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내가 좋아하는 노래, 나는 행복합니다

영광도서 0 1,675

때문에와 덕분에, 지금은 이 두 말을 별 구분 없이 쓰지만 이전에는 이 말들을 구분해서 썼습니다. 때문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너 때문에 시험을 망쳤잖아'로 쓴다면, 긍정적인 의미로 '네 덕분에 시험에 붙었어'로 구분해서 썼습니다. 그러니까 때문에는 부정의 의미로, 덕분에는 긍정의 의미로 썼습니다. 지금은 우리말에서 두 말을 같은 의미로 써도 괜찮은 것으로 허용하지만, 나는 지금도 구분해서 쓰는 게 좋은 것 같아, 구분해서 씁니다. 말인 즉슨 자신의 삶을 때문에로 생각하느냐 덕분에로 생각하느냐에따라, 그 말은 지금 나는 행복하냐 불행하냐를 구분하는 의미라는 생각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절말 정말 행복합니다.'라는 노래 가사가 있듯이 나는 행복합니다. 지난주에 여수 안심산에 올랐습니다. 25년만에 여수에 갔습니다. 모든 것이 많이도 변했습니다. 엑스포역에 내렸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내가 강의할 장소, 유캐슬에 가려고 나름 인터넷에서 열심히 검색을 하고 나름 머리 속에 그려넣었으나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생각 같아선 모처럼 왔으니 첫째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자, 둘째 구경좀하자, 셋째 괜찮은 산 하나 찾아 올라가자, 그렇게 생각했드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우선 강의장소까지 가자 그 생각이 앞섰습니다. 

 

 

관광안내 센터에 가서 물었습니다.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고, 갈아타야 했습니다. 그렇게 궁상 떨지 말고 택시 타고 가라고요. 공공기관 강의하러 다니면서 택시 타면 남는 것 별로 없다는 것 아시면서요. 하여 버스로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운좋게도 버스 종점에서 내리니 바로 그 장소였습니다. 헤맬 것도 없이 유캐슬에 종점이라, 게다가 버스 내린 곳 바로 옆에 안심산 등산로였습니다. 등산로가 나를 부르니 그냥 갈 수 없잖아요. 강의 시간까지는 무려 세 시간이나 남았으니 여유 있었습니다. 유심천 좌측에서 올라 우측으로 한 바퀴 도는 거리는 2키로 채 안 되었습니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높이는 정상이 345미터, 남쪽 산 치고는 그런 대로 괜찮은 높이입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어 호젓하게 산에 오릅니다. 복장은 불량합니다. 구두를 신고, 다행히 겉에 점퍼를 입은 덕분에 야복을 입었는지는 쉽게 구분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오르면서 딱 두 분과 마주쳤습니다. 간단하고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역시 산은 산이었습니다. 산림도 울창하여 산다웠고, 깔딱고개도 있어 호흡을 가쁘게 했고, 추운 날씨였음에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솟게 했습니다. 정상에 올랐습니다. 혼자 산 하나를 정복한 기분이었습니다. 사방으로 열려 조망이 아주 좋았습니다. 여수 시내 전체윤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생각하니 내 삶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리스신화를 공부한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이, 대중교통으로 이 먼 장소까지 잘 찾아올 수 있었음이, 시간 여유 있게 출발한 것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산에 오를 마음을 먹은 것이, 여기 오를 수 있는 체력이 있음이, 나를 어찌 알고 강의해달라고 부른 일이 감사했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내가 제안한 적도 없지만 어찌 알고 찾아주어 여수에 있는 산에 오를 수 있음이 신기하고 고맙지 뭡니까. 학교에서 공부한 것도 아니고 졸업 후에 재미삼이 공부한 것이 지금은 내 삶을 윤택하게 하니 나는 참 복도 많은 사람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을 내려와도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강의 장소에서 편히 구경하면서 다른 이들은 교육을 받는 시간에 그날과 그 다음날 강의할 내용을 점검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주어진 강의 시간 나름 멋지게 해냈다고 자족했습니다. 다음 일정을 위해 광주행 버스에 올라 나를 돌아보니 내 인생 하나 하나가 덕분에로 다가왔습니다. 나는 행운아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 생각이 나를 감싸고 돌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나 자신을 행복하다고, 내가 내 삶을 덕분에로 받아들여서 다른 이들을 고맙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내 삶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행복의 비결 아니겠어요.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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