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독서의 계절 ‘여름’에 부쳐

영광도서 0 594

10여 년 전, 호주 출신의 록밴드 액시스 오브 어썸이 비틀스의 ‘렛잇비’를 포함한 히트곡 35개를 똑같은 캐논변주곡의 코드(chord)인 E - B - C#m - A 4개로 연주하여 관심을 끌었다. 이 코드를 음악계에서는 ‘히트곡 제조 코드’로 불리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DJ DOC의 ‘DOC와 춤을’,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같은 많은 히트곡이 이 4개의 코드 라인에 멜로디를 얹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인생의 코드는 무엇일까! 히트곡처럼 손에 잡히는 것이 있을까마는  동기 유발이나 깨달음으로 이어져 우리의 삶을 멋지게 일으켜 세우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190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독일의 프레드릭 오스트발트는 위인이나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독서’라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더욱이 1930년대에 그레이트 북(The Great Books)이라는 144권의 고전을 필독 도서로 하여 졸업할 때까지 다 읽어야 하는 ‘시카고 플랜’을 가동하여 보잘것없는 대학에서 세계 최고로 우뚝 선 시카고 대학! 8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신화는 독서의 위력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젊은 시절 더 많은 책을 읽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40대 중반에 최소한 ‘일주일에 책 2권은 읽는다’는 버킷리스트를 세웠다. 질문과 창의성이 꿈틀대는 삶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바깥출입이 힘든 독서의 계절 여름, 휴일 집 거실에서 선풍기 풍속 1단에 좌우 회전으로 맞춰 놓고 연필을 쥐면 책 읽기 준비 완료. 앉은뱅이책상이라 더욱 정겹다. 이번 주에도 2권의 책을 준비했다. 절판된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보수동 헌책방에서 샀고, 물리학자 마크 주커브의 ‘영혼의 의자’는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물리학 고수(高手)의 사색으로부터 나온 인문학적 통찰에 마음이 술렁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여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하느냐고? ‘독서삼여(讀書三餘)’라는 말이 있다. 밖으로 나다니기 힘든 ‘추운 겨울, 긴 밤, 비 오는 날’, 이 세 가지 경우가 책 읽기 좋은 때라는 것이다. 옛날 얘기다. 이제는 폭염과 강한 자외선으로 외출하기가 힘든 여름을 넣어 ‘독서사여’라고 해야 한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한 것은 밖으로 나다니기 좋은 계절이라 책을 잘 읽지 않으니(실제 출판사의 통계에 따르면 가을의 책 판매량이 연중 가장 적다) 도서 판매 촉진을 위한 얘기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 우리의 독서(종이책) 현실은 어떤가? ‘2017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일반도서(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 제외)를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은 성인이 60%, 학생 92%로 각각 나타났다. 성인의 40%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책 안 읽는 한국인’이라는 뼈아픈 신문 헤드라인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책 읽기는 우리를 시간과 거리를 초월해 풍요롭고 윤택한 사상과의 만남으로 이끌어 줍니다. 특히 유아와 청소년의 독서는 그들에게 많은 지적 소산을 안겨주는 것과 동시에 다양한 창조력을 키우고 풍요로운 감성을 살펴줍니다’. 일본 최초로 ‘독서마을’을 선포한 이바라키현 다이고마치의 주민들이 다짐하는 ‘독서마을 선언서’의 일부이다. 책 읽고 있으면 공부 안 하고 책 읽는다고 다그치는 우리의 현실은 가족이 모두 책을 읽는 ‘집안 독서’ 운동까지 펼치는 일본과는 거리가 아득하다.

 

독서시간 하루 평균 6분, TV 앞에선 2시간 이상이란다. 하루 20분만 독서에 할애하면 안 될까? 1년이면 300페이지짜리 책 12권을 읽을 수 있다. ‘그 하룻밤, 그 책 한 권, 그 한 줄로 혁명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라는 니체의 말이 아니더라도, 삶이 문제 해결의 연속이고 질문으로부터 답이 나온다면, 그리고 책이 좋은 질문의 덩어리라면, 책이야말로 삶의 필수품이다. 읽어도 되고 읽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다. 부디 독서의 계절 이 여름에 당신의 손에 책 한 권 들려져 있기를! 다독다독(多讀多讀), 독자의 어깨를 정성껏 다독여본다.

 

[국제신문 2019.7.2 세상읽기 - 조갑룡 | 부산시영재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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