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3회 - " “대학보다 아버지” 간이식 위해 20kg 감량 高3 "

영광도서 0 566
경북 풍산고 조훈기 군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하려고 밥을 굶어가며 체중을 한 달 사이에 20kg 줄인 조훈기 군(18·경북 안동시 풍산고 3학년)의 말이다. 조 군은 아버지 조창철 씨(54)에게 간을 이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2년 전부터 간경화와 간암을 앓아 계속 약으로 버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는 “고3이니까 천천히, 대학 가서 해도 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1월 아버지의 간경화가 급격히 악화됐다. 조 군이 수술을 마음먹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몸무게였다. 키 174cm에 몸무게 106kg. 병원에서는 “체중이 너무 많이 나가 간수치가 높아서 수술이 안 될 수 있다”고 했다.

설 다음 날인 1월 24일부터 조 군의 눈물겨운 감량 행군이 시작됐다. 야채샐러드만 먹으며 운동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달리기를 하려니 숨이 차서 2, 3시간 정도밖에 못 했다. 이후 걷기로 전략을 바꿔 6시간씩 했다.

학교 기숙사에서는 식이요법이 쉽지 않아 2월부터는 대구의 집에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했다. 2주간은 몸무게가 술술 빠졌다. 정체기가 왔을 때에는 마음이 급했다. 조 군은 급기야 식사는 하지 않고 물만 먹으며 운동을 했다. 결국 조 군은 한 달 만에 20kg을 줄였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아버지에게 자기 간의 70%를 이식했다.

힘들었지만 아버지 혈색이 바뀐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조 군은 “간이 안 좋은 사람은 얼굴색이 까맣다는데 아버지는 너무 오래전부터라 몰랐다. 하지만 수술 후에 보니 아버지 얼굴색이 확실히 환해지셨다”고 말했다. 고3 아들을 고생시켰다며 미안해하는 아버지에게는 “살이 너무 빠져 맞지 않으니 새 옷을 사 달라”며 웃었다. 6주가 넘도록 공부를 하지 못해 걱정이 생긴 건 사실이다. 조 군은 10일 퇴원해 대구의 집으로 돌아가서는 “학교 가서 친구들 따라잡으려면 큰일 났다”고 했다. 안동 풍산고는 자율학교로 전국에서 내신 상위 4% 이내의 학생이 온다. 학기 중은 물론이고 방학 때도 모두 기숙사에서 밤낮없이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조 군은 의젓하게 말했다. “수술을 결심하면서 재수할 생각도 했어요. 고3인데 공부를 못 한 게 걱정되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아버지를 살릴 수 없었으니까요. 아들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동아일보[2012.3.12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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