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진짜 여자와 진짜 남자는 무엇인가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주로 처음 하는 질문이 “아들이야, 딸이야?”다. 그 부모가 《젠더 무법자》의 저자 케이트 본스타인이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몰라요. 아직 그 애가 말해 주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이 세상엔 남성 아니면 여성만 있고 도덕적으로 동성에게는 끌리지 않는다고 확고하게 믿는다. 물론 요즘 들어 동성애 정도는 인정하려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성애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완전히 거둔 것도 아니다.
《젠더 무법자》에서 케이트 본스타인은 남자 아니면 여자로만 구축된 이분법적 체제를 의심한다. 진짜 여자는 무엇이고 진짜 남자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당신은 아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여자인가? 매달 하혈을 해서 여자인가? 많은 여자가 임신 가능성이 없는 몸으로 태어나고, 갱년기 이후에는 모든 여자가 임신 가능성이 없다. 이 여자들이 여자이기를 그만둔 것일까? 건강상의 이유로 자궁 절제술을 받았다면 이 수술은 성전환인가? 당신은 아이의 아버지가 될 수 있어서 남자인가? 만일 당신의 정자 수가 적어서 임신이 어렵다면 어떨까? 당신이 방사능 피폭으로 임신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러면 당신은 여자가 되는 것인가?” ―99쪽에서
케이트 본스타인은 성전환 전에는 “지배문화에서 일등 시민권을 갖고 있었”고, “어느 모로 보나, 일반(straight)에 백인에 비장애인 중산층 남자였다.” 그러나 케이트는 남성이었을 때도 자신이 남성이라고 느낀 적이 없고,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여성이라고 느껴 본 적이 없다.
많은 사람이 성별정체성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남성임”, “여성임”을 느낄(feel) 수 있다고 말이다. 젠더에 대한 강연을 시작했을 때 끊임없이 나오던 질문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지금은 본인이 여자라고 느끼나요?” “자신을 남자로 느낀 적이 있었습니까?” “여자가 어떻게 느낄지 어찌 알았나요?”
나는 “여자”가 뭘 느끼는지 전혀 모른다. 소녀나 여자라고 느낀 적이 없으며, 내가 소년이나 남자는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을 뿐이다. 젠더 전환에 확신을 준 것은 느낌의 존재라기보다 부재였다. ―51쪽에서
케이트는 젠더는 없다는 것을 적어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 셈이다. 그리고 “평생을 가장 근원적인 여자의 정의, 의문의 여지없이 확고한 남자의 정의를 찾아 헤맸”지만, “어떤 무리나 개인이 자기네 목적을 위해서 붙들고 있는 변덕스런 정의밖에 찾은 게 없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이유로 케이트는 자신을 이렇게 길게(?) 소개할 수밖에 없다.
나는 예전에 남자였던 사람, 세 여자의 남편이었던 사람이자 아버지, 1등 요트 항해사, 성직자, 유능한 IBM 세일즈맨, 피에르가르뎅 스리피스 양복을 입는 사람, 바르 미츠바를 거친, 이스트 코스트 출신의 할례받은 여피의 입장에서 쓰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글을 쓰는 여성은 드물죠. 난 한때 정치적으로 올바르던, 부치가 되고 싶어 하는, 다이크 폰섹스 걸이었던, 말솜씨 능란한, 텔레마케터?사랑의 노예?예술적 창녀?이교도 타로 점술가 그리고 어쩌면 곧 할머니가 될지도 모르는, 수정구슬을 읽는, 향도 태우는, 남자가 아니며 항상 여자인 것도 아닌, 급격히 마르크스주의자가 되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씁니다. 이런 관점에서 글을 쓰는 남성은 드물죠. ―229쪽에서
케이트는 예순여섯인 지금도 여전히 ‘젠더 없는 삶’을 지향하며 부지런히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젠더 이분법을 흐리는 시도와 실천을 하고 있다. 그 실천 중 하나가 집필이며 《젠더 무법자》는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이 책은 트랜스젠더 관점에서 쓰인 젠더 이론서다. 콜라주 형식의 독특한 본문 편집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저 단순한 이론서는 아니다. 젠더 이론과 자전적 이야기를 교차 배치하면서 젠더가 무엇인지 쉽고 생생하게 전한다.
이분법은 항상 누군가를 억압한다
남/녀 이분법적 체제를 집요하게 유지, 존속시키는 것이 문화다. 문화가 “너는 이러이러한 존재다.”고 말할 때 젠더가 지정된다. 거의 대부분의 문화에서 사람들은 출생 시에 성별을 지정받는다. 젠더를 지정해 주는 것은 대부분 의사다. 의사들이 신생아를 내려다보고는 “얘는 페니스가 달렸군, 남자애야.” 아니면 “얘는 페니스가 없군, 여자애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억해 둘 것은 젠더 지정은 남근 중심적이고 성기 중심적이란 점이다. 대부분 사람은, 여성이라는 단서가 네 개 정도 발견되기 전까지는 남성이라고 추론한다고 한다. 남성이 아니라고 증명되기 전까지는 당연히 남성인 것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그래서 ‘여사님’으로 불리는 남자는 거의 없는데 ‘선생님’으로 불리는 여자는 많다.
그럼 문화는 어떤 배경에서 이분법적 젠더 체제를 완강하게 움켜쥐고 놓지 않는 것일까. 케이트가 젠더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젠더는 계급 체제이기 때문이다. 젠더 체제가 있어 남자와 여자라는 두 계급이 생기고, 그로 인해 언제나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억압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자 아니면 여자라고 부르는 이것 아니면 저것의 젠더 계급 체제,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하나는 내려와야 하는 그 구조는 권력의 불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분법적 젠더 체제가 집요하게 유지, 존속되는 이유는 그 체제가 주로 권력 게임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상 사람의 약 절반이 다른 절반을 지배하는 각축장이다.
이분법적 젠더 체제가 없으면, 남성과 여성 사이의 권력 역학은 붕괴된다. 위계질서의 틀로 사용할 성별이 없어지면 젠더 체제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구성원은 아마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타인들에게 휘두르는 권력이 좋은 것이라고 믿으며(내 생각엔 어리석은 짓이다!) 그걸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 때문에 그 좋은 권력을 잃을까 봐 공포에 질려 있다. 난 여기서 “남성 특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176쪽에서
즉, 이분법적 젠더 체제 가장 밑바닥엔 “남성 특권”이 놓여 있다. 남성 특권을 쥐고 휘두르는 사람들은 그걸 그냥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케이트는 바로 이것이 “젠더 의제의 핵심이며, 젠더 체제가 유지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남성 특권이 젠더 체제를 지탱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등한 권리를 위한 투쟁은 반드시 이분법을 해체하는 투쟁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지구에서 여성의 고통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상이라면 예외 없이 남성이 특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더 나아가
완고한 이분법적 젠더 체제를 포기하길 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권을 내려놓는 것은 이 젠더 체제가 해체되는 데 필수적인 선결 조건이다.
남자와 여자를 넘나들자
그럼 젠더 체제는 어떻게 해야 해체할 수 있을까. 성별과 성 역할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그 해결 열쇠다. 부치와 펨, 탑과 바텀이 그 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남자와 여자를, 이분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이것을 시도, 실천하는 이들이 바로 케이트 본스타인 같은 “젠더 무법자(Gender Outlaw)”다. 케이트 본스타인은 이 무법자들이 “트랜스젠더”라는 깃발에 모두 모이길 바란다.
그렇다면 레즈비언과 게이 남성은 “트랜스젠더”와 낙인을 공유한다. 젠더 규범을 어긴 자라는 낙인이다. 그리고 “트랜스젠더”가 게이 혹은 레즈비언 섹스를 실천하지 않더라도, 그래서 그들 자신이 레즈비언이나 게이가 아니더라도, 게이와 레즈비언들은 언제나 “트랜스젠더”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니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더 포용적인 말이 되도록 개척하자. 트랜스젠더가 “위반적으로 젠더화됨(transgressively gendered)”을 의미하도록 하자. 그러면 트랜스젠더는 젠더의 규범, 관례, 코드, 족쇄를 위반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게 된다. 건전한 대표단이 되는 것이다! 트랜스젠더가 범주가 더 넓기 때문에, 레즈비언과 게이를 포용해야 하는 것이다. ―216쪽에서
물론 레즈비언, 게이 남성 등 일부 동성애자들은 불쾌해 할 소리다. 이들은 트랜스섹슈얼, 크로스드레서, 드랙퀸, 드랙킹, 스톤 부치 레즈비언, BDSM 플레이어, 바이섹슈얼, 다자연애주의자 등을 자신들의 ‘동류’로 여기는 것을 일종의 모욕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트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이들 모두가 “젠더 위반자”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 점이 바로 이들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케이트는 트랜스젠더를 “출생 시에 지정받은 성별과 다른 방향으로 자기 성별을 향하게 하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사도마조히즘에서 배워라
남자와 여자를 넘나드는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가 사도마조히즘(S/M)이다. 사도마조히즘을 주로 합의되지 않은 폭력, 강간 그리고 여러 입에 담기 힘든 학대와 억압으로 간주하지만, 케이트 본스타인은 S/M을 사랑에 근거한 합의된 행위로 본다. S/M이야말로 안전하고, 분별 있고, 합의된 것이므로 동성애/이성애를 실천하는 이들이 S/M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본다. S/M에서 한 명(혹은 그 이상)은 탑 혹은 지배자가 되고, 한 명(혹은 그 이상)은 바텀 혹은 복종자가 된다. 많은 경우에 S/M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플레이하기 전
에 자신의 욕구, 욕망, 환상과 한계(의료적, 감정적, 심리적인 한계 등등)를 협상한다.
S/M 커뮤니티에서는 탑과 바텀 중 누가 S/M 게임의 권력을 쥐고 있는지를 두고 논의가 벌어진다. 플레이어들은 대체로 탑이 통제권을 쥐지만 오로지 바텀이 동의하거나 요청한 한도 내에서만 그러하기 때문에 사실상 권력은 공유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어떤 이들은 탑과 바텀이 동시에 권력을 가지면서도 그 어떤 권력도 없는 지고의 순간이 있다고 한다. S/M 플레이는 섹스, 권력, 젠더 플레이 그 어떤 조합도 수용할 수 있다. 많은 S/M 플레이어가 플레이가 거의 순수하게 권력을 다루는 지점까지 가면 젠더는 사실상 철폐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편집에 관해
이 책은 저자가 본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콜라주 스타일로 편집되었다. 트랜스젠더로서 저자 삶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본문은 크게 왼쪽, 가운데, 오른쪽 글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 글은 저자가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글을 인용한 것이고, 가운데 글이 저자 목소리로 본문이다. 오른쪽 글 역시 저자 목소리이나, 가운데 글보다 좀 더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라는 점이 다르다. 저자의 경험이나 실례를 들어 가운데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작가 소개
저자 : 케이트 본스타인(Kate Bornstein)
스위치(switch, 역할을 바꿈) BDSM 플레이어이며 레즈비언이다. 미국 트랜스젠더 운동, 퀴어 운동, LGBT 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는 역사 그 자체다. 무엇보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규범의 무법자(outlaw)다. 명배우이자 공연자, 여러 편의 걸작 희곡을 쓴 극작가이기도 하다. 현재 뉴욕에서 여자친구, 고양이 세 마리, 개 두 마리, 거북이 한 마리와 살고 있다. 트위터 @katebornstein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역자 : 조은혜
현재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연구원이며 비온뒤무지개재단 부설 기관인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젠더/섹슈얼리티에 기반을 둔 정체성의 역사적 구성 그리고 근대성과 정체성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 정체성 범주 간의 경계 분쟁, 특히 레즈비언과 바이섹슈얼 여성의 경계 분쟁 및 바이섹슈얼과 트랜스젠더 범주의 혼란이나 경계 분쟁에도 관심이 많다. 비규범적인 혹은 무법자의 삶과 인식론에서 발화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타인의 역사와 노력을 존중하면서 첨예한 인식론적 대립을 풀어 나가는 방법을 찾기란 아직 힘겹다. 정체성과 범주를 영토로 수호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고 비평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 중이다.
▣ 주요 목차
독자 여러분께 8
1장. 우선 말해 둘 것
트랜스젠더 스타일, 패션에 관한 약간의 조언 19
2장. 씨앗 추려 내기
힘든 부분 27
꼼꼼히 이름 붙이기 47
지루한 탐색은 그만, 규정집 발견! 82
막간극1 나사와 볼트 39
막간극2 레즈비언 이야기 78
3장. 힘 되찾기
어떤 무법자? 혹은 그 가면을 쓴 자는 누구였지? 97
젠더, 공포, 젠더 분노 121
어릿광대 보내기 144
죽으면 얻으리라 154
4장. 젠더 심문하기
첫 번째 질문 167
다른 질문 184
5장. 세 번째 공간 창조하기
트랜스섹슈얼 레즈비언 극작가가 다 말해 드려요! 229
퀴어의 삶/ 퀴어연극 234
6장. 빵 터지는 농담
7년의 갈망 269
7장. 숨겨진 아, 젠더
숨겨진 아, 젠더 289
조금 남은 이야기 369 ∥ 옮긴이 글 375
진짜 여자와 진짜 남자는 무엇인가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주로 처음 하는 질문이 “아들이야, 딸이야?”다. 그 부모가 《젠더 무법자》의 저자 케이트 본스타인이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몰라요. 아직 그 애가 말해 주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이 세상엔 남성 아니면 여성만 있고 도덕적으로 동성에게는 끌리지 않는다고 확고하게 믿는다. 물론 요즘 들어 동성애 정도는 인정하려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성애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완전히 거둔 것도 아니다.
《젠더 무법자》에서 케이트 본스타인은 남자 아니면 여자로만 구축된 이분법적 체제를 의심한다. 진짜 여자는 무엇이고 진짜 남자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당신은 아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여자인가? 매달 하혈을 해서 여자인가? 많은 여자가 임신 가능성이 없는 몸으로 태어나고, 갱년기 이후에는 모든 여자가 임신 가능성이 없다. 이 여자들이 여자이기를 그만둔 것일까? 건강상의 이유로 자궁 절제술을 받았다면 이 수술은 성전환인가? 당신은 아이의 아버지가 될 수 있어서 남자인가? 만일 당신의 정자 수가 적어서 임신이 어렵다면 어떨까? 당신이 방사능 피폭으로 임신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러면 당신은 여자가 되는 것인가?” ―99쪽에서
케이트 본스타인은 성전환 전에는 “지배문화에서 일등 시민권을 갖고 있었”고, “어느 모로 보나, 일반(straight)에 백인에 비장애인 중산층 남자였다.” 그러나 케이트는 남성이었을 때도 자신이 남성이라고 느낀 적이 없고,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여성이라고 느껴 본 적이 없다.
많은 사람이 성별정체성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남성임”, “여성임”을 느낄(feel) 수 있다고 말이다. 젠더에 대한 강연을 시작했을 때 끊임없이 나오던 질문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지금은 본인이 여자라고 느끼나요?” “자신을 남자로 느낀 적이 있었습니까?” “여자가 어떻게 느낄지 어찌 알았나요?”
나는 “여자”가 뭘 느끼는지 전혀 모른다. 소녀나 여자라고 느낀 적이 없으며, 내가 소년이나 남자는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을 뿐이다. 젠더 전환에 확신을 준 것은 느낌의 존재라기보다 부재였다. ―51쪽에서
케이트는 젠더는 없다는 것을 적어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 셈이다. 그리고 “평생을 가장 근원적인 여자의 정의, 의문의 여지없이 확고한 남자의 정의를 찾아 헤맸”지만, “어떤 무리나 개인이 자기네 목적을 위해서 붙들고 있는 변덕스런 정의밖에 찾은 게 없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이유로 케이트는 자신을 이렇게 길게(?) 소개할 수밖에 없다.
나는 예전에 남자였던 사람, 세 여자의 남편이었던 사람이자 아버지, 1등 요트 항해사, 성직자, 유능한 IBM 세일즈맨, 피에르가르뎅 스리피스 양복을 입는 사람, 바르 미츠바를 거친, 이스트 코스트 출신의 할례받은 여피의 입장에서 쓰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글을 쓰는 여성은 드물죠. 난 한때 정치적으로 올바르던, 부치가 되고 싶어 하는, 다이크 폰섹스 걸이었던, 말솜씨 능란한, 텔레마케터?사랑의 노예?예술적 창녀?이교도 타로 점술가 그리고 어쩌면 곧 할머니가 될지도 모르는, 수정구슬을 읽는, 향도 태우는, 남자가 아니며 항상 여자인 것도 아닌, 급격히 마르크스주의자가 되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씁니다. 이런 관점에서 글을 쓰는 남성은 드물죠. ―229쪽에서
케이트는 예순여섯인 지금도 여전히 ‘젠더 없는 삶’을 지향하며 부지런히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젠더 이분법을 흐리는 시도와 실천을 하고 있다. 그 실천 중 하나가 집필이며 《젠더 무법자》는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이 책은 트랜스젠더 관점에서 쓰인 젠더 이론서다. 콜라주 형식의 독특한 본문 편집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저 단순한 이론서는 아니다. 젠더 이론과 자전적 이야기를 교차 배치하면서 젠더가 무엇인지 쉽고 생생하게 전한다.
이분법은 항상 누군가를 억압한다
남/녀 이분법적 체제를 집요하게 유지, 존속시키는 것이 문화다. 문화가 “너는 이러이러한 존재다.”고 말할 때 젠더가 지정된다. 거의 대부분의 문화에서 사람들은 출생 시에 성별을 지정받는다. 젠더를 지정해 주는 것은 대부분 의사다. 의사들이 신생아를 내려다보고는 “얘는 페니스가 달렸군, 남자애야.” 아니면 “얘는 페니스가 없군, 여자애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억해 둘 것은 젠더 지정은 남근 중심적이고 성기 중심적이란 점이다. 대부분 사람은, 여성이라는 단서가 네 개 정도 발견되기 전까지는 남성이라고 추론한다고 한다. 남성이 아니라고 증명되기 전까지는 당연히 남성인 것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그래서 ‘여사님’으로 불리는 남자는 거의 없는데 ‘선생님’으로 불리는 여자는 많다.
그럼 문화는 어떤 배경에서 이분법적 젠더 체제를 완강하게 움켜쥐고 놓지 않는 것일까. 케이트가 젠더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젠더는 계급 체제이기 때문이다. 젠더 체제가 있어 남자와 여자라는 두 계급이 생기고, 그로 인해 언제나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억압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자 아니면 여자라고 부르는 이것 아니면 저것의 젠더 계급 체제,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하나는 내려와야 하는 그 구조는 권력의 불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분법적 젠더 체제가 집요하게 유지, 존속되는 이유는 그 체제가 주로 권력 게임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상 사람의 약 절반이 다른 절반을 지배하는 각축장이다.
이분법적 젠더 체제가 없으면, 남성과 여성 사이의 권력 역학은 붕괴된다. 위계질서의 틀로 사용할 성별이 없어지면 젠더 체제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구성원은 아마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타인들에게 휘두르는 권력이 좋은 것이라고 믿으며(내 생각엔 어리석은 짓이다!) 그걸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 때문에 그 좋은 권력을 잃을까 봐 공포에 질려 있다. 난 여기서 “남성 특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176쪽에서
즉, 이분법적 젠더 체제 가장 밑바닥엔 “남성 특권”이 놓여 있다. 남성 특권을 쥐고 휘두르는 사람들은 그걸 그냥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케이트는 바로 이것이 “젠더 의제의 핵심이며, 젠더 체제가 유지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남성 특권이 젠더 체제를 지탱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등한 권리를 위한 투쟁은 반드시 이분법을 해체하는 투쟁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지구에서 여성의 고통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상이라면 예외 없이 남성이 특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더 나아가
완고한 이분법적 젠더 체제를 포기하길 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권을 내려놓는 것은 이 젠더 체제가 해체되는 데 필수적인 선결 조건이다.
남자와 여자를 넘나들자
그럼 젠더 체제는 어떻게 해야 해체할 수 있을까. 성별과 성 역할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그 해결 열쇠다. 부치와 펨, 탑과 바텀이 그 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남자와 여자를, 이분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이것을 시도, 실천하는 이들이 바로 케이트 본스타인 같은 “젠더 무법자(Gender Outlaw)”다. 케이트 본스타인은 이 무법자들이 “트랜스젠더”라는 깃발에 모두 모이길 바란다.
그렇다면 레즈비언과 게이 남성은 “트랜스젠더”와 낙인을 공유한다. 젠더 규범을 어긴 자라는 낙인이다. 그리고 “트랜스젠더”가 게이 혹은 레즈비언 섹스를 실천하지 않더라도, 그래서 그들 자신이 레즈비언이나 게이가 아니더라도, 게이와 레즈비언들은 언제나 “트랜스젠더”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니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더 포용적인 말이 되도록 개척하자. 트랜스젠더가 “위반적으로 젠더화됨(transgressively gendered)”을 의미하도록 하자. 그러면 트랜스젠더는 젠더의 규범, 관례, 코드, 족쇄를 위반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게 된다. 건전한 대표단이 되는 것이다! 트랜스젠더가 범주가 더 넓기 때문에, 레즈비언과 게이를 포용해야 하는 것이다. ―216쪽에서
물론 레즈비언, 게이 남성 등 일부 동성애자들은 불쾌해 할 소리다. 이들은 트랜스섹슈얼, 크로스드레서, 드랙퀸, 드랙킹, 스톤 부치 레즈비언, BDSM 플레이어, 바이섹슈얼, 다자연애주의자 등을 자신들의 ‘동류’로 여기는 것을 일종의 모욕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트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이들 모두가 “젠더 위반자”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 점이 바로 이들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케이트는 트랜스젠더를 “출생 시에 지정받은 성별과 다른 방향으로 자기 성별을 향하게 하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사도마조히즘에서 배워라
남자와 여자를 넘나드는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가 사도마조히즘(S/M)이다. 사도마조히즘을 주로 합의되지 않은 폭력, 강간 그리고 여러 입에 담기 힘든 학대와 억압으로 간주하지만, 케이트 본스타인은 S/M을 사랑에 근거한 합의된 행위로 본다. S/M이야말로 안전하고, 분별 있고, 합의된 것이므로 동성애/이성애를 실천하는 이들이 S/M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본다. S/M에서 한 명(혹은 그 이상)은 탑 혹은 지배자가 되고, 한 명(혹은 그 이상)은 바텀 혹은 복종자가 된다. 많은 경우에 S/M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플레이하기 전
에 자신의 욕구, 욕망, 환상과 한계(의료적, 감정적, 심리적인 한계 등등)를 협상한다.
S/M 커뮤니티에서는 탑과 바텀 중 누가 S/M 게임의 권력을 쥐고 있는지를 두고 논의가 벌어진다. 플레이어들은 대체로 탑이 통제권을 쥐지만 오로지 바텀이 동의하거나 요청한 한도 내에서만 그러하기 때문에 사실상 권력은 공유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어떤 이들은 탑과 바텀이 동시에 권력을 가지면서도 그 어떤 권력도 없는 지고의 순간이 있다고 한다. S/M 플레이는 섹스, 권력, 젠더 플레이 그 어떤 조합도 수용할 수 있다. 많은 S/M 플레이어가 플레이가 거의 순수하게 권력을 다루는 지점까지 가면 젠더는 사실상 철폐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편집에 관해
이 책은 저자가 본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콜라주 스타일로 편집되었다. 트랜스젠더로서 저자 삶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본문은 크게 왼쪽, 가운데, 오른쪽 글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 글은 저자가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글을 인용한 것이고, 가운데 글이 저자 목소리로 본문이다. 오른쪽 글 역시 저자 목소리이나, 가운데 글보다 좀 더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라는 점이 다르다. 저자의 경험이나 실례를 들어 가운데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작가 소개
저자 : 케이트 본스타인(Kate Bornstein)
스위치(switch, 역할을 바꿈) BDSM 플레이어이며 레즈비언이다. 미국 트랜스젠더 운동, 퀴어 운동, LGBT 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는 역사 그 자체다. 무엇보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규범의 무법자(outlaw)다. 명배우이자 공연자, 여러 편의 걸작 희곡을 쓴 극작가이기도 하다. 현재 뉴욕에서 여자친구, 고양이 세 마리, 개 두 마리, 거북이 한 마리와 살고 있다. 트위터 @katebornstein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역자 : 조은혜
현재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연구원이며 비온뒤무지개재단 부설 기관인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젠더/섹슈얼리티에 기반을 둔 정체성의 역사적 구성 그리고 근대성과 정체성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 정체성 범주 간의 경계 분쟁, 특히 레즈비언과 바이섹슈얼 여성의 경계 분쟁 및 바이섹슈얼과 트랜스젠더 범주의 혼란이나 경계 분쟁에도 관심이 많다. 비규범적인 혹은 무법자의 삶과 인식론에서 발화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타인의 역사와 노력을 존중하면서 첨예한 인식론적 대립을 풀어 나가는 방법을 찾기란 아직 힘겹다. 정체성과 범주를 영토로 수호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고 비평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 중이다.
▣ 주요 목차
독자 여러분께 8
1장. 우선 말해 둘 것
트랜스젠더 스타일, 패션에 관한 약간의 조언 19
2장. 씨앗 추려 내기
힘든 부분 27
꼼꼼히 이름 붙이기 47
지루한 탐색은 그만, 규정집 발견! 82
막간극1 나사와 볼트 39
막간극2 레즈비언 이야기 78
3장. 힘 되찾기
어떤 무법자? 혹은 그 가면을 쓴 자는 누구였지? 97
젠더, 공포, 젠더 분노 121
어릿광대 보내기 144
죽으면 얻으리라 154
4장. 젠더 심문하기
첫 번째 질문 167
다른 질문 184
5장. 세 번째 공간 창조하기
트랜스섹슈얼 레즈비언 극작가가 다 말해 드려요! 229
퀴어의 삶/ 퀴어연극 234
6장. 빵 터지는 농담
7년의 갈망 269
7장. 숨겨진 아, 젠더
숨겨진 아, 젠더 289
조금 남은 이야기 369 ∥ 옮긴이 글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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