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만 보고 달려가는 30.40.50대에게 쉼표를

*제90회 - " 겸손은 나무도, 물도, 바람도 아닌 땅이었다 "

영광도서 0 554
어리석은 자여, 머리의 모습이 무슨 소용인가
풀옷을 입는다고 어쩔 셈인가
그대의 속은 더러운 집착의 밀림
겉만 그럴듯하게 치장했구나.

飾髮無慧 (식발무혜)
草衣何施 (초의하시)
內不離着 (내불리착)
外捨何益 (외사하익)



책을 읽다가 ‘겸손은 땅이다’라는 대목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겸손은 땅처럼 낮고 밟히고 쓰레기까지 받아들이면서도 그곳에서 생명을 일으키고 풍성하게 자라 열매 맺게 한다는 것입니다.

더 놀란 것은 그동안 내가 생각한 겸손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나는 겸손을 내 몸 높이로 보았습니다. 몸 위쪽이 아닌 내 발만큼만 낮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겸손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내 발이 아니라 그 아래로 더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으로 밟히고, 눌리고, 다져지고, 아픈 것이 겸손이었습니다. 그 밟힘과 아픔과 애태움 속에서 나는 쓰러진 채 침묵하지만 남이 탄생하고 자라 열매 맺는 것이었습니다.

겸손은 나무도, 물도, 바람도 아닌 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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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飾              髮        無            慧
꾸밀 식 | 터럭 발 | 없을 무 | 슬기로울 혜
 草        衣        何            施
풀 초 | 옷 의 | 어찌 하 | 베풀 시
 內           不        離              着
안 내 | 아닐 불 | 떼놓을 리 | 붙을 착
 外           捨           何        益
밖 외 | 버릴 사 | 어찌 하 | 더할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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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려가는 30.40.50대에게 쉼표를'은 '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으로 출간된 도서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