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161회 - " 직장 상사 때문에 힘든 J양에게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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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3:07
요즘 직장 생활,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지요? 긴 고민이 담긴 쪽지를 읽으면서 안타까움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입사 후 너무 힘들어서 회사 화장실에서 몰래 운다는 말을 들으니 지금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충분히 느껴집니다. 몇 번의 도전 후에 간신히 취직된 직장이라 사표를 던져버리고 나오고 싶어도 그것이 어렵다고요.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다고 해서 지금 같은 어려움이 없으리라는 법이 없다는 부모님 말씀이 한편으론 수긍이 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부모님께 자꾸 짜증이 올라오고요.
사실 J양처럼 사회 초년생으로서 직장 안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저에게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지요. 우리가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를 한번 기억해 보세요. 그때도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은 애를 먹지 않았던가요? 무엇을 해도 받아주시는 부모님과는 달리 따라야 하는 규칙들이 있고, 무서운 선생님이 계시는 공간에 적응하느라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어머니께 투정을 부리기도 했었죠. 즉 심리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것이에요.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다 겪기 마련이고요.
저도 처음에 승려 생활을 하기 위해 삭발하고 나서 비슷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J양처럼 저의 상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은사 스님이 저는 참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저의 속가 아버지와는 달리 은사 스님은 무뚝뚝하시고 성격이 불같으신 면이 있으세요. 친절하고 차분하게 염불하는 법이나 참선하는 법 등을 가르쳐주시면 좋으련만 은사 스님의 가르침은 늘 짧은 설명과 “다 눈치로 배우는 것이다”는 말뿐이셨어요. 제 성격이 또 좀 느긋한 면이 있어서 일 처리를 하는 것이 은사 스님보다 항상 한 템포 늦어요. 그러니 일을 빨리 못한다고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내가 승려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2년 정도를 잘 참고 버티니까 은사 스님의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먼저 은사 스님도 외로움을 느끼시고 나와 똑같이 칭찬을 받으시면 좋아하신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불같은 성격이시라 마냥 강한 분이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은사 스님이 저에게 답답하다고 느끼시는 점이 일의 진행이 늦어서가 아니고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제가 수시로 보고하지 않아서라는 것을 또 깨달았습니다. 즉 상관과의 관계를 좋게 하려면 저분이 좀 어렵고 나랑 잘 맞지 않아도 그분과의 대화의 창을 닫아놓으면 절대로 안 됩니다. 어렵다고 보고하고 대화하는 기회를 피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어요. 자꾸 이야기하다 보면 어렵기만 했던 상관을 한 사람으로서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 전보다 그분과의 관계가 편해져요.
무엇보다도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일이 잘 되는 것보다 전체 팀 안에서 일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왜 저런 식으로 일을 할까 하고 불만이 올라올 수 있는데 그것은 어찌 보면 내가 당신들보다 더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오만한 마음이 깔려 있는 경우일 수 있어요. 그러면 다만 하나라도 선배들에게 배울 게 있을 텐데 그마저 놓칠 수가 있습니다. 일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나를 내려놓고 배울 것들을 최대한 받아들이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자면 직장 내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심리적인 저항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무슨 일이 나에게 주어지면 그것을 하기 싫다고, 아니면 내가 할 일이 아닌데 부당하다고 마음이 저항을 자꾸 일으키면서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어요. 차라리 억울해하면서 마음 쓸 시간에 일을 해버리면 간단한데 자꾸 나도 모르게 따지려 들고 상황을 수용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그런데 그 바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일을 조금이라도 덜 해야겠다는 마음이 깔려 있어요.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원이 있다고 합니다. 일을 책임지고 맡아서 하려는 사람과 일을 되도록 남에게 떠넘기려는 사람이요. 혹시 내가 두 번째 분류에 속하는 사람은 아닌지 한번 돌아봐요.
직장은 내가 골라 들어갔지만 상관이나 동료들은 안타깝게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관 때문에 힘든데 지금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면, 상관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자꾸 보려고 해보세요. 장단점 중 어느 쪽을 자꾸 보느냐에 따라 그 부분이 점점 더 커 보입니다.
[중앙일보 2014.11.21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