며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도록 한 산업 혁명 이후 가장 충격적인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 이처럼 새로운 조류를 ‘아는 것이 힘이다’에서 ‘상상하는 것이 힘이다’로의 이행으로 요약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천 년 동안은 명분과 대의 그리고 충효적 질서를 중시하는 유교적 세계관에, 그리고 근대 100년은 선악, 정의/불의의 이원론을 핵심으로 하는 서구의 합리적 세계관을 거의 강박적으로 추종해왔다. 하지만 이제 21세기는 상상과 현실이, 기계와 인간이, 선과 악이, 정의가 불의로 순식간에 전도되는가 하면 하나로 융복합되는 천변만화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뱀의 머리를 힘들겨 당겨야 하는 일은 내팽개치고 띵까띵까 놀면서 불로불사주가 바다에서 솟아나오기만 바라는 신들과 바지와 웃통까지 걷어붙이고 열심히 뱀의 꼬리를 당기지만 불로불사주는 한 방울도 맛보지 못하는 아수라들, ‘○○성지를 순례하면 소 5마리를 보시하는 것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식의 성속을 벗어난 현실주의, 21세기의 SF에나 나올 법한 악당들의 혹성을 정벌하는 이야기, 신들조차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아수라들의 고행 이야기, 배신과 타협과 절충을 온갖 궤변과 참언으로 합리화하는 신들 등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모든 세상이 가능해지고, 인간은 무한대로 커지는 동시에 무한대로 작아지고 있는 21세기의 한국 현실에 불쑥 등장한 문화적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따』에 있나니, 『마하바라따』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
그러면 이 『마하바라따』는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인도인들의 답은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따』에 있나니, 『마하바라따』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예를 들어 1-2권의 표지 그림으로 사용한 인도양을 휘저어 불로불사주를 만드는 이야기를 보면 인도적 상상력 또는 ‘뻥’과 ‘구라’의 스케일과 무궁무진함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상상 속의 거대한 성산 만다라를 인도양 속에 집어넣은 후 신과 아수라들이 뱀의 머리와 꼬리를 잡고 산을 휘휘 돌려 바다를 말려 불로불사주가 나오도록 한다는 상상력은 히말라야를 끼고 있고 비단길을 비롯한 동서양의 교통로의 중심에 있던 인도에서나 가능한 상상력일 것이다. 이 신화를 읽다보면 우리는 왜 인도인들이 뱀을 무서워하는 동시에 신성시 하는지, 소위 인도의 4대 성지는 어떻게 해서 생겼고, 왜 인도인들은 와라나시 강에서 몸을 씻으려고 하는지 등 인도의 모든 것을 신화적 뿌리로부터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 『마마하바라따』에는 이러한 우주적 구라 말고도 인도인들이 삶의 계율로 삼아온 인생의 지침들도 사방에 산재해 있다. “최고의 곡식은 무엇인가? 최고의 재물은 무엇인가? 가장 좋은 축복은 무엇이며, 무엇이 가장 큰 행복인가?” “최고의 곡식은 능력이며, 최고의 재물은 배움입니다. 최상의 축복은 건강이며, 만족이 가장 큰 행복입니다.” 이것을 보면 인도인들은 죄다 도만 닦는 듯이 보이지만 『마하바라따』는 동시에 그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2장에 들어 있는 일종의 군주론을 보면 왜 막스 베버가 “마하바라따』에 비하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오히려 순진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왕의 승리는 책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왕국은 비밀이 누설되지 않아야 하며 학문에 정통한 학자들이 잘 이끌어가야 합니다. 잠의 노예가 되지 않고 제때에 일어나시는지요? 또 실리에 밝은지, 다음 날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늦은 밤까지 생각하시는지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이 이야기가 1만 년 이상 인도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충분히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신들까지 감동시키는 3장의 "날라와 다마얀띠" 이야기는 인과 신을 절대적으로 구별하는 서양적 상상력이나 욕망과 감정을 감추기만 하고 뒷전의 하찮은 것으로 돌리는 동양적 방식과 달리 인도인들이 얼마나 삶을 긍정하고 배려하고 뿌리부터 성찰하고 있는지를 빼어나게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이라면 이것은 『마마하바라따』가 아니다. 이 이야기가 이처럼 온갖 신화부터 제왕론, 수신론과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만 담고 있다면 그것은 인도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마마하바라따』에 진정한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악’ 또는 ‘악당’들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이 『마마하바라따』에서는 어떤 선도 절대적일 수 없듯이 어떤 악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근면성실하고. 딴 생각을 품지 않으며, 순수한 것으로 치면 신들을 능가하는 무수한 아수라들이 있다. 그러나 많은 신은 항상 두 마음을 품고, 순수한 것과는 거리가 멀며, 무임승차를 밥 먹듯이 한다. 이것은 현실과 이상을, 선고 악을 절대적으로 대립시키는 서양이나 중국과 달리 인도 문명이 ‘절대적 상대성’이라는 역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동시에 그처럼 냉철한 현실 인식이 비관주의나 냉소주의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출발해 절대선과 절대지를 추구하는데 인도 문명의 독특함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동양의 『삼국지』에서 조조로 대표되는 현실주의는 유비의 명분론에 밀려 기조차 펴지 못하지만 『마하바라따』에서 주인공의 반대편은 많은 대목에서 행동거지와 명분에서 정의를 대변하는 주인공 측을 월등히 뛰어넘는다. 반면 주인공 측은 항상 정의와 정도를 외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편법과 반칙과 술수를 온갖 명분을 들이대며 동원한다. 이처럼 이럴 수도 있지만 저럴 수도 있겠다 식의 시소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이럴 때 ‘그러면 너는 어떤데’를 묻는데 이 『마마하바라따』의 묘미가 있는데, 이는 세계의 어떤 고전과도 다른 이 책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베버의 말을 조금 확대하자면 이러한 냉철한 현실주의에 비하면 다른 문명의 이상론과 관념론, 그리고 신화들은 아직은 ‘순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기준이 혼탁해지고 삶의 전망이 한바탕 먼지 속으로 휩싸이고 있는 지금 우리 현실에서 이 『마하바라따』의 출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고 할 것이다.
▣ 작가 소개
역주 : 박경숙
이 책을 싼쓰끄리뜨에서 옮기고 주해를 두어 길을 안내한 박경숙은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1991년에 인도의 뿌네 대학에서 빠알리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빠알리어와 싼쓰끄리뜨어를 통해 인도 문화와 문학을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역자는 이후 같은 대학의 싼쓰끄리뜨어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인도의 신들-베다, 이띠하사, 빨리어 비교 연구"로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서로는 [샤꾼딸라]와 [메가두따]가 있으며, 현재 싼쓰끄리뜨 D빠알리 문학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 인류 최고의 고전, 싼스끄리뜨어에서 세계 3번째로 완역
- 20여 년 간에 걸친 산스크리트 번역과 공들인 주해
- 인간에 대한 가장 깊은 통찰을 기상천외의 문학적 상상력 속에 버무려낸 우리 시대의 고전!
- ‘콘텐츠 없는 디지털 왕국,’ 한국에 내리는 무한 상상의 축복
세계 최고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
앙코르와트, 『포켓몬』, 『삼국지』, 간디의 『바가와드 기따』속에
살아 있는 인도 문명의 모든 것!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룬 감독 영화화 예정!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따』에 있나니, 『마하바라따』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
“가늠할 수 없이 지혜로운 위야사가 지은 이 이야기는 세상사에 관한 학문이요, 성스러운 최상의 다르마에 관한 학문이며, 해탈에 관한 학문이랍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몸과 마음과 말로 지은 죄가 말끔히 없어질 것입니다.”
인류 최고의 고전, 세계 3번째로 완역되다.
고전에 대한 규정 중의 하나로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 너무나 가까이 있지만 막상 아무도 그것을 모르는 것도 고전에 대한 규정 중의 하나라면, 이것은 『마하바라따』에 온전히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간디는 평생을 조석으로 』바가와드 기따』 를 읽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마하바라따』의 6장의 일부이다. "아바타"에서 이미 『마하바라따』의 몇몇 모티브를 도입했던 카메룬은 “나의 오랜 꿈은 『마하바라따』를 영화화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꿈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할리우드의 "2012"는 이미 이 『마하바라따』 3장에 나오는 "세계 대홍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번안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앙코르 와트를 불교 사원으로 생각하지만 이 석림(石林)은 『마하바라따』속의 이야기들을 시대별로 상이한 방식으로 조각해놓은 것이다. 또 포켓몬에 등장하는 각종 캐릭터들의 특징과 이름 또한 많은 것이 이 『마하바라따』에서 유래한 것이다. 어디 이 뿐인가. 『삼국지』는 기원전부터 형성된 이 대하 전쟁 서사시의 주인공의 모습을 거의 100% 복제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유디스트라 3형제는 말 그대로 이름만 바꾸면 유비, 장비, 관우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앙코르와트의 부조물에서 "견우와 직녀"만이 아니라 홍길동이 아버지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는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 그대로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마하바라따』는 조금은 낯선 이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즐겨 들어온 우리의 옛 이야기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최신 영화에 이르기까지 두루 젖줄을 대고 있는 이야기의 대하장강이다. 그래서인지 인도인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따』에 있나니, 『마하바라따』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 따라서 “인도를 준다 해도 셰익스피어와는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들은 호언장담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합친 것의 8배에 달하는 이 이야기의 대하장강 앞에서는 다소 면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현재 기준으로 13억의 인구가 3,000여 년에 걸쳐 구전과 공연과 철학적 검토와 학문적 논쟁, 그리고 불교와의 대결과 상호 침투를 거쳐 집단 지성을 통해 창작해오며 인도인들의 삶의 모든 것이자 상상력의 모든 것을 이우러온 이 이야기의 현실적 힘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에게 근대화는 ‘비합리’의 동양 대 ‘합리’의 서구의 대결이라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이제 중국의 굴기와 인도 등의 급성장은 새로운 문명 충돌과 상호 교섭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 혁명은 기술과 인간 사이의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며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도록 한 산업 혁명 이후 가장 충격적인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 이처럼 새로운 조류를 ‘아는 것이 힘이다’에서 ‘상상하는 것이 힘이다’로의 이행으로 요약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천 년 동안은 명분과 대의 그리고 충효적 질서를 중시하는 유교적 세계관에, 그리고 근대 100년은 선악, 정의/불의의 이원론을 핵심으로 하는 서구의 합리적 세계관을 거의 강박적으로 추종해왔다. 하지만 이제 21세기는 상상과 현실이, 기계와 인간이, 선과 악이, 정의가 불의로 순식간에 전도되는가 하면 하나로 융복합되는 천변만화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뱀의 머리를 힘들겨 당겨야 하는 일은 내팽개치고 띵까띵까 놀면서 불로불사주가 바다에서 솟아나오기만 바라는 신들과 바지와 웃통까지 걷어붙이고 열심히 뱀의 꼬리를 당기지만 불로불사주는 한 방울도 맛보지 못하는 아수라들, ‘○○성지를 순례하면 소 5마리를 보시하는 것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식의 성속을 벗어난 현실주의, 21세기의 SF에나 나올 법한 악당들의 혹성을 정벌하는 이야기, 신들조차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아수라들의 고행 이야기, 배신과 타협과 절충을 온갖 궤변과 참언으로 합리화하는 신들 등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모든 세상이 가능해지고, 인간은 무한대로 커지는 동시에 무한대로 작아지고 있는 21세기의 한국 현실에 불쑥 등장한 문화적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따』에 있나니, 『마하바라따』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
그러면 이 『마하바라따』는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인도인들의 답은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따』에 있나니, 『마하바라따』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예를 들어 1-2권의 표지 그림으로 사용한 인도양을 휘저어 불로불사주를 만드는 이야기를 보면 인도적 상상력 또는 ‘뻥’과 ‘구라’의 스케일과 무궁무진함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상상 속의 거대한 성산 만다라를 인도양 속에 집어넣은 후 신과 아수라들이 뱀의 머리와 꼬리를 잡고 산을 휘휘 돌려 바다를 말려 불로불사주가 나오도록 한다는 상상력은 히말라야를 끼고 있고 비단길을 비롯한 동서양의 교통로의 중심에 있던 인도에서나 가능한 상상력일 것이다. 이 신화를 읽다보면 우리는 왜 인도인들이 뱀을 무서워하는 동시에 신성시 하는지, 소위 인도의 4대 성지는 어떻게 해서 생겼고, 왜 인도인들은 와라나시 강에서 몸을 씻으려고 하는지 등 인도의 모든 것을 신화적 뿌리로부터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 『마마하바라따』에는 이러한 우주적 구라 말고도 인도인들이 삶의 계율로 삼아온 인생의 지침들도 사방에 산재해 있다. “최고의 곡식은 무엇인가? 최고의 재물은 무엇인가? 가장 좋은 축복은 무엇이며, 무엇이 가장 큰 행복인가?” “최고의 곡식은 능력이며, 최고의 재물은 배움입니다. 최상의 축복은 건강이며, 만족이 가장 큰 행복입니다.” 이것을 보면 인도인들은 죄다 도만 닦는 듯이 보이지만 『마하바라따』는 동시에 그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2장에 들어 있는 일종의 군주론을 보면 왜 막스 베버가 “마하바라따』에 비하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오히려 순진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왕의 승리는 책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왕국은 비밀이 누설되지 않아야 하며 학문에 정통한 학자들이 잘 이끌어가야 합니다. 잠의 노예가 되지 않고 제때에 일어나시는지요? 또 실리에 밝은지, 다음 날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늦은 밤까지 생각하시는지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이 이야기가 1만 년 이상 인도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충분히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신들까지 감동시키는 3장의 "날라와 다마얀띠" 이야기는 인과 신을 절대적으로 구별하는 서양적 상상력이나 욕망과 감정을 감추기만 하고 뒷전의 하찮은 것으로 돌리는 동양적 방식과 달리 인도인들이 얼마나 삶을 긍정하고 배려하고 뿌리부터 성찰하고 있는지를 빼어나게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이라면 이것은 『마마하바라따』가 아니다. 이 이야기가 이처럼 온갖 신화부터 제왕론, 수신론과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만 담고 있다면 그것은 인도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마마하바라따』에 진정한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악’ 또는 ‘악당’들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이 『마마하바라따』에서는 어떤 선도 절대적일 수 없듯이 어떤 악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근면성실하고. 딴 생각을 품지 않으며, 순수한 것으로 치면 신들을 능가하는 무수한 아수라들이 있다. 그러나 많은 신은 항상 두 마음을 품고, 순수한 것과는 거리가 멀며, 무임승차를 밥 먹듯이 한다. 이것은 현실과 이상을, 선고 악을 절대적으로 대립시키는 서양이나 중국과 달리 인도 문명이 ‘절대적 상대성’이라는 역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동시에 그처럼 냉철한 현실 인식이 비관주의나 냉소주의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출발해 절대선과 절대지를 추구하는데 인도 문명의 독특함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동양의 『삼국지』에서 조조로 대표되는 현실주의는 유비의 명분론에 밀려 기조차 펴지 못하지만 『마하바라따』에서 주인공의 반대편은 많은 대목에서 행동거지와 명분에서 정의를 대변하는 주인공 측을 월등히 뛰어넘는다. 반면 주인공 측은 항상 정의와 정도를 외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편법과 반칙과 술수를 온갖 명분을 들이대며 동원한다. 이처럼 이럴 수도 있지만 저럴 수도 있겠다 식의 시소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이럴 때 ‘그러면 너는 어떤데’를 묻는데 이 『마마하바라따』의 묘미가 있는데, 이는 세계의 어떤 고전과도 다른 이 책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베버의 말을 조금 확대하자면 이러한 냉철한 현실주의에 비하면 다른 문명의 이상론과 관념론, 그리고 신화들은 아직은 ‘순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기준이 혼탁해지고 삶의 전망이 한바탕 먼지 속으로 휩싸이고 있는 지금 우리 현실에서 이 『마하바라따』의 출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고 할 것이다.
▣ 작가 소개
역주 : 박경숙
이 책을 싼쓰끄리뜨에서 옮기고 주해를 두어 길을 안내한 박경숙은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1991년에 인도의 뿌네 대학에서 빠알리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빠알리어와 싼쓰끄리뜨어를 통해 인도 문화와 문학을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역자는 이후 같은 대학의 싼쓰끄리뜨어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인도의 신들-베다, 이띠하사, 빨리어 비교 연구"로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서로는 [샤꾼딸라]와 [메가두따]가 있으며, 현재 싼쓰끄리뜨 D빠알리 문학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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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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