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128- 고맙다, 나 그리고 너

영광도서 0 422

감사하다, 고맙다, 이 서술어는 여격보어를 필요로 한다. 즉 누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는 대상이 필요하다. 진심이든 빈말이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감사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은 아주 많이 쓴다. 비록 빈말이라도 이 말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좋다. 상투적이라도 좋다. 많이 쓸수록 나에게도 남에게도 해 될 것 없이 오히려 좋은 말이 고맙다는 말이다. 이 말 못지않게 빈말이라도 좋은 말이 ‘사랑하다’이지만 이 말은 과하게 사용하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맙다는 이 말은 과하든 상투적이든 빈말이든 쓰면 쓸수록 좋은 몇 안 되는 좋은 말이다.

 

이렇게 좋은 말, 그 말을 하는 이가 상투적으로 하든, 빈말로 하든 듣는 이를 기분 좋게 하는 이 말, 이 말을 빈말이라도 나 자신에게 하는 것도 좋다. 비록 빈말이라고 내가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면 서서히 이 말 속엔 의미가 담기기 시작한다. 내가 나를 길들이는 방법으로, 처음엔 빈말로 시작하지만 나중에 채운 말, 찬 말이 된다. 비록 마음의 상태가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고맙다는 자기세뇌, 세뇌란 말이 부정적이라면 자기암시를 하면 서서히 그 말이 마음으로 스며들어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다.

 

이렇게 내가 나에게 고맙다는 말에 진정성이 담기면 나 자신도 모르게 나 자신의 삶이나 인생에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 당연히 자신을 보는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나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 쓸모 있는 존재이며 소중한 존재임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자기존재의 의식은 점차 자신을 벗어나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사회를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이렇게 고맙다는 자기암시에서 시작한 말은 마음까지 고맙다는 의식으로 바꿔놓음으로써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 때문에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담고 사는 사람은 머지않아 진실로 세상을 고맙게 여기며 살 수 있다.

 

세상이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고마움의 대상으로 다가온다면 나는 이미 행복하다. 세상이란 처음부터 배척의 대상도 아니고 고마움의 대상도 아니다. 내가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이다. 이러한 세상을 기왕이면 긍정적으로, 고마움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려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살든, 아니 거창하게 세상은 아니라도,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든 그것은 나의 삶이다. 내가 나를 부정적으로 살면 그 피해는 당연히 내가 피해를 입는다. 반면 내가 나를 긍정적으로 살면 그것은 나의 삶이 덕을 입는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는 데살로니가 전서의 성경말씀, 성경은 나에게 범사에 감사하라 한다. 처음엔 내가 나에게 감사하다 말한다. 다음엔 내가 너에게, 곧 내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하다 말한다. 친구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말한다. 이렇게 빈말로 시작한 감사는 서서히 마음에 젖어든다. 그러면 나는 내가 고맙다는 마음이 생긴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음이, 이곳에 살고 있음이, 이 일을 하고 있음이 고맙다. 내 인생이 고맙다. 내가 내 인생을 고마워하면 이미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고맙다.

 

세뇌라도 좋다. 자기암시라도 좋다. 나는 나를 세뇌한다. 나는 나에게 고맙다고 세뇌한다. 세상 모든 일이 고맙다고 세뇌한다. 덕분에 나는 행복하다. 한 단어를 마음에 입력하는 작은 행동, 사소한 행동이 나를 긍정적으로 바꾼다. 이 아침, 나는 이 아침을 맞는 내가 고맙다. 이 아침을 나에게 허락한 신이 고맙다.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이들이 고맙다. 그렇지 바로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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