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좌충우돌 유쾌한 영화 읽기-12-몬테크리스토 백작, 사랑이냐 우정이냐
"나를 인정사정없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으로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야"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으니까 본성이다. 변하지 않는, 이를테면 시간을 뛰어넘어 변하지 않는 것을 철학의 논제 진리라 한다면, 사람의 본성도 진리겠다. 진리가 하나가 아니라면, 변하지 않는 것 모두가 진리라면, 시간을 뛰어넘어 변하지 않는 것을 진리라 한다면, 인간의 본성 역시 진리다. 고전은 그런 면에서 진리를 다룬다. 본성을 다룬다는 의미다. 때문에 고전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읽히고 또 읽힐 것이다. 이 영화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고전 중 고전이다. 인간 본성의 문제를 예리하게 다룬 고전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알렉상드로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역시 원작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그 영화는 좋다는 것을 증명해준 영화다.
배경은 19세기 유럽을 다룬다. 주인공 에드몽은 선원의 아들이라, 제대로 교육다운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그에겐 아주 친한 친구 페르낭, 사랑하는 여인 메르세데스가 있다. 둘은 서로 사랑한다. 또한 페르낭은 친구의 연인인 줄 알면서도 은근히 메르세데스를 짝사랑한다. 그래서 질투를 느낀 페르낭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하여 흉계를 꾸민다. 친구를 위하는 척, 아주 친한 친구인 척하면서 에드몽을 반역자로 고발한다.
모렐 상선의 파라옹호 항해사인 에드몽의 모든 일을 알고 있던 페르낭, 그는 에드몽을 반역을 도운 일로 엮은 것이다. 에드몽은 항해사로 근무하면서 선장의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엘바섬에 유배된 나폴레옹이 쓴 편지를 파리의 한 장군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는 선장의 부탁을 별다른 생각 없이 파리를 지나는 길에 전달한 것뿐, 그 안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페르낭이 전에 에드몽이 자신에서 이야기한 것을 떠올리고는 그걸로 반역으로 엮어 그를 검사에게 고발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에드몽은 메르세데스와의 약혼식을 치루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약혼식 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중간에 빌포르 검사에게 체포당한다.
그는 이제 바다 가운데에 이프 섬 교도소에 갇히고 만다. 영문도 모르고 사랑하는 사람이 이프 섬에 갇히자, 메르세데스는 의지할 데가 없다. 페르낭은 그것을 노린 것이다. 페르낭은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는 마치 에드몽을 무척이나 걱정하는 척한다.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메르세데스는 친구를 고맙게 여긴다. 점차 가까워지자 페르낭은 서서히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그녀의 마음을 얻는다. 곧 돌아오게 할거라던 페르낭의 말은 거짓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지만 끝내 에드몽은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집요한 페르낭의 접근에 그를 받아들이고 그와 결혼한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처지라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그녀의 마음엔 오직 에드몽뿐이다. 그럴수록 페르낭은 그녀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영문도 모르고 이프 섬에 끌려온 에드몽은 그제야 진실을 안다. 그러나 진실을 안들 소용없다. 절망에 빠진 그는 그 안에서 오직 탈출만을 꿈꾸는 죄수 파리아를 만난다. 지혜롭고 유식한 파리아는 감옥에서 몰래 빠져나가려고 오랜 세월 굴을 팠는데, 우연히 그가 자신의 방으로 가는 중에 에드몽의 방으로 굴을 연결한 것이다, 감방 안에서의 우연한 만남, 둘은 이때부터 간수 몰래 서로의 굴을 오가면 가까이 지낸다. 이야기 동무로 또는 감옥에서 밖으로 나갈 굴을 파가면서 함께 많은 시간을 지낸다. 철장 하나를 경계로 둘은 때로 만나기도 하고, 때로 헤어질 수 있다. 에드몽은 그를 도우면서 그 안에서 괴상한 죄수에겍서 싸움의 기술을 배운다. 굴을 파는 것을 도우면서 함께 탈출을 꿈꾼다. 그러다 파리아는 감옥에서 죽으면서 막대한 보물이 감춰져 있는 곳의 지도를 에드몽에게 건네준다. 서로 독방을 쓰지만, 굴을 연결하여 간수 몰래 서로 오고갔던 지라, 에드몽은 그 구조를 훤히 알고 있다. 그는 머리를 쓴다. 파리아의 시체와 자신의 몸을 바꿔치기 한 것이다. 굴로 도망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죽은 것처럼 꾸미고, 파리아의 시체를 자신의 방으로 옮겨놓고 잠든 척하는 것이다. 그는 시체로 변신하여 아슬아슬하게 밖으로, 바다로 버려진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는 이프 감옥에서 13년 만에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감옥 안에서 싸움의 기술을 배운 덕에 그는 해적을 만났으나 오히려 거기서 기회를 얻는다. 해적 중에 대단한 놈과 겨뤄서 승리하면 상대를 죽이고 그는 자유를 얻기로 약속하고 결투를 벌였다. 그는 목숨을 걸고 결투를 벌여 상대를 쓰러뜨렸다. 그는 그를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상대를 살려주었다. 죽었구나 생각했던 그의 결투 상대 흑인 야코프는 그때부터 그의 두목보다는 에드몽을 제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 그는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해적을 따라 다니며 두목의 신뢰도 얻는다. 덕분에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은밀하게 사랑하는 여인 메르세데스의 행방을 찾는다. 그러나 이미 사랑하는 여인 메르세데스는 페르낭의 아내가 되어 있음을 알고 그는 절망한다.
여기까지가 에드몽으로서의 삶이다. 왜 제목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인지는 2부에서 밝혀질 것이다. 그는 에드몽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온 것이다. 그가 죄수가 되어 바다 한가온데 감옥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죄수의 신분이 된 이유는 단지 그가 착하다, 단순하다, 세상물정을 모른다, 친구를 진정으로 믿는다, 그 점들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는 고스란히 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감옥에서 그 모든 진실을 모른 채 지냈다.
희망에 부푼 청년시절은 그렇게 속절없이 날아갔다. 그리고 그는 청년으로서의 희망시절을 보내고 감옥 안에서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 고스란히 그 세월을 도둑맞은 채 살았으나, 그에겐 희망이 있었다. 사랑하는 여자와의 만남이었다. 그 희망 하나면 모든 것은 무의미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그의 사랑은 진실했다. 그 사랑의 힘으로 파리아를 도와 도망을 꿈꾸었으며, 목숨을 걸고 바다를 헤엄쳐 건넜다. 해적선을 만나 죽을 뻔 했으나 시합에서 이겨 오히려 정말 진실한 친구를 얻었다.
그가 전반부의 삶에서 얻은 게 있다면, 우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이고, 두 번째는 진실한 친구를 얻은 것이다. 야코프와의 만남, 그의 시합상대, 싸움에 능한 야코프는 흑인이다. 그 후 야코프는 절대적으로 에드몽을 따른다. 이쯤에서 백인 친구 페르낭과 흑인 친구 야코프를 통해 인간의 진실은, 인간관계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피상적으로 하위에 있다면 정신적인 우위를 점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겉이 훌륭하다고 속마저 착한 것이 아니라는 것, 겉이 화려하면 오히려 그 안에는 악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겉으로 사람을 판단할 게 아니라, 편견을 가질 게 아니라 진실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진실을 생각한다. 정말 믿었는데, 그렇게 믿은 사람이 가장 무서운 흉계를 꿈꾸는 사람이라는 것, 사랑으로 인한 질투에 눈을 멀면 우정이란 헌신짝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 속으로는 알 수 없지만 사랑이라는 것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 진실이란 피상적인 모습이나 신분 또는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는 것, 희망 하나 품으면 어떤 어려운 일도 이겨내고 거기에 길이 있다는 것, 여기까지가 우리 인간사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엔 이처럼 다양한 일들, 무서운 일들이 일어난다. 인생의 전반부는 에드몽으로, 후반부는 백작으로 살아간 한 사람의 사연, 후반부 이야기는 내일로 잇는다.