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120회 - " " 성장하는 학생들의 행동 패턴 "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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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3:07
미국 대학교에서 몇 년째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처음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차츰차츰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대학 생활을 하면서 졸업 후의 계획을 잘 세워 차근차근 자기 앞길을 헤쳐 나가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둘 사이의 차이점이 최근 들어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보면 아주 사소한 차이일 뿐인데 결과로 보면 상당히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학생들 중에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있어 적극적으로 교수의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떤 학생들은 교수가 도와주겠다는데도 그 도움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즉, 교수연구실을 자주 찾아가 묻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다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알아서 조용히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일이 있다. 사실 성격의 차이일 수도, 신념의 차이일 수도 있으니 뭐가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대부분 결과는 도움을 잘 청하는 학생이 그러지 못한 학생에 비해 훨씬 좋다. 왜냐하면 교수들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경험과 인연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 학생들이 몰랐던 장학금이나 인턴십 프로그램을 연결해줄 수도 있고, 졸업 후 지원하려는 대학원이나 업종에 지인을 소개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학생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교수님들은 바쁘니까 나 같은 학부생이 시간을 빼앗는 건 실례이지 않을까?’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이다.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잘되는 것 이상으로 제자가 잘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보람이다. 아무리 바빠도 교수의 연구분야에 관심을 갖고 학생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싫어할 교수가 어디 있겠는가? 교수님께 찾아가 질문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교수는 그런 학생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인연을 총동원해 학생이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번째로, 얼마나 대담한가, 대담하지 않은가에서 차이가 난다. 가끔씩 나는 ‘저 학생이 설마 저렇게 높은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가르치던 학생 중 한 명이 여름방학에 하버드대 심리학과 실험실에서 그곳 대학원생들과 함께 인턴십을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한 학부생이 그런 대담한 목표를 삼았다는 것이 대단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가능할까라는 염려도 들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주변 교수들께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면서 여러 차례 e메일과 직접 하버드대 실험실을 방문한 끝에 여름 인턴십의 기회를 잡았다.
누구나 살다 보면 ‘내가 감히 이렇게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그 일을 해낸다. 그들이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감히 내가?’라는 의심이 올라오거나 주위 사람들이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할 때 ‘에이, 나라고 뭐 못할 게 있어?’ 하고 맞받아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목표를 세운 후에는 부단한 노력을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력도 외톨이로 홀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그 길을 이미 가본 인생 선배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가면서 그 길을 가는 것이다. 혼자 가다 보면 중간에 그만두기 쉽지만, 멘토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다 보면 조금 힘든 시기가 와도 잘 넘어갈 수 있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일정한 틀 안에서 연구를 하거나 리포트를 쓰는 것이 아니고, 그 틀을 넘어서서 ‘자기 방식’이 나오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미래를 잘 헤쳐 나간다. 학생들 가운데에는 교수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아서 그것에 딱 맞게 리포트를 써 오는 모범생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리포트는 성실함은 묻어나지만 혁신적이거나 흥미 있는 아이디어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간혹 과제 내용을 단순히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함이 아닌, 자기 삶의 중요한 어떤 부분을 밝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 그 결과물을 받아보면 학생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눈부신 노력과 독특하고 새로운 내용이 그 안에 들어 있다.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자면, 무엇을 하든 두려움이 없는 학생이 자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미래를 잘 헤쳐 나가는 것 같다. 교수뿐만 아니라 배울 것이 있는 사람에게 대담하게 다가가 질문하고, 남들이 ‘감히?’라고 생각하는 목표를 세울 수 있고, 정해진 틀도 내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 자신의 미래를 위해 그런 용기를 내는 사람을 세상도 돕는다. 그런 사람은 하늘이 이미 정해 놓은 것이 아닌, 나 스스로가 되어야지 하고 용기를 내는 순간, 내 운명의 방향도 바뀌는 것 같다.
[2014.2.14. 중앙일보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