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자본이 문화를 통제하는 시대, 자본에서 인문으로
1. IMF 상황에서 콘텐츠 담론의 생산은 문화적으로 정당했나?
1998년 경제 위기는 대한민국 전체에 심리적 공황을 유발했는데, 회고해보면 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화 질서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외설적 추문이었다. 금융자본주의란 현금 거래를 무한히 유예하는 신용의 상징 질서를 통해 유지되는데, 이러한 상징적 놀이에 가담하려면 패를 읽고 돌릴 줄 아는 ‘도박사의 마음’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90년대 한국 경제의 현실을 간단히 조망하면 당시(김영삼) 정부에겐 그런 도박사의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대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김대중 정부의 문화에 대한 태도다. 당시 정부는 고효율의 날렵한 중소기업, 즉 신기술을 장착한 속성형 벤처 기업 육성에 집중하며 문화를 테크노크라트적 심성으로 호출해냈다. 당시 벤처 기업의 중핵을 디지털 기술 부문이 담당하고 있었는데, 디지털화될 내용물에 목말랐던 벤처 기업인들은 자신들의 사업 내용(콘텐츠)을 채워줄 재료들을 정부에 요구했고 이 신호가 즉각 문화계에 전달됐던 것이다. 게임 및 영상 연예 사업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내용물로서 문화가 호명된 순간이었다.
심형래 감독을 신지식인 1호로 내세운 당시 정부의 문화 인문 정책의 결과는 문화의 산업화였다. 현대적 문화 개념 자체가 중세의 특권적 귀족문화가 소멸하면서 순수 예술이나 순수 인문학을 대중적으로 옮겨 담는(轉寫) 과정에서 발생했고, 따라서 현대사회의 문화란 암묵적으로 대중문화 혹은 시민문화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대중들을 교양 있는 시민, 혹은 미적 심미안을 갖춘 주체로 구성한다는 계몽주의적 이상은 문화가 영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시장 논리와는 근원적으로 길을 달리한다. 결국 김대중 정부는 현대문화의 대중성, 혹은 대중적 본질을 상업성으로 오독한 셈이다.
문화 영역을 산업의 틀로 재구성하며 진행된 당시 정부의 문화 담론이 바로 콘텐츠 담론이다. 이후 수년간에 걸쳐 활성화된 문화콘텐츠 담론은 ‘더 이상 경제적 심급을 벗어난 고매한 인문 영역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학문적 우상파괴 작업으로 발전했다. 인문학 학과들의 폐과나 콘텐츠 관련 학과로의 변경, 경제적 비효율성의 잣대로 자행된 대학 구조조정,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인문학자에게 강요된 생산성의 패러다임 등등. 결과적으로 문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던 인문학자들은 평범한 산업 역군으로서 굴욕을 당하거나 세상에 쓸모 있는 상품을 통해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만 했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Postmodernism, or the Cultural Logic of Late Capitalism(London: verso, 1992, p.25)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자들과 많은 것을,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다.-본질적인 요소만 빼면” 사회의 경제적 조직화라는 차원에서만 보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놀랍게 서로 동일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김대중 정부가 저지른 문화정책의 실패는 경제적 효용성 측면에선 결코 실패가 아니다. 실패의 본질은 중도좌파로서의 정치적 자기정체성과 문화적 정체성 사이에 초래한 깊은 단락/심연에 있다. 당시 정부의 문화 이해는 좌파적이지도 우파적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정치의 공백, 정치력의 무능한 결핍만을 의미했다. 이는 정책적 실패보다 더 근원적인 맹목을 증명한다.
2. 노무현 정부는 왜 기술지배적 문화정책을 극복하지 못했나?
21세기 벽두를 장식한 이슈는 단연코 Y2K 바이러스였다. 일종의 테크노 포비아(기술에 대한 공포)에 근거한 이 소동은 역설적으로 테크놀로지의 우월함에 대한 부정적 승인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 시기를 통과한 젊은이들은 자신들을 T-2 혹은 T-3 세대라고 불렀다. 여기서 T란 디지털 디스토피아를 다룬 영화 〈터미네이터〉의 약자다. 터미네이터의 우주가 상징하는 것은 첨단 기술에 대한 경계이면서 동시에 첨단 기술을 장악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적 인식이다. 이로 인해 디지털 산업은 외경의 대상이자 포획해야만 할 ‘현대성’의 중핵으로 새롭게 자리매김되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 문화 정책을 축자적으로 반복했다. 문화는 콘텐츠 산업의 원천 기술을 제공하는 공급원으로 해석됐고, 넓은 의미에서 산업화된 문화 영역에서 인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인문학을 기업 시각에서 조망하는 시선은 노무현 정부에서 그 물꼬를 터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제를 돌아보면 ‘가장 진보적 정부가 가장 보수적 정책을 택한다.’는 현실정치의 역설과 만나게 된다. 예컨대 김대중 정부의 콘텐츠 기술 장려 선언들은 위기 담론으로서 절박한 자기 근거를 갖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 위기를 돌파한 이후에 등장한 진보 정권이었음에도 이전 정부가 조성한 위기 담론 밖으로 단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문화콘텐츠 담론은 인문 담론을 가장하지만 철저한 산업 담론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산업 영역이 인문학 영역까지 문화라는 보자기에 싸서 경제 무대(시장)로 끌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경제 체계 속에서 전파의 확장성과 지속성 그리고 파생적 효용성에 있어 새롭게 발견된 상품이 바로 문화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상품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문화라는 형식을 띠면 이동 속도와 감염적 전파력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생산지 문화가 소비지 문화를 근원적으로 지배한다는 이점까지 누릴 수 있다. 단적으로 한류로 포장된 상품들은 단지 상품으로 소비만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지역문화 전체를 브랜드로 변환시키는 놀라운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TV 드라마 〈겨울연가〉와 〈사랑이 뭐길래〉가 불러온 그러한 효과에 눈멀어 인문의 고유한 가치를 자각하지 못했다.
3. 이 책은 1998년에서 2007년까지의 문화 정책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항으로 비판한다.
이 책은 민주화가 명실상부하게 달성된 10년이 역설적이게도 문화적 차원에서는 서구 세계화 세력의 정신적 무기인 신자유주의에 굴복하는 과정이었음을 반성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역설이 가능했을까? 경제 부면을 따로 독립시켜 정치 문화 부면과 별도로 다룰 수 있다는 단순 소박한 실용주의, 그리고 그런 실용주의를 합리화한 국력에 대한 자만 혹은 과거에 대한 오만한 망각 등이 그 원인으로 떠오른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성급히 추진한 데에도 이런 실용적 급진성과 정치 문화적 미성숙의 기묘한 결합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상의 이유로 이 책은 노무현 정부 때 마땅히 진행되었어야 할 문화와 인문 현상에 대한 사회 철학적 성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1장에서는 문화가 상품으로 소환되는 과정이 자본이 사회를 전유하는 기본 과정이며 산업 부면이 상부구조를 ‘비정치화된’ 상징계로, 즉 생산구조 내 서열 속 한 구역으로 할당하는 과정임을 설명했다. 이는 상품이 문화를 모방하거나 소재로 끌어들이는 것을 벗어나 상품 스스로가 문화로 등록되는 경지로 나아간다. 문화콘텐츠 담론은 바로 이 과정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장이다.
2장은 세계화 질서의 총아로 등장한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밝히고 이 경제지상적 담론이 인문정신을 훼멸한 경위를 살폈다. 특히 IMF 위기를 겪으며 태동한 다양한 산업 담론들이 문화라는 창구를 통해 인문학을 문화 산업 속에 흡수해 들이거나 어두운 수장고에 보존할 화석으로 처리한 배경에 대해 따져보았다. 이 과정에서 중심 문화와 주변 문화 사이에 빚어지는 문화 종속화의 위험성에 대해 거론했다.
3장은 한국에서 콘텐츠 담론이 창조되고 유통되어 인문학의 주류 담론으로 정착되는 과정을 살폈다. 이 과정은 1장과 2장에 의해 수립된 논리적 안목을 통해 바라볼 때 그 진상이 체계적으로 이해된다. 3장 후반부에서는 미래의 인문학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첨언했다. 4장은 산업화된 콘텐츠 시대에 인문학이 논리적 역전을 꾀할 마지막 수단으로서 교육 담론이 지닌 가능성을 타진했다. 문화 콘텐츠의 명분으로 자행된 반인문적 흐름을 내부에서 단절시키고 콘텐츠 기술을 인문적으로 전화시킬 명분은 교양 교육 개념의 강화 이외에서 발견될 수 없다. 특히 동아시아 문화 교육 개념은 산업적 콘텐츠 담론에 정치 문화적 밀도를 더함으로써 경박한 경제주의를 분쇄하며, 담론을 확장시킴으로써 디지털 기술, 콘텐츠 산업, 아시아 정체성, 문화적 탈식민 전략 등의 논의를 한 가지 문제의식으로 회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5장은 문화콘텐츠 담론을 대체할 주류 담론으로서 동아시아문화 담론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폈다. 동아시아 전통인문학이 동아시아 문화권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이를 통해 서구 근대 주체가 초래한 폐단을 수정할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근대 주체가 신화처럼 설정한 의미[주체]화의 강박관념을 벗어나 탈주체와 혼종의 가치를 재설계할 수 있는 존재는 근대 주체의 타자였던 아시아이며, 아시아는 스스로 망각한 인문 전통을 회복하고 재창조함으로써 탈식민될 뿐 아니라 인종과 성의 경계를 넘어서는 무의 존재론[탈근대]을 수립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상상의 공동체는 산업 담론인 문화 콘텐츠 담론으로부터 인문학을 구출하기 위해 시작한 이 논의가 장대한 문화 투쟁과 연관되어 있음을 상징한다.
4. 인문학의 전략적 생존 : 교육 담론으로서 동아시아문화 담론의 가능성을 묻다.
이 책은 산업 담론이 문화(콘텐츠) 담론을 매개항으로 삼아 인문 담론을 잠식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이 문화를 통해 인문 영역을 시장으로 소환해내는 것은 운명에 가까우며 따라서 이런 소환에 무조건 불응하고 거절하는 것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최종적 대안은 대안 담론의 적극적 생성에 있다. 콘텐츠 담론에 맞설 담론은 저항 담론이면서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는 전략적 담론이어야 한다.
문화콘텐츠 담론은 그 기원적 속성상 교육 담론이다. 문화콘텐츠가 아무리 산업적 상품으로 전화될지라도 그 형식적 포장은 계몽적 교양 교육으로서의 탈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상품성을 위장하기 위한 가장이라 해도 문화콘텐츠가 교육적 형식을 직설적으로 배반하지 못하는 한 인문학이 콘텐츠시대에 전략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남는다. 그것이 바로 교육 담론의 영역이다.
콘텐츠시대에 인문학의 생존 전략은 대안 담론의 적극적 생산과 이를 통한 담론적 저항(분쟁) 공간의 창출에 달려 있다. 하지만 대안 담론으로서 인문학의 교육 담론은 교육 영역이 보유한 ‘전통적 계몽성’을 과도적 전략 지점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즉 온전히 상품으로만 해석되지 않는 문화콘텐츠 개념의 잉여로서의 교육콘텐츠 개념을 인문학의 저항선으로 활용하되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문화콘텐츠 담론을 교육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상징될 서구 중심의 주인 담론에 저항하기 위한 대안 담론이 동아시아문화 담론이다.
동아시아문화 담론은 경제 담론의 형식 안에 정치 담론의 의도를 감추고 있는 문화콘텐츠 담론의 ‘정치성’을 발가벗기고 그 안에 내재한 근원적 적대, 즉 서구와 아시아, 선진국과 제3세계, 주체와 타자, 지배자(주인) 담론으로서의 식민 담론과 탈식민 담론, 자본의 무한 증산으로서의 근대와 탈자본화로서의 탈근대 사이의 적대를 명료화한다. 따라서 우리 세기에 동아시아란 어떤 존재인가, 혹은 존재여야 하는가를 묻는다는 것은 인류문화의 위기가 만든 증상일 수 있다. 만약 아시아의 정체성이 전혀 새롭게 규정된다면 서구적 문화 패러다임 역시 수정되어야 하고 이는 인류문화의 제3의 길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를 응집된 주체화의 포기, 능동적 타자되기, 무의 공백으로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아시아의 독특한 존재론적 가능성 등으로 제시하며 논의를 마무리하고 있다.
5. 콘텐츠를 초과하는 메타 콘텐츠의 생산 가능성
이 책의 저자는 마지막 5장을 통해 자신이 주장한 콘텐츠 담론의 논리적 최종 단계를 메타 콘텐츠의 생산으로 암시하며 마치고 있다. 이를 살펴보자. 이 책은 다음의 논리적 발전 단계를 따르고 있다. ① 문화를 상품으로 독해하는 문화콘텐츠 담론 단계(문화를 경제화시킨 정치 담론) → ② 문화콘텐츠 담론을 교육 담론으로 전화시키기(문화를 탈경제화시킨 탈정치담론) → ③ 교육 담론을 동아시아문화 담론으로 수렴하기(문화를 탈경제화시킨 정치 담론).
결국 저자는 첫 단계를 탈경제화로 지양하며 두 번째 단계를 재정치화로 지양한다. 다시 말해 문화는 정치를 통해 콘텐츠(산업/시장) 담론을 궁극적으로 이탈한다. 그러므로 모든 문화 담론은 정치 담론이며 정치적으로 왜곡된 문화 담론은 정치적으로만 교정된다. 따라서 동아시아문화 담론은 한국 인문학이?문화콘텐츠 담론으로 상징될 제1세계 중심의 제국 담론인?자본의 산업 담론을 극복할 대안 담론으로서 정치 담론인 셈이다.
동아시아문화 담론은 어떻게 일반적 콘텐츠를 능가할 메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가? 첫째, 서구의 전형적 주체화 양식을 위배하면서다. 아시아는 서구 문화의 근본 형식인 주체 중심적 사고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오작동시킴으로써 마침내 청산할 수 있다(타자로서 다르게 생각하기). 둘째, 서구 문화 양식을 극단적으로 전유함으로써 그것을 초과해 활용한 뒤 기각한다(서구 생활 양식의 패러디적 희화화). 셋째, 식민주의의 원리인 주체-타자 공식을 역전시킨 뒤 주체의 자리를 자발적으로 내려놓는다(문화적 투쟁을 승리하면서 기권하고 자신의 보이지 않던 부분들을 새롭게 발견하되 이를 타자로 내려놓기).
이상의 과정을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있다. 우선 중국이 정치 군사적 패권화를 멈춰야 하며, 일본은 아시아적 정체성으로 회귀해야 하고, 한반도는 분쟁을 평화롭게 순화시켜야 한다. 이런 창조적 해체의 매개항이 어느 세력에도 편입되지 않는 아세안 10개국의 존재, 흰 아시아인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다시 해석되어야 할 세계문화의 증상으로서 중앙아시아 등이다. 이처럼 아시아는 상상의 공동체로 집결하여 문화 공동체를 구성하되 주체성의 관점에선 텅 빈 공백으로 남아야 한다. 즉,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되기란 정치경제적 연맹 형식을 띠며 전개되더라도 서구적 본질(EU 체제)은 거부해야 한다. 결론은 문화적 허구로 매개되는 환상[타자]적 공동체의 결성이다. 정치 경제적 심급을 경유하되 궁극엔 내러티브의 환상으로 남을 공동체의 결성 말이다. 저자는 이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아시아 소설 양식을 전제하고 있는 듯하다.
▣ 작가 소개
저 : 윤채근
동서양을 넘나드는 글쓰기를 추구해왔고 한문소설, 비평론, 산문, 한시, 한문교육학, 아시아문화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전통 인문학을 격조 있게 현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초정집서의 문체론적 일고찰''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으며, 한문소설사를 다룬 『소설적 주체, 그 탄생과 전변』, 16세기 문학사를 다룬 『황혼과 여명-16세기 문학사의 맥락』, 주체 개념으로 전개한 문예 이론서 『차이와 체계-서정과 서사의 존재론』, 정신분석 이론을 통해 조선 후기 한문소설을 분석한 『한문소설과 욕망의 구조』, 정신분석 대중교양서인 『신화가 된 천재들』,논어를 현실 실존의 생존 감각으로 재해석한 『논어 감각』을 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1988~2007, 문화의 궤적
제1장 자본주의와 문화·상품·콘텐츠
자본이라는 이름의 자유
오이코노미아, 자본의 윤리
문화의 상품으로의 전화
다국적 콘텐츠랜드
제2장 콘텐츠 시대의 인문정신
세계화와 문화의 운명
문화+콘텐츠의 시대
인문 환경의 변환 97
윤리적 개입
제3장 문화 콘텐츠 담론과 한국의 인문학
산업 신소재로서의 문화 콘텐츠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이 되다
콘텐츠 시대의 인문교양과 인문교육
인문학의 미래, 미래의 인문학
제4장 콘텐츠 시대의 인문적 저항과 교육 콘텐츠
새로운 매체 문명과 교육 콘텐츠
문화 콘텐츠의 정화와 교육 콘텐츠
동아시아 문화의 미래와 교육 콘텐츠
전통 문화 교육과 스토리텔링 콘텐츠
제5장 동아시아 문화의 탈식민화와 혼종
동아시아 문화 속에서 아시아-되기
동아시아문화 담론과 탈식민화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한자문화권과 제3의 길
창조적 혼종의 길, 검고도 흰 아시아
에필로그 자본에서 인문으로
자본이 문화를 통제하는 시대, 자본에서 인문으로
1. IMF 상황에서 콘텐츠 담론의 생산은 문화적으로 정당했나?
1998년 경제 위기는 대한민국 전체에 심리적 공황을 유발했는데, 회고해보면 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화 질서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외설적 추문이었다. 금융자본주의란 현금 거래를 무한히 유예하는 신용의 상징 질서를 통해 유지되는데, 이러한 상징적 놀이에 가담하려면 패를 읽고 돌릴 줄 아는 ‘도박사의 마음’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90년대 한국 경제의 현실을 간단히 조망하면 당시(김영삼) 정부에겐 그런 도박사의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대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김대중 정부의 문화에 대한 태도다. 당시 정부는 고효율의 날렵한 중소기업, 즉 신기술을 장착한 속성형 벤처 기업 육성에 집중하며 문화를 테크노크라트적 심성으로 호출해냈다. 당시 벤처 기업의 중핵을 디지털 기술 부문이 담당하고 있었는데, 디지털화될 내용물에 목말랐던 벤처 기업인들은 자신들의 사업 내용(콘텐츠)을 채워줄 재료들을 정부에 요구했고 이 신호가 즉각 문화계에 전달됐던 것이다. 게임 및 영상 연예 사업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내용물로서 문화가 호명된 순간이었다.
심형래 감독을 신지식인 1호로 내세운 당시 정부의 문화 인문 정책의 결과는 문화의 산업화였다. 현대적 문화 개념 자체가 중세의 특권적 귀족문화가 소멸하면서 순수 예술이나 순수 인문학을 대중적으로 옮겨 담는(轉寫) 과정에서 발생했고, 따라서 현대사회의 문화란 암묵적으로 대중문화 혹은 시민문화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대중들을 교양 있는 시민, 혹은 미적 심미안을 갖춘 주체로 구성한다는 계몽주의적 이상은 문화가 영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시장 논리와는 근원적으로 길을 달리한다. 결국 김대중 정부는 현대문화의 대중성, 혹은 대중적 본질을 상업성으로 오독한 셈이다.
문화 영역을 산업의 틀로 재구성하며 진행된 당시 정부의 문화 담론이 바로 콘텐츠 담론이다. 이후 수년간에 걸쳐 활성화된 문화콘텐츠 담론은 ‘더 이상 경제적 심급을 벗어난 고매한 인문 영역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학문적 우상파괴 작업으로 발전했다. 인문학 학과들의 폐과나 콘텐츠 관련 학과로의 변경, 경제적 비효율성의 잣대로 자행된 대학 구조조정,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인문학자에게 강요된 생산성의 패러다임 등등. 결과적으로 문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던 인문학자들은 평범한 산업 역군으로서 굴욕을 당하거나 세상에 쓸모 있는 상품을 통해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만 했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Postmodernism, or the Cultural Logic of Late Capitalism(London: verso, 1992, p.25)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자들과 많은 것을,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다.-본질적인 요소만 빼면” 사회의 경제적 조직화라는 차원에서만 보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놀랍게 서로 동일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김대중 정부가 저지른 문화정책의 실패는 경제적 효용성 측면에선 결코 실패가 아니다. 실패의 본질은 중도좌파로서의 정치적 자기정체성과 문화적 정체성 사이에 초래한 깊은 단락/심연에 있다. 당시 정부의 문화 이해는 좌파적이지도 우파적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정치의 공백, 정치력의 무능한 결핍만을 의미했다. 이는 정책적 실패보다 더 근원적인 맹목을 증명한다.
2. 노무현 정부는 왜 기술지배적 문화정책을 극복하지 못했나?
21세기 벽두를 장식한 이슈는 단연코 Y2K 바이러스였다. 일종의 테크노 포비아(기술에 대한 공포)에 근거한 이 소동은 역설적으로 테크놀로지의 우월함에 대한 부정적 승인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 시기를 통과한 젊은이들은 자신들을 T-2 혹은 T-3 세대라고 불렀다. 여기서 T란 디지털 디스토피아를 다룬 영화 〈터미네이터〉의 약자다. 터미네이터의 우주가 상징하는 것은 첨단 기술에 대한 경계이면서 동시에 첨단 기술을 장악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적 인식이다. 이로 인해 디지털 산업은 외경의 대상이자 포획해야만 할 ‘현대성’의 중핵으로 새롭게 자리매김되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 문화 정책을 축자적으로 반복했다. 문화는 콘텐츠 산업의 원천 기술을 제공하는 공급원으로 해석됐고, 넓은 의미에서 산업화된 문화 영역에서 인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인문학을 기업 시각에서 조망하는 시선은 노무현 정부에서 그 물꼬를 터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제를 돌아보면 ‘가장 진보적 정부가 가장 보수적 정책을 택한다.’는 현실정치의 역설과 만나게 된다. 예컨대 김대중 정부의 콘텐츠 기술 장려 선언들은 위기 담론으로서 절박한 자기 근거를 갖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 위기를 돌파한 이후에 등장한 진보 정권이었음에도 이전 정부가 조성한 위기 담론 밖으로 단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문화콘텐츠 담론은 인문 담론을 가장하지만 철저한 산업 담론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산업 영역이 인문학 영역까지 문화라는 보자기에 싸서 경제 무대(시장)로 끌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경제 체계 속에서 전파의 확장성과 지속성 그리고 파생적 효용성에 있어 새롭게 발견된 상품이 바로 문화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상품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문화라는 형식을 띠면 이동 속도와 감염적 전파력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생산지 문화가 소비지 문화를 근원적으로 지배한다는 이점까지 누릴 수 있다. 단적으로 한류로 포장된 상품들은 단지 상품으로 소비만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지역문화 전체를 브랜드로 변환시키는 놀라운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TV 드라마 〈겨울연가〉와 〈사랑이 뭐길래〉가 불러온 그러한 효과에 눈멀어 인문의 고유한 가치를 자각하지 못했다.
3. 이 책은 1998년에서 2007년까지의 문화 정책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항으로 비판한다.
이 책은 민주화가 명실상부하게 달성된 10년이 역설적이게도 문화적 차원에서는 서구 세계화 세력의 정신적 무기인 신자유주의에 굴복하는 과정이었음을 반성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역설이 가능했을까? 경제 부면을 따로 독립시켜 정치 문화 부면과 별도로 다룰 수 있다는 단순 소박한 실용주의, 그리고 그런 실용주의를 합리화한 국력에 대한 자만 혹은 과거에 대한 오만한 망각 등이 그 원인으로 떠오른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성급히 추진한 데에도 이런 실용적 급진성과 정치 문화적 미성숙의 기묘한 결합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상의 이유로 이 책은 노무현 정부 때 마땅히 진행되었어야 할 문화와 인문 현상에 대한 사회 철학적 성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1장에서는 문화가 상품으로 소환되는 과정이 자본이 사회를 전유하는 기본 과정이며 산업 부면이 상부구조를 ‘비정치화된’ 상징계로, 즉 생산구조 내 서열 속 한 구역으로 할당하는 과정임을 설명했다. 이는 상품이 문화를 모방하거나 소재로 끌어들이는 것을 벗어나 상품 스스로가 문화로 등록되는 경지로 나아간다. 문화콘텐츠 담론은 바로 이 과정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장이다.
2장은 세계화 질서의 총아로 등장한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밝히고 이 경제지상적 담론이 인문정신을 훼멸한 경위를 살폈다. 특히 IMF 위기를 겪으며 태동한 다양한 산업 담론들이 문화라는 창구를 통해 인문학을 문화 산업 속에 흡수해 들이거나 어두운 수장고에 보존할 화석으로 처리한 배경에 대해 따져보았다. 이 과정에서 중심 문화와 주변 문화 사이에 빚어지는 문화 종속화의 위험성에 대해 거론했다.
3장은 한국에서 콘텐츠 담론이 창조되고 유통되어 인문학의 주류 담론으로 정착되는 과정을 살폈다. 이 과정은 1장과 2장에 의해 수립된 논리적 안목을 통해 바라볼 때 그 진상이 체계적으로 이해된다. 3장 후반부에서는 미래의 인문학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첨언했다. 4장은 산업화된 콘텐츠 시대에 인문학이 논리적 역전을 꾀할 마지막 수단으로서 교육 담론이 지닌 가능성을 타진했다. 문화 콘텐츠의 명분으로 자행된 반인문적 흐름을 내부에서 단절시키고 콘텐츠 기술을 인문적으로 전화시킬 명분은 교양 교육 개념의 강화 이외에서 발견될 수 없다. 특히 동아시아 문화 교육 개념은 산업적 콘텐츠 담론에 정치 문화적 밀도를 더함으로써 경박한 경제주의를 분쇄하며, 담론을 확장시킴으로써 디지털 기술, 콘텐츠 산업, 아시아 정체성, 문화적 탈식민 전략 등의 논의를 한 가지 문제의식으로 회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5장은 문화콘텐츠 담론을 대체할 주류 담론으로서 동아시아문화 담론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폈다. 동아시아 전통인문학이 동아시아 문화권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이를 통해 서구 근대 주체가 초래한 폐단을 수정할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근대 주체가 신화처럼 설정한 의미[주체]화의 강박관념을 벗어나 탈주체와 혼종의 가치를 재설계할 수 있는 존재는 근대 주체의 타자였던 아시아이며, 아시아는 스스로 망각한 인문 전통을 회복하고 재창조함으로써 탈식민될 뿐 아니라 인종과 성의 경계를 넘어서는 무의 존재론[탈근대]을 수립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상상의 공동체는 산업 담론인 문화 콘텐츠 담론으로부터 인문학을 구출하기 위해 시작한 이 논의가 장대한 문화 투쟁과 연관되어 있음을 상징한다.
4. 인문학의 전략적 생존 : 교육 담론으로서 동아시아문화 담론의 가능성을 묻다.
이 책은 산업 담론이 문화(콘텐츠) 담론을 매개항으로 삼아 인문 담론을 잠식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이 문화를 통해 인문 영역을 시장으로 소환해내는 것은 운명에 가까우며 따라서 이런 소환에 무조건 불응하고 거절하는 것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최종적 대안은 대안 담론의 적극적 생성에 있다. 콘텐츠 담론에 맞설 담론은 저항 담론이면서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는 전략적 담론이어야 한다.
문화콘텐츠 담론은 그 기원적 속성상 교육 담론이다. 문화콘텐츠가 아무리 산업적 상품으로 전화될지라도 그 형식적 포장은 계몽적 교양 교육으로서의 탈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상품성을 위장하기 위한 가장이라 해도 문화콘텐츠가 교육적 형식을 직설적으로 배반하지 못하는 한 인문학이 콘텐츠시대에 전략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남는다. 그것이 바로 교육 담론의 영역이다.
콘텐츠시대에 인문학의 생존 전략은 대안 담론의 적극적 생산과 이를 통한 담론적 저항(분쟁) 공간의 창출에 달려 있다. 하지만 대안 담론으로서 인문학의 교육 담론은 교육 영역이 보유한 ‘전통적 계몽성’을 과도적 전략 지점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즉 온전히 상품으로만 해석되지 않는 문화콘텐츠 개념의 잉여로서의 교육콘텐츠 개념을 인문학의 저항선으로 활용하되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문화콘텐츠 담론을 교육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상징될 서구 중심의 주인 담론에 저항하기 위한 대안 담론이 동아시아문화 담론이다.
동아시아문화 담론은 경제 담론의 형식 안에 정치 담론의 의도를 감추고 있는 문화콘텐츠 담론의 ‘정치성’을 발가벗기고 그 안에 내재한 근원적 적대, 즉 서구와 아시아, 선진국과 제3세계, 주체와 타자, 지배자(주인) 담론으로서의 식민 담론과 탈식민 담론, 자본의 무한 증산으로서의 근대와 탈자본화로서의 탈근대 사이의 적대를 명료화한다. 따라서 우리 세기에 동아시아란 어떤 존재인가, 혹은 존재여야 하는가를 묻는다는 것은 인류문화의 위기가 만든 증상일 수 있다. 만약 아시아의 정체성이 전혀 새롭게 규정된다면 서구적 문화 패러다임 역시 수정되어야 하고 이는 인류문화의 제3의 길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를 응집된 주체화의 포기, 능동적 타자되기, 무의 공백으로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아시아의 독특한 존재론적 가능성 등으로 제시하며 논의를 마무리하고 있다.
5. 콘텐츠를 초과하는 메타 콘텐츠의 생산 가능성
이 책의 저자는 마지막 5장을 통해 자신이 주장한 콘텐츠 담론의 논리적 최종 단계를 메타 콘텐츠의 생산으로 암시하며 마치고 있다. 이를 살펴보자. 이 책은 다음의 논리적 발전 단계를 따르고 있다. ① 문화를 상품으로 독해하는 문화콘텐츠 담론 단계(문화를 경제화시킨 정치 담론) → ② 문화콘텐츠 담론을 교육 담론으로 전화시키기(문화를 탈경제화시킨 탈정치담론) → ③ 교육 담론을 동아시아문화 담론으로 수렴하기(문화를 탈경제화시킨 정치 담론).
결국 저자는 첫 단계를 탈경제화로 지양하며 두 번째 단계를 재정치화로 지양한다. 다시 말해 문화는 정치를 통해 콘텐츠(산업/시장) 담론을 궁극적으로 이탈한다. 그러므로 모든 문화 담론은 정치 담론이며 정치적으로 왜곡된 문화 담론은 정치적으로만 교정된다. 따라서 동아시아문화 담론은 한국 인문학이?문화콘텐츠 담론으로 상징될 제1세계 중심의 제국 담론인?자본의 산업 담론을 극복할 대안 담론으로서 정치 담론인 셈이다.
동아시아문화 담론은 어떻게 일반적 콘텐츠를 능가할 메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가? 첫째, 서구의 전형적 주체화 양식을 위배하면서다. 아시아는 서구 문화의 근본 형식인 주체 중심적 사고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오작동시킴으로써 마침내 청산할 수 있다(타자로서 다르게 생각하기). 둘째, 서구 문화 양식을 극단적으로 전유함으로써 그것을 초과해 활용한 뒤 기각한다(서구 생활 양식의 패러디적 희화화). 셋째, 식민주의의 원리인 주체-타자 공식을 역전시킨 뒤 주체의 자리를 자발적으로 내려놓는다(문화적 투쟁을 승리하면서 기권하고 자신의 보이지 않던 부분들을 새롭게 발견하되 이를 타자로 내려놓기).
이상의 과정을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있다. 우선 중국이 정치 군사적 패권화를 멈춰야 하며, 일본은 아시아적 정체성으로 회귀해야 하고, 한반도는 분쟁을 평화롭게 순화시켜야 한다. 이런 창조적 해체의 매개항이 어느 세력에도 편입되지 않는 아세안 10개국의 존재, 흰 아시아인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다시 해석되어야 할 세계문화의 증상으로서 중앙아시아 등이다. 이처럼 아시아는 상상의 공동체로 집결하여 문화 공동체를 구성하되 주체성의 관점에선 텅 빈 공백으로 남아야 한다. 즉,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되기란 정치경제적 연맹 형식을 띠며 전개되더라도 서구적 본질(EU 체제)은 거부해야 한다. 결론은 문화적 허구로 매개되는 환상[타자]적 공동체의 결성이다. 정치 경제적 심급을 경유하되 궁극엔 내러티브의 환상으로 남을 공동체의 결성 말이다. 저자는 이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아시아 소설 양식을 전제하고 있는 듯하다.
▣ 작가 소개
저 : 윤채근
동서양을 넘나드는 글쓰기를 추구해왔고 한문소설, 비평론, 산문, 한시, 한문교육학, 아시아문화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전통 인문학을 격조 있게 현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초정집서의 문체론적 일고찰''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으며, 한문소설사를 다룬 『소설적 주체, 그 탄생과 전변』, 16세기 문학사를 다룬 『황혼과 여명-16세기 문학사의 맥락』, 주체 개념으로 전개한 문예 이론서 『차이와 체계-서정과 서사의 존재론』, 정신분석 이론을 통해 조선 후기 한문소설을 분석한 『한문소설과 욕망의 구조』, 정신분석 대중교양서인 『신화가 된 천재들』,논어를 현실 실존의 생존 감각으로 재해석한 『논어 감각』을 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1988~2007, 문화의 궤적
제1장 자본주의와 문화·상품·콘텐츠
자본이라는 이름의 자유
오이코노미아, 자본의 윤리
문화의 상품으로의 전화
다국적 콘텐츠랜드
제2장 콘텐츠 시대의 인문정신
세계화와 문화의 운명
문화+콘텐츠의 시대
인문 환경의 변환 97
윤리적 개입
제3장 문화 콘텐츠 담론과 한국의 인문학
산업 신소재로서의 문화 콘텐츠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이 되다
콘텐츠 시대의 인문교양과 인문교육
인문학의 미래, 미래의 인문학
제4장 콘텐츠 시대의 인문적 저항과 교육 콘텐츠
새로운 매체 문명과 교육 콘텐츠
문화 콘텐츠의 정화와 교육 콘텐츠
동아시아 문화의 미래와 교육 콘텐츠
전통 문화 교육과 스토리텔링 콘텐츠
제5장 동아시아 문화의 탈식민화와 혼종
동아시아 문화 속에서 아시아-되기
동아시아문화 담론과 탈식민화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한자문화권과 제3의 길
창조적 혼종의 길, 검고도 흰 아시아
에필로그 자본에서 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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