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좌충우돌 세상읽기-110- 건강한 삶

영광도서 0 531

웰빙이란 단어가 한창 유행한 적이 있다. 신조어이기 때문에 우리 사전에 없었는데, 이를 우리말로 참살이로 정부에서 우리말로 바꾸어 발표하기도 했다. 영어권의 신조어의 의미와 우리말의 해석이 잘 맞을지는 모르지만, 얼핏 조어를 보면 늬앙스의 차이는 있을 듯하다. 이를테면 ‘well’은 ‘잘’, ‘being’은 ‘존재하기’의 합성어라면 그냥 단순하게 ‘잘살기’란 의미로 다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많은 단어라 할 수 있다.

 

잘산다는 건 행복한, 건강한, 재미있는, 여유로운, 바람직한, 자유로운 삶을 모두 포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좁혀서 신체적 건강한 삶으로 축소해서 말한다면, 잘살기 위해선 단순하게 ‘잘 먹고, 잘 소화하고, 잘 싸기’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잘 먹기라면 고른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먹거나 과식하지 않고 적당한 양을 먹기, 그 다음엔 먹은 것을 체내에 너무 축적하지 않도록 적당한 운동을 하거나 하여 소화를 잘 시키기, 그렇게 함으로써 잘 배설할 수 있다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항상성을 유지한다면 그런 대로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피상적으로는 잘 먹고 잘 소화하고 잘 싸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것처럼, 정신적으로 건강하려면 정신의 항상성이 필요할 텐데, 정신적으로는 육체를 위한 먹기와는 달리, 육체적으로는 필연적으로 의도적으로 먹어야 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 의도와는 달리 뇌에 들어와 쌓인다. 가만있어도 온갖 생각과 망상이 일어나 기억에 쌓이고, 움직이면 마주치는 모두, 부대끼는 모두가 기억에 축적된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삶 자체는 축적의 과정이다. 그러니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정신에 과부하가 생기며, 이는 스트레스로 바뀌어 정신적 소화불량을 유발한다. 때문에 이렇게 축적되는 스트레스와 같은 삶의 축적물을 억지로 배설하려 잘못 처방하면 소위 설사를 한 후처럼 기진맥진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고, 배설하지 못하고 변비에 걸린 것처럼 갑갑하고 답답한 상황에 처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니 잘 먹고 잘 소화하여 잘 싸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세상을 잘 받아들이는 마음, 세상을 잘 해석하는 마음, 그것을 잘 표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러려면 우선 삶은 자동적으로 항상 입력의 과정이니 의도적으로 삶의 입력을 위해 세상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기, 부정적인 것들이 입력되지 않도록 즐거운 것을 골라서 하기, 예를 들면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본다, 좋은 책을 많이 읽는다, 좋은 말을 많이 듣는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린다, 이러한 적극적인 행동을 유도하면 잡념이나 망상이 들어올 여지가 없기에 영양소 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정신 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소화하기를 정신적으로 해석한다면, 기왕에 입력된 정보들, 세상에서 얻은 기억들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입력되었든 내 삶에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기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배움의 과정으로 해석한다면 어떤 기억이든 가치 있는 정보로 바꿀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유의미한 것, 가치 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배설과 연관이 있다. 내가 얻은 정보 또는 기억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면 그것은 그만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축적된 정보들은 좋은 자료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는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선 바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세상을 이롭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면 우선 정신적 건강을 답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축적되어 있으면 건강에는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선 배설을 잘해야 하듯이, 정신적으로도 역시 배설을 잘해야 한다. 즉 표현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너무 많은 지식이 축적되어 있으되 그것을 쓰지 못하면 스트레스로 바뀔 수 있고, 정신적인 질병, 지식과잉으로 인한 소위 미친병을 유발할 수 있다. 더구나 좋지 않은 정보과잉임에도 그것을 발현하지 못하면 우울증이나 각종 정신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인간은 관음증과 노출증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모두를 기억으로 바꾸어 입력하는 관음증이 있듯이, 그 모두를 노출하고 싶은 노출증, 즉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때문에 관음증으로 얻은 모든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는 노출해야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수다를 떨든, 욕을 하든, 폭력을 쓰든 해소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를 건설적이고, 긍정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만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나에게도 좋은 방법, 적당한 운동도 좋을 것이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글쓰기보다 쉬운 것도 없을 것 같다. 남에게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혼자 풀 수 있는 글쓰기도 있으니까. 그렇다. 잘 먹고 잘 소화해서 잘 싸야만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여 신체가 건강하듯이, 즐겁고 좋은 삶을 살며, 그것을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로 생각하고, 좋은 활동을 하여 정신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그것이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게 한다. 삶의 축적물을 나의 좋은 것으로 표현하기, 삶에서 얻은 생각들을 나는 쓴다. 때문에 이 아침은 나의 배설의 시간이다. 나는 배설한다. 고로 나는 작가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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