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73- 자랑스러운 우리말

영광도서 0 416

알퐁소 도데의 단편 <마지막 수업>은 "그 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는데 매우 늦었어요. 나는 아멜 선생님이 우리에게 분사 법에 관해 물어 보겠다고 했는데, 그 분사법의 첫 한 단어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겁이 났어요." 로 시작한다. 이 소설은 그 나라의 언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독일의 침략으로 지배당한 프랑스는 멀쩡하게 있는 모국어를 더는 공부하지 못하고 독일어를 공부해야 하고, 여타의 학문도 독일어로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 모습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그만큼 프랑스 인들은 자기 나라 언어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유별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랑스어는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는 아니다. 그들의 토착어는 있었으나 고유하지 않고 여러 민족과의 교차에서 때로는 흡수되고 유입되어 온 언어로, 오히려 라틴어가 가장 많이 배인 언어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국의 언어에 대해 병적이리 만큼 애착이 강하다.

 

실례로 프랑스에는 프랑세즈 아카데미가 있어서 이 기관이 프랑스어의 수호와 발전을 위해 일하고 연구한다. 여기에는 저명한 석학들이 참여하여 매년 그 해에 유입된 외국어를 수집하여 정리한다. 외국어가 유입되면 그 외국어의 어원을 조사하여 뜻이 통하도록 자기네 말로 새롭게 창안해서 신조어로 만든다. 새로 만들 수 없는 경우는 외래어를 그냥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정리된 단어들은 매년 출판되는 사전에 삽입하고, 모든 인쇄매체와 언론기관이 이를 따르도록 한다. 이전보다는 그들도 자기 말에 관한 자부심이 많이 희석되기는 하였으나 자기 말에 관한 자부심은 여전히 남다르다. 그 자부심의 원천에는 자기 말을 쓸 수 없었던 상황을 겪은 아픈 체험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수업>에서 주인공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마음, 그들은 그런 체험 이후로 자기 나라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체득한 때문이다.

 

우리 역시 일제하에서 자칫 우리말을 송두리째 쓸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었다. 천시 받기도 하여 소중한 우리말은 한글이 아니라 음문으로 취급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프랑스인들만큼은 우리말의 소중함과 자부심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그들만큼 우리말을 사랑하지도 않는 것 같다. 프랑스엔 프랑세즈 아카데미가 있듯이 우리나라엔 한글학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글학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존재하기는 한지도 모르고 지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활동이 미미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프랑스와는 달리 우리는 사전이 한 번 나오면 수 년 동안 사용되고, 맞춤법이 개정되어도 옛 책들이 맞춤법이 틀려진 채로 유통된다. 프랑스인들은 다른 나라의 언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국가적인 제도적 장치가 되어 있는데 반해 우리는 국적불명의 단어들이, 말도 안 되는 단어들이 난무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사회에서 그럴 듯하게 공식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우리말과 외래어가 뒤섞인 단어 ‘내로남불’도 그렇거니와 진화론의 중요한 개념인 ‘적자생존’, 즉 ‘시간에 따라 존재의 환경은 변하게 마련이고, 그 변화에 적응하는 존재만이 생존한다.’는 의미를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뜻이라 말을 만들고 그것을 그대로 통용하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 이는 우리말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병들게 하는 짓이다.

 

우리말은 세계 어느 언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언어이다. 우리의 언어인 한글은 다른 어떤 나라에서 만든 것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독특한 특성을 지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모양을 봐도 서양어들은 거의가 알파벳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별다른 차이가 없다. 발음이나 문법체계의 차이가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 형태를 보면 뿌리는 같은데 분화된 언어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중국어인 한자는 그 형태가 독특한 상형문자이긴 하나 너무 복잡한 구조라서 배우기도 어렵고 사용하기도 쉽지 않은 언어임을 알 수 있다.그에 비해 우리말은 모양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용하기도 아주 쉽다. 다만 서양어들과는 달리 문법체계가 헷갈리게 하는 점은 있으나 이 점만 잘 정리한다면 배우기도 쉬운 언어로 충분할 것이다.

 

우리말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언어이다.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 36년 동안 놓여 있다가 벗어나게 한 힘의 근원도 우리가 우리말과 글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이라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서가 깃들인 민족혼이다.

 

이를테면 언어가 일치될 때 하나의 공동체가 이루어지며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바벨탑의 역사가 중간에서 실패한 원인도 언어의 혼돈 때문이듯이, <마지막 수업>에서 알퐁소 도데가 한 말처럼 그만큼 언어는 중요하다. 언어는 문화나 과학을 후세에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사람을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이렇게 존재할 수 있고 그들의 압제 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한글이라는 내 나라 말과 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혼이며 정신이자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인 한글, 우리 조상이 물려준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겠다. 설령 유감스럽게도 우리 언어의 중요성을 평소에는 잊고 지낸다 할지라도 한글날만은 한글의 위대함과 중요성을 알고 생각하는 날이었으면 한다. 우리 한글, 즉 나랏말을 가졌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한글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함께 바로 쓰기 운동을 통해 좋은 우리말 사용을 생활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딱 한 달 후면 한글날이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어떤 국민이 노예로 떨어질 때 자기나라의 언어를 잘 간직하고 있는 한은, 마치 자신의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과 같으며......”라는 외침처럼 우리글과 말을 을 진정으로 아끼고 보존하는 지혜를 함께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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