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9회 - " 돈을 써서 행복해지고 싶으면 물건보다 경험을 구매하라 "

영광도서 0 597
최근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는 중국이다. 연평균 10%가 넘는 고속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그만큼 더 행복해졌을까. 당연히 답은 ‘노(No)’다. 경제성장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스터린의 역설’을 창시한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터린이 밝혀낸 사실이다.

 이스터린 교수는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중국인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사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배로 늘었지만 행복도는 그만큼 높아지지 않았다. 저소득층의 경우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 비율이 90년 65%에서 2010년 42%로 오히려 크게 줄어들었다. 고소득층 경우에도 90년 68%에서 2010년 71%로 겨우 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소득층의 행복도가 크게 떨어진 이유를 이스터린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가장 평등한 국가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빈부 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수록 행복도는 낮아진다는 것이다. 강력한 누진세제를 통해 부(富)를 비교적 고르게 분배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행복도가 늘 선두권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일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빈부 격차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 교육, 직업, 치안, 보건, 일과 삶의 균형, 공동체 생활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따져 34개 회원국의 국가별 행복도를 평가하는 작업을 지난해 시작했다. 그 결과 한국은 26위로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가 행복과 거리가 먼 대한민국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길버트 박사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통념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지만 (1인당 연간 소득이) 6만 달러(약 6900만원)를 넘어가면 소용이 없다’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러다 최근에는 ‘무엇을 사야 할지 안다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로 또다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돈이 있어도 제대로 쓸 줄 모르면 행복해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행복해지고 싶으면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라”고 충고한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도 몇 가지 확실한 지침은 있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줄일수록 행복도는 높아진다. 의미 있는 목표를 정해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고, 매사에 감사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잘 돌보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행복에 중요하다. 부탄과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행복한 비결이다.



중앙일보[2012.05.16.- 분수대 | 배명복 논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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