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198회 - "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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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3:08
유명하고 높은 사람도 다 평등하니 그 앞에서 주눅 들지 말고
자신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에게 함부로 안 하도록 가르쳐야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나는 박사 학위 논문 연구를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약 2년간 유학을 했다.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미국 학부와 대학원생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집중 중국어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교수법이 워낙 훌륭해 입학 경쟁률이 꽤 높았다. 거의 미국 명문대 학생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등교 첫날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중국어 선생님들과 전체 학생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내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는 장면 하나가 연출되었다. 바로 내 옆자리에 앉은 하버드대 출신 조너선이란 학부 학생이 자신은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꼭 채식 요리도 함께 시켜달라고 그 많은 학생과 선생님들이 보는 가운데도 자연스럽게 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채식주의자였지만 처음 보는 많은 사람 앞에서 서슴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한다는 것은 그 당시 나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냥 나오는 음식 가운데 채식 요리가 있으면 다행이고, 없으면 나중에 따로 구내식당에 가서 혼자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너선은 이후 또 한 번의 놀라운 장면을 연출했다. 교장 선생님이 컵에 음료수를 따른 후 건배를 제안했을 때였다. 1년간 열심히 공부하면서 베이징에서의 좋은 추억도 만들어 가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너선이 자신의 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조너선은 우리 학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좋은 음식까지 준비해준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건배를 청하는 것이었다. 마치 본인이 학생 측 대표처럼 말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속된 말로 너무 ‘나댄다’는 생각이 들 법한데도 조너선의 말 안에는 진정성과 함께 자연스러움이 배어 있어 별로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나에게 조너선은 연구 대상이었다. 도대체 어떤 멘털 구조이기에 저런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한지, 정말 궁금해졌다. 특히 나로서는 자기보다 위치가 높은 어른이나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도 절대 주눅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기의 요구를 이야기하고, 또 대화를 주도해 나간다는 점이 신기하게만 보였다. 남보다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그러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고, 이기적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어른들의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몸에 밴 듯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나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도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할 것만 같아 보였다.
수업을 같이 듣다 보니 조너선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 알고 보니 조너선은 예상대로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성공한 의사였고 어머니는 대학교수였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조너선에게 아무리 유명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 해도 원래 다 평등하다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 앞에서 주눅 들 필요도 없고, 반대로 나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들 앞이라고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고 배웠다. 이와 더불어 내가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적절한 시기에 부모님한테 잘 이야기해서 협상하는 법을 어렸을 때부터 배웠다고 한다.
나중에 심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이러한 조너선의 능력을 심리학자 스턴버그는 실용지능(Practical Intelligence)이라고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성공은 단순히 아이큐가 높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생겼을 때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말을 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아는 실용지능이 높은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어릴 때부터 권위를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익혔던 사람일수록 커서도 성공한다고 한다. 맬컴 글래드웰에 따르면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집안이 어려운 부모들의 경우 학교에서 아이에게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져도 잘 대응하지 못하고 수용하는데 반해 부유한 학부모들은 권위 앞에서도 자신의 의견이 잘 수용되도록 지혜롭게 피력한다는 것이다. 바로 부모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권위에 대한 ‘감’이 생기는데 이런 감은 어떤 말을, 힘이 있는 누구에게, 어떤 타이밍에서 이야기를 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지 직감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들은 힘이 있는 사람 앞이라 하더라도 말 한마디 못하거나 아니면 눌렀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분노로써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마치 친척 어른들에게 이야기하듯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요구를 적당한 때에 이야기할 줄 안다.
이 이야기는 뒤집어 말하면 꼭 부유한 집안의 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어찌 보면 부자가 아니어도 아이들에게 사람은 모두 평등한 것이고 부모인 나부터 권위적이지 않는 관계 속에서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면 내 아이도 당당하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중앙일보 2016.1.29 마음산책 - 혜민스님]
자신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에게 함부로 안 하도록 가르쳐야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나는 박사 학위 논문 연구를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약 2년간 유학을 했다.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미국 학부와 대학원생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집중 중국어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교수법이 워낙 훌륭해 입학 경쟁률이 꽤 높았다. 거의 미국 명문대 학생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등교 첫날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중국어 선생님들과 전체 학생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내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는 장면 하나가 연출되었다. 바로 내 옆자리에 앉은 하버드대 출신 조너선이란 학부 학생이 자신은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꼭 채식 요리도 함께 시켜달라고 그 많은 학생과 선생님들이 보는 가운데도 자연스럽게 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채식주의자였지만 처음 보는 많은 사람 앞에서 서슴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한다는 것은 그 당시 나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냥 나오는 음식 가운데 채식 요리가 있으면 다행이고, 없으면 나중에 따로 구내식당에 가서 혼자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너선은 이후 또 한 번의 놀라운 장면을 연출했다. 교장 선생님이 컵에 음료수를 따른 후 건배를 제안했을 때였다. 1년간 열심히 공부하면서 베이징에서의 좋은 추억도 만들어 가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너선이 자신의 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조너선은 우리 학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좋은 음식까지 준비해준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건배를 청하는 것이었다. 마치 본인이 학생 측 대표처럼 말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속된 말로 너무 ‘나댄다’는 생각이 들 법한데도 조너선의 말 안에는 진정성과 함께 자연스러움이 배어 있어 별로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나에게 조너선은 연구 대상이었다. 도대체 어떤 멘털 구조이기에 저런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한지, 정말 궁금해졌다. 특히 나로서는 자기보다 위치가 높은 어른이나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도 절대 주눅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기의 요구를 이야기하고, 또 대화를 주도해 나간다는 점이 신기하게만 보였다. 남보다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그러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고, 이기적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어른들의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몸에 밴 듯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나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도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할 것만 같아 보였다.
수업을 같이 듣다 보니 조너선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 알고 보니 조너선은 예상대로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성공한 의사였고 어머니는 대학교수였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조너선에게 아무리 유명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 해도 원래 다 평등하다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 앞에서 주눅 들 필요도 없고, 반대로 나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들 앞이라고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고 배웠다. 이와 더불어 내가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적절한 시기에 부모님한테 잘 이야기해서 협상하는 법을 어렸을 때부터 배웠다고 한다.
나중에 심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이러한 조너선의 능력을 심리학자 스턴버그는 실용지능(Practical Intelligence)이라고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성공은 단순히 아이큐가 높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생겼을 때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말을 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아는 실용지능이 높은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어릴 때부터 권위를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익혔던 사람일수록 커서도 성공한다고 한다. 맬컴 글래드웰에 따르면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집안이 어려운 부모들의 경우 학교에서 아이에게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져도 잘 대응하지 못하고 수용하는데 반해 부유한 학부모들은 권위 앞에서도 자신의 의견이 잘 수용되도록 지혜롭게 피력한다는 것이다. 바로 부모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권위에 대한 ‘감’이 생기는데 이런 감은 어떤 말을, 힘이 있는 누구에게, 어떤 타이밍에서 이야기를 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지 직감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들은 힘이 있는 사람 앞이라 하더라도 말 한마디 못하거나 아니면 눌렀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분노로써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마치 친척 어른들에게 이야기하듯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요구를 적당한 때에 이야기할 줄 안다.
이 이야기는 뒤집어 말하면 꼭 부유한 집안의 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어찌 보면 부자가 아니어도 아이들에게 사람은 모두 평등한 것이고 부모인 나부터 권위적이지 않는 관계 속에서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면 내 아이도 당당하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중앙일보 2016.1.29 마음산책 - 혜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