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국 진보의 아이콘’ ‘노터리어스 RBG’ ‘세상에서 가장 힙한 할머니’… 미국 연방대법원 최고령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를 부르는 말들이다. 그는 1993년 여성으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임명된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젠더 평등과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의견을 꾸준히 개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포브스》 ‘100인의 영향력 있는 여성’, 2015년 《타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16년 《포천》 ‘세상을 이끄는 위대한 리더’ 등에 선정되었다. 그의 삶과 역경을 다룬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2018),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2018)가 제작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소수자의 편에 서서 차별에 맞선 업적에 더해 긴즈버그는 무려 네 차례나 암을 극복한 이력을 통해서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1999년 대장암, 2009년 췌장암, 2018년 폐암, 2019년 다시 췌장암까지 20년 동안 암 투병을 했다. 그는 그때마다 매번 오뚝이처럼 일어서 건재를 과시했다. 2019년 인터뷰에서 긴즈버그는 99세까지 대법관직을 수행한 존 폴 스티븐스처럼 오래 일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암을 극복하고 역대 최고령 대법관에 도전하는 ‘불굴의 전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뜨겁다. 2018년 11월 긴즈버그가 넘어져 갈비뼈 3개가 부러졌을 때 소셜미디어엔 “내 갈비뼈를 기증하겠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암을 이기기 위해 푸시업을 하는 87세 대법관의 영상을 수백만 명이 재생했다. 2018년 CBS 〈스티븐 콜베어 쇼〉에서 소개한 그의 운동 영상은 무려 200만 회의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 2회 1일 1시간, 암 극복 근력 운동 매뉴얼
2019년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꾸준한 근력 운동이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슈퍼 디바(Super Diva!)’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가 근력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바쁜 와중에도 타이머가 울리면 일을 멈추고 법원 내 체육관으로 간다. 1시간 길이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마치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이영미 《마녀체력》 저자는 “긴즈버그가 87세 최고령 대법관으로 일하는 저력”을, 이다혜 《씨네21》 기자는 “최고의 지성도 몸을 연료로 돌아”가며 “인생 이모작은 후반부 절반이 의식적으로 운동하는 삶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수술과 이어지는 치료 과정을 재차 거치면서 나는 쇠약해졌다. 되도록 빨리 브라이언트와 트레이닝을 다시 시작했다. 브라이언트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푸시업뿐 아니라 플랭크도 추가하면서 차근차근 나의 체력을 끌어올렸다.” (서문에서)
지난 20년 동안 긴즈버그는 그의 퍼스널 트레이너 브라이언트 존슨과 함께 ‘주 2회 1일 1시간씩’ 근력 운동을 진행해 왔다. 두 사람은 1999년 대장암 치료 과정을 마치고 회복 중일 때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 마틴의 권유로 처음 만났다. 당시 브라이언트는 연방지방법원 서기관실에서 근무했고, ‘보디 저스티스(Body Justice)’라는 피트니스 사업도 운영했다. 브라이언트에 따르면 당시 긴즈버그는 트레이닝을 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 하지만 건강을 되찾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확고했고, 두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짰다. 긴즈버그는 8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87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항암 치료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근력 운동으로 키운 체력이 뒷받침해 준 덕분이다.
긴즈버그 대법관과 함께하는 홈트레이닝 운동법
긴즈버그의 근력 운동이 유명세를 타면서 자세한 트레이닝법을 공개해 달라는 요청이 각지에서 쏟아졌다. 《주 2회 1일 1시간,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원제 The RBG Workout)는 그에 화답한 결과물이다. 긴즈버그는 모델로, 브라이언트는 저자로 나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출간 이후에는 아마존 평점 4.7(5.0 만점), 리뷰 240개로 대대적인 호평이 뒤따랐다. 퍼스널 트레이너가 없어도 누구나 집에서 혼자 운동할 수 있도록, 100세 시대 운동법을 찾는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긴즈버그처럼 죽을 때까지 최고의 상태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게 이 책의 취지다.
“이 책에 나온 동작들은 따라 하기 쉽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나 나이 든 여성들이 만만하게 시작할 수 있다. 헬스클럽을 등록하지 않아도, 특별한 기구 없이도 가능하다. 워밍업과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맘에 든다. 나 역시 운동할 때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낮은 수준에서 시작하여 점점 강도를 높여 나간다.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반복하는 운동의 완결판이다.” _ 이영미 《마녀체력》 저자
2020년 1월 8일, 긴즈버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암이 다 나았다(cancer free)”고 선언했다. 2019년 여름 췌장암이 재발하고 6개월 만의 일이다. 그는 건강 문제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며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어떤 상원의원이 ‘긴즈버그가 6개월 내로 죽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그가 세상을 떠났고 나는 살아 있다”라는 농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긴즈버그의 트레이닝법을 따라 하다 보면, 게으름 피우지 말라며 독자들의 의욕을 드높이는 그의 점잖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87세 할머니도 운동하는데, 나보다 젊은 사람이 왜 그러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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