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215회 - " 반갑다, 책 읽으면 오래 산다는 예일대 연구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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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3:08
『도서광 해부』란 책이 있다. 영어권 헌책방에서 ‘책에 대한 책’을 모아놓은 서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930년 홀브룩 잭슨이 런던에서 2권으로 출판했는데, 이후 출판사를 달리한 수많은 판본이 나왔다. 많이 팔리지는 않아도 꾸준히 읽혔다는 뜻이다. 독서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책을 좋아하다 못해 미쳐 버린 사람들 이야기, 아예 책이 돼 버린 사람 이야기, 책을 먹거나 마시는 이야기, 책을 훼손하기 위해 수집하는 이야기 등을 포함한다. 나는 독서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하면 『도서광 해부』에 비슷한 이야기는 없었는지 생각해 보곤 한다. 그러나 내 기억에 668쪽에 달하는 이 책 어디에도 책을 읽으면 오래 산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오래 살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잡아먹고,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분들은 잘 들으시라. 책을 읽으면 오래 산단다. 지난달 미국 예일대의 공중건강 연구진은 독서하면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사회과학과 의학’이란 학술지에 발표했다. 50세 이상 성인 남녀 3635명을 2001년부터 11년간 추적한 자료를 이용했는데, 독서가 장수에 미치는 효과는 크고 뚜렷했다.
독서를 정기적으로 했던 이들이 전혀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23개월 더 살았다. 사망률로 비교하더라도 책을 읽는 집단과 아닌 집단 간에 6%포인트쯤 차이가 났다. 이런 차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고, 만성질환이 없고 교육 수준이 높은 이들이 오래 산다는 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즉 성별·질환·자산·교육 등이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한 후에도 독서하면 더 오래 산다.
예일대 공중건강 연구진은 독서하면 오래 사는 이유로 ‘인지관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인지관련성이란 간단히 말해 기억력과 또렷한 정신상태를 의미한다. 몰입적인 책 읽기 경험을 하는 이들은 기억력과 정신상태가 좋아지는데, 기억력과 정신상태가 좋을수록 오래 산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독서를 하면 인지관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오래 사는 것이지 원래 인지관련성이 높은 이들이 독서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을 세심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예일대 연구진은 독서와 관련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활동으로 인한 장수 효과를 검토하지는 않았다. 과연 그들이 활용한 조사자료에 그와 관련한 변수들이 없었을까 의아하고 아쉬웠던 대목이다. 1990년대 스웨덴 연구진이 확인했듯이 문화적 행사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사회적이며 교류적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오래 사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요컨대 책의 의의는 ‘읽는 데’ 있다. 홀브룩 잭슨도 『도서광 해부』에서 이 자명한 명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책을 사랑하는 애서인과 책에 미친 도서광을 구분한다. 두 부류 는 책을 좋아하고, 수집하고, 책과 관련한 기괴한 행위와 모험을 무릅쓴다는 점에서 같지만 결정적으로 한 가지가 다르다. 도서광은 책을 수집할 뿐 읽지 않는다. 잭슨의 책을 읽노라면, 실은 모든 도서광 중에 실제로 책을 읽는 사람을 애서인으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는 데 동의하게 된다. 애서인은 ‘인지관련성’이 높아져 미치광이의 함정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오래 살기도 한다.
[중앙일보 2016.8.23 | 이준웅의 오! 마이미디어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오래 살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잡아먹고,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분들은 잘 들으시라. 책을 읽으면 오래 산단다. 지난달 미국 예일대의 공중건강 연구진은 독서하면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사회과학과 의학’이란 학술지에 발표했다. 50세 이상 성인 남녀 3635명을 2001년부터 11년간 추적한 자료를 이용했는데, 독서가 장수에 미치는 효과는 크고 뚜렷했다.
독서를 정기적으로 했던 이들이 전혀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23개월 더 살았다. 사망률로 비교하더라도 책을 읽는 집단과 아닌 집단 간에 6%포인트쯤 차이가 났다. 이런 차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고, 만성질환이 없고 교육 수준이 높은 이들이 오래 산다는 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즉 성별·질환·자산·교육 등이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한 후에도 독서하면 더 오래 산다.
예일대 공중건강 연구진은 독서하면 오래 사는 이유로 ‘인지관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인지관련성이란 간단히 말해 기억력과 또렷한 정신상태를 의미한다. 몰입적인 책 읽기 경험을 하는 이들은 기억력과 정신상태가 좋아지는데, 기억력과 정신상태가 좋을수록 오래 산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독서를 하면 인지관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오래 사는 것이지 원래 인지관련성이 높은 이들이 독서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을 세심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예일대 연구진은 독서와 관련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활동으로 인한 장수 효과를 검토하지는 않았다. 과연 그들이 활용한 조사자료에 그와 관련한 변수들이 없었을까 의아하고 아쉬웠던 대목이다. 1990년대 스웨덴 연구진이 확인했듯이 문화적 행사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사회적이며 교류적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오래 사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요컨대 책의 의의는 ‘읽는 데’ 있다. 홀브룩 잭슨도 『도서광 해부』에서 이 자명한 명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책을 사랑하는 애서인과 책에 미친 도서광을 구분한다. 두 부류 는 책을 좋아하고, 수집하고, 책과 관련한 기괴한 행위와 모험을 무릅쓴다는 점에서 같지만 결정적으로 한 가지가 다르다. 도서광은 책을 수집할 뿐 읽지 않는다. 잭슨의 책을 읽노라면, 실은 모든 도서광 중에 실제로 책을 읽는 사람을 애서인으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는 데 동의하게 된다. 애서인은 ‘인지관련성’이 높아져 미치광이의 함정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오래 살기도 한다.
[중앙일보 2016.8.23 | 이준웅의 오! 마이미디어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