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56회 - " [혜민스님 칼럼] 생각의 감옥으로부터 나오는 법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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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3:07
우리는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계속 생각을 한다. 입안에 돋은 혓바늘을 톡톡 건드려서 아픔을 확인하듯이 그렇게 어떤 아픈 생각을 톡톡 건드리며 자꾸 떠올리게 된다. 나는 이런 상황을 ‘내 생각의 감옥 안에 갇혀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나도 모르게 생각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어지럽혀 힘들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이 행복한 생각이면 문제가 없는데,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실패했던 기억,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미움받았던 기억 등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이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내가 멈추려 노력해도 멈춰지지 않고, 멈추려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더 생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사실 생각이 많다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잠도 잘 못 자게 되고,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할 때도 생각만 계속하다 결정짓지 못하고,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처럼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가만히 살펴보면, 생각이 많았을 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멈추고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해졌을 때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많은 생각 속에 싸여 있다 보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생각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실을 해석해서 보기 때문에 해석된 생각을 가지고 현실이라고 착각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직장에서 퇴근 시간이 될 무렵에 상사가 나를 부르더니 지금까지 한 프로젝트는 웬만큼 됐으니 다른 동료에게 넘기고 내일부터는 다른 일을 하라고 지시를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좀 우울해지면서 생각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상사가 왜 내가 지금까지 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그만두라고 한 걸까? 내가 일을 못했다는 뜻인가? 지난번에 맡았던 프로젝트를 제때 마치지 못해서 나를 못 믿어서 그런 건가? 이번에도 승진하기는 그른 것 같다. 스펙도 다른 동료보다 달리고 여러모로 자격도 안 되는 내가 팀장이 돼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예전에 아버지가 그러셨지. 나는 형에 비해 뭐든 모자란다고. 결국 아버지 말이 맞는 건가. 아, 내일 회사 나가기 싫다’.
이처럼 현실은 직장 상사가 단순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라고 지시한 것뿐인데, 내가 생각으로 해석을 내리는 것은 온갖 자격지심과 짐작, 심지어 예전 아버지가 했던 말처럼 내가 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일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내 마음속 안에 비판적인 해설자가 하나 들어와서 나에게 현재 일어난 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과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들까지 끄집어내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때리듯 비판을 가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스스로 고통스럽기 때문에 멈추려고들 하지만 잘 멈추어지지 않는다. 결국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우울증으로 전이가 되어 무기력하게 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신감 부재의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생각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사실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마음을 현재로 돌리면 생각이 멈추게 된다. 그리고 마음이 현재로 와서 생각이 멈추면 그 우울했던 느낌도 내가 없애려고 애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구름이 모양이 저절로 변하듯 자기가 알아서 변하고 소멸하는 것을 보게 된다.
마음을 현재로 돌리는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이가 많다. 임상심리학자 마크 윌리엄스에 따르면 가장 쉬운 방법은 내 안의 비판적인 해설자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내 몸 안이 지금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 주의를 돌려 살펴보면 된다고 한다.
지금 내 어깨가 어떤 느낌인가? 지금 내 배나 등이 어떤 느낌을 하고 있는가? 느낌은 생각과는 달리 현재 일어나기 때문에 몸 안에 이미 있는 그 느낌을 그냥 느끼는 데 집중하고 있으면 생각은 쉬게 된다. 그러다 생각이 일어나면 ‘아, 생각이 일어났구나’ 하고 알아채야 한다.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생각이 일어남을 알아채면 알아채는 순간 생각 밖으로 나와 있다. 즉 생각의 감옥에서 빠져나가야겠다 하고 생각을 쓰는 것이 아닌, 몸의 느낌과 알아챔을 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연습을 하다 보면 나를 괴롭혔던 생각들이 단지 한때 지나가는 것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디 생각의 감옥에 갇히지 않고 현재를 온전히 사시길 응원한다.
혜민 스님 미 햄프셔대 교수
사실 생각이 많다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잠도 잘 못 자게 되고,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할 때도 생각만 계속하다 결정짓지 못하고,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처럼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가만히 살펴보면, 생각이 많았을 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멈추고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해졌을 때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많은 생각 속에 싸여 있다 보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생각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실을 해석해서 보기 때문에 해석된 생각을 가지고 현실이라고 착각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직장에서 퇴근 시간이 될 무렵에 상사가 나를 부르더니 지금까지 한 프로젝트는 웬만큼 됐으니 다른 동료에게 넘기고 내일부터는 다른 일을 하라고 지시를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좀 우울해지면서 생각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상사가 왜 내가 지금까지 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그만두라고 한 걸까? 내가 일을 못했다는 뜻인가? 지난번에 맡았던 프로젝트를 제때 마치지 못해서 나를 못 믿어서 그런 건가? 이번에도 승진하기는 그른 것 같다. 스펙도 다른 동료보다 달리고 여러모로 자격도 안 되는 내가 팀장이 돼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예전에 아버지가 그러셨지. 나는 형에 비해 뭐든 모자란다고. 결국 아버지 말이 맞는 건가. 아, 내일 회사 나가기 싫다’.
이처럼 현실은 직장 상사가 단순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라고 지시한 것뿐인데, 내가 생각으로 해석을 내리는 것은 온갖 자격지심과 짐작, 심지어 예전 아버지가 했던 말처럼 내가 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일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내 마음속 안에 비판적인 해설자가 하나 들어와서 나에게 현재 일어난 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과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들까지 끄집어내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때리듯 비판을 가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스스로 고통스럽기 때문에 멈추려고들 하지만 잘 멈추어지지 않는다. 결국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우울증으로 전이가 되어 무기력하게 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신감 부재의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생각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사실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마음을 현재로 돌리면 생각이 멈추게 된다. 그리고 마음이 현재로 와서 생각이 멈추면 그 우울했던 느낌도 내가 없애려고 애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구름이 모양이 저절로 변하듯 자기가 알아서 변하고 소멸하는 것을 보게 된다.
마음을 현재로 돌리는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이가 많다. 임상심리학자 마크 윌리엄스에 따르면 가장 쉬운 방법은 내 안의 비판적인 해설자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내 몸 안이 지금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 주의를 돌려 살펴보면 된다고 한다.
지금 내 어깨가 어떤 느낌인가? 지금 내 배나 등이 어떤 느낌을 하고 있는가? 느낌은 생각과는 달리 현재 일어나기 때문에 몸 안에 이미 있는 그 느낌을 그냥 느끼는 데 집중하고 있으면 생각은 쉬게 된다. 그러다 생각이 일어나면 ‘아, 생각이 일어났구나’ 하고 알아채야 한다.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생각이 일어남을 알아채면 알아채는 순간 생각 밖으로 나와 있다. 즉 생각의 감옥에서 빠져나가야겠다 하고 생각을 쓰는 것이 아닌, 몸의 느낌과 알아챔을 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연습을 하다 보면 나를 괴롭혔던 생각들이 단지 한때 지나가는 것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디 생각의 감옥에 갇히지 않고 현재를 온전히 사시길 응원한다.
혜민 스님 미 햄프셔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