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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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마크 해리슨
출판사항푸른역사, 발행일:2020/05/29
형태사항p.679 국판:23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612167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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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풍토병이 팬데믹으로, 격리에서 국제공조로
 전염병과 무역이 빚어낸 21세기 세계화


2008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BSE과 사람도 비슷하게 걸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을 유발하는 ‘프리온’에 감염된 것이 아닐까 두려워했다. 외국산 제품으로 인해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는 당시 이명박 정부를 향한 무수한 불평과 의혹의 초점을 부채질했다.
이 사건은 내가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내용의 일부를 깔끔하게 요약해 주는 에피소드이자 이 책에서 탐구하고 있는 많은 주제들이 극적으로 표출된 사례였다. 뿐만 아니라 무역이 불러온 질병, 특히 동물과 관련된 상업에서 비롯된 질병에 대한 새로운 우려의 물결을 예고하는 몇몇 중요한 본보기 가운데 하나였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을 책 후반부의 한 장 속에 집어넣을 기회를 지나칠 수 없었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21세기 문명사는 어쩌면 코로나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뉠 듯하다. 코로나 사태의 파급력은 그만큼 깊고 넓다. 무역과 해외여행이 막대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란 낯선 용어는 우리 일상을 바꾼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는 것이 그런 예다. 마스크가 상비품이 되는 등 일상의 풍경이 바뀐 것은 덤이다. 이처럼 세상이 요동치니 전염병의 역사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어디쯤 서 있고,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선 먼저 지나온 길을 아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의학사가가 쓴 이 책은 이를 위한 탁월한 길라잡이라 할 수 있다.


촘촘하고 성실한 전염병의 역사
 이 책은 12년 연구의 결실이다. 700년에 걸쳐 6개 대륙에서 벌어진 전염병과의 투쟁을 꼼꼼하게 살폈다. 자연스레 언급되는 전염병들은 다양하다. 14세기 페스트에서 콜레라, 황열병, 가축 질병인 우역은 물론 광우병 소동과 조류독감 등 동물 전염병과 21세기의 사스와 메르스까지 다뤘다. 당연히 1865년 메카를 습격한 콜레라, 1910년 만주를 강타한 페스트 등 굵직한 전염병 파동을 빠뜨리지 않는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관련 학자들의 선행연구는 물론 다양한 세미나와 학술대회의 도움을 받았다. 인도 등 여러 나라의 기록을 살핀 것은 물론이다. 그 결과, 특정 국가의 차단 방역처럼 한 나라의 전염병 투쟁사가 아니라 상당한 지리적 범위에 걸친 장기간의 상호작용을 추적한 ‘세계사’로 결실을 맺었다. 이 책의 기본적인 미덕이다.


‘역사의 전제자’ 무역에 초점을 두다
1860년대 영국 의사 윌리엄 버드는 역사의 ‘전제자’로 전쟁과 무역을 꼽았다. 이 둘이 역병을 낳고 그 전염병의 여파가 역사의 흐름을 바꾼다는 경고였다. 지은이 마크 해리슨은 바로 이 대목에 주목했다. 풍토병이 세계사적 문제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 있는 무역의 역할, 그리고 세계적 유행병이 지구촌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파고들었다. 예를 들어 19세기 중반 온 유럽이 공포에 젖게 만든 콜레라나 아메리카 대륙을 뒤흔든 황열병의 확산 뒤에는 노예무역을 비롯한 국제교역과 노동 이주, 성지순례 등이 있었음을 지적해낸다.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과 자유무역의 상충에 대한 고심 등을 짚는다. 그런 점에서 전염병의 역사를 ‘의학사’로 한정하거나 전염병과 굵직한 역사적 사건의 인과관계를 성찰한 기존 전염병 관련 역사책과 남다르다.


‘격리’를 축으로 한 전염병과의 투쟁사
 인도 벵골 지방의 풍토병 콜레라, 아프리카 풍토병 황열병이 세계적 유행병으로 확산된 데에는 증기선과 철도로 상징되는 교통혁명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전염병의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전염병 억제를 위한 노력에서는 ‘격리’가 축을 이루었다. 감염이 의심되는 상인과 상품의 이동의 금지는 일찍이 14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령된 피스토야 칙령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655년 암스테르담에 세워진 북유럽 최초의 상설 격리병원, 1845년 노예무역을 감시하다 황열병에 감염돼 선원의 3분의 2가 사망한 ‘에클레어호 사건’ 등 ‘격리’의 역사를 중심으로 전염병 투쟁사를 살핀다.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관점이다.


전염병이 이끌어낸 국제공조에 주목하다
 전염병이 세계화에 부정적 효과만 끼친 게 아니다. 교통혁명과 산업화로 한 나라 단독으로는 전염병 대처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확산을 막기 위한 새로운 국제 협력 시스템을 끌어내기도 했다. 1851년 처음으로 파리에서 국제위생회의가 열렸다. 3차 콜레라 대유행기에 새로운 국제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1902년 황열병 대처를 위한 범미위생회의 등을 거쳐 1907년 전염병 정보 수합 및 통지 업무를 담당할 상설기구 ‘국제공중보건국’이 파리에 설립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신이다. 지은이는 수에즈운하 통제 등 이해관계가 다른 각국의 갈등, 당대의 패권국 영국 대신 프랑스가 이를 주도한 사정 등 21세기 ‘국제 전염병 전선’의 배경을 찬찬히 풀어놓는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각국의 대응을 보면 19세기 후반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국제 협조의 정신은 사라지고 세계보건기구의 역할은 미미하다. 각국은 저마다 국경 폐쇄, 무역 중단 등 오직 ‘격리’를 통한 방역에만 몰두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이를 잘 보여준다. 새로운 전염병이 간헐적으로 출현하는 지금은 국제 공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역 방식과 제도를 창출해야 한다. 전염병과 무역의 길항관계를 파헤친 이 책은 이를 위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마크 해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사학과 교수(의학사). 옥스퍼드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후 현재 웰컴 윤리 및 인문학센터 공동 소장으로 있다. 제국주의, 전쟁, 세계화와 질병의 관계를 주로 연구해 왔다. 《의료와 승리: 2차 세계대전기 영국 군의학》(2004), 《의학 전쟁: 1차 세계대전기 영국 군의학》(2010)으로 두 차례 영 육군 역사연구회가 수여하는 템플러 도서상을 수상했다. 이 밖의 저서로 《전염병과 근대 세계》, 《식민지 인도에서 사회, 의학, 그리고 정치》 등이 있다. 코로나-19 전염병 등 여러 질병에 대해 영국 및 다른 나라 정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 이영석
서양사학자(영국사). 광주대 명예교수. 근래 출간한 저서로 《공장의 역사》, 《지식인과 사회》, 《역사가를 사로잡은 역사가들》, 《영국사 깊이 읽기》, 《삶으로서의 역사》, 《제국의 기억, 제국의 유산》 등이 있고, 번역서로 《영국민중사》, 《역사학을 위한 변론》, 《옥스퍼드 유럽 현대사》, 《잉글랜드 풍경의 형성》 등이 있다.

 

목 차

옮긴이의 글
 한국어판 서문
 서장
 약어 표

제1장 죽음의 상인들
 구세계에서 신세계로

제2장 다른 수단들을 동원한 전쟁
“우리의 위조품 거래 차단”|상업상의 이익|전염을 다시 생각하다

제3장 격리라는 악덕
 이성과 과학|헛된 기대

제4장 격리와 자유무역 제국
 유해 선박|국내에서 시작된 자선|엄청난 비용|사건 이후의 파장

제5장 황열병의 유행
 열대성 전염병|새로운 위생 체제를 향하여|위생 조치의 결과

제6장 동방의 방벽
 불결에 대한 혐의|페스트의 귀환|페르시아만|다른 나라들의 편견에 대처하기

제7장 페스트와 세계 경제
 고통스러운 교훈|서양으로의 가교|페스트, 대유행병이 되다|깨지기 쉬운 합의

제8장 보호냐 아니면 보호주의냐?
동물과 사람의 질병|영원한 논쟁의 전망

제9장 전염병과 세계화
 종의 경계를 넘어, 국경을 넘어|사스, 보안, 자유무역의 한계|대유행병과 보호주의

 결론: 위생의 과거와 미래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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