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만 보고 달려가는 30.40.50대에게 쉼표를

*제109회 - " 입이 재앙의 문 "

영광도서 0 928
혀를 조심하고 깊이 생각해서 말하고
잘난 체하지 않고
인생의 목적과 진리를 밝히는
수행자의 설법은 감미롭다.

學當守口 (학당수구)
寡言安徐 (과언안서)
法義爲定 (법의위정)
言必柔軟 (언필유연)

내가 즐겨 외는 휴정선사의 가르침이 있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고,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얻으려는 것도 아니다. 생사를 면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삼계의 고뇌에서 뛰쳐나와 수많은 이웃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은 간절한 법문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수행자로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가정을 이루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인연으로였건 간에 처음 절이나 교회를 찾아갈 때의 간절하고 조심스런 그 초심이 신앙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에 눈과 귀를 팔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빛이 바랜다.

신앙생활을 한 마디로 하자면 몸과 말과 생각, 이 세 가지를 맑히는 일이다. 몸으로 하는 행동과 입으로 쏟아내는 말과 마음속으로 하는 이런저런 생각 등이 자신의 업을 맑히기도 하고 흐리게도 한다.

저마다 자신의 현재 처지를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처음 절이나 교회를 찾을 때의 그 간절한 생각과 염원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지를. 그동안 쓸데없는 세속사에 눈과 귀를 팔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절에 오래 다닌다는 사람들 중에는 간혹 절이 무엇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그 믿음의 질이 낮은 수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초심을 잊어버린 채 자신의 신앙생활이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팔려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게도 득이 되지 않고, 듣는 쪽에서도 득이 되지 않으며, 그 말을 전해 듣는 제삼자에게도 전혀 득이 되지 않는 말을 참지 못하고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입이 재앙의 문’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는가. 말은 보고 듣는 대로 쏟아내지 말고 믿음의 체로 걸러서 이로운 말만을 내보내야 한다. 이 또한 업을 맑히는 수행이다.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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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學            當            守        口
배울 학 | 마땅할 당 | 지킬 수 | 입 구
    寡          言            安          徐
적을 과 | 말씀 언 | 편안할 안 | 평온할 서
  法        義        爲        定
법 법 | 옳을 의 | 할 위 | 정할 정
  言            必              柔              軟
말씀 언 | 반드시 필 | 부드러울 유 | 연할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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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려가는 30.40.50대에게 쉼표를'은 '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으로 출간된 도서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