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202회 - " "아이들 책읽는 습관 들이면, GDP 상승으로 돌아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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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뇌' 저자 매리언 울프 美교수 "읽어야 잘산다"

- 나라는 부유하게, 국민은 똑똑하게
독서땐 다양한 뇌 부위 진화… 기억·사고·창의력 모두 좋아져
책 안 읽는 사회선 인간도 퇴화
디지털 기기 의존하는 한국 10대… 그때그때 정보 얻는데만 그쳐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고,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ㅡ빌 게이츠


"독서 습관을 들이는 교육 투자가 사회 전체를 잘살게 합니다. 한국 사회가 지금 책 읽기 운동을 펼친다면 미래 GDP 상승으로 반드시 보상받게 될 것입니다."

베스트셀러 '책 읽는 뇌'(2007)의 저자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많이 읽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에서 발달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울프 교수는 미국 터프츠대에서 아동발달학과 교수와 '독서와 언어 연구 센터' 소장을 겸하고 있다.



독서를 했을 때 우리 뇌가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연구하는 매리언 울프(Wolf) 미국 터프츠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뇌 모형을 들고 있다. 울프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좋은 독서 습관이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한 국가의 GDP 성장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Getty Images 이매진스
난독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어머니이기도 한 울프 교수는 '난독증(dyslexia)' 연구를 하면서 책 읽지 않는 가정과 나라를 걱정하게 됐다고 했다. '책 읽는 뇌'는 최신 뇌 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독서와 뇌의 관계를 규명해 전 세계 각국에서 번역됐다.

울프 교수는 "책을 읽는 아이는 눈에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양쪽 후두엽, 언어 이해에 필수적인 측두엽(양쪽 다 참여하지만 좌뇌가 더 활발한 편), 기억력·사고력 등 인간의 고등 행동을 관장하는 좌뇌의 전두엽 부위들이 점점 빠른 속도로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운다"며 "원래 서로 다른 일을 하도록 설계된 뇌의 여러 부분이 같이 진화해 결국 독서로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서가 국어 등 특정 과목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며, 과학·수학 등 모든 과목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고 그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책을 읽으면 시각·청각을 통해 수집되는 낮은 수준의 감각 정보와 언어정보를 통합하는 기능이 발달하게 되며, 더 높은 수준으로 가면 읽은 내용을 분석적으로 사고하고, 추론하고 비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정보 조합이 0.03~0.04초에 한 번씩 일어나 통찰력과 창의력이 함께 발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사회에 나가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그는 강조했다. 다독(多讀)을 하면 독해력, 기억력, 추론 능력, 창의력 등이 복합적으로 발달하는데 이는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필수적인 능력들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 곧 성장기 아이들의 지능을 좌우하고, 어른이 됐을 때 성공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울프 교수는 "한 나라와 사회의 독서 습관이 나라 전체의 부(富)에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노벨 경제학상을 탄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의 연구를 인용했다.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도 아동 교육에 투자했을 때 GDP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릴 때 수학(修學) 능력을 기르는 독서 습관이야말로 아이들 교육에 투자하는 셈이 되고, 결국 사회 전체를 잘살게 합니다." 독서가 개인의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사회와 나라의 경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독서를 하지 않았을 때 우리의 뇌와 사회생활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울프 교수는 "미국 교육 당국 조사에 따르면 미국 초등학교 4학년 학생 40%가 문자 식별을 넘어선 이해와 추론을 할 수 없다"면서 "독서를 못 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잠재력에 근접하지 못하며, 일부는 자퇴하고 졸업에 실패하는 등 학업을 중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실패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남의 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도 점차 떨어지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독서를 안 하는 사회를 빨리 진단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인간 능력은 점점 퇴화하게 된다"고 울프 교수는 말했다.

그는 한국의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이 높은 것을 칭찬하면서도, 동시에 "한국 10대 청소년들이 디지털 기기에 너무 의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프 교수는 "6년 전 한국을 방문했는데, 아이들과 어른들이 언제나 디지털 기기를 들고 있었다"며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읽으면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뽑아 읽을 뿐이지 수준 있고 유익한 독서는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활자를 더 많이 읽어야 뇌가 발달합니다. 인간의 아름다운 이해력을 지켜가려면 디지털 화면에서 멀어져 책의 세계에 빠져야 합니다."

[중앙일보 2016.3.4 창간96특집/ 읽기 혁명 -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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