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76- 앎과 욕망

영광도서 0 476

구약성서 창세기엔 뱀이 이브를 유혹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좀 실감나게 재구성해보자. 아름다운 뱀이 이브에게 묻는다. “야훼께서 이 동산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먹어도 된다고 했지?” 이제껏 아무런 불만도 생각도 없던 이브는 이 말을 듣자 번쩍 정신이 났을 거다. 그러자 이브는 “다 먹되 다만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과는 먹지 말라고 했는데.”라고 대답한다. 이쯤 되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뱀은 이렇게 되묻는다. “거참 이상하네. 왜 다 먹으라고 하지 않고 그것만 먹지 말라고 했을까?” “.......” 이브가 대답이 없자, 뱀이 그 대답을 대신한다.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한 건 사실은 저걸 먹으면 야훼만큼 지혜로워지기 때문이야.” 뱀의 그 말을 듣고 이브가 과연 ‘그 과일나무를 바라본즉 먹음직도 하고 봄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브는 과일을 따먹으니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든, 선과 악이든 적어도 이전까지는 하나였던 것이 사실은 둘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보면 뱀의 말은 거짓말은 아니라는 뜻이다. 선과 악을 구분할 줄 몰랐던 이브와 아담은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으니까. 이와 동시에 먹음직한 식욕, 보암직한 성욕, 지혜롭게 할 만한 탐욕까지 알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처럼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욕망을 부른다. 다시 말하면 앎은 욕망에 정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흔한 말로 ‘아는 게 많으면 먹고 싶은 게 많다’는 말이 있듯이, 앎은 욕망을 부른다.

 

욕망은 적어도 지금은 하지 않고 있는 그 무엇에의 갈망을 말한다. 광의로 말하면 하고 싶은 그 무엇, 이를 좁혀 말하면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이런 식으로 좁혀서 생각하면 욕망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앞에서 말했듯이 적어도 지금은 하지 않는 것이되, 이 중엔 지금은 할 수 없거나 나중에도 할 수 없는 것들, 또는 지금이나 나중이나 하면 안 되는 것들일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욕망은 쉽게 해소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한다.

 

이러한 욕망들은 모두 최소한 앎을 전제로 한다. 모르면 그냥 넘어갈 것들, 모르면 생각도 못할 것들인데, 앎, 알기 때문에 욕망으로 발전한다. 쉬운 예로 국수만 먹던 사람, 때문에 국수밖에 모르던 사람이 우연히 라면 맛을 알았다면, 또는 우동 맛을 알았다면, 그는 이제 3가지를 안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 사람은 식사를 할 경우 이 세 가지를 다 좋아한다는 전제 아래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식사 중에 한 가지만을 선택할 것이고 나머지 두 가지는 다음에 먹기로 작정할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욕망으로 남는다. 이처럼 욕망은 적어도 지금은 해소하지 못한 미완의 욕망을 말한다.

 

위의 예는 물론 해소 가능한 욕망들이라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욕망들은 현실적으로 해소 가능하지 않은 것들, 해소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욕망들을 해소하지 않으면 욕구불만이 생기면서 자칫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앎에서 비롯되는 욕망들, 앎과 비례하는 욕망들, 많이 알수록 욕망은 쌓이고, 쌓인 것을 해소하지 못하면 문제되는 욕망들, 아느냐 모르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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