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신자유주의 위기, 월가 봉기 1주년, 갈무리 출판사의 네 번째 기획 도서
"크랙 캐피털리즘"은 도서출판 갈무리가 2012년 하반기에 기획한 [신자유주의 위기, 월스트리트 점거하라 봉기 1주년, 격변의 한국 사회―우리는 무엇을 읽을 것인가?] 시리즈의 네 번째 도서로 출간된 책이다.
역사 속에서 점차 사라진 ‘삼림헌장’을 통해 경제적 민주주의의 핵심인 공통권을 복원하는 라인보우의 "마그나카르타 선언"(8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행동방향을 제시하는 네그리와 하트의 "선언"(9월 17일 월가 1주년 출간), 유럽의 재정금융 위기를 분석하여 금융독재에 대한 대항행동을 제안하는 베라르디[비포]의 "봉기"(12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중들의 창조적인 거부들이 자본주의를 균열(크랙)내며 새로운 혁명을 건설한다고 주장하는 홀러웨이의 "크랙 캐피털리즘"(2013년 1월)이 출간되었다.
이 4권의 도서들의 내용은 상호 보완하며, 신자유주의 위기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깊게 사유하게 한다. 이 책들은 위기와 봉기의 시기에 필요한 역사적?철학적?사회운동적 통찰을 우리 시대에 제시하고 있다.
유럽과 남미 자율운동의 핵심 사상가 존 홀러웨이의 최신작
존 홀러웨이는 워너 본펠드, 쎄르지오 띠쉴러 등과 함께 “열린 맑스주의” 조류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안또니오 네그리 등 저명한 현대 정치철학자들과 비견되는 국제적 사상가이다. 홀러웨이의 사유는 최근 들어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와 공명하는 지점이 넓어지면서 광범한 의미의 “자율주의” 사상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책 "크랙 캐피털리즘"의 부록에는 2012년 3월~12월 온라인 지면을 통해 전개된 마이클 하트와 존 홀러웨이의 서한논쟁이 수록되었다. 이 서한논쟁을 통해 독자들은 홀러웨이의 이론이 현대 정치철학의 지형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조망해볼 수 있을 것이다.
홀러웨이는 지난 10년 간 전 지구적 정의운동, 대항지구화 운동, 반자본주의 운동에 이론적 영감을 제공해 온 사상가이다. 특히 지난 2002년에 출간된 홀러웨이의 전작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Change the World without Taking Power, 조정환 옮김, 갈무리)은 그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책이다. 이 책은 “권력”, “국가장치의 장악”을 혁명으로 생각해 왔던 시대에 종지부를 찍으며 탈근대 시대, 지구화 시대에 가능한 혁명의 방법론은 무엇인지에 관해 전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홀러웨이는 1991년 멕시코로 이주한 이후 사빠띠스따 원주민 운동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유럽, 미주 지역, 특히 남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좌파 지식인으로 부상했다. "크랙 캐피털리즘" 역시 출간된 지 2년 만에 페루,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에 이미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다. 그는 멕시코 뿌에블라 주에 머물면서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사회운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영국의 "가디언"지에 지속적으로 기고하여 유럽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위기와 멘붕 시대를 넘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선 이후 사람들 사이에는 정치적 패배감과 냉소주의가 확산되었다. 언론, 방송, SNS를 불문하고 사용되는 “멘붕”이라는 용어의 유행이 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대의제도에 깊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심리적 징후이며, 한국의 정치지형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내부의 미국식 양당간 경쟁으로 협소화하는 정치적 보수주의로 귀결”될지 모른다. 저자는 자기결정력에 기초한 균열들의 형성과 그 합류만이 세상을 바꿀 힘임을 단언함으로써 대의제도에 지친 우리가 다른-행위에 대해 사유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 다른 행위란 자본주의 질서에 균열을 내는 우리의 일상적 움직임들이다.
균열의 방법은 자본의 논리로부터 벗어나 ‘행위’를 하는 것이다. 16세기의 프랑스 이론가이자 "자발적 복종"의 저자 에띠엔느 드 라 보에띠를 인용하면서 홀러웨이는 자본주의를 만들기를 중지하고 이윤추구 논리를 위해 봉사하기를 지금당장 멈추라고 말한다. “지금 당장 멈추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자본주의를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에 대한 절대적 긍정에서 출발하여,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창조하는 순간들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홀러웨이가 말하는 균열은 광장 점거나 은행을 불태우는 등의 특수한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노래 부르고 싶기 때문에 합창단을 꾸리는 친구들, 환자를 돌보려고 실제로 애쓰는 간호사, 텃밭에서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장노동자 등” 자본주의에 속박된 ‘노동’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로워져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모든 순간이 ‘균열의 순간들’이다. 이러한 균열들이 증식되고, 네트워킹되고, 균열을 봉합하려는 자본주의의 압력에 맞서 함께 투쟁할 때 자본주의는 우리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조각조각 해체될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균열시키고 있다.
균열의 순간들은 늘 우리와 가까이 있다. 홀러웨이에 의하면 우리가 자본주의를 유지시키기 위해 하는 ‘노동’은 균열들로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균열의 방법론이란 갈등적인 상태로 잠복해 있는 ‘행위’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홀러웨이는 이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 칼 맑스의 ‘노동의 이중성’에 대한 분석을 부각시킨다. 맑스는 노동 속에 자본의 논리에 귀속된 ‘추상노동’과 창조적이고 목적의식적인 행위(맑스의 용어로 ‘구체노동’ 혹은 ‘유용노동’) 사이의 갈등이 있음을 분석했다.
교사들은 “잘 가르치는 것과 등급매기기 혹은 필요한 대학원생의 수를 확보하기” 사이에서 갈등을 느낀다. 목수들은 “좋은 테이블을 만들기와 팔릴 상품을 생산하기” 사이에서 늘 긴장하며 살아간다. 콜센터 노동자는 “전화로 누군가와 다정한 담소를 나눌 가능성과 직업기율” 사이에서 요동한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자본은 우리들에게 매순간 이러한 긴장 속에서 선택을 하도록 강요한다. 존엄을 포기할 것이냐, 내 마음속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냐. 이를 홀러웨이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러한 긴장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활동을 추상노동의 요구에 종속시키는 것을 거부하도록, 그것을 돈의 요구에서 해방시킬 방법을 찾도록 이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모든 순간의 긴장들을 홀러웨이는 예리하게 포착하여, 그것을 추상과 구체의 긴장으로, 자본주의 논리와 공통화 논리 간의 갈등으로 이론화한다. 결국 "크랙 캐피털리즘"에서는 우리 삶 전체가 자본주의를 깨트릴 균열이 우글대는 우범지대로 새롭게 조망된다.
▣ 작가 소개
저 : 존 홀러웨이
John Holloway
아일랜드 더블린 출생.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멕시코 <뿌에블라 자율대학>의 <인문사회과학 연구원> 교수이며, 1991년부터 멕시코에 거주하면서 사빠띠스따 운동과 관련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영국 <사회주의 경제학회의>의 영향력 있는 구성원으로 활동했고, ‘국가도출 논쟁’을 주도하였다. 워너 본펠드와 함께 영국에서 ‘열린 맑스주의’(Open Marxism) 시리즈를 출판했다. 맑스주의, 아나키즘, 반자본주의 진영 내에서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책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에서 그는 혁명의 가능성은 국가장치의 장악에 있지 않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비참을 거부하는 일상적인 행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편저서로는 『유럽공동체의 사회정책 평준화』(Social Policy Harmonisation in the European Community, 1981), 『포스트포드주의와 사회적 형태』(Post-Fordism and Social Form, 1991, 공동편저), 『열린 맑스주의』(Open Marxism, 1995, 공동편저), 『사빠띠스따!』(Zapatista!, 1998, 공동편저), 『부정성과 혁명』(Negativity and Revolution, 2008, 공동편저) 등이 있고, 한국어로 번역된 편저서로 『국가와 자본』(공동편저, 청사, 1987), 『신자유주의와 화폐의 정치』(공동편저, 갈무리, 1999),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갈무리, 2002), 『크랙 캐피털리즘 ― 균열혁명의 멜로디』(갈무리, 2013)가 있다.
역 : 조정환
Joe Jeong Hwan
지금은 댐 건설로 수몰된 경상남도 진양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하며 여러 대학에서 한국근대비평사를 강의했다. 1989년에 월간 『노동해방문학』 창간에 참여하면서 문학운동의 주류였던 민족문학론에 맞서 ‘노동해방문학론’을 제창하여 당시 문학운동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1990년 말, 국가보안법에 의한 전국지명수배령이 내려졌고 1990년에서 1999년말까지 그는 9년 여에 걸친 기나긴 수배생활에 들어갔다. 그러한 엄혹하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는 ‘이원영’이라는 필명으로 10여 권의 번역서를 펴내는 등 그의 연구와 사유의 과정은 중단 없이 지속되었고 이 ‘발견적 모색’의 긴 시간을 통해 그가 ‘자율주의로의 선회’라고 부르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1999년 12월 수배 해제 이후 그는 월간 『말』에 1년간 문화시평을 연재하면서 자율주의적 관점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제국 속에서 Whithin Empire, 제국에 대항하여 Against Empire, 제국을 넘어서 Beyond Empire’라는 의미의 ‘다중문화공간 왑 WAB’(지금의 다중네트워크센터) 을 통해 다중지성과의 접속을 이어 갔다. 그는 또 그 동안 발전시켜 온 현대사회와 사회운동, 그리고 문학 예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집약하기 위해 ‘조정환의 걸어가며 묻기’라는 연속 저작집을 내고 있다. 현재 다중지성의 정원 [http://waam.net(연구정원), http://daziwon.net(강좌정원), http://jayul.net(웹진정원), http://daziwon.org/(블로그정원)] 대표 겸 상임강사, 도서출판 갈무리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서로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비판』, 『노동해방문학의 논리』, 『아우또노미아』, 『제국기계 비판』, 『카이로스의 문학』,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공저), 『레닌과 미래의 혁명』, 『미네르바의 촛불』, 『공통도시』, 『플럭서스 예술혁명』(공저), 『인지자본주의』, 『인지와 자본』(공저),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공저) 등이 있고 이외에 여러 권의 편역서와 번역서가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에 붙이는 서문
일본어판 서문
이탈리아어판 서문
프랑스어판 서문
페루 스페인어판 서문
1부 부수기
1. 부수자. 우리는 부수기를 원한다. 우리는 다른 세계를 창조하기를 원한다. 당장. 이보다 더 평범한 것은 없다. 이보다 더 분명한 것도 없다. 더 이상 단순한 것은 없다. 더 이상 어려운 것도 없다.
2. 우리의 방법은 균열의 방법이다.
3. 이제 새로운 투쟁의 새로운 언어를 배울 시간이다.
2부 균열들:존엄의 반-정치
4. 균열들은 아니오에서 시작한다. 아니오에서 존엄이, 부정-과-창조가 자라나온다.
5. 균열은, 우리가 다른 유형의 행위를 천명하는, 어떤 공간 혹은 순간의 아주 일상적인 창출이다.
6. 균열은 차원들을 부수며, 차원성도 부순다.
7. 균열들은 존엄성의 반정치에 대한 탐구이다.
3부 불가능성의 가장자리에 있는 균열들
8. 존엄은 파괴의 세계에 대항하는 우리의 무기이다
9. 균열은 자본주의의 사회적 종합과 충돌한다
10. 균열들은 불가능성의 가장자리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것들은 움직이면서 존재한다. 존엄은 발 빠른 춤이다.
4부 노동의 이중적 성격
11.균열들은 다른 행위형식에 대항하는 어떤 행위형식의 반란이다:노동에 대한 행위의 반란
12.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자본주의를 엮어짜는 것이다.
13.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자본주의의 사회적 종합을 창출하는, 역사적 변형과정이다:시초축적
5부 추상노동:거대한 울타리치기
14.추상노동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울타리친다.
15.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인격화의 과정이며 성격마스크의 창출이고 노동계급의 형성이다.
16.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남성 노동자의 창출이며 성의 동질이상화이다
17. 행위를 노동으로 추상하는 것은 자연을 객체로서 구성하는 것이다.
18.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우리의 행위할-힘의 외부화이며 시민, 정치, 그리고 국가의 창출이다.
19.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시간의 동질화이다.
20.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총체성의 창조이다.
21.추상노동이 지배한다: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노동착취에 의해 지탱되는 응집적이고 법칙구속적인 총체성의 창출이다.
22. 노동운동은 추상노동의 운동이다.
6부 추상노동의 위기
23. 추상은 과거일 뿐만 아니라 현재적 과정이기도 하다.
24. 구체적 행위는 추상노동을 흘러넘친다. 그것은 추상노동-속에-그것에-대립하며-그것을-넘어 존재한다.
25. 행위는 추상노동의 위기이다.
26. 노동에 대항하는 행위의 돌파는 우리를 투쟁의 새로운 세계 속으로 던진다.
7부 노동에 대항하는 행위:틈새혁명의 멜로디들
27. 행위는 총체성, 종합, 가치를 해체한다.
28.행위는 성격마스크에 대항하는 숨은 여성의 움직임이다. 우리는 숨은 여성이다.
29. 행위는 시간의 동질화를 해체한다.
8부 탄생의 시간?
30. 우리는 생산력이다:우리의 힘은 행위의 힘이다.
31. 우리는 아마도, 자본주의의 위기, 우리의 행위할-힘의 비순응적-넘쳐흐름, 다른 세계의 돌파일 것이다.
32. 자본주의를 만들기를 중지하라.
33.
감사의 말
부록공통체를 창조하기와 자본주의를 균열내기 - "공통체"와 "크랙 캐피털리즘" 교차독해와 서한논쟁 /
마이클 하트,존 홀러웨이
후주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인명 찾아보기
용어 찾아보기
신자유주의 위기, 월가 봉기 1주년, 갈무리 출판사의 네 번째 기획 도서
"크랙 캐피털리즘"은 도서출판 갈무리가 2012년 하반기에 기획한 [신자유주의 위기, 월스트리트 점거하라 봉기 1주년, 격변의 한국 사회―우리는 무엇을 읽을 것인가?] 시리즈의 네 번째 도서로 출간된 책이다.
역사 속에서 점차 사라진 ‘삼림헌장’을 통해 경제적 민주주의의 핵심인 공통권을 복원하는 라인보우의 "마그나카르타 선언"(8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행동방향을 제시하는 네그리와 하트의 "선언"(9월 17일 월가 1주년 출간), 유럽의 재정금융 위기를 분석하여 금융독재에 대한 대항행동을 제안하는 베라르디[비포]의 "봉기"(12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중들의 창조적인 거부들이 자본주의를 균열(크랙)내며 새로운 혁명을 건설한다고 주장하는 홀러웨이의 "크랙 캐피털리즘"(2013년 1월)이 출간되었다.
이 4권의 도서들의 내용은 상호 보완하며, 신자유주의 위기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깊게 사유하게 한다. 이 책들은 위기와 봉기의 시기에 필요한 역사적?철학적?사회운동적 통찰을 우리 시대에 제시하고 있다.
유럽과 남미 자율운동의 핵심 사상가 존 홀러웨이의 최신작
존 홀러웨이는 워너 본펠드, 쎄르지오 띠쉴러 등과 함께 “열린 맑스주의” 조류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안또니오 네그리 등 저명한 현대 정치철학자들과 비견되는 국제적 사상가이다. 홀러웨이의 사유는 최근 들어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와 공명하는 지점이 넓어지면서 광범한 의미의 “자율주의” 사상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책 "크랙 캐피털리즘"의 부록에는 2012년 3월~12월 온라인 지면을 통해 전개된 마이클 하트와 존 홀러웨이의 서한논쟁이 수록되었다. 이 서한논쟁을 통해 독자들은 홀러웨이의 이론이 현대 정치철학의 지형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조망해볼 수 있을 것이다.
홀러웨이는 지난 10년 간 전 지구적 정의운동, 대항지구화 운동, 반자본주의 운동에 이론적 영감을 제공해 온 사상가이다. 특히 지난 2002년에 출간된 홀러웨이의 전작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Change the World without Taking Power, 조정환 옮김, 갈무리)은 그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책이다. 이 책은 “권력”, “국가장치의 장악”을 혁명으로 생각해 왔던 시대에 종지부를 찍으며 탈근대 시대, 지구화 시대에 가능한 혁명의 방법론은 무엇인지에 관해 전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홀러웨이는 1991년 멕시코로 이주한 이후 사빠띠스따 원주민 운동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유럽, 미주 지역, 특히 남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좌파 지식인으로 부상했다. "크랙 캐피털리즘" 역시 출간된 지 2년 만에 페루,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에 이미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다. 그는 멕시코 뿌에블라 주에 머물면서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사회운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영국의 "가디언"지에 지속적으로 기고하여 유럽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위기와 멘붕 시대를 넘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선 이후 사람들 사이에는 정치적 패배감과 냉소주의가 확산되었다. 언론, 방송, SNS를 불문하고 사용되는 “멘붕”이라는 용어의 유행이 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대의제도에 깊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심리적 징후이며, 한국의 정치지형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내부의 미국식 양당간 경쟁으로 협소화하는 정치적 보수주의로 귀결”될지 모른다. 저자는 자기결정력에 기초한 균열들의 형성과 그 합류만이 세상을 바꿀 힘임을 단언함으로써 대의제도에 지친 우리가 다른-행위에 대해 사유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 다른 행위란 자본주의 질서에 균열을 내는 우리의 일상적 움직임들이다.
균열의 방법은 자본의 논리로부터 벗어나 ‘행위’를 하는 것이다. 16세기의 프랑스 이론가이자 "자발적 복종"의 저자 에띠엔느 드 라 보에띠를 인용하면서 홀러웨이는 자본주의를 만들기를 중지하고 이윤추구 논리를 위해 봉사하기를 지금당장 멈추라고 말한다. “지금 당장 멈추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자본주의를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에 대한 절대적 긍정에서 출발하여,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창조하는 순간들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홀러웨이가 말하는 균열은 광장 점거나 은행을 불태우는 등의 특수한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노래 부르고 싶기 때문에 합창단을 꾸리는 친구들, 환자를 돌보려고 실제로 애쓰는 간호사, 텃밭에서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장노동자 등” 자본주의에 속박된 ‘노동’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로워져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모든 순간이 ‘균열의 순간들’이다. 이러한 균열들이 증식되고, 네트워킹되고, 균열을 봉합하려는 자본주의의 압력에 맞서 함께 투쟁할 때 자본주의는 우리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조각조각 해체될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균열시키고 있다.
균열의 순간들은 늘 우리와 가까이 있다. 홀러웨이에 의하면 우리가 자본주의를 유지시키기 위해 하는 ‘노동’은 균열들로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균열의 방법론이란 갈등적인 상태로 잠복해 있는 ‘행위’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홀러웨이는 이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 칼 맑스의 ‘노동의 이중성’에 대한 분석을 부각시킨다. 맑스는 노동 속에 자본의 논리에 귀속된 ‘추상노동’과 창조적이고 목적의식적인 행위(맑스의 용어로 ‘구체노동’ 혹은 ‘유용노동’) 사이의 갈등이 있음을 분석했다.
교사들은 “잘 가르치는 것과 등급매기기 혹은 필요한 대학원생의 수를 확보하기” 사이에서 갈등을 느낀다. 목수들은 “좋은 테이블을 만들기와 팔릴 상품을 생산하기” 사이에서 늘 긴장하며 살아간다. 콜센터 노동자는 “전화로 누군가와 다정한 담소를 나눌 가능성과 직업기율” 사이에서 요동한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자본은 우리들에게 매순간 이러한 긴장 속에서 선택을 하도록 강요한다. 존엄을 포기할 것이냐, 내 마음속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냐. 이를 홀러웨이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러한 긴장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활동을 추상노동의 요구에 종속시키는 것을 거부하도록, 그것을 돈의 요구에서 해방시킬 방법을 찾도록 이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모든 순간의 긴장들을 홀러웨이는 예리하게 포착하여, 그것을 추상과 구체의 긴장으로, 자본주의 논리와 공통화 논리 간의 갈등으로 이론화한다. 결국 "크랙 캐피털리즘"에서는 우리 삶 전체가 자본주의를 깨트릴 균열이 우글대는 우범지대로 새롭게 조망된다.
▣ 작가 소개
저 : 존 홀러웨이
John Holloway
아일랜드 더블린 출생.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멕시코 <뿌에블라 자율대학>의 <인문사회과학 연구원> 교수이며, 1991년부터 멕시코에 거주하면서 사빠띠스따 운동과 관련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영국 <사회주의 경제학회의>의 영향력 있는 구성원으로 활동했고, ‘국가도출 논쟁’을 주도하였다. 워너 본펠드와 함께 영국에서 ‘열린 맑스주의’(Open Marxism) 시리즈를 출판했다. 맑스주의, 아나키즘, 반자본주의 진영 내에서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책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에서 그는 혁명의 가능성은 국가장치의 장악에 있지 않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비참을 거부하는 일상적인 행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편저서로는 『유럽공동체의 사회정책 평준화』(Social Policy Harmonisation in the European Community, 1981), 『포스트포드주의와 사회적 형태』(Post-Fordism and Social Form, 1991, 공동편저), 『열린 맑스주의』(Open Marxism, 1995, 공동편저), 『사빠띠스따!』(Zapatista!, 1998, 공동편저), 『부정성과 혁명』(Negativity and Revolution, 2008, 공동편저) 등이 있고, 한국어로 번역된 편저서로 『국가와 자본』(공동편저, 청사, 1987), 『신자유주의와 화폐의 정치』(공동편저, 갈무리, 1999),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갈무리, 2002), 『크랙 캐피털리즘 ― 균열혁명의 멜로디』(갈무리, 2013)가 있다.
역 : 조정환
Joe Jeong Hwan
지금은 댐 건설로 수몰된 경상남도 진양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하며 여러 대학에서 한국근대비평사를 강의했다. 1989년에 월간 『노동해방문학』 창간에 참여하면서 문학운동의 주류였던 민족문학론에 맞서 ‘노동해방문학론’을 제창하여 당시 문학운동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1990년 말, 국가보안법에 의한 전국지명수배령이 내려졌고 1990년에서 1999년말까지 그는 9년 여에 걸친 기나긴 수배생활에 들어갔다. 그러한 엄혹하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는 ‘이원영’이라는 필명으로 10여 권의 번역서를 펴내는 등 그의 연구와 사유의 과정은 중단 없이 지속되었고 이 ‘발견적 모색’의 긴 시간을 통해 그가 ‘자율주의로의 선회’라고 부르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1999년 12월 수배 해제 이후 그는 월간 『말』에 1년간 문화시평을 연재하면서 자율주의적 관점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제국 속에서 Whithin Empire, 제국에 대항하여 Against Empire, 제국을 넘어서 Beyond Empire’라는 의미의 ‘다중문화공간 왑 WAB’(지금의 다중네트워크센터) 을 통해 다중지성과의 접속을 이어 갔다. 그는 또 그 동안 발전시켜 온 현대사회와 사회운동, 그리고 문학 예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집약하기 위해 ‘조정환의 걸어가며 묻기’라는 연속 저작집을 내고 있다. 현재 다중지성의 정원 [http://waam.net(연구정원), http://daziwon.net(강좌정원), http://jayul.net(웹진정원), http://daziwon.org/(블로그정원)] 대표 겸 상임강사, 도서출판 갈무리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서로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비판』, 『노동해방문학의 논리』, 『아우또노미아』, 『제국기계 비판』, 『카이로스의 문학』,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공저), 『레닌과 미래의 혁명』, 『미네르바의 촛불』, 『공통도시』, 『플럭서스 예술혁명』(공저), 『인지자본주의』, 『인지와 자본』(공저),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공저) 등이 있고 이외에 여러 권의 편역서와 번역서가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에 붙이는 서문
일본어판 서문
이탈리아어판 서문
프랑스어판 서문
페루 스페인어판 서문
1부 부수기
1. 부수자. 우리는 부수기를 원한다. 우리는 다른 세계를 창조하기를 원한다. 당장. 이보다 더 평범한 것은 없다. 이보다 더 분명한 것도 없다. 더 이상 단순한 것은 없다. 더 이상 어려운 것도 없다.
2. 우리의 방법은 균열의 방법이다.
3. 이제 새로운 투쟁의 새로운 언어를 배울 시간이다.
2부 균열들:존엄의 반-정치
4. 균열들은 아니오에서 시작한다. 아니오에서 존엄이, 부정-과-창조가 자라나온다.
5. 균열은, 우리가 다른 유형의 행위를 천명하는, 어떤 공간 혹은 순간의 아주 일상적인 창출이다.
6. 균열은 차원들을 부수며, 차원성도 부순다.
7. 균열들은 존엄성의 반정치에 대한 탐구이다.
3부 불가능성의 가장자리에 있는 균열들
8. 존엄은 파괴의 세계에 대항하는 우리의 무기이다
9. 균열은 자본주의의 사회적 종합과 충돌한다
10. 균열들은 불가능성의 가장자리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것들은 움직이면서 존재한다. 존엄은 발 빠른 춤이다.
4부 노동의 이중적 성격
11.균열들은 다른 행위형식에 대항하는 어떤 행위형식의 반란이다:노동에 대한 행위의 반란
12.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자본주의를 엮어짜는 것이다.
13.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자본주의의 사회적 종합을 창출하는, 역사적 변형과정이다:시초축적
5부 추상노동:거대한 울타리치기
14.추상노동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울타리친다.
15.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인격화의 과정이며 성격마스크의 창출이고 노동계급의 형성이다.
16.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남성 노동자의 창출이며 성의 동질이상화이다
17. 행위를 노동으로 추상하는 것은 자연을 객체로서 구성하는 것이다.
18.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우리의 행위할-힘의 외부화이며 시민, 정치, 그리고 국가의 창출이다.
19.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시간의 동질화이다.
20. 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총체성의 창조이다.
21.추상노동이 지배한다:행위의 노동으로의 추상은 노동착취에 의해 지탱되는 응집적이고 법칙구속적인 총체성의 창출이다.
22. 노동운동은 추상노동의 운동이다.
6부 추상노동의 위기
23. 추상은 과거일 뿐만 아니라 현재적 과정이기도 하다.
24. 구체적 행위는 추상노동을 흘러넘친다. 그것은 추상노동-속에-그것에-대립하며-그것을-넘어 존재한다.
25. 행위는 추상노동의 위기이다.
26. 노동에 대항하는 행위의 돌파는 우리를 투쟁의 새로운 세계 속으로 던진다.
7부 노동에 대항하는 행위:틈새혁명의 멜로디들
27. 행위는 총체성, 종합, 가치를 해체한다.
28.행위는 성격마스크에 대항하는 숨은 여성의 움직임이다. 우리는 숨은 여성이다.
29. 행위는 시간의 동질화를 해체한다.
8부 탄생의 시간?
30. 우리는 생산력이다:우리의 힘은 행위의 힘이다.
31. 우리는 아마도, 자본주의의 위기, 우리의 행위할-힘의 비순응적-넘쳐흐름, 다른 세계의 돌파일 것이다.
32. 자본주의를 만들기를 중지하라.
33.
감사의 말
부록공통체를 창조하기와 자본주의를 균열내기 - "공통체"와 "크랙 캐피털리즘" 교차독해와 서한논쟁 /
마이클 하트,존 홀러웨이
후주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인명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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