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혼자 살아남는 삶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하여!
- 대자보가 사라진 대학교 도서관 앞에 어느 날 대자보가 붙었다. 취업과 자기계발에 열중하던 대학생이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스스로를 반성하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들 하십니까?"
-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삶을 등지는 사람들의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이 세상은 어쩌다 벼랑 끝에 선 이들을 품지 못하는 무정한 사회가 되었을까.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안녕을 물어야 하는 시대다. 그러나 현실은 개인에게 지워진 ‘생존’이라는 무거운 짐 때문에 타인에게 눈 돌릴 여유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네가 취업을 못 하는 건 네 노력이 부족해서야", "네가 잘 살지 못하는 건 다 네 책임이야"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나의 안녕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사람들은 경쟁과 자기계발에 몰두하지만, 경쟁이라는 틀 안에서 모두가 승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다수를 불행과 절망으로 몰고 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가?
‘사회인=직장인’이란 공식은 틀렸다!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상식
[부자 나라, 가난한 시민](궁리, 2007), [격차사회를 넘어서] 등의 전작에서 허울뿐인 경제성장과 진정한 풍요로움을 논했던 일본의 생활경제학자 데루오카 이츠코가 이 책에서 ‘사회인’에게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는다. ‘사회인’은 누구인가? ‘사회인 야구단’, ‘새내기 사회인’ 등에서처럼, 사회인이란 말은 학교를 졸업하고 자립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컬을 때 두루 쓰인다. 이 책의 저자, 데루오카 이츠코는 ‘사회인=직장인’이라는 통념에 반대하며 ‘사회인’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운다. 그것은 이웃?동료와 함께하는 개인, 정치적 감수성을 지닌 개인이 사회를 바꾼다는 메시지로 나아간다.
‘사회인’이라는 흔하디흔한 말에서 시작된 저자의 논의는 민주주의, 교육, 복지, 노동, 연대, 시민, 국가 등의 주제어로 자유로이 넘나든다. 사회 속 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에게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근로기준법은 왜 보장되어야 하는가? 민주주의는 어떤 힘으로 작동하는가? 사회안전망은 왜 필요한가? 시민의 조건과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교육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이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1928년생으로 일본의 원로 생활경제학자인 저자는 마치 할머니가 손주에게 들려주듯 쉬운 필치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시민교육의 요점을 책 한 권에 완숙하게 담아냈다. 우리말 번역은 두레생협 두레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조한소 씨가 맡았다.
"사회인이란 무엇일까? 사회인이란 말은 아마도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서 자립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각별히 의식되지 않을까? 반대로, 정년퇴직해서 일터를 떠나 사회 속의 개인으로 돌아와 생활할 때 또 다른 의미에서 새삼 의식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사회인이 되는 첫걸음인 취직 자체가 어려운 시대다. 그렇다면 취직을 못 한 사람은 사회인이 아닌가? 실업자나 정년퇴직한 사람, 주부, 고령자, 장애인은 사회인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함께 사회를 만들어가는 동료로서,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모두 사회인이다.
민주주의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자유 속에 발 딛고 선 개인의 적극적인 사회참여이며, 같은 인간으로서 유대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인으로서의 연대의식이다. 사회에 도움을 받는 동시에 사회를 더 좋게 바꿔가는 사회인의 생활방식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고 싶다." _본문에서
‘자기책임론’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무엇이 우리를 희망 없는 사회로 만들었는가?
저자에 따르면 사회인이란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사회를 만들어가는 개인"이지만, 무한경쟁, 청년들의 취업난, 공동체 붕괴가 심화되면서 개인이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타인의 아픔에 무심하고 자기 이익과 생존에 매달리는 ‘고독한 경제인이 되라’고 주문하는 것은 단지 일본 사회만의 얘기는 아니다. 불황에 빠진 사회를 "규제완화, 신자유주의 시장경쟁, 자기책임을 통해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은 일본 정부나 한국 정부나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제의 경쟁원리’와 ‘자기책임’의 원리가 교육, 정치, 노동, 생태, 일상 곳곳에 사회를 움직이는 유일한 기준으로 침투했다고 꼬집는다.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 없이 입시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등 떠밀리는 아이들, 취업을 못 하는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면서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정규직 노동자, 사회안전망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빈곤 속에서 절망하는 사람들, 담세능력이 충분한 사람이나 기업에게는 세금을 줄여주고 소비세는 인상하는 국가, 방사능 피해를 알면서도 "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원은 원전밖에 없다"며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려는 정치 산업계.......
이러한 사회는 극소수의 부자를 더 큰 부자로 만들 뿐,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한마디로 ‘격차사회’다. 저자가 이 책의 한 장을 할애해서 소개하는 격차사회는 사회인으로서의 연대의식을 가로막는 높은 벽이다.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파견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등으로 분열되면서 서로 적대하는 관계가 되듯이, 소득 면에서도 교육 면에서도 사람들의 의식 면에서도 사람들은 "상호관계, 상호이동 없는 별개의 사회로 분열되어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어느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타인을 배려할 수 없거나 사회를 인식하지 못할 때, 그 사회는 희망 없는 사회로 치닫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쟁보다 연대를, 분열보다 공존을, 절망보다 희망을 꿈꾸는
사회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절망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생활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체험과 주변 사례를 들어, 절망을 딛고 일어설 강력한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그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삶의 공간을 인간답게 바꿔가는 시민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그것을 ‘사회인의 생활방식’이라고 이름 붙인다. 내가 사는 지역에 흐르는 강의 생태계를 지키는 사람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식사를 배달하는 주부들, 난민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직업훈련을 돕는 청년들, 불법파견을 한 회사를 재판에 회부한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줄임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 3백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안에 합의한 노사.......
이러한 일본 사례 외에도 책은 시민사회가 활성화된 독일, 영국 등의 서구 사회에서 목격한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복지사회와 풀뿌리민주주의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풀어내고 있다. 특히 저자는 ‘교육’에서 중요한 해법을 찾는데, 실제 교과과정에 적용해볼 수 있는 시민교육의 구체적인 사례를 여럿 소개하고 있다. 책 곳곳에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쟁 위주의 ‘교육’이 어떻게 민주주의 약화로 연결되는지 설명해나가는 저자의 혜안이 돋보인다.
이 책에는 모든 걸 제 탓으로, 자기책임으로 여기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또 가까운 주변사회 속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역할(role) 모델’이죠. 지금까지 역할모델이라고 하면 대개 경제적으로 성공한 부자, 위대한 정치가, 뛰어난 업적을 이룬 학자나 예술가, 그도 아니면 대중을 사로잡는 아이돌 스타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닌,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박한 우리의 ‘이웃’이 모델로 나섭니다. _옮긴이의 말에서
권력도 돈도 없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산은
바로 함께하는 동료를 만드는 것!
불완전하게 태어난 인간은 가족, 마을, 학교, 일터, 국가, 자연까지, 크고 작은 공동체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연약한’ 사람들은 연대하여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살아야 한다.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한 유대 속에 있어야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있으며 삶이 즐거워진다. 저자가 살아오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개 이와 같은 인생의 통찰을 담고 있었다. 저자가 "인간에게 고독은 사회적인 죽음이다.", "인간관계의 유대라는 것은 불가사의한 힘을 가졌다."라고 말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같은 인간으로서의 유대를 소중히 여기는" "연대하는" 개인들로부터 나온다. "관계에 눈을 뜨고" 가까운 주변에서 유쾌한 생활혁명을 벌이고 있는 소박한 우리의 이웃과 동료들을 응원하는 책이다.
자기계발과 힐링을 뛰어넘는 ‘사회인의 생활방식’
(저자가 책에서 제안하는 ‘사회인으로 사는 방법’을 일부 요약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동료 만들기
"사회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일은 귀찮은 것 같아도 권력도 돈도 없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산이자 힘이다. 가까운 곳에서 동료와 연대하는 기쁨을 찾아내어 고립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간다."
- 사회안전망 활용하기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사회안전망을 활용할 줄 안다. 질병에 걸렸을 때의 건강보험, 일자리를 잃었을 때의 고용보험, 퇴직 후의 연금, 소득을 잃었을 때의 생활보호, 재해보상 등을 누리는 것은 국민의 침해할 수 없는 권리이다."
- 일 개인생활 사회 세 영역에서 균형 잡힌 생활하기
"회사에만 메인 ‘회사인간’은 되지 않는다. 회사 이외에 지역사회나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동시에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으려면 자기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 학교에서 시민교육 하기
"민주주의는 토론하는 힘에서 나오며, 인생 경험도 생각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가치를 논할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그러한 실험의 장으로 학교교육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
- 내 손으로 민주주의사회 만들기
"시민은 정치의 구경꾼이 아니다. 자본주의사회는 경쟁에 의한 시장경제나 사유재산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두면 개인의 인권과 사회적 약자의 생활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정치를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치의 참여자로 개인이 나서야 한다."
▣ 작가 소개
저 : 데루오카 이츠코
1928년 오사카 부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 호세이대학에서 생활경제학을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도쿄 부근 사이타마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치 경제 교육 복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발언해왔으며, 헌법과 교육기본법을 수호하는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유고슬라비아 난민을 지원하는 NGO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지은 책으로 [부자 나라, 가난한 시민](궁리, 2007), [풍요의 조건], [산타클로스를 찾아서], [진정한 풍요란 무엇인가], [격차사회를 넘어서] 등이 있다.
역 : 조한소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대학원 시절 ‘일본협동조합운동론’을 수강하면서, 일상에서 생활방식을 바꾸고 더 나아가 협동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생협운동에 매료되어 생협 조합원이 되었다. 2008년부터 두레생협 두레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 주요 목차
| 머리말 | 사회인이란 무엇인가
1장. 사회인이 될 수 없는 사람들
사회인의 이미지│공인된 사회인 연령│청년들의 깊은 불안과 고민│취업 빙하기에 직면해서│침투한 자기책임론│어째서 자기책임론에 사로잡히는 걸까│청년들의 진짜 고민│일한다는 것에 대한 물음│‘회사인’과 ‘사회인’│폐쇄적인 무라村사회에서는│사회와의 연결에 대한 굶주림│세상을 만들어내는 ‘분자’의 발견│‘분자’가 엮어내는 관계로│어느 선생님과의 만남│사회란 무엇인가
2장. 가까운 주변에서 사회와 관계 맺기
연약한 사람들의 상호부조│개인화 사회의 불안│어느 마을 이야기│신문에서 시작되는 ‘사회’│NGO NPO가 지탱하는 사회│개인으로부터 민주주의사회로│강을 지키는 사람들│노인들끼리 서로 돕는 장│삶의 보람, 기쁨으로서의 활동│지역사회에서 벌어진 문제부터│지역의 반대운동│주민자치회는 누구의 것인가│다양한 사람들 속에서│동료 만들기의 키워드│고독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3장. 사회인에게 일한다는 것의 의미
사회 속의 노동│난민들이 원했던 것│캐시 포 워크│노동을 통한 화해와 협력│일하는 것의 기쁨을 느끼며│인간적인 노동과는 동떨어진 현실│일, 개인생활, 그리고 사회│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노숙인이 된 청년│강한 지원, 약한 지원│청년의 의욕을 잃게 만드는 사회│하나의 희망│무엇이 길을 갈라놓았을까│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것의 이점
4장. 격차사회에 산다는 것
격차사회와 사회인│확산되는 격차와 빈곤│기업의 사회적 책임│눈앞의 이익을 위한 경쟁│공무원의 비정규 고용│관제 근로빈곤층│비용 삭감을 우선한 결과│확대되는 소득격차의 현실│모두의 자리와 역할을 요구하라│움직이기 시작한 후쿠시마의 부모들
5장. 사회인을 어떻게 길러낼까
경제를 제어하는 힘│사회인이 되기 어려운 교육│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교육│민주주의의 기초│시민교육 실험│무엇을 위한 교육인가│인간다운 매일을 살아가다│사회를 바꾸는 일│사회로부터 달아나는 사람들, 사회로 돌아오는 사람들│그를 구한 것도 사회였다│관계가 가진 불가사의한 힘│사람은 사회인으로 태어나 사회인으로 살아간다│언어라는 사회성의 기반
| 맺음말 | 사회인을 권유하며
사회와 분리할 수 없는 개인│개인이 사회를 바꾼다│낯선 타인에 대한 상상력
후기
옮긴이의 말
혼자 살아남는 삶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하여!
- 대자보가 사라진 대학교 도서관 앞에 어느 날 대자보가 붙었다. 취업과 자기계발에 열중하던 대학생이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스스로를 반성하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들 하십니까?"
-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삶을 등지는 사람들의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이 세상은 어쩌다 벼랑 끝에 선 이들을 품지 못하는 무정한 사회가 되었을까.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안녕을 물어야 하는 시대다. 그러나 현실은 개인에게 지워진 ‘생존’이라는 무거운 짐 때문에 타인에게 눈 돌릴 여유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네가 취업을 못 하는 건 네 노력이 부족해서야", "네가 잘 살지 못하는 건 다 네 책임이야"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나의 안녕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사람들은 경쟁과 자기계발에 몰두하지만, 경쟁이라는 틀 안에서 모두가 승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다수를 불행과 절망으로 몰고 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가?
‘사회인=직장인’이란 공식은 틀렸다!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상식
[부자 나라, 가난한 시민](궁리, 2007), [격차사회를 넘어서] 등의 전작에서 허울뿐인 경제성장과 진정한 풍요로움을 논했던 일본의 생활경제학자 데루오카 이츠코가 이 책에서 ‘사회인’에게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는다. ‘사회인’은 누구인가? ‘사회인 야구단’, ‘새내기 사회인’ 등에서처럼, 사회인이란 말은 학교를 졸업하고 자립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컬을 때 두루 쓰인다. 이 책의 저자, 데루오카 이츠코는 ‘사회인=직장인’이라는 통념에 반대하며 ‘사회인’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운다. 그것은 이웃?동료와 함께하는 개인, 정치적 감수성을 지닌 개인이 사회를 바꾼다는 메시지로 나아간다.
‘사회인’이라는 흔하디흔한 말에서 시작된 저자의 논의는 민주주의, 교육, 복지, 노동, 연대, 시민, 국가 등의 주제어로 자유로이 넘나든다. 사회 속 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에게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근로기준법은 왜 보장되어야 하는가? 민주주의는 어떤 힘으로 작동하는가? 사회안전망은 왜 필요한가? 시민의 조건과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교육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이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1928년생으로 일본의 원로 생활경제학자인 저자는 마치 할머니가 손주에게 들려주듯 쉬운 필치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시민교육의 요점을 책 한 권에 완숙하게 담아냈다. 우리말 번역은 두레생협 두레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조한소 씨가 맡았다.
"사회인이란 무엇일까? 사회인이란 말은 아마도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서 자립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각별히 의식되지 않을까? 반대로, 정년퇴직해서 일터를 떠나 사회 속의 개인으로 돌아와 생활할 때 또 다른 의미에서 새삼 의식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사회인이 되는 첫걸음인 취직 자체가 어려운 시대다. 그렇다면 취직을 못 한 사람은 사회인이 아닌가? 실업자나 정년퇴직한 사람, 주부, 고령자, 장애인은 사회인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함께 사회를 만들어가는 동료로서,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모두 사회인이다.
민주주의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자유 속에 발 딛고 선 개인의 적극적인 사회참여이며, 같은 인간으로서 유대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인으로서의 연대의식이다. 사회에 도움을 받는 동시에 사회를 더 좋게 바꿔가는 사회인의 생활방식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고 싶다." _본문에서
‘자기책임론’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무엇이 우리를 희망 없는 사회로 만들었는가?
저자에 따르면 사회인이란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사회를 만들어가는 개인"이지만, 무한경쟁, 청년들의 취업난, 공동체 붕괴가 심화되면서 개인이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타인의 아픔에 무심하고 자기 이익과 생존에 매달리는 ‘고독한 경제인이 되라’고 주문하는 것은 단지 일본 사회만의 얘기는 아니다. 불황에 빠진 사회를 "규제완화, 신자유주의 시장경쟁, 자기책임을 통해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은 일본 정부나 한국 정부나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제의 경쟁원리’와 ‘자기책임’의 원리가 교육, 정치, 노동, 생태, 일상 곳곳에 사회를 움직이는 유일한 기준으로 침투했다고 꼬집는다.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 없이 입시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등 떠밀리는 아이들, 취업을 못 하는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면서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정규직 노동자, 사회안전망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빈곤 속에서 절망하는 사람들, 담세능력이 충분한 사람이나 기업에게는 세금을 줄여주고 소비세는 인상하는 국가, 방사능 피해를 알면서도 "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원은 원전밖에 없다"며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려는 정치 산업계.......
이러한 사회는 극소수의 부자를 더 큰 부자로 만들 뿐,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한마디로 ‘격차사회’다. 저자가 이 책의 한 장을 할애해서 소개하는 격차사회는 사회인으로서의 연대의식을 가로막는 높은 벽이다.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파견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등으로 분열되면서 서로 적대하는 관계가 되듯이, 소득 면에서도 교육 면에서도 사람들의 의식 면에서도 사람들은 "상호관계, 상호이동 없는 별개의 사회로 분열되어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어느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타인을 배려할 수 없거나 사회를 인식하지 못할 때, 그 사회는 희망 없는 사회로 치닫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쟁보다 연대를, 분열보다 공존을, 절망보다 희망을 꿈꾸는
사회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절망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생활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체험과 주변 사례를 들어, 절망을 딛고 일어설 강력한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그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삶의 공간을 인간답게 바꿔가는 시민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그것을 ‘사회인의 생활방식’이라고 이름 붙인다. 내가 사는 지역에 흐르는 강의 생태계를 지키는 사람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식사를 배달하는 주부들, 난민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직업훈련을 돕는 청년들, 불법파견을 한 회사를 재판에 회부한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줄임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 3백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안에 합의한 노사.......
이러한 일본 사례 외에도 책은 시민사회가 활성화된 독일, 영국 등의 서구 사회에서 목격한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복지사회와 풀뿌리민주주의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풀어내고 있다. 특히 저자는 ‘교육’에서 중요한 해법을 찾는데, 실제 교과과정에 적용해볼 수 있는 시민교육의 구체적인 사례를 여럿 소개하고 있다. 책 곳곳에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쟁 위주의 ‘교육’이 어떻게 민주주의 약화로 연결되는지 설명해나가는 저자의 혜안이 돋보인다.
이 책에는 모든 걸 제 탓으로, 자기책임으로 여기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또 가까운 주변사회 속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역할(role) 모델’이죠. 지금까지 역할모델이라고 하면 대개 경제적으로 성공한 부자, 위대한 정치가, 뛰어난 업적을 이룬 학자나 예술가, 그도 아니면 대중을 사로잡는 아이돌 스타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닌,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박한 우리의 ‘이웃’이 모델로 나섭니다. _옮긴이의 말에서
권력도 돈도 없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산은
바로 함께하는 동료를 만드는 것!
불완전하게 태어난 인간은 가족, 마을, 학교, 일터, 국가, 자연까지, 크고 작은 공동체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연약한’ 사람들은 연대하여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살아야 한다.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한 유대 속에 있어야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있으며 삶이 즐거워진다. 저자가 살아오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개 이와 같은 인생의 통찰을 담고 있었다. 저자가 "인간에게 고독은 사회적인 죽음이다.", "인간관계의 유대라는 것은 불가사의한 힘을 가졌다."라고 말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같은 인간으로서의 유대를 소중히 여기는" "연대하는" 개인들로부터 나온다. "관계에 눈을 뜨고" 가까운 주변에서 유쾌한 생활혁명을 벌이고 있는 소박한 우리의 이웃과 동료들을 응원하는 책이다.
자기계발과 힐링을 뛰어넘는 ‘사회인의 생활방식’
(저자가 책에서 제안하는 ‘사회인으로 사는 방법’을 일부 요약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동료 만들기
"사회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일은 귀찮은 것 같아도 권력도 돈도 없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산이자 힘이다. 가까운 곳에서 동료와 연대하는 기쁨을 찾아내어 고립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간다."
- 사회안전망 활용하기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사회안전망을 활용할 줄 안다. 질병에 걸렸을 때의 건강보험, 일자리를 잃었을 때의 고용보험, 퇴직 후의 연금, 소득을 잃었을 때의 생활보호, 재해보상 등을 누리는 것은 국민의 침해할 수 없는 권리이다."
- 일 개인생활 사회 세 영역에서 균형 잡힌 생활하기
"회사에만 메인 ‘회사인간’은 되지 않는다. 회사 이외에 지역사회나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동시에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으려면 자기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 학교에서 시민교육 하기
"민주주의는 토론하는 힘에서 나오며, 인생 경험도 생각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가치를 논할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그러한 실험의 장으로 학교교육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
- 내 손으로 민주주의사회 만들기
"시민은 정치의 구경꾼이 아니다. 자본주의사회는 경쟁에 의한 시장경제나 사유재산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두면 개인의 인권과 사회적 약자의 생활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정치를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치의 참여자로 개인이 나서야 한다."
▣ 작가 소개
저 : 데루오카 이츠코
1928년 오사카 부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 호세이대학에서 생활경제학을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도쿄 부근 사이타마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치 경제 교육 복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발언해왔으며, 헌법과 교육기본법을 수호하는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유고슬라비아 난민을 지원하는 NGO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지은 책으로 [부자 나라, 가난한 시민](궁리, 2007), [풍요의 조건], [산타클로스를 찾아서], [진정한 풍요란 무엇인가], [격차사회를 넘어서] 등이 있다.
역 : 조한소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대학원 시절 ‘일본협동조합운동론’을 수강하면서, 일상에서 생활방식을 바꾸고 더 나아가 협동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생협운동에 매료되어 생협 조합원이 되었다. 2008년부터 두레생협 두레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 주요 목차
| 머리말 | 사회인이란 무엇인가
1장. 사회인이 될 수 없는 사람들
사회인의 이미지│공인된 사회인 연령│청년들의 깊은 불안과 고민│취업 빙하기에 직면해서│침투한 자기책임론│어째서 자기책임론에 사로잡히는 걸까│청년들의 진짜 고민│일한다는 것에 대한 물음│‘회사인’과 ‘사회인’│폐쇄적인 무라村사회에서는│사회와의 연결에 대한 굶주림│세상을 만들어내는 ‘분자’의 발견│‘분자’가 엮어내는 관계로│어느 선생님과의 만남│사회란 무엇인가
2장. 가까운 주변에서 사회와 관계 맺기
연약한 사람들의 상호부조│개인화 사회의 불안│어느 마을 이야기│신문에서 시작되는 ‘사회’│NGO NPO가 지탱하는 사회│개인으로부터 민주주의사회로│강을 지키는 사람들│노인들끼리 서로 돕는 장│삶의 보람, 기쁨으로서의 활동│지역사회에서 벌어진 문제부터│지역의 반대운동│주민자치회는 누구의 것인가│다양한 사람들 속에서│동료 만들기의 키워드│고독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3장. 사회인에게 일한다는 것의 의미
사회 속의 노동│난민들이 원했던 것│캐시 포 워크│노동을 통한 화해와 협력│일하는 것의 기쁨을 느끼며│인간적인 노동과는 동떨어진 현실│일, 개인생활, 그리고 사회│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노숙인이 된 청년│강한 지원, 약한 지원│청년의 의욕을 잃게 만드는 사회│하나의 희망│무엇이 길을 갈라놓았을까│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것의 이점
4장. 격차사회에 산다는 것
격차사회와 사회인│확산되는 격차와 빈곤│기업의 사회적 책임│눈앞의 이익을 위한 경쟁│공무원의 비정규 고용│관제 근로빈곤층│비용 삭감을 우선한 결과│확대되는 소득격차의 현실│모두의 자리와 역할을 요구하라│움직이기 시작한 후쿠시마의 부모들
5장. 사회인을 어떻게 길러낼까
경제를 제어하는 힘│사회인이 되기 어려운 교육│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교육│민주주의의 기초│시민교육 실험│무엇을 위한 교육인가│인간다운 매일을 살아가다│사회를 바꾸는 일│사회로부터 달아나는 사람들, 사회로 돌아오는 사람들│그를 구한 것도 사회였다│관계가 가진 불가사의한 힘│사람은 사회인으로 태어나 사회인으로 살아간다│언어라는 사회성의 기반
| 맺음말 | 사회인을 권유하며
사회와 분리할 수 없는 개인│개인이 사회를 바꾼다│낯선 타인에 대한 상상력
후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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