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188회 - " 공부하는 시간 "

영광도서 0 529
도봉문화원에서 수필 강의를 한 지 만 2년이 지났습니다. 1년에 4학기, 한 학기에 12강, 그러니까 거의 일 년 내내 매주 한 번 수업을 한 셈입니다. 놀라운 점은 2년 동안 한 번도 안 빠지고 나오는 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여기 나오는 분들은 평균 연령이 60세가 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강의장보다 더 열심히 나오십니다. 또한 더 진지하게 공부하십니다. 다른 곳에서 강의를 할 때보다 더 수준높게 강의를 해도 하등 문제가 없습니다. 진정한 엘리트들이시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강의를 하면서 내가 누구를 가르치기보다 오히려 배웁니다. 인생을 배웁니다. 이 분들이 바로 나의 롤모델이기 때문입니다. 공부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삶을, 인생을 배웁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웁니다. 80 연세에도 참 열심히 공부하시고, 열심히 쓰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표정도 아주 맑고 밝으십니다. 그건 축복입니다. 저 자리를 아릅답게 지킨다는 건 참 축복입니다. 이 분들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나도 저 나이에 저 자리에 앉아 공부할 수 있을까를 말이지요. 쉬운 것 같지만, 그렇게 살려면 우선 정신이 그만큼 맑아야 합니다. 그만큼 경제사정도 허락해야 합니다. 충분히 움직일만큼 건강해야 합니다. 이보다 행복한 삶이, 다행한 삶이 또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나는 나의 미래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나의 미래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나의 미래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 누구보다 겸손하게 나의 하잘 것 없는 지식을 내려놓고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그런 꿈을 꿉니다. 그 무엇이 되겠다, 대단한 무엇을 남기겠다가 아니라 그저 내 인생의 저녁나절은 공부하는 시간들로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 그 전날까지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거야 말로 의미 있는 시간일 테니까요. 그 어떤 시간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일 겁니다.


<어린왕자, 불어. 영어. 우리말을 함께 볼 수 있는 책>

에우리피데스는 "젊을 때에 배움을 소홀히 하는 자는 과거를 상실하고 미래도 없다. "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웁니다. 언제나 배웁니다. 죽어서 제사상 앞에서도 여전히 <현고학생00신위>이니, 그때도 학생입니다. 누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운다는 건 겸손한 자세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배운다는 건 아름답습니다. 현재의 배움이 과거를 살아나게 하고, 미래를 제대로 맞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움의 시간이 고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진정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평생을 살 수만 있다면 그건 참 멋진 인생일 겁니다.

전과 달리 이제는 100세시대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일에서, 먹고 사는 일에서 놓여서 살아갈 날들이 전에 비해 아주 깁니다. 수십 년을 일 없이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인생의 저녁에는 어떤 일을 할까보다 어떤 일로 인생을 보낼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오래 살아야 하는 만큼, 육체의 건강은 물론 정신의 건강을 잘 챙겨야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울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외롭지 않도록,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을 잘 챙겨야 합니다.

집에서만 칩거하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 공부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으니 적잖게 찾아오는 외로움을 덜 수 있고, 지속적으로 머리를 써야 하니 기억 관리도 잘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부귀영화를 누려도 그것은 내 기억의 한계에서만 내 것이니까요. 공부를 한다는 건 내 머리를 적당히 긴장하게 하여 정신건강에 좋은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러니까 공부하는 시간들은 아주 소중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공부하는 습관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지금, 바로 지금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내일, 내일, 내일이면 늦습니다. 지금 당장 이 순간부터 공부하는 시간을 즐겨야겠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