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조작된 영웅 ‘모래시계 검사’와
국민의 정부 최대 스캔들 ‘이용호 게이트’의 진실을 밝힌다!
나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고,
겪지 말아야 할 것을 겪었다.
분명 일선에는 정의의 편에 서서 거룩한 직분을 수행하는 검사, 법과 양심에 따라 잘잘못을 가리는 판사가 더 많을 것이다. 그들 덕분에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그나마 막장으로 치닫지 않는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악역’을 맡은 이들에 비해 너무나도 힘이 없다. 권력이 가진 나쁜 속성에 편승한 나쁜 놈들이 득세하고 그런 사람들만이 대중의 가시권에 드러난다. 그리고 대중은 그런 인간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것이 고스란히 자신의 목을 겨눌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한 대중이 부패한 공직 사회라는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_ 「에필로그」 중에서
■■□ 모래시계 검사의 추억
하루아침에 전국구 조폭 두목이 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서울 남부지청에서 근무하던 홍준표 검사가 전(前) 대통령 일가의 노량진수산시장 이권 개입 사건을 들추어낸 뒤 광주지검으로 발령이 나면서 시작된다.
지방으로 전출된 뒤 광주.전남 지역의 건설 입찰 담합 비리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홍준표 검사는 느닷없이 저자를 국제-PJ파의 두목으로 지목하고는 전국에 수배령을 내린다. 수배령을 내리기 며칠 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저자를 만나 사담을 나누며, 저자가 며칠 뒤 프랑스로 출장을 갈 계획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홍준표 검사는 저자가 프랑스에 있는 동안 그를 조폭 두목으로 지목하고 수배령을 내린 것이다. 소식을 접하고 급히 입국한 저자는 서울에서 홍준표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묻는다. 이에 대해 홍준표 검사는 자신이 수배령을 내리면서 사전구속영장까지 신청했기 때문에 광주로 내려오는 즉시 구속될 수 있으니, 상황이 정리된 뒤에 광주로 내려오라는 언질을 받는다. 스스로 수배령을 내린 범죄자가 구속될까 봐 검사가 걱정을 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저자는 홍준표 검사가 사무적인 실수를 해서 일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에 머물며 상황이 정리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후 홍준표 검사는 수배령과 사전구속영장을 철회하기는커녕 ‘일 계급 특진’을 걸고 ‘야쿠자 관련 비디오’를 언론에 흘리면서 저자를 거물급 조폭 두목으로 만들어버린다.
비호 세력, 그리고 정치 깡패
아직 저자가 검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사와 피의자 사이에 장외 설전이 이어진다. 저자는 홍준표 검사가 부당하게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고 대검찰청에 진정을 넣는 한편, 광주지검 검사장에게 자신이 깡패가 아님을 보증해줄 명망 있는 인물들을 거론한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여러 신문사에 성명서를 보낸다.
하지만 저자가 광주지검 검사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거론한 인물들은 거물급 조폭 두목을 싸고도는 비호세력으로 둔갑하고, 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일부 인사가 조폭 세력에 매수되었다는 식으로 점점 커진다. 여기에 더해 홍준표 검사는 ‘야쿠자 관련 비디오’(얼마 전 전 씨름 선수였던 연예인이 담겨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그 비디오테이프다)를 들먹이며 국제-PJ파가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야쿠자의 자금이 한국에 유입되었다며 사건을 부풀린다.
지속적인 언론플레이를 펼치며 이슈의 중심에 선 홍준표 검사는 세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엉터리 판결 그리고 드라마 <모래시계>
그런데 한 가지 어이없는 점은, 이미 국제-PJ파의 두목은 광주지검에 의해 구속되어 형을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조폭 수괴’로 5년형을 받은 김 씨가 제출한 탄원서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홍준표 검사는 새로운 두목을 찾아 나선 것이었다.
1992년 1월, 도망자 신세가 된 지 100여 일 만에 저자는 서울에서 검거된다. 이후 홍준표 검사와 저자 사이에 불꽃 튀는 법정 공방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김 씨의 탄원서가 검찰에 의해 종용된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후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모든 ‘진술’ 역시 거짓이었음이 판명된다.
하지만 1992년 5월 18일, 법정은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대해 ‘효력 없음’을 판명하면서도 ‘범죄의 동일성’을 들어 저자에게 ‘자금책 및 두목의 고문급 간부’라는 죄명으로 5년형을 내리고, 2심에서 4년형으로 감경된다.
저자는 4년을 복역한 뒤 1996년에 출소한다. 그 사이에 홍준표 검사를 실제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드라마 <모래시계>가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홍준표 검사는 정치인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2014년 현재까지도 국제-PJ파의 두목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저자는 결국 ‘두목’이 존재하지도 않는 ‘두목의 고문급 간부’로서 4년 동안 옥살이를 한 것이다.
■■□ 이용호 게이트 : 희대의 사기꾼과 협잡한 대검 중수부
지워지지 않는 낙인, 두 번째 수렁
저자가 법원으로부터 받은 죄목은 ‘자금책 및 두목의 고문급 간부’였지만, 이후 홍준표 검사는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 등장해서는 자신이 잡아넣은 ‘깡패 두목’에 대해서 들먹였고, 자연스럽게 저자는 ‘깡패 두목’으로 세인들에게 인식되었다. 그리고 이 낙인은 다시 한 번 그의 인생을 수렁으로 내몰고 만다.
지방의 주택업자였던 이용호는 IMF 이후 기업사냥꾼으로 변신하여 여러 업체를 인수했다가 그럴싸하게 꾸민 뒤에 되파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 2000년 무렵 이용호는 몇 손가락에 꼽히는 한국의 젊은 기업가 반열에 들며 여러 방송매체에서 그에 대해 다룰 만큼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주가 조작과 이중장부, 사기로 점철된 불법과 범죄가 드리워져 있었다.
청와대 민정실은 이용호가 대통령의 인척과 청와대 고위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불법적으로 이권을 챙기고 있다는 첩보를 접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그와 동시에 당시의 검찰총장 역시 자신의 친동생이 이용호의 로비스트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자신의 직속 부대인 대검 중수부 3과의 과장검사에게 수사를 지시한다.
중수부에 검거된 이용호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자신과 돈거래를 해왔으나 최근 들어 감정이 틀어진 저자를 희생양으로 내세운다. 이미 홍준표에 의해 거물급 조폭 두목으로 낙인찍힌 ‘여운환’이라는 이름을 접한 중수부 3과의 과장검사는 이 사건이 정치 로비 사건이라고 지레짐작하고는 사건을 면밀하게 조사하기도 전에 언론에 크게 보도되도록 한다.
중수부의 족쇄가 된 언론플레이
하지만 막상 중수부로 소환된 저자에게서는 정치계나 공직의 고위인사와 연루된 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이미 언론을 통해 거물급 로비스트가 개입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흘렸던 중수부와 3과의 과장검사는 연일 ‘청와대 감싸기’, ‘축소.은폐 수사’라는 언론과 여론, 야당의 질타를 받으며 궁지에 내몰린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지면서 중수부 검사들은 이용호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가 된다.
이후 이용호의 입을 통해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법정에 선다. 검경, 정치계, 재계, 공직 사회를 총망라하는 로비 사건으로 확대되면서 이용호 게이트는 일파만파 확대된다. 결국 이 사건은 대한민국 최초의 ‘특검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국민의 정부 최대의 스캔들로 역사에 기록된다.
저자 여운환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모든 혐의를 벗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사건이 이처럼 비화시킨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로 결국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4년형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재심 청구 그리고 『검은 허수아비』
출소를 1년 앞둔 시점에 저자는 ‘재심 청구’를 목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용호를 위증죄로 고발한다. 하지만 도리어 저자의 변호사는 이용호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 저자는 무고죄 등으로 1년 2개월의 형이 추가된다. 이용호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이용호 게이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법정은 저자에게 무고죄를 내리는 것으로 모든 사건을 결론짓는다.
저자의 재심 청구를 맡았던 변호사는 훗날 당시의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검은 허수아비』라는 책을 펴낸다.
■■□ 권력욕과 공명심이 만든 추악한 드라마
얼마 전 이 책 『모래시계에 갇힌 시간』의 출간을 기념하는 조촐한 자리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고 보니까 그 시간들도 별것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책을 낼 결심을 했느냐는 출판사 관계자의 말에 그는 “잘못을 지으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심판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부도덕한 인물이 정치를 한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참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제 남부럽지 않을 만큼 많은 재산을 모은 자신이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는 이 책을 낸 것은, 그것이 자신의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자가 겪은 두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허구’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특종’을 터뜨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권력욕과 공명심을 채우려 했던 두 명의 검사에 의해 저자는 8년 2개월이라는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이 부당한 희생양을 발판으로 지금도 그들은 정계와 재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일은 저자 개인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잘못된 권력에 힘을 실어줄 때 부패한 공직 사회라는 ‘괴물’을 만들어낸다는 저자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맴돈다.
▣ 작가 소개
여운환
1954년 전남 곡성군 오산면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탈락한 뒤부터 공부를 등한시하고 소위 ‘일진’으로 행세했다. 전남 곡성의 옥과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건달 생활을 시작했다. 스물두 살에 사람을 다치게 하고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크게 깨우쳐 건달 세계를 떠났다. 이후 상무대에서 방위로 군역을 마치고 사업을 시작했다.
1991년, 호남 최대의 폭력 조직인 국제-PJ파의 두목으로 내몰려 법정에 섰다. 법정은 검찰이 제시한 모든 증거에 대해 ‘효력 없음’을 명시하고도 범죄의 동일성을 인정한다며 ‘두목의 고문급 간부’라는 죄명으로 4년형을 언도했다. 하지만 검찰과 법정은 정작 국제-PJ파의 두목이 누구인지를 2014년 현재까지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두목’은 없고 ‘두목의 고문급 간부’만 있는 셈이다.
2001년, 국민의 정부 최대 스캔들이었던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어 검찰에 의해 ‘거물급 로비스트’로 지목되면서 다시 옥살이를 했다. 검찰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하여 단 한 건의 연관성도 포착하지 못했으나,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횡령 등으로 기소하여 법정에서 4년형을 받았다. 출소를 1년 앞두고 재심 청구를 위해 이용호를 위증죄로 고소했으나, 도리어 무고죄와 경매방해죄로 검찰에 기소되어 형기가 1년 2개월 추가되었다. 이때의 사건은 당시 저자의 재심 청구를 담당했던 변호사가 『검은 허수아비』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현재 ㈜아름다운컨벤션과 ㈜정간아이앤씨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특히 최근 ㈜정간아이앤씨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음성을 인식하여 관공서에 스스로 신고를 하는 지능형 CCTV를 개발하여 화제를 모았다.
가족으로는 아내와 세 아들이 있다.
▣ 주요 목차
Prologue
Part 1 모래시계 검사
1. 모래시계 전설의 시작_홍 검사와의 첫 대면
2. 과대망상이거나 거짓말이거나_홍 검사가 만든 시나리오
3. 이것은 쇼다!_하루아침에 전국구 깡패 두목이 되다
4. 건달의 세계_나의 어리석었던 젊은 시절
5. 홍 검사가 퍼뜨린 야쿠자 관련설_홍 검사의 지능적인 언론플레이
6. 두목은 없고, 두목의 고문급 간부만 있었다_세상에서 가장 모순된 판결
7. 날조된 영웅이 씌운 둘레_최인주 과장의 자살과 드라마 [모래시계]
Part 2 희대의 사기꾼 그리고 나쁜 세계
1. 시작되지 말았어야 할 인연_나와 이용호의 만남
2. 국민의 정부 최대 스캔들의 시작_이용호와 나의 불안한 공생관계
3. 또 다시 파국으로 치닫다_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들
4. 대검 중수부의 자승자박_한 검사의 공명심이 만든 엄청난 파장
5. 사라지지 않는 낙인_조폭 두목에 이어 거물급 로비스트가 되다.
6. 끝나지 않는 싸움_다시 출발점에 서다.
Epilogue
조작된 영웅 ‘모래시계 검사’와
국민의 정부 최대 스캔들 ‘이용호 게이트’의 진실을 밝힌다!
나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고,
겪지 말아야 할 것을 겪었다.
분명 일선에는 정의의 편에 서서 거룩한 직분을 수행하는 검사, 법과 양심에 따라 잘잘못을 가리는 판사가 더 많을 것이다. 그들 덕분에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그나마 막장으로 치닫지 않는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악역’을 맡은 이들에 비해 너무나도 힘이 없다. 권력이 가진 나쁜 속성에 편승한 나쁜 놈들이 득세하고 그런 사람들만이 대중의 가시권에 드러난다. 그리고 대중은 그런 인간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것이 고스란히 자신의 목을 겨눌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한 대중이 부패한 공직 사회라는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_ 「에필로그」 중에서
■■□ 모래시계 검사의 추억
하루아침에 전국구 조폭 두목이 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서울 남부지청에서 근무하던 홍준표 검사가 전(前) 대통령 일가의 노량진수산시장 이권 개입 사건을 들추어낸 뒤 광주지검으로 발령이 나면서 시작된다.
지방으로 전출된 뒤 광주.전남 지역의 건설 입찰 담합 비리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홍준표 검사는 느닷없이 저자를 국제-PJ파의 두목으로 지목하고는 전국에 수배령을 내린다. 수배령을 내리기 며칠 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저자를 만나 사담을 나누며, 저자가 며칠 뒤 프랑스로 출장을 갈 계획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홍준표 검사는 저자가 프랑스에 있는 동안 그를 조폭 두목으로 지목하고 수배령을 내린 것이다. 소식을 접하고 급히 입국한 저자는 서울에서 홍준표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묻는다. 이에 대해 홍준표 검사는 자신이 수배령을 내리면서 사전구속영장까지 신청했기 때문에 광주로 내려오는 즉시 구속될 수 있으니, 상황이 정리된 뒤에 광주로 내려오라는 언질을 받는다. 스스로 수배령을 내린 범죄자가 구속될까 봐 검사가 걱정을 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저자는 홍준표 검사가 사무적인 실수를 해서 일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에 머물며 상황이 정리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후 홍준표 검사는 수배령과 사전구속영장을 철회하기는커녕 ‘일 계급 특진’을 걸고 ‘야쿠자 관련 비디오’를 언론에 흘리면서 저자를 거물급 조폭 두목으로 만들어버린다.
비호 세력, 그리고 정치 깡패
아직 저자가 검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사와 피의자 사이에 장외 설전이 이어진다. 저자는 홍준표 검사가 부당하게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고 대검찰청에 진정을 넣는 한편, 광주지검 검사장에게 자신이 깡패가 아님을 보증해줄 명망 있는 인물들을 거론한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여러 신문사에 성명서를 보낸다.
하지만 저자가 광주지검 검사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거론한 인물들은 거물급 조폭 두목을 싸고도는 비호세력으로 둔갑하고, 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일부 인사가 조폭 세력에 매수되었다는 식으로 점점 커진다. 여기에 더해 홍준표 검사는 ‘야쿠자 관련 비디오’(얼마 전 전 씨름 선수였던 연예인이 담겨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그 비디오테이프다)를 들먹이며 국제-PJ파가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야쿠자의 자금이 한국에 유입되었다며 사건을 부풀린다.
지속적인 언론플레이를 펼치며 이슈의 중심에 선 홍준표 검사는 세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엉터리 판결 그리고 드라마 <모래시계>
그런데 한 가지 어이없는 점은, 이미 국제-PJ파의 두목은 광주지검에 의해 구속되어 형을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조폭 수괴’로 5년형을 받은 김 씨가 제출한 탄원서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홍준표 검사는 새로운 두목을 찾아 나선 것이었다.
1992년 1월, 도망자 신세가 된 지 100여 일 만에 저자는 서울에서 검거된다. 이후 홍준표 검사와 저자 사이에 불꽃 튀는 법정 공방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김 씨의 탄원서가 검찰에 의해 종용된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후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모든 ‘진술’ 역시 거짓이었음이 판명된다.
하지만 1992년 5월 18일, 법정은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대해 ‘효력 없음’을 판명하면서도 ‘범죄의 동일성’을 들어 저자에게 ‘자금책 및 두목의 고문급 간부’라는 죄명으로 5년형을 내리고, 2심에서 4년형으로 감경된다.
저자는 4년을 복역한 뒤 1996년에 출소한다. 그 사이에 홍준표 검사를 실제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드라마 <모래시계>가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홍준표 검사는 정치인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2014년 현재까지도 국제-PJ파의 두목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저자는 결국 ‘두목’이 존재하지도 않는 ‘두목의 고문급 간부’로서 4년 동안 옥살이를 한 것이다.
■■□ 이용호 게이트 : 희대의 사기꾼과 협잡한 대검 중수부
지워지지 않는 낙인, 두 번째 수렁
저자가 법원으로부터 받은 죄목은 ‘자금책 및 두목의 고문급 간부’였지만, 이후 홍준표 검사는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 등장해서는 자신이 잡아넣은 ‘깡패 두목’에 대해서 들먹였고, 자연스럽게 저자는 ‘깡패 두목’으로 세인들에게 인식되었다. 그리고 이 낙인은 다시 한 번 그의 인생을 수렁으로 내몰고 만다.
지방의 주택업자였던 이용호는 IMF 이후 기업사냥꾼으로 변신하여 여러 업체를 인수했다가 그럴싸하게 꾸민 뒤에 되파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 2000년 무렵 이용호는 몇 손가락에 꼽히는 한국의 젊은 기업가 반열에 들며 여러 방송매체에서 그에 대해 다룰 만큼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주가 조작과 이중장부, 사기로 점철된 불법과 범죄가 드리워져 있었다.
청와대 민정실은 이용호가 대통령의 인척과 청와대 고위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불법적으로 이권을 챙기고 있다는 첩보를 접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그와 동시에 당시의 검찰총장 역시 자신의 친동생이 이용호의 로비스트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자신의 직속 부대인 대검 중수부 3과의 과장검사에게 수사를 지시한다.
중수부에 검거된 이용호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자신과 돈거래를 해왔으나 최근 들어 감정이 틀어진 저자를 희생양으로 내세운다. 이미 홍준표에 의해 거물급 조폭 두목으로 낙인찍힌 ‘여운환’이라는 이름을 접한 중수부 3과의 과장검사는 이 사건이 정치 로비 사건이라고 지레짐작하고는 사건을 면밀하게 조사하기도 전에 언론에 크게 보도되도록 한다.
중수부의 족쇄가 된 언론플레이
하지만 막상 중수부로 소환된 저자에게서는 정치계나 공직의 고위인사와 연루된 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이미 언론을 통해 거물급 로비스트가 개입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흘렸던 중수부와 3과의 과장검사는 연일 ‘청와대 감싸기’, ‘축소.은폐 수사’라는 언론과 여론, 야당의 질타를 받으며 궁지에 내몰린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지면서 중수부 검사들은 이용호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가 된다.
이후 이용호의 입을 통해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법정에 선다. 검경, 정치계, 재계, 공직 사회를 총망라하는 로비 사건으로 확대되면서 이용호 게이트는 일파만파 확대된다. 결국 이 사건은 대한민국 최초의 ‘특검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국민의 정부 최대의 스캔들로 역사에 기록된다.
저자 여운환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모든 혐의를 벗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사건이 이처럼 비화시킨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로 결국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4년형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재심 청구 그리고 『검은 허수아비』
출소를 1년 앞둔 시점에 저자는 ‘재심 청구’를 목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용호를 위증죄로 고발한다. 하지만 도리어 저자의 변호사는 이용호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 저자는 무고죄 등으로 1년 2개월의 형이 추가된다. 이용호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이용호 게이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법정은 저자에게 무고죄를 내리는 것으로 모든 사건을 결론짓는다.
저자의 재심 청구를 맡았던 변호사는 훗날 당시의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검은 허수아비』라는 책을 펴낸다.
■■□ 권력욕과 공명심이 만든 추악한 드라마
얼마 전 이 책 『모래시계에 갇힌 시간』의 출간을 기념하는 조촐한 자리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고 보니까 그 시간들도 별것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책을 낼 결심을 했느냐는 출판사 관계자의 말에 그는 “잘못을 지으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심판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부도덕한 인물이 정치를 한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참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제 남부럽지 않을 만큼 많은 재산을 모은 자신이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는 이 책을 낸 것은, 그것이 자신의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자가 겪은 두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허구’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특종’을 터뜨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권력욕과 공명심을 채우려 했던 두 명의 검사에 의해 저자는 8년 2개월이라는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이 부당한 희생양을 발판으로 지금도 그들은 정계와 재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일은 저자 개인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잘못된 권력에 힘을 실어줄 때 부패한 공직 사회라는 ‘괴물’을 만들어낸다는 저자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맴돈다.
▣ 작가 소개
여운환
1954년 전남 곡성군 오산면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탈락한 뒤부터 공부를 등한시하고 소위 ‘일진’으로 행세했다. 전남 곡성의 옥과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건달 생활을 시작했다. 스물두 살에 사람을 다치게 하고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크게 깨우쳐 건달 세계를 떠났다. 이후 상무대에서 방위로 군역을 마치고 사업을 시작했다.
1991년, 호남 최대의 폭력 조직인 국제-PJ파의 두목으로 내몰려 법정에 섰다. 법정은 검찰이 제시한 모든 증거에 대해 ‘효력 없음’을 명시하고도 범죄의 동일성을 인정한다며 ‘두목의 고문급 간부’라는 죄명으로 4년형을 언도했다. 하지만 검찰과 법정은 정작 국제-PJ파의 두목이 누구인지를 2014년 현재까지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두목’은 없고 ‘두목의 고문급 간부’만 있는 셈이다.
2001년, 국민의 정부 최대 스캔들이었던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어 검찰에 의해 ‘거물급 로비스트’로 지목되면서 다시 옥살이를 했다. 검찰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하여 단 한 건의 연관성도 포착하지 못했으나,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횡령 등으로 기소하여 법정에서 4년형을 받았다. 출소를 1년 앞두고 재심 청구를 위해 이용호를 위증죄로 고소했으나, 도리어 무고죄와 경매방해죄로 검찰에 기소되어 형기가 1년 2개월 추가되었다. 이때의 사건은 당시 저자의 재심 청구를 담당했던 변호사가 『검은 허수아비』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현재 ㈜아름다운컨벤션과 ㈜정간아이앤씨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특히 최근 ㈜정간아이앤씨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음성을 인식하여 관공서에 스스로 신고를 하는 지능형 CCTV를 개발하여 화제를 모았다.
가족으로는 아내와 세 아들이 있다.
▣ 주요 목차
Prologue
Part 1 모래시계 검사
1. 모래시계 전설의 시작_홍 검사와의 첫 대면
2. 과대망상이거나 거짓말이거나_홍 검사가 만든 시나리오
3. 이것은 쇼다!_하루아침에 전국구 깡패 두목이 되다
4. 건달의 세계_나의 어리석었던 젊은 시절
5. 홍 검사가 퍼뜨린 야쿠자 관련설_홍 검사의 지능적인 언론플레이
6. 두목은 없고, 두목의 고문급 간부만 있었다_세상에서 가장 모순된 판결
7. 날조된 영웅이 씌운 둘레_최인주 과장의 자살과 드라마 [모래시계]
Part 2 희대의 사기꾼 그리고 나쁜 세계
1. 시작되지 말았어야 할 인연_나와 이용호의 만남
2. 국민의 정부 최대 스캔들의 시작_이용호와 나의 불안한 공생관계
3. 또 다시 파국으로 치닫다_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들
4. 대검 중수부의 자승자박_한 검사의 공명심이 만든 엄청난 파장
5. 사라지지 않는 낙인_조폭 두목에 이어 거물급 로비스트가 되다.
6. 끝나지 않는 싸움_다시 출발점에 서다.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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