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143회 - " 너는 나의 청춘이고, 나는 너의 미래다 "

영광도서 0 599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귀에 익은 노래를 열아홉 살 아들이 흥얼거린다.

“그 노래를 어떻게 아니?” “아이유가 불렀잖아.” “아이유가 옛날 노래를 리메이크 했어?” “어.” 역시 대답은 짧다. 그래도 흐뭇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내가 아는 게 얼마 만의 일인가.

 찾아보니 ‘국민 여동생’ 가수가 흘러간 노래들을 다시 불러 두 달 전에 ‘꽃갈피’라는 음반을 냈다. 산울림의 ‘너의 의미’, 조덕배의 ‘나의 옛날 이야기’,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아들 나이 정도였던, 아련한 그 시절에 함께했던 불후의 명곡들.

 노래 중간중간 김창완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쳇말로 ‘피처링 컬래버레이션’이다. 1954년생 김창완과 93년생 아이유의 나이 차는 39년. 산울림 10집(84년)에 들어 있던 ‘너의 의미’는 딱 한 세대 차인 30년 만에 부활했다.

 두 사람은 한 인터뷰에서 상대방의 의미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창완은 아이유가 자신의 ‘청춘’이라고, 아이유는 김창완이 ‘미래’라고 답했다. 그렇다. 부모들에게도 다 너희들처럼 젊음의 무대가 있었고, 너희들도 눈 깜짝할 새에 어른이 될 거다.

 입보다 자판으로 더 많은 얘기를 하는 요즘 아이들은 노래도, 영화도 제 방에서 노트북으로, 스마트폰으로 혼자 즐긴다. 부모와 자녀의 TV 채널 쟁탈전은 신석기 문명이 돼버렸다. 월드컵쯤 돼야 한자리에 앉는다.

 ‘적어도 국과수 발표는 믿어도 될 것 같다’는 취지의 기사를 쓰고 온 날 아들이 물었다. “유병언 안 죽었지? 세월호 문제 국정원이 다 알고 있었지?” ‘SNS 통신’으로 그런 얘기들이 또래 사이에 퍼진 모양이다.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10, 20대의 4분의 3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 내용을 안 믿는다고 한다.

 세월호 집회에 학생들은 ‘우리는 어른이 되지 않을래요’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나왔다. ‘당신들 같은’이 생략됐으리라. 그래, 지금 어른들은 부끄럽고 미안하다. 말만 요란했지 세상은 변한 게 없고, ‘4·16 세대’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너희들은 이제 우리를 ‘더욱’ 믿지 못한다. 세대 사이에 놓인 벽은 한층 두꺼워졌다.

그래도 말해주고 싶다. 아빠·엄마에게도 정의롭고 올바른 세상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고, 너희들처럼 달콤한 사랑 노래를 부르던 때가 있었다고. 자녀와 함께 휴가지로 떠나는 부모에게 ‘꽃갈피’를 강추한다.


[중앙일보 2014.7.31 분수대 - 이상언 중앙SUNDAY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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