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207회 - " 우리나라 빈곤 아동들도 함께 도와요 "
영광도서
0
617
2016.12.01 13:08
.지난달 강원도 정선에 있는 위스타트(We Start) 마을에 다녀왔다. 국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단순 시혜적 복지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구조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곳이 바로 위스타트다. 아이의 건강, 정서적 안정, 학습 능력을 돌보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의 아버지가 일이 없다면 직업 훈련과 연결해주고, 엄마가 우울증에 시달린다면 심리 상담과 부모 역활 교육을 돕는다. 2012년 나눔대사로 임명돼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안산 마을, 속초 마을, 원주 마을을 방문했는데, 이번 정선 마을에 가서는 그곳 아이들과 함께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경로당에 계신 할아버지·할머니를 찾아가 손 마사지도 해 드리고, 준비해 간 도시락 공양도 올리고, 아이들과 함께 노래와 악기 연주도 했다. 복지 혜택을 받는 입장에만 있던 아이들이 남을 돕고 베푸는 경험을 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지역 어른들과의 유대감 형성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 좋은 시간이었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그냥 가기가 서운해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며 함께 놀았는데, 산이 많은 지역의 아이들이라 그런지 체력이 좋아 어른인 나보다 더 잘 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선 아이들에게 나는 스님이 아닌 얼마 전 ‘무한도전’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유명인이었다. 아이들이 사인을 해 달라고 줄을 서는 바람에 난생처음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너무도 착하고 예뻐 금방 정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많은 아이의 가족이 해체된 상황에 놓여 있거나, 아니면 우리말이 서툰 부모를 둔 다문화가정이었거나, 아니면 집안 환경이 아주 열악한 경우였다. 학교 방과 후 집에 가면 혼자 덩그러니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위스타트 마을에 와서 같이 공부도 하고 간식도 먹고 놀기도 하니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린아이를 돕는 구호 기관과의 인연은 내가 20대 때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시작됐다. 우연히 미국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중남미 국가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에 마음이 움직여 가난한 유학생 시절이었지만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그 인연으로 몇 년 동안 과테말라에 있는 호세라는 남자아이를 후원하게 됐는데 1년에 한 번씩 그 아이가 커 가는 사진과 함께 보내온 카드를 받으면 늘 마음 한구석이 따뜻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아프리카 같은 해외에 있는 아동 구호에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전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많이 윤택해졌으니 절대빈곤을 경험하는 세계 곳곳의 아이들을 돕는 것은 훌륭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다. 거기에 나의 바람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해외 아동을 도우면서 이왕이면 우리나라 아이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기초보장수급자 가정으로 선정되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의 빈곤 아동의 숫자가 무려 68만 명이나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수급을 받는 가정의 아이들보다도 훨씬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신체적·정서적 아동학대가 수급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가정에서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고, 평일 학업을 하는 시간도 빈곤하지 않는 가구 아동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 더구나 더 심각한 것은 걱정거리가 있을 때 상의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은 ‘아무와도 의논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가장 높게 나왔다.
DA 300
한번은 해외 아동 후원 광고는 감동적으로 아주 잘 만드는데 어째서 국내 아동 후원을 독려하는 광고는 가슴을 울리게 만들지 못하는지 관계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 나왔다. 광고를 감동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야 하는데 국내 아이들의 얼굴을 그렇게 노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는 지점이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의 아이가 슬픈 표정으로 그런 광고에 나가는 것을 좋아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내 아동 후원 광고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이 아닌 인지도 있는 홍보대사의 목소리나 사진이 주를 이룬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국내 아이를 돕는 후원은 비교적 활발하지 못하다.
최근 들어 아동학대와 관련된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어 저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그냥 넘기지만 말고 그럴수록 국내 아동을 후원하는 기관을 찾아 좀 더 깊은 관심과 후원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기들 스스로가 힘드니까 도와 달라는 말을 하기 어렵다. 이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중앙일보 2016.4.8 마음산책 - 혜 민 스님 | 마음치유학교 교장]
경로당에 계신 할아버지·할머니를 찾아가 손 마사지도 해 드리고, 준비해 간 도시락 공양도 올리고, 아이들과 함께 노래와 악기 연주도 했다. 복지 혜택을 받는 입장에만 있던 아이들이 남을 돕고 베푸는 경험을 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지역 어른들과의 유대감 형성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 좋은 시간이었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그냥 가기가 서운해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며 함께 놀았는데, 산이 많은 지역의 아이들이라 그런지 체력이 좋아 어른인 나보다 더 잘 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선 아이들에게 나는 스님이 아닌 얼마 전 ‘무한도전’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유명인이었다. 아이들이 사인을 해 달라고 줄을 서는 바람에 난생처음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너무도 착하고 예뻐 금방 정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많은 아이의 가족이 해체된 상황에 놓여 있거나, 아니면 우리말이 서툰 부모를 둔 다문화가정이었거나, 아니면 집안 환경이 아주 열악한 경우였다. 학교 방과 후 집에 가면 혼자 덩그러니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위스타트 마을에 와서 같이 공부도 하고 간식도 먹고 놀기도 하니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린아이를 돕는 구호 기관과의 인연은 내가 20대 때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시작됐다. 우연히 미국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중남미 국가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에 마음이 움직여 가난한 유학생 시절이었지만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그 인연으로 몇 년 동안 과테말라에 있는 호세라는 남자아이를 후원하게 됐는데 1년에 한 번씩 그 아이가 커 가는 사진과 함께 보내온 카드를 받으면 늘 마음 한구석이 따뜻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아프리카 같은 해외에 있는 아동 구호에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전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많이 윤택해졌으니 절대빈곤을 경험하는 세계 곳곳의 아이들을 돕는 것은 훌륭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다. 거기에 나의 바람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해외 아동을 도우면서 이왕이면 우리나라 아이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기초보장수급자 가정으로 선정되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의 빈곤 아동의 숫자가 무려 68만 명이나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수급을 받는 가정의 아이들보다도 훨씬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신체적·정서적 아동학대가 수급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가정에서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고, 평일 학업을 하는 시간도 빈곤하지 않는 가구 아동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 더구나 더 심각한 것은 걱정거리가 있을 때 상의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은 ‘아무와도 의논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가장 높게 나왔다.
DA 300
한번은 해외 아동 후원 광고는 감동적으로 아주 잘 만드는데 어째서 국내 아동 후원을 독려하는 광고는 가슴을 울리게 만들지 못하는지 관계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 나왔다. 광고를 감동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야 하는데 국내 아이들의 얼굴을 그렇게 노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는 지점이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의 아이가 슬픈 표정으로 그런 광고에 나가는 것을 좋아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내 아동 후원 광고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이 아닌 인지도 있는 홍보대사의 목소리나 사진이 주를 이룬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국내 아이를 돕는 후원은 비교적 활발하지 못하다.
최근 들어 아동학대와 관련된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어 저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그냥 넘기지만 말고 그럴수록 국내 아동을 후원하는 기관을 찾아 좀 더 깊은 관심과 후원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기들 스스로가 힘드니까 도와 달라는 말을 하기 어렵다. 이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중앙일보 2016.4.8 마음산책 - 혜 민 스님 | 마음치유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