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당신은 성공했습니까?

영광도서 0 949

최근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정월 말에는 30~40대의 청‧장년들이 사회봉사를 위한 인생관을 토론 정립해 보는 포럼에서 강연 청탁을 받았다. ‘참다운 행복과 성공이란 어떤 것인가’ 함이 주제였다.

오래전, 안병욱 교수를 포함한 셋이서 스위스 알프스의 융프라우 정상에 올라갔을 때가 생각났다. 산 밑은 여름이었는데 등산 열차를 타고 한참 올라갔더니 가을이 되고, 더 올라가면 봄이 된다. 그다음은 설경으로 바뀌면서 겨울이다.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정상까지 올랐다. 표고 4166미터, 알프스의 고봉이다. 그 장엄하고 신비로운 빙하와 백설의 경치는 우리를 별천지로 옮겨 놓은 듯싶었다. 등산을 계획할 때는 올라가 보아야 별것 아닐 것이라고 반대하던 안 교수가 ‘속된 세상으로 내려가지 말고 여기서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감탄에 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참행복과 성공도 그런 인생의 경지에 도달했을 때 깨닫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그때까지는 행복과 불행이 교차되며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과도기를 보내는 것이 인생이다. 작은 행복이 끝나면 큰 고통이 찾아들기도 하고, 성공했다고 기뻐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 다른 시련이 찾아든다. 인간의 일생을 100리 길이라고 한다면 99까지는 행복과 고통, 실패와 성공을 함께 치러야 한다. 작은 불행을 겪으면 좀 더 큰 행복을 기대하게 되며, 실패가 전화위복이 되는 경험은 누구나 체험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참행복은 어떤 것인가. 천주교의 한 교황이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 들었다. 그는 인생의 정점인 죽음을 앞두고, ‘나는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행복했습니다’라는 고백을 했던 것이다.

성공도 그렇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100리 길을 다 달려간 사람이 성공한 것이다. 게으른 사람은 성공이 무엇인지 모른다. 마라톤 경기를 시작했으면 목적했던 골인선까지 도달해야 성공이 주어진다. 50리나 60리까지 달려간 사람은 참성공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 대신 최선을 다해 달려간 사람은 실패도 성공으로 바꿀 수 있다. 50의 가능성을 안고 태어난 사람이 70에 도달했다면 크게 성공한 사람이다. 주어진 90의 여건을 갖고 출발한 사람이 70선까지 갔다면 실패한 인생을 산 결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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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누가 참성공 한 사람인가. 인생 전체를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이다. 자신을 위해 산 사람은 30의 성공을 차지할지 모른다. 그러나 함께 최선을 다해 공동체의 기쁨을 나눈 사람은 60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성공을 베푼 사람은 90 이상의 성공을 찾아 누린다. 그런 사람에게 “당신은 성공했습니까?”라고 물으면 미소를 지으면서 “예, 나는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인생의 정점에서 본다면 성공한 사람에게는 행복이 주어지고 행복한 인생에는 그에 해당하는 보람이 있다. 그래서 행복과 성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했을 것이다.

 

 

 

[2021.3.6 조선일보 | 김형석의 100세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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