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201회 - " 한국인의 모순..."책도 안 읽으면서 노벨 문학상 원해" "
영광도서
0
640
2016.12.01 13:08
[창간 96 특집/읽기 혁명] 한국과 다른 선진국의 독서 열기
헬싱키大 도서관, 직장인 발길… 英, 기차에서도 책 읽는 소리
美 공항, 소설·잡지 들고 있어… 日, 한 해 6억4000만권 사 봐
"나의 영화를 만드는 데 밑바탕인 상상력과 창의력은 독서에서 나온다."
-스티븐 스필버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서울은 책을 읽지 않는 도시다. 본지 취재진이 지난달 24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서울대입구 구간에서 객차에 탄 승객들을 관찰했다. 책과 신문 등 종이 인쇄 매체를 들고 있는 사람이 수백 명 중 12명뿐이었다. 그나마 토익책이나 전공 서적 펴든 대학생, 신문 보던 장년 남성 등까지 합한 숫자다. 책 보는 사람 대신 거북목으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승객들만 객차 칸칸이 되풀이됐다.
이틀 뒤 영국 런던 교외를 오가는 기차. 거의 모든 칸에서 책 읽는 시민이 적어도 한둘은 눈에 띄었다. 대학생 팀(24)은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나 통학하는 버스·기차에서 책 보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며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책을 읽는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스마트폰 삼매경 - 서울에서는 책 읽는 풍경이 갈수록 희귀해지고 있다. 3일 서울 지하철 열차 안. 자리에 앉은 승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율은 20년 전에 비해 21.5%포인트나 떨어졌다. 그렇다고 전자책 읽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한국출판연구소의 '전자책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전자책 독서율(지난 1년 동안 전자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은 15.5%로, 2년 전과 비교해 0.9%포인트 늘었다. 독서량으로 따지면 되레 0.2권 줄었다.
◇독서 천국 핀란드, 스마트폰보다는 책 읽는 미국 공항
북유럽의 핀란드는 '독서 천국' 같았다. 지난달 29일 오후 4시 30분쯤 핀란드 헬싱키대학 도서관. 퇴근길 직장인의 발길이 줄줄이 이어졌다. 정장 갖춰 입고 서류 가방 든 직장인, 어린이집에 맡겼던 자녀를 찾아 유모차에 태우고 온 직장 맘이 도서관 3층 소설 코너에서 책을 집었다. 직장인 이로 펠토넨(34)씨는 "헬싱키 대성당을 마주 보고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이 도서관은 헬싱키대 학생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자유로이 책을 열람하고 빌릴 수 있다. 핀란드의 15세 이상 독서율(2013년 OECD 조사)은 83.4%로 한국(74.4%)보다 9%포인트 높고 OECD 국가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지난 2일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의 공항 라운지. 비행기를 타러 온 여행객들이 저마다 방법으로 지루한 대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혼자 여행 중인 사람들의 손에는 대부분 책이 들려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보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절반 이상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소설, 잡지, 투자 가이드 등 종류는 다양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는 광학 엔지니어 스콧(35)씨는 소설 '갱스터'를 읽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종일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밖에선 스마트폰도 쳐다보기 싫다"면서 "일과 후 짬이 나면 주로 책을 읽는 편"이라고 말했다.
독서율 81.1%인 미국인은 공공장소에서 여전히 스마트폰보다 책 읽기를 선호한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일반 미국 성인은 1년에 약 5권을 읽었다. 또 전자책(28%)보다는 종이책(70%)을 선호하는 사람이 여전히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선 1년에 책 6억4000만권 팔려
일본 사회도 한국처럼 '국민이 책 안 읽는다'며 걱정이 크다. 일본의 15세 이상 독서율은 67.0%로 한국보다 더 낮다. 하지만 우리는 고교생의 입시 대비 책 읽기 등까지 다 포함된 수치라 독서의 질(質)은 일본이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한국은 55~65세 독서율(51.0%)이 16~24세 때(87.4%)보다 36.4%포인트 급격하게 떨어지지만 일본은 13.1%포인트 정도만 준다. 우리보다는 전 연령에서 골고루 책을 본다는 얘기다. 2014년 일본출판자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1억2000만 일본인이 한 해 서점에서 6억4000만권을 사보고 도서관에서 7억권을 빌려 봤다.
미국·핀란드·영국·일본과 우리나라의 '5색(色) 독서 풍경'을 비교해보면,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서율이 하락하면 그 사회 인적자원의 혁신·창의성이 함께 떨어진다"며 "책 읽지 않는 사회에서는 선진국 진입은커녕 현 수준의 국가 경쟁력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6.3.4 창간96 특집/읽기 혁명 - 정경화.김성모 기자]
헬싱키大 도서관, 직장인 발길… 英, 기차에서도 책 읽는 소리
美 공항, 소설·잡지 들고 있어… 日, 한 해 6억4000만권 사 봐
"나의 영화를 만드는 데 밑바탕인 상상력과 창의력은 독서에서 나온다."
-스티븐 스필버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서울은 책을 읽지 않는 도시다. 본지 취재진이 지난달 24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서울대입구 구간에서 객차에 탄 승객들을 관찰했다. 책과 신문 등 종이 인쇄 매체를 들고 있는 사람이 수백 명 중 12명뿐이었다. 그나마 토익책이나 전공 서적 펴든 대학생, 신문 보던 장년 남성 등까지 합한 숫자다. 책 보는 사람 대신 거북목으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승객들만 객차 칸칸이 되풀이됐다.
이틀 뒤 영국 런던 교외를 오가는 기차. 거의 모든 칸에서 책 읽는 시민이 적어도 한둘은 눈에 띄었다. 대학생 팀(24)은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나 통학하는 버스·기차에서 책 보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며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책을 읽는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스마트폰 삼매경 - 서울에서는 책 읽는 풍경이 갈수록 희귀해지고 있다. 3일 서울 지하철 열차 안. 자리에 앉은 승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율은 20년 전에 비해 21.5%포인트나 떨어졌다. 그렇다고 전자책 읽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한국출판연구소의 '전자책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전자책 독서율(지난 1년 동안 전자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은 15.5%로, 2년 전과 비교해 0.9%포인트 늘었다. 독서량으로 따지면 되레 0.2권 줄었다.
◇독서 천국 핀란드, 스마트폰보다는 책 읽는 미국 공항
북유럽의 핀란드는 '독서 천국' 같았다. 지난달 29일 오후 4시 30분쯤 핀란드 헬싱키대학 도서관. 퇴근길 직장인의 발길이 줄줄이 이어졌다. 정장 갖춰 입고 서류 가방 든 직장인, 어린이집에 맡겼던 자녀를 찾아 유모차에 태우고 온 직장 맘이 도서관 3층 소설 코너에서 책을 집었다. 직장인 이로 펠토넨(34)씨는 "헬싱키 대성당을 마주 보고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이 도서관은 헬싱키대 학생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자유로이 책을 열람하고 빌릴 수 있다. 핀란드의 15세 이상 독서율(2013년 OECD 조사)은 83.4%로 한국(74.4%)보다 9%포인트 높고 OECD 국가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지난 2일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의 공항 라운지. 비행기를 타러 온 여행객들이 저마다 방법으로 지루한 대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혼자 여행 중인 사람들의 손에는 대부분 책이 들려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보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절반 이상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소설, 잡지, 투자 가이드 등 종류는 다양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는 광학 엔지니어 스콧(35)씨는 소설 '갱스터'를 읽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종일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밖에선 스마트폰도 쳐다보기 싫다"면서 "일과 후 짬이 나면 주로 책을 읽는 편"이라고 말했다.
독서율 81.1%인 미국인은 공공장소에서 여전히 스마트폰보다 책 읽기를 선호한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일반 미국 성인은 1년에 약 5권을 읽었다. 또 전자책(28%)보다는 종이책(70%)을 선호하는 사람이 여전히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선 1년에 책 6억4000만권 팔려
일본 사회도 한국처럼 '국민이 책 안 읽는다'며 걱정이 크다. 일본의 15세 이상 독서율은 67.0%로 한국보다 더 낮다. 하지만 우리는 고교생의 입시 대비 책 읽기 등까지 다 포함된 수치라 독서의 질(質)은 일본이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한국은 55~65세 독서율(51.0%)이 16~24세 때(87.4%)보다 36.4%포인트 급격하게 떨어지지만 일본은 13.1%포인트 정도만 준다. 우리보다는 전 연령에서 골고루 책을 본다는 얘기다. 2014년 일본출판자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1억2000만 일본인이 한 해 서점에서 6억4000만권을 사보고 도서관에서 7억권을 빌려 봤다.
미국·핀란드·영국·일본과 우리나라의 '5색(色) 독서 풍경'을 비교해보면,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서율이 하락하면 그 사회 인적자원의 혁신·창의성이 함께 떨어진다"며 "책 읽지 않는 사회에서는 선진국 진입은커녕 현 수준의 국가 경쟁력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6.3.4 창간96 특집/읽기 혁명 - 정경화.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