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141- 아름다운 선민사상의 힘

영광도서 0 483

‘나는’과 ‘우리는’은 많이 다르지만 거의 같은 의미로 구분하지 않고 쓴다. 문법적으로 따져도 ‘나’는 1인칭 단수를 지칭하지만 ‘우리’는 1인칭은 같으나 복수를 나타낸다. 그럼에도 친근감의 표현으로 보통 ‘나’대신 ‘우리’를 쓴다. 무의식적으로 쓰는 인칭이지만 선민이란, 즉 특별한 또는 선택받은 사람을 단수로 지칭하느냐 복수로 지칭하느냐에 따라 단수인 경우로 구분하면, 단수라면 선민의식이라 지칭하는 것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복수를 지칭한다면 선민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 듯싶다.

 

이를테면 이스라엘 민족은 선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로 선민사상을 가진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 민족은 긍정적인 선민사상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 물론 외부에서 볼 때 피해를 입는 주변 나라에서는 지나친 이기주의에 빠진 민족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주 오랜 세월을 각기 유리하다 하나로 뭉쳐 다시 나라를 회복하는 힘이야 말로 긍정적인 힘이라 할 수 있다. 그들 속에 특정한 집단이 아니라 전체집단이 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힘의 표본으로, 그렇지 못한 민족의 편에서는 부러울 법하다.

 

이처럼 선민의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개인이든 집단이든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덕분에 그는 누구보다 용감하게 어떤 일에든 나선다. 때로는 자기희생으로 주변을 구하고 나라를 구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을 진정한 영웅이라 부른다.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을 긍정적으로 사용한 예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보다 겸손하다. 이기적인 아니라 이타적이다. 같은 능력이라도 그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반면 무늬만 영웅, 영웅인 척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좀먹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 따라서 진정한 선민의식은 타인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타인을 보호한다.

 

세상 사 무엇이든 양면성이 있다. 요리사가 쥔 칼은 사람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드는 훌륭한 도구로 사용되지만 강도가 쥔 칼은 사람을 해치는 흉기로 사용되는 것처럼 결국 ‘어떤-무엇’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우리 고대신화 중 가장 오랜 신화인 단군신화 역시 양면성을 보여준다. 역사는 지배층을 중심으로 한 기록이듯, 신화 역시 기득권 또는 상류층을 대변한다. 선택받은 소수를 대변한다. 따라서 신화에서는 우선 선택받은 소수의 의식이 제 민족의 정신을 지배하여 면면히 전수된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스민 선민의식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올바르지 못한 상류층의 정체성과 올바른 상류층의 정체성이다. 우선 그릇된 선민의식을 가진 상류층은 대를 위해선 소를 희생한다는 명분 아래 부당한 행위를 하고도 자기합리화 또는 자기정당화를 한다. 이러한 의식은 무의식으로 전달되어, 한국인의 상류층의 부정적인 모습의 정체성을 이룬다. 무늬만 영웅인 이들이다.

 

반면 올바른 상류층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측면이 있으니, 단군신화의 홍익인간 정신을 이은 상류층의 선민의식이다. 홍익인간을 실현하기 위해 환인은 환웅을 지상으로 내려 보낸다. 지상에 내려온 환웅은 주곡, 주명, 주병, 주형, 주선악 등, 인간 세상의 360가지 일을 신시에서 인간을 위해 처리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으니, 이때의 인간은 다름 아닌 상류층이 아니라 일반 민중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민중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준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해석한다. 그러니까 신화가 그 나라의 민족정신을 전수하는 한에 있어서 우리 신화가 주는 민족정신의 긍정적인 면은 인간을 넓게 이롭게 한다는 근본정신이다.

 

우리사회에도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 있다. 이들 역시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영웅 역할을 하거나 지도자 역할을 한다. 진정한 영웅은 사회에 기여한다. 사회를 이롭게 한다. 보다 겸손하게 민중을 섬긴다. 민중을 도와 편안하게 한다. 소를 희생하지도 않고 대를 두루 살펴 편 가르지 않는다. 골목대장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왕으로 권위를 가진다. 권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떠받들어 이루어지는 것처럼 만인의 존경을 받는다. 그는 진정 타고난 선민인 덕분이다. 선민은 스스로의 의식보다 타고난다. 나보다 남을 위하려는 이타적인 마음, 나를 내세우기보다 나를 숙이는 겸손한 자세, 나를 치장하기보다 나를 희생하여 남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즐거운 마음, 이러한 성정은 훈련 이전에 타고난다. 이런 성품을 가진 이가 진정한 영웅이요 선민이다. 스스로 돌아보아 이런 마음을 가진 이들, 이런 성품을 가진 이들이 조용히 빛나기 시작할 때 우리 사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로 부활한다. 소리 없이 자기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행동하는 영웅들 덕분에 사회는 돌아간다. 영웅은 무니로 말하지 않는다. 몸으로 말한다. 위선으로 말하지 않는다. 마음으로 말한다. 그냥 나는 나야, 우리라고 포장하지 않고 그냥 나는 나로 사는 당신, 다른 이를 즐겁게 하고 나니 내가 더 기쁜 당신은 진정한 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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