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104회 - " 조자룡의 충성심이 관우보다 한 수 위라는 건…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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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3:07
『삼국지』뿐 아니라 역사적 인물들을 통틀어 조자룡보다 더 근사한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그 이유로 ‘흔들리지 않는 충성심’을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는 오직 ‘충(忠)’ 한 글자로 모든 게 설명되는 사람이다. 한데 『삼국지』에서도 충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피와 뇌수를 길바닥에 뿌린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중국에서 공자(孔子) 이후 사람으로 유일하게 성인(聖人) 반열에 오른 무성(武聖) 관우도 충성심으론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충’이라 하면 조자룡을 더 쳐준다. 왜일까?
한동안 『삼국지』를 들고파면서 생각한 건 조자룡의 충성심은 다른 이들과 색깔이 다르다는 거였다. 관우의 충성심은 ‘붉은마음(赤心)’ 한마디로 표현된다. 대부분 충신들의 충성심은 주인에게 맹목적으로 몰입하는 붉은색이다. 하나 조자룡은 물색이라고 할까. 그의 충은 맑고 냉정했다. 유비 세력이 결딴났던 당양 장판파에서 오직 어린 주인 아두를 구하기 위해 홀로 적진에 뛰어들어 아두를 품에 안고 적장 50명의 목을 베었을 만큼 충성을 실천하는 데 제 목숨을 돌보지 않는 무모한 그였지만 자신의 뇌(腦)는 주인에게 저당 잡히지 않았다.
황제에 오른 유비가 관우의 원수를 갚으러 오나라로 쳐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제갈량조차 입도 벙긋 못한 그 서슬 퍼런 자리에서 결연히 반대하고 나선 이가 조자룡이다. 서촉 정벌 후 유비가 공신들에게 땅을 하사하려 하자 그는 “땅은 백성들을 위해 쓰라”고 간한다. 또 제갈량 1차 북벌에서 마속이 가정전투에서 패하고 촉군이 후퇴할 때 조자룡은 가장 위험한 지역에 있었지만 쌀 한 톨도 잃지 않고 퇴각한다. 이에 제갈량이 상을 내리자 그는 오히려 강등을 자청하며 말한다. “대장이 패해 퇴각했으면 어떤 경우에라도 그에 상응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 손실이 없었던 것으로 목숨을 구하고, 강등하는 것으로 패장의 책임을 지려 합니다. 그래야 군율이 바로 서고, 군사들이 자신의 책임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될 것입니다.” 그가 수많은 삼국지의 영웅 중 드물게 백전백승하며 천수를 누리고 자신의 침상에서 죽음을 맞은 비결은 이렇게 냉정함을 잃지 않은 충의 정신을 실현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사랑이 조자룡이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얘기다. 지난 보궐선거로 ‘박 대통령의 조자룡’으로 꼽히는 서청원 의원이 돌아왔다. 대통령 주변엔 ‘붉은마음’만 넘친다며 걱정의 목소리가 드높은 중에 돌아온 그다. 조자룡은 단지 왕의 친위세력이 아니라 사심 없이 대의를 위해 간하고,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서 의원이 무늬만 조자룡이 아닌 진정한 조자룡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2013.11.4 분수대 - 양선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