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61회 - " 인성교육 부모가 손 놓으면 해결할 수 없다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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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3:07
지난달 관훈클럽에서 열렸던 성형외과 전문의 초대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다. 요즘 유두가 유방 속에 함몰돼 수술로 끄집어내는 수술이 많단다. 이런 ‘함몰유두’의 경우 임신을 하면 분비물 때문에 염증이 생기고, 그러면 항생제 요법을 써야 해 위험하므로 반드시 임신 전에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예방은 의외로 쉬웠다. 아기 때부터 부모가 손가락으로 젖꼭지 주위를 꼭꼭 눌러 빼주면 된단다. 옛날 어른들은 아이들을 주물러 신체 형태를 잡아주었는데, 요즘 부모들은 이런 걸 안 하니 환자가 급증한단다. 전문의는 덧붙였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너무 몰라서 걱정이에요.”
최근 읽은 책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강금주 저, 북클라우드)도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을 모르는 부모에 대한 한탄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30년 동안 ‘십대들의 쪽지’를 발행해 온 청소년 상담가다. 그는 사춘기 때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성장할 수도, 엇나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많은 부모는 아이가 문제를 보이면 그 원인을 가정 밖 특히 학교에서 찾으려 하고, 해결책을 학교에 떠넘기려고 해서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요즘 교육정책의 키워드는 ‘인성교육’이다. 대통령이 인성교육을 위해 지필고사 위주의 평가방식부터 고치라며 나섰다. 이에 벌써 교육 관련 213개 단체가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을 구성해 ‘우수 인성교육 프로그램 공모’에 나섰고, 충북도교육청은 도내 학교에서 인성교육 활성화 활동계획서를 받아 160개교를 뽑아 1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들도 부모를 대신해 인성교육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 인성이 그렇게 문제냐고? 지난해 교육부 인성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사·학생·부모 54~80%가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인성 형성에 가장 부정적인 요소에 대해선 학생·부모는 ‘성적 위주의 학교교육’을 가장 많이 꼽았고, 교사 절반 가까이(45.6%)는 ‘부모의 잘못된 교육관’을 꼽았다. 교육전문가들은 인성교육에선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금의 인성 문제는 가정의 잘못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 가정교육은 뭐가 잘못된 걸까. 사실 유사 이래 이렇게 아이 교육에 올인하는 부모들로 넘치는 시대는 없었다. 부모들은 학교 대신 정보전에 나서고, 지식 과외에 경제적 희생을 한다. 그런데도 아이들 인성은 나빠지고, 부모는 욕을 먹고, 나라가 부모 대신 인성교육에 나서는 상황까지 왔다. 나라라도 잘해주면 좋으련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면 어찌할지 걱정이다.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부모와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부모 노릇을 하는 법부터 가르치는 건 어떨는지.
[중앙일보 2013.4.3. 분수대 - 양선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