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내 마음을 바로 봅시다

영광도서 0 852

우리는 마음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어디를 가든 마음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좋은 곳에 가도 내 마음은 거기에 있고, 좋지 않은 곳에 가도 내 마음은 그곳까지 따라와 있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볼 때도 내 마음은 그곳에 있고, 문제가 많은 세상을 볼 때도 내 마음은 그곳에 있습니다. 정말인지 직접 한번 확인해보세요. 내 마음과 잠시라도 떨어져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요. 내가 원한다고 마음이 나와 떨어져 있어 주던가요?

 

마음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그 마음에 긍정적인 생각을 둬야

내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어

 

내 마음을 나와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끼셨다면, 이번에는 마음 안에서 마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비상문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세요. 어두운 극장에서 비상문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듯, 마음 밖으로 나가는 비상문이 내 안에 존재하나요? 지금 우리의 주의를 마음으로 돌려서, 한번 마음 밖으로 나가려고 해보세요.

 

어떤가요, 마음 밖으로 나갈 수가 있던가요? 마음 밖에 있는 무언가를 알 수 있었나요? 만약 마음 밖에 있는 무언가를 알았다면, 그것 또한 마음 안에 있기 때문에 안 것입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곳에 마음이 있었기에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밝은 것을 보면 그곳에 빛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듯, 무언가를 지금 안다면 그곳에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아는 것입니다. 빛과 밝음이 하나이듯, 마음과 앎도 같은 하나입니다.

 

마음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항상 무언가를 보고 아는 이 마음을 내 의지에 의해 멈출 수 있는지도 한번 확인해보세요. 즉, 잠시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마음을 만들어보세요. 마음을 아무것도 모르도록 만들 수 있나요? 우리는 눈을 감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귀를 막고 있어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자동적으로 알게 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는’ 이 마음을 한순간도 멈출 수 없습니다.

 

만약 지금 여기까지 계속해서 읽고 계신다면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쉽지 않은 마음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읽고 계시니, 영성이 밝고 지적 수준이 높으신 분일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두 가지 길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나를 항상 따라다니는 이 마음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길입니다. 또 하나는, 마음을 바로 보고 마음 자체를 깨달아 큰 자유를 얻는 길입니다.

 

먼저 첫 번째 길을 소개하겠습니다. 만약 내가 행복하게 잘 살고 싶으면 마음을 긍정적인 생각에 자꾸 가져다 놓으십시오.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내 마음이 어느 쪽으로 자주 가 있는가에 따라 내 마음의 상태가 결정됩니다. 그 결정은 알고 보면 이미 주어진 상황이 해주는 것이 아니고, 그 상황에 대한 내 마음의 반응이 하는 것입니다.

 

최근 선물 받은 『더 해빙』이라는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진정한 부자로 살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얼마나 없는가’에 집중하기보단 ‘내가 가지고 있는 느낌’에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없다고, 힘들다고 생각하기보단 밥 먹을 돈이 있음에, 잠 잘 수 있는 집이 있음에, 나를 걱정해주는 한 사람이 있음에 집중해서 감사함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똑같은 상황이지만 없다는 생각, 부족하다는 마음으로 지금을 살 수도 있고 반대로 ‘이런 것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하면서 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있다’는 감사한 느낌을 온전히 자주 느낄수록 좋은 운과 인연이 찾아온다고 책은 설명합니다.

 

두 번째 길은, 마음의 모양을 먼저 살펴보는 것입니다. 마음이 어떤 고정된 모양이 있는지 아니면 모양이 없는 무형상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마음 자체는 고정된 모양이 없는 무형상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모양이 없는 마음이 내 몸 안의 생각이나 느낌뿐만이 아니고 몸 밖에 있는 세상도 다 압니다. 이 말은 아는 마음이 내 몸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세상 밖에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자세히 보게 되면 몸 안 생각이나 느낌을 아는 마음과 몸 밖의 세상을 아는 마음이 단일한 한마음의 작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형상이 없는 하나의 큰마음 안에 몸과 세상이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음이 무형상이기 때문에 형상이 있는 구름이나 꽃, 생각이나 감정 같은 것들이 마음을 영원히 물들이거나 훼손하지 못합니다. 결국 모양 없는 마음은 온 세상에 가득하지만 동시에 세상에 물들지 않고 청정하면서도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지금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2020.4.29 마음산책 - 혜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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