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현지조사하고 논문 쓰고 학위 받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그 과정과 방법의 비밀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모험과 성장의 드라마
“도대체 현지조사란 무엇인가? 누가 왜 현지조사를 하는가? 현지조사는 어떻게 하는가? 현지조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며 어떻게 헤쳐나가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
“동남아시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문제 제기
인도네시아의 오지마을에서 미얀마의 국경지대까지.
동남아시아 곳곳의 숨은 특징과 현지인들과 융화되는 노하우.
동남아시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는 우리 학자 6명의 동남아 현지조사 보고서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MBC뉴스(2014.3.3)
지역연구나 동남아학을 본격적으로 하려는 모든 인문 사회 분야 전공 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입문서이자 방법론 교재다.-신윤환(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소장)
이 책은 필자들이 동남아에서의 현지조사 경험을 통해 지역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놀랄 정도로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오명석(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현지조사하고 논문 쓰고 학위 받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그 과정과 방법의 비밀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모험과 성장의 드라마
낯선 외국 어딘가에 가서 무언가를 조사하고 논문을 써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곳은 책이나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통해서 어렴풋이 알고만 있는 곳이다. 게다가 그곳은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낯설고 잠자리도 영 불편하고, 사람들이 호의적일지 아닐지도 전혀 감이 오지 않는 곳이다. 그러니 조사는커녕 적응하기조차 어려운 곳이다. 그렇다고 연구 주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처럼 쉽게 잡히지도 않는다. 고국에 있는 사람들은 막연히 편한 곳에 놀러갔다고 여기거나 국위 선양하러 갔다고만 여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안락한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기도 한다. 도대체 이런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훌륭히 미션을 완수할 수 있기는 할까?
하지만 여기에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이런 고생을 사서 할까?”라는 질문에도 과감하게 현장으로 뛰어들어 학구열로 젊음을 불태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라는 여전히 낯선 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응하면서, 그곳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건드리며 연구하고 박사학위 논문을 쓴 동남아 전문가 6인의 생생한 체험담을 담아낸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김형준, 홍석준, 채수홍, 이상국 등의 인류학자와 전제성, 황인원 등의 정치학자는 각각 인도네시아 이슬람 농촌 마을, 말레이시아 농촌 마을, 베트남 한인 기업과 베트남 노동자들, 태국 미얀마 국경 지역 난민촌, 인도네시아 노동조합, 말레이시아 정치 현장이라는 곳에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고 부딪치면서 현지조사를 하고 박사학위를 쓰는 과정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동남아시아를 연구하는 학생에서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동남아 전문가로 거듭 나는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노련한 경험자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유머와 페이소스를 곁들여 동남아시아 지역을 연구하면서 어떤 지역을 선택할 것인지, 주제는 어떻게 찾는지, 연구계획서는 어떻게 쓰는지,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하는지, 난관에 맞서 어떤 재치와 기지를 발휘해야 하는지, 현지인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지도교수와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문화적 충격을 어떻게 수용하는지, 부딪히는 윤리적 문제는 무엇인지, 외국에서의 한국인 연구자가 갖는 어려움과 장점은 무엇인지, 생활인이 아닌 연구자가 갖는 정체성은 무엇인지, 조사를 하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등, 그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할 문제들을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히 기술하고 조언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동남아시아 지역 연구에 입문하려는 학생, 현지조사 방법론을 배우고 싶은 학생, 동남아시아에 대해 좀더 깊게 알아보고자 하는 독자, 학문의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 공부하는 자세와 열정을 배우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겪은 만큼 보인다: “도대체 현지조사란 무엇이며, 누가 왜 어떻게 하는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변
현지조사는 편안한 연구실이나 도서관에서 책이나 다른 자료를 보거나, 다른 누군가의 보고를 받으며 하는 연구 방법이 아니라 스스로 현장 속으로 들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조사 대상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살아내는 연구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조사를 통해 쓰여진 글은 다른 어떤 글보다도 현지인과 조사자의 삶이 훨씬 더 생생하고 치열하고 논쟁적으로 그려진다. “겪은 만큼 보인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다른 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알찬 경험담이 가득 실려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이를 테면, 책읽기를 통해 알고 있던 “사탕수수밭 태우기” 같은 “일상적 저항”의 이론 체계가 실제 대화재를 목격하면서 극적으로 수정된 경험담(1장, 김형준), “악취”로 느껴지는 음식 “부두”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먹고 나자 현지인들에 의해 현지인으로 인정받은 경험담과 하루이틀 일을 도와주다 보니 현지인들이 자신을 “머슴” 취급하던 경험담(2장, 홍석준), 이슬람 사원에서 새벽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 소리가 “새벽을 알리는 은은하고 장엄한 소리”가 아니라 몹시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임을 깨닫는 경험담과 오랜 연구와 조사 끝에 어느덧 말레이시아 정치 격전의 현장과 학계로부터 말레이시아 전문가로 인정 받게 된 순간(3장, 황인원), 베트남 현지 노동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비밀을 공유하고 나자 한국인 경영진과 베트남 노동자 사이에 끼거나 박쥐 피가 섞인 샐러드를 고통스러워하며 빨리 먹어치우자 한 접시를 더 받은 경험담(4장, 채수홍), “농크롱(쭈그리고 앉아 이야기하기)” 방법과 “죽치고 앉아 있기” 방법을 통해 수다를 떨고 인도네시아 노동조합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어느덧 세계적 전문가가 된 경험담(5장, 전제성), 오토바이를 타다 경찰과 대립하고 지역 주민이 벌인 마라톤 대회, 축구 대회, 자전거 타기 등에 참여하며 현지인으로 살던 경험담(6장, 이상국) 등이 생생하게 실려 곳곳에서 웃음을 짓게 한다.
또한 눈여겨 볼 점은 정치학에서 인류학적 현지조사 방법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점이다. “정치학자는 비행기를 타고, 사회학자는 차를 타고, 인류학자는 걸어 다니며 세상을 본다”는(본문 310p) 말이 있지만, 전제성, 황인원 두 정치학자는 이런 말과는 정반대로 그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조사 대상인 말레이시아 야당 정치인들과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원들을 늘 만나며 인터뷰하고 관찰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동남아시아 정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보통 대담한 정치인들도 쉽사리 할 수 없는 일을 한 셈이다. 이런 연구 방법은 국내 정치학계와 지역연구 학계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볼 수 있다.
“동남아시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문제 제기
동남아시아는 한 해에만 관광, 무역, 사업, 결혼, 연수 등의 이유로 한국인 수백만 명이 드나드는 지역이다. 한국 또한 동남아시아 각국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해마다 인류학자, 정치학자, 언어학자 등 많은 동남아 지역연구 전문가가 나오고 있어 점점 더 깊이 있는 연구와 이해가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화된 농촌 사회(1장, 김형준), 말레이시아 북부의 무슬림 농촌 마을(2장, 홍석준), 말레이시아 야당 정치 엘리트(3장, 황인원), 베트남 한인 기업 공장 노동자들의 일상과 저항(4장, 채수홍), 인도네시아 노동조합 운동(5장, 전제성) 태국 미얀마 국경에 위치한 난민촌(6장, 이상국) 등 동남아시아 여러 주요 지역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관광지나 경제 활동지로서의 동남아시아가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서의 동남아시아를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동남아시아를 경제적 정치적 우월감을 가진 “선진국민”이거나 “시혜자”로서 바라보는 시선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 스스로가 우월한 위치에서 현지인을 내려다보기를 거부하는 한편, 국익(또는 해외 진출 기업)의 에이전트가 되는 것 또한 거부하며 현지인 그 자체를 발견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관찰하며 참여하고 참여하며 관찰하는 동안에 동남아시아 각 지역 사람들의 삶 자체에 한결 가깝게 접근할 수 있고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들은 국익의 에이전트도 아니고 해외 진출 기업의 해결사도 아니고 그저 순진한 연구자 또한 아니다. 그들은 외지인이면서 같이 살아가고 이해하고 그러면서 공부하고 조언하는 현지인이기도 한 것이다. 마치 환자의 고통을 의사가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공감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오해 또한 깊어지는 가운데 이 책이 던지는 문제 제기는 동남아시아에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는 사람이라면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일 법하다.
▣ 주요 목차
머리말 5
1장. 계급 투쟁에서 종교 갈등으로 - 인도네시아 자바 농촌에서 연구하기 김형준 13
2장. 대도시 학생에서 “깜뿡 보이”로 - 말레이 무슬림 마을에서 현지인의 관점 찾기 홍석준 91
3장. “역사”와 “현장”을 양손에 - 말레이시아 정치 엘리트들과 인터뷰하기 황인원 159
4장. 달팽이의 나선 - 베트남 공장 노동자의 저항과 일상, 그리고 문화 채수홍 245
5장. 당신은 누구 편인가? - 인도네시아 “노동계급의 노동운동”을 찾아서 전제성 311
6장. 울고, 웃고, 넘나드는 국경살이 - 태국-미얀마 국경 지역과 모바일 참여관찰 이상국 409
참고 문헌 477
찾아보기 487
이 책을 쓴 사람들 503
현지조사하고 논문 쓰고 학위 받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그 과정과 방법의 비밀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모험과 성장의 드라마
“도대체 현지조사란 무엇인가? 누가 왜 현지조사를 하는가? 현지조사는 어떻게 하는가? 현지조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며 어떻게 헤쳐나가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
“동남아시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문제 제기
인도네시아의 오지마을에서 미얀마의 국경지대까지.
동남아시아 곳곳의 숨은 특징과 현지인들과 융화되는 노하우.
동남아시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는 우리 학자 6명의 동남아 현지조사 보고서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MBC뉴스(2014.3.3)
지역연구나 동남아학을 본격적으로 하려는 모든 인문 사회 분야 전공 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입문서이자 방법론 교재다.-신윤환(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소장)
이 책은 필자들이 동남아에서의 현지조사 경험을 통해 지역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놀랄 정도로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오명석(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현지조사하고 논문 쓰고 학위 받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그 과정과 방법의 비밀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모험과 성장의 드라마
낯선 외국 어딘가에 가서 무언가를 조사하고 논문을 써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곳은 책이나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통해서 어렴풋이 알고만 있는 곳이다. 게다가 그곳은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낯설고 잠자리도 영 불편하고, 사람들이 호의적일지 아닐지도 전혀 감이 오지 않는 곳이다. 그러니 조사는커녕 적응하기조차 어려운 곳이다. 그렇다고 연구 주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처럼 쉽게 잡히지도 않는다. 고국에 있는 사람들은 막연히 편한 곳에 놀러갔다고 여기거나 국위 선양하러 갔다고만 여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안락한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기도 한다. 도대체 이런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훌륭히 미션을 완수할 수 있기는 할까?
하지만 여기에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이런 고생을 사서 할까?”라는 질문에도 과감하게 현장으로 뛰어들어 학구열로 젊음을 불태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라는 여전히 낯선 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응하면서, 그곳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건드리며 연구하고 박사학위 논문을 쓴 동남아 전문가 6인의 생생한 체험담을 담아낸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김형준, 홍석준, 채수홍, 이상국 등의 인류학자와 전제성, 황인원 등의 정치학자는 각각 인도네시아 이슬람 농촌 마을, 말레이시아 농촌 마을, 베트남 한인 기업과 베트남 노동자들, 태국 미얀마 국경 지역 난민촌, 인도네시아 노동조합, 말레이시아 정치 현장이라는 곳에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고 부딪치면서 현지조사를 하고 박사학위를 쓰는 과정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동남아시아를 연구하는 학생에서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동남아 전문가로 거듭 나는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노련한 경험자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유머와 페이소스를 곁들여 동남아시아 지역을 연구하면서 어떤 지역을 선택할 것인지, 주제는 어떻게 찾는지, 연구계획서는 어떻게 쓰는지,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하는지, 난관에 맞서 어떤 재치와 기지를 발휘해야 하는지, 현지인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지도교수와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문화적 충격을 어떻게 수용하는지, 부딪히는 윤리적 문제는 무엇인지, 외국에서의 한국인 연구자가 갖는 어려움과 장점은 무엇인지, 생활인이 아닌 연구자가 갖는 정체성은 무엇인지, 조사를 하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등, 그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할 문제들을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히 기술하고 조언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동남아시아 지역 연구에 입문하려는 학생, 현지조사 방법론을 배우고 싶은 학생, 동남아시아에 대해 좀더 깊게 알아보고자 하는 독자, 학문의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 공부하는 자세와 열정을 배우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겪은 만큼 보인다: “도대체 현지조사란 무엇이며, 누가 왜 어떻게 하는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변
현지조사는 편안한 연구실이나 도서관에서 책이나 다른 자료를 보거나, 다른 누군가의 보고를 받으며 하는 연구 방법이 아니라 스스로 현장 속으로 들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조사 대상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살아내는 연구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조사를 통해 쓰여진 글은 다른 어떤 글보다도 현지인과 조사자의 삶이 훨씬 더 생생하고 치열하고 논쟁적으로 그려진다. “겪은 만큼 보인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다른 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알찬 경험담이 가득 실려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이를 테면, 책읽기를 통해 알고 있던 “사탕수수밭 태우기” 같은 “일상적 저항”의 이론 체계가 실제 대화재를 목격하면서 극적으로 수정된 경험담(1장, 김형준), “악취”로 느껴지는 음식 “부두”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먹고 나자 현지인들에 의해 현지인으로 인정받은 경험담과 하루이틀 일을 도와주다 보니 현지인들이 자신을 “머슴” 취급하던 경험담(2장, 홍석준), 이슬람 사원에서 새벽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 소리가 “새벽을 알리는 은은하고 장엄한 소리”가 아니라 몹시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임을 깨닫는 경험담과 오랜 연구와 조사 끝에 어느덧 말레이시아 정치 격전의 현장과 학계로부터 말레이시아 전문가로 인정 받게 된 순간(3장, 황인원), 베트남 현지 노동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비밀을 공유하고 나자 한국인 경영진과 베트남 노동자 사이에 끼거나 박쥐 피가 섞인 샐러드를 고통스러워하며 빨리 먹어치우자 한 접시를 더 받은 경험담(4장, 채수홍), “농크롱(쭈그리고 앉아 이야기하기)” 방법과 “죽치고 앉아 있기” 방법을 통해 수다를 떨고 인도네시아 노동조합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어느덧 세계적 전문가가 된 경험담(5장, 전제성), 오토바이를 타다 경찰과 대립하고 지역 주민이 벌인 마라톤 대회, 축구 대회, 자전거 타기 등에 참여하며 현지인으로 살던 경험담(6장, 이상국) 등이 생생하게 실려 곳곳에서 웃음을 짓게 한다.
또한 눈여겨 볼 점은 정치학에서 인류학적 현지조사 방법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점이다. “정치학자는 비행기를 타고, 사회학자는 차를 타고, 인류학자는 걸어 다니며 세상을 본다”는(본문 310p) 말이 있지만, 전제성, 황인원 두 정치학자는 이런 말과는 정반대로 그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조사 대상인 말레이시아 야당 정치인들과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원들을 늘 만나며 인터뷰하고 관찰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동남아시아 정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보통 대담한 정치인들도 쉽사리 할 수 없는 일을 한 셈이다. 이런 연구 방법은 국내 정치학계와 지역연구 학계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볼 수 있다.
“동남아시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문제 제기
동남아시아는 한 해에만 관광, 무역, 사업, 결혼, 연수 등의 이유로 한국인 수백만 명이 드나드는 지역이다. 한국 또한 동남아시아 각국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해마다 인류학자, 정치학자, 언어학자 등 많은 동남아 지역연구 전문가가 나오고 있어 점점 더 깊이 있는 연구와 이해가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화된 농촌 사회(1장, 김형준), 말레이시아 북부의 무슬림 농촌 마을(2장, 홍석준), 말레이시아 야당 정치 엘리트(3장, 황인원), 베트남 한인 기업 공장 노동자들의 일상과 저항(4장, 채수홍), 인도네시아 노동조합 운동(5장, 전제성) 태국 미얀마 국경에 위치한 난민촌(6장, 이상국) 등 동남아시아 여러 주요 지역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관광지나 경제 활동지로서의 동남아시아가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서의 동남아시아를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동남아시아를 경제적 정치적 우월감을 가진 “선진국민”이거나 “시혜자”로서 바라보는 시선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 스스로가 우월한 위치에서 현지인을 내려다보기를 거부하는 한편, 국익(또는 해외 진출 기업)의 에이전트가 되는 것 또한 거부하며 현지인 그 자체를 발견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관찰하며 참여하고 참여하며 관찰하는 동안에 동남아시아 각 지역 사람들의 삶 자체에 한결 가깝게 접근할 수 있고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들은 국익의 에이전트도 아니고 해외 진출 기업의 해결사도 아니고 그저 순진한 연구자 또한 아니다. 그들은 외지인이면서 같이 살아가고 이해하고 그러면서 공부하고 조언하는 현지인이기도 한 것이다. 마치 환자의 고통을 의사가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공감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오해 또한 깊어지는 가운데 이 책이 던지는 문제 제기는 동남아시아에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는 사람이라면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일 법하다.
▣ 주요 목차
머리말 5
1장. 계급 투쟁에서 종교 갈등으로 - 인도네시아 자바 농촌에서 연구하기 김형준 13
2장. 대도시 학생에서 “깜뿡 보이”로 - 말레이 무슬림 마을에서 현지인의 관점 찾기 홍석준 91
3장. “역사”와 “현장”을 양손에 - 말레이시아 정치 엘리트들과 인터뷰하기 황인원 159
4장. 달팽이의 나선 - 베트남 공장 노동자의 저항과 일상, 그리고 문화 채수홍 245
5장. 당신은 누구 편인가? - 인도네시아 “노동계급의 노동운동”을 찾아서 전제성 311
6장. 울고, 웃고, 넘나드는 국경살이 - 태국-미얀마 국경 지역과 모바일 참여관찰 이상국 409
참고 문헌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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